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304호의 기묘한 밤
### 에피소드 1: 균열
**[시작]**
**컷 1**
**장면:** 늦은 밤, 현대적인 고층 아파트 단지의 전경. 수많은 불빛이 반짝이는 도시의 야경 속에, 유독 304호 한 곳만 밝게 빛나고 있다. 창문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남자의 실루엣.
**나레이션 (이현우):** _퇴근 후의 평화로운 밤. 익숙한 도시의 소음과 함께, 나만의 안식처. 고작 삼십 평 남짓한 공간이 주는 안도감. 완벽했다. 적어도, 그날 밤까지는._
**컷 2**
**장면:** 이현우(30대 초반, 깔끔한 인상의 남자)가 거실 소파에 앉아 태블릿PC로 드라마를 보고 있다. 테이블 위에는 맥주 캔과 과자 봉지가 놓여 있고, 주변은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다. 여유로운 표정.
**이현우 (독백):** _요즘 세상에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넓이의 새 아파트라니. 전 주인이 급하게 나간 덕분인가?_
**효과음:** [드라마 속 웃음소리 – 하하하!]
**컷 3**
**장면:** 주방 한쪽, 씽크대 위에 올려진 유리컵이 아주 미세하게, 저절로 왼쪽으로 스르륵 움직이는 모습. 현우는 이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컵 뒤편에 있는 과일 바구니만 살짝 시야에 들어온다.
**효과음:** [……스으윽] (아주 미세한 움직임 소리)
**컷 4**
**장면:** 현우의 시선은 여전히 태블릿에 고정되어 있다. 살짝 찌푸린 미간.
**이현우 (독백):** _어? 에어컨을 켰나?_
**효과음:** [으스스한 한기] (느낌표시)
**컷 5**
**장면:** 현우가 고개를 들어 주방 쪽을 힐끗 본다. 씽크대 위 유리컵은 이미 멈춰서 움직이지 않는다. 주방 창문은 닫혀 있고, 에어컨도 꺼져 있다.
**이현우:** “환절기라 그런가? 갑자기 으스스하네.”
**효과음:** [삑-](에어컨 리모컨 소리. 현우가 에어컨을 켜는 모습)
**컷 6**
**장면:** 다시 드라마를 보는 현우. 아까 그 씽크대 위, 유리컵 옆에 놓여있던 작은 스패너(간단한 공구)가 제자리에서 미세하게 덜컹이는 모습. 이번에는 확연히 보인다.
**효과음:** [덜컹!] (작지만 확실한 소리)
**컷 7**
**장면:** 현우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다. 스패너가 놓여있던 곳을 멍하니 바라보는 시선. 스패너는 다시 멈춰 있다.
**이현우:** “방금… 뭐지?”
**이현우 (독백):** _착각인가? 아니, 분명히 봤는데._
**컷 8**
**장면:** 현우가 소파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다가간다. 씽크대 위에 멈춰있는 스패너를 조심스럽게 살핀다.
**이현우:** “지진인가? 아니, 건물 흔들림은 없었는데.”
**이현우 (독백):** _설마… 이 낡은 아파트의 터가 안 좋은 건가? 그런 미신 같은 걸 믿을 나이는 아니지만._
**컷 9**
**장면:** 스패너를 다시 제자리에 놓는 현우. 그의 손길이 닿자 스패너가 차갑게 느껴진다.
**효과음:** [차가움]
**컷 10**
**장면:** 현우가 찜찜한 기분으로 거실로 돌아와 다시 소파에 앉으려 한다. 그런데… 등 뒤의 거실 벽에 걸려있던 액자가 미세하게 기울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아까는 분명 똑바로 걸려 있었다.
**이현우 (독백):** _이건 또 뭐야?_
**컷 11**
**장면:** 현우가 액자를 똑바로 고쳐 건다. 튼튼하게 박힌 못에 걸려있는데도 왜 기울어졌는지 의아한 표정.
**이현우:** “이게 왜 이래?”
**컷 12**
**장면:** 다시 드라마에 집중하려 애쓰는 현우의 얼굴. 하지만 그의 눈은 불안하게 주위를 맴돈다. 밤의 정적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이현우 (독백):** _괜히 기분 탓인가. 신경 쓰지 말자._
