스팀펑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차가운 금속 냄새, 눅진한 기름때, 그리고 저 멀리 도시의 심장부에서 울려 퍼지는 거대한 증기 기관의 웅장한 고동 소리. 강진은 낡은 방수복을 고쳐 입으며 손전등 불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으로 한 발자국 더 내디뎠다. 그의 손에는 묵직한 만능 렌치가 들려 있었다.

아르카나 시의 지하 수로와 폐기된 증기 배관망은 강진 같은 하층민들에게는 보물창고이자 생존의 터전이었다. 버려진 부품, 잊혀진 금속 조각 하나하나가 돈이 되고, 한 끼 식사가 되었다. 오늘은 특히 귀한 것을 찾고 있었다. 오래전 단종된 고급 합금 밸브. 전해 들은 소문에 따르면 이 7구역 깊숙한 곳, 지도에도 없는 폐기된 압력 조절실 어딘가에 그런 유물이 잠들어 있다고 했다.

“젠장, 끝이 없잖아.”

강진은 지친 숨을 몰아쉬었다. 습기와 먼지가 뒤섞인 공기가 폐부를 짓눌렀다. 좁고 구불구불한 통로를 한참 기어 다닌 끝에, 그는 마침내 조금 더 넓은 공간에 도달했다. 이곳은 다른 곳과 달랐다. 천장의 파이프가 거대한 압력으로 터진 듯, 벽과 바닥이 온통 찌그러지고 파괴되어 있었다. 거대한 금속 파편들이 난잡하게 널려 있었고, 그 사이로 불안정한 증기가 희미하게 새어 나왔다.

그때였다.

그의 손전등 불빛이 한 곳에 멈췄다.

모든 것이 파괴된 아수라장 한가운데,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온전히 보존된 벽면이 있었다. 다른 벽들은 거칠고 투박한 콘크리트와 녹슨 철판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이 벽면만은 기묘하게 매끄러웠다. 금속도, 돌도 아닌, 흡사 오래된 나무뿌리가 뒤얽힌 것처럼 보였지만 동시에 단단한 강철처럼 느껴지는 검고 윤기 나는 재질이었다. 그리고 그 위에, 푸르스름한 빛을 띠는 무언가가 희미하게 박혀 있었다.

강진은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널려 있던 파편들을 조심스레 헤치고 다가갔다. 가까이서 본 그것은 마치 거대한 벽에 박힌 보석 같았다. 손바닥만 한 크기였다. 육각형 모양으로 섬세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표면에는 복잡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기계 부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유기적이고, 보석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정교한 무언가였다. 그것은 고요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푸른빛을 내뿜으며 일렁였다.

“이게… 뭐지?”

그는 장갑 낀 손을 뻗어 그것을 만졌다. 차가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따뜻했다. 아주 미묘하게, 생명체처럼 맥동하는 느낌이었다. 손끝에 닿자마자, 육각형의 문양들이 더욱 선명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희미하게 일렁이던 푸른빛이 강렬한 청색으로 번졌고, 그 빛은 벽을 타고 흐르며 기묘한 파동을 일으켰다.

**우우웅─**

낮고 굵은 진동이 온몸을 때렸다. 강진은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벽에 박힌 육각형 조각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그의 피부를 타고 스며드는 듯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불쾌한 감각이 아니라, 거대한 무언가와 연결되는 듯한 전율이었다.

**쿠구구궁!**

갑자기, 주변의 잔해들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굉음과 함께 낡은 파이프들이 터져 나가고, 천장의 금속 구조물들이 비명을 지르며 무너져 내렸다. 강진은 얼어붙은 채 눈앞의 현상을 응시했다. 무너지는 잔해들 속에서도 푸른빛의 육각형 조각은 흔들림 없이 빛나고 있었다. 오히려 그 빛이 무너지는 환경과 공명하며 더욱 강렬해지는 것 같았다.

“젠장, 도망쳐야…!”

강진은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가 만졌던 육각형 조각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빛이 거대한 빛의 기둥을 형성하며 천장을 뚫고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 빛의 기둥 속에서, 강진은 보았다.

그것은 환상이었다.

아니, 환상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현재 그가 서 있는 아르카나 시의 모습이 아니었다. 거대한 톱니바퀴와 증기로 이루어진 도시가 아니라, 드높이 솟아오른 덩굴과 뿌리가 뒤얽힌 탑들, 그리고 하늘을 유영하는 거대한 생명체들이 가득한,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그 세계의 중심에서, 빛의 기둥과 똑같은 푸른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심장이 느리게, 그러나 강력하게 맥동하고 있었다.

“이건… 대체…?”

경외감과 공포가 뒤섞인 감정이 강진을 덮쳤다. 그의 눈이 빛나는 심장을 따라가자, 그 주변을 둘러싼 알 수 없는 형상의 존재들이 보였다. 그들은 마치 살아있는 그림자처럼 흐느적거렸고, 그들의 손에는 푸른빛 육각형 조각과 똑같이 생긴 작은 조각들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빛의 심장이 더욱 강하게 요동쳤다.

**콰아아앙!**

빛의 기둥이 폭발하는 듯한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동시에, 주변을 감싸고 있던 모든 소음이 멎었다. 무너지던 잔해들은 공중에 멈춘 듯 정지했고, 강진의 귀에는 심장이 터질 듯한 자신의 고동 소리만이 가득했다. 그의 눈앞에 펼쳐졌던 환상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았다.

아니, 원래대로는 아니었다.

강진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손등에, 희미하게 빛나는 푸른빛의 육각형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손을 뻗어 만졌던 벽에 박힌 조각과 똑같은 문양이었다.

문양은 뜨거웠다. 동시에, 그의 몸 안에서 알 수 없는 힘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마치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는 듯한 감각이었다. 그의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그 힘은 마치, 그가 숨 쉬는 모든 것, 주변의 모든 사물과 연결되어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바로 그때, 그가 서 있던 층의 바닥이 거대한 진동과 함께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육각형 조각의 영향이 아니었다. 발아래에서 묵직한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거대한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쉬이이이이익─**

강진의 등 뒤, 그가 들어왔던 통로 반대편의 벽면이 옆으로 스르륵 밀려났다.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은 한 줄기 서늘한 바람과 함께, 거대한 톱니바퀴와 징이 박힌 부츠 소리였다.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철컹거리는 발소리가 강진에게로 다가왔다.

“이곳은 접근 금지 구역이다.”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뭘 본 거지? 감히 무엇을 건드린 것이냐?”

강진은 얼어붙었다. 그의 손등의 푸른 문양은 여전히 뜨겁게 빛나고 있었다. 그가 방금 발견한 것이, 단순히 버려진 부품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이건 위험했다. 너무나 위험했다. 그가 보았던 다른 세계의 환상, 그리고 몸속에서 끓어오르는 알 수 없는 힘. 이 모든 것이 그를 거대한 그림자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강진은 감히 뒤를 돌아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의 심장은 북처럼 울렸고, 손에는 땀이 흥건했다. 새로운 힘이 끓어오르는 동시에, 그는 생애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음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어둠 속에서, 발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의 등 뒤에 선 존재는 과연 누구일까? 그리고 그들은 무엇을 원하는 걸까? 강진의 손등에 새겨진 푸른빛 문양은 마치 운명의 낙인처럼 더욱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