**컷 13**
**장면:** 한밤중. 현우가 잠이 들었다. 침실은 어둠에 잠겨 있고, 달빛이 희미하게 창문을 통해 들어온다.
**효과음:** [새근새근] (잠든 현우의 숨소리)
**컷 14**
**장면:** 갑자기, 거실 쪽에서 ‘쿵!’ 하는 큰 소리가 들린다. 현우가 잠결에 몸을 움찔한다.
**효과음:** [쿵!]
**컷 15**
**장면:** 현우가 벌떡 일어난다. 잠이 확 깬 얼굴.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다.
**이현우:** “무슨 소리야?!”
**컷 16**
**장면:** 침대에서 내려와 조심스럽게 침실 문을 여는 현우. 어둠이 짙게 깔린 거실이 보인다.
**효과음:** [끼이익…] (문 열리는 소리)
**컷 17**
**장면:** 거실 중앙에 놓여있던 작은 협탁이 넘어져 있고, 그 위에 있던 화분과 책 몇 권이 바닥에 흩어져 있다. 현우의 눈이 크게 뜨인다.
**이현우:** “뭐… 뭐지? 도둑인가?!”
**이현우 (독백):** _아니, 문단속은 분명히 했는데. 그리고 이 아파트가 도둑이 들 만한 층도 아닌데…_
**컷 18**
**장면:** 현우가 거실로 조심스럽게 들어선다. 공기 중에 싸늘한 기운이 감돈다.
**효과음:** [으스스]
**컷 19**
**장면:** 쓰러진 협탁과 흩어진 물건들을 바라보는 현우의 표정은 공포와 혼란으로 가득하다. 그때, 주방 쪽에서 또 다른 소리가 들린다.
**효과음:** [딸그랑!] (유리컵 깨지는 소리)
**컷 20**
**장면:** 현우가 화들짝 놀라 주방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씽크대 위에 있던 유리컵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 있다.
**이현우:** “이런…!”
**컷 21**
**장면:** 현우가 공포에 질린 채 뒷걸음질 친다. 그때, 닫혀있던 현관문이 ‘덜컥!’ 하고 크게 흔들린다. 마치 누군가 밖에서 격렬하게 문을 잡고 흔드는 것처럼.
**효과음:** [덜컥! 덜컥! 덜컥!] (격렬한 현관문 흔들림)
**컷 22**
**장면:** 현우의 등골에 식은땀이 흐른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현관문 쪽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이미 이성을 잃기 직전이다.
**이현우:** “누… 누구세요…?” (목소리가 떨린다)
**컷 23**
**장면:** 현관문 흔들림이 뚝 그친다. 잠시 정적. 그리고 현관문 위, 벽에 걸려있던 조그마한 액자(가족사진)가 갑자기 ‘휙!’ 하고 현우의 정면으로 날아와 벽에 ‘쾅!’ 하고 부딪힌다. 유리 파편이 튀고, 액자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효과음:** [휙!] [쾅!] [쨍그랑!]
**컷 24**
**장면:** 현우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는다.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고, 눈동자는 흔들린다. 그의 시선은 바닥에 부서진 액자와 그 뒤의 벽을 향한다.
**효과음:** [끄아악!]
**컷 25 (클로즈업)**
**장면:** 액자가 부딪혔던 벽면에, 얇게 발린 페인트가 벗겨지며 그 아래에 숨겨져 있던 낡고 희미한 그림이 드러난다. 그것은 어딘가 기이하고 불길한 문양으로, 이질적인 검은색 선이 얼기설기 얽혀 있다. 흡사, 고대 주술 문양 같기도 하고,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림 같기도 하다. 벽의 다른 부분과는 확연히 다른, 마치 벽 안에 갇혀있던 그림자처럼.
**나레이션 (이현우):** _나는 그제야 알았다. 이 집이, 나를 ‘본다’는 것을. 그리고 이 벽 뒤에는, 결코 드러나서는 안 될, 무언가가 ‘갇혀’ 있다는 것을._
**컷 26 (최종 클로즈업 & 엔딩 컷)**
**장면:** 그림이 드러난 벽면이 천천히, 아주 미세하게 움푹 들어가더니, 그 검은 문양의 한가운데에서 붉은 피 같은 액체가 한 방울, 주르륵 흘러내린다. 그것은 마치 오래된 상처가 다시 터진 것만 같다. 그 액체는 벽을 타고 흐르며, 바닥에 떨어진 액자 파편들과 부서진 유리 조각들 위로 검붉은 얼룩을 남긴다.
**효과음:** [뚝…뚝…뚝…] (피 떨어지는 소리)
**나레이션 (이현우):** _아니, 갇혀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제 막, ‘깨어나는’ 중이었다._
**[에피소드 1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