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1화. 이상한 손님

“어서 오세요, 숲의 속삭임입니다!”

김미소는 쨍한 아침 햇살에도 굴하지 않고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했다. 사실 손님이라고 해봐야 매일 같은 시간에 들어와 늘 똑같은 아메리카노를 시키는 박 교수님뿐이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 여기가 단골 손님 너덧 명으로 연명하는 작은 카페일지언정, 미소에게는 이 도시의 유일한 피난처이자 가장 큰 놀이터였다.

“미소 씨, 오늘도 에너지가 넘치네요.”
“그럼요! 박 교수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따뜻한 아메리카노 잔을 든 박 교수가 픽 웃으며 창가 자리로 향했다.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두꺼운 전공 서적을 펼치겠지. 미소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갓 쪄낸 스콘을 정리했다. 갓 구운 빵 냄새가 카페 안을 가득 채웠다. 고소하고 달콤한 향기는 미소에게 언제나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그녀의 작은 카페 ‘숲의 속삭임’은 도시 변두리, 작은 공원 입구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덕분에 가게 안에는 항상 은은한 흙냄새와 풀잎 냄새가 섞여 있었고, 낡았지만 편안한 초록색 소파와 나무 테이블은 숲속 오두막 같은 아늑함을 선사했다. 미소는 그 분위기가 좋았다. 그녀는 복잡한 도시 생활보다, 이렇게 소박하고 정겨운 공간에서 사람들과 조용히 교류하는 것을 훨씬 더 좋아했다. 물론, 이따금씩 찾아오는 답답함과 외로움은 그녀의 유일한 단점이었다.

“음, 그래도 가끔은 좀 더… 특별한 일이 생겼으면 좋겠는데.”

미소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주인공처럼, 어느 날 갑자기 운명적인 사랑이 뿅 하고 나타난다거나, 숨겨진 거대 기업의 상속녀라거나… 뭐, 그런 드라마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리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상만큼은 자유롭지 않은가.

쨍그랑!

때마침 카페 문이 열리며 맑은 종소리가 울렸다. 박 교수님 이후로는 오늘 첫 손님이었다. 미소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심장은 마치 스콘 반죽이 부풀어 오르듯 쿵 하고 부풀어 오르는 것만 같았다.

문을 열고 들어선 남자는… ‘비현실적’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새까만 머리카락은 마치 새벽 안개가 걷히고 드러나는 숲의 나무들처럼 차분하고 고결했고, 뽀얀 피부는 겨울 숲에 내린 첫눈처럼 맑았다. 무엇보다 미소를 사로잡은 것은 그의 눈동자였다. 짙은 초록색. 깊고도 투명한 그 눈동자에는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빛이 감돌고 있었다. 마치 숲속 깊은 곳에 숨겨진 비밀의 호수를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와… 무슨 조각상이야? CG야? 이 얼굴이 실존한다고?’

미소는 제 심장이 발작이라도 일으킨 것처럼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드라마 속 재벌 2세도 이 정도 아우라는 아니었다. 남자는 카페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그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유려하고 자연스러워서, 마치 물 흐르듯,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보였다. 마치 중력을 거스르는 것 같기도 했다.

그가 카운터 앞에 섰다. 미소는 어색하게 침을 꿀꺽 삼켰다.

“어… 어서 오세요! 숲의… 속삭임입니다.”

혀가 꼬인 건지,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 옥타브는 높게 튀어 나왔다. 남자는 미소의 인사에 말없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의 초록색 눈동자가 미소를 똑바로 응시하자, 미소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주문… 하시겠어요?”

미소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남자의 시선은 미소를 지나 카운터 뒤에 놓인 작은 화분으로 향했다. 미소가 아끼는 몬스테라 화분이었다. 그의 시선이 닿자, 몬스테라 잎이 마치 햇살을 받은 것처럼 미묘하게 반짝이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숲의… 속삭임.”

그가 낮은 목소리로 되뇌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숲속 샘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처럼 청량하고 잔잔했다. 듣는 순간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네, 저희 카페 이름이에요. 숲의 속삭임. 공원 입구에 있어서… 왠지 잘 어울리지 않나요?”

미소는 어색하게 웃으며 설명했다. 남자는 다시 미소를 보았다. 그의 초록색 눈동자에 묘한 흥미가 스치는 것 같았다.

“이곳은… 흙의 향이 살아 있군.”

“네? 흙의… 향이요?”

미소는 당황했다. 흙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그걸 이렇게 표현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이렇게 잘생긴 남자가.

“그럼… 무엇을 드릴까요? 커피, 차, 에이드… 아니면 갓 구운 스콘도 있어요!”

미소는 얼른 메뉴판을 가리켰다. 남자는 메뉴판을 훑어보지도 않고, 여전히 몬스테라 화분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뿌리가 깊은 나무의 생명력을 원한다.”

“네?”

미소는 제가 잘못 들었나 싶어 귀를 의심했다. 뿌리 깊은 나무의 생명력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 메뉴란 말인가.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갖 나무뿌리 관련 음료가 스쳐 지나갔다. 인삼차? 도라지즙? 아니면… 보리차?

“저… 손님. 혹시 저희 메뉴 중에… 어떤 걸 말씀하시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뿌리 깊은 나무의 생명력은… 죄송하지만 메뉴에 없어서요.”

미소는 최선을 다해 정중하게 물었다. 남자는 고개를 돌려 다시 미소를 응시했다. 그의 초록색 눈동자에 약간의 의아함이 서려 있었다.

“없다고? 그럴 리가. 이 공간은 분명 숲의 기운을 담고 있는데… 너는 그것을 다루지 못하는 것인가?”

“숲의… 기운이요? 아, 혹시 건강 주스 같은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케일 주스나… 사과 주스 같은 건 있는데.”

미소는 이 남자가 좀 특이한 취향을 가진 ‘힙스터’라고 결론 내렸다. 요즘 세상에 워낙 독특한 사람들이 많으니,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었다. 다만, 이렇게 미친 듯이 잘생긴 힙스터는 처음 봤을 뿐.

남자는 한숨처럼 옅은 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카페 안의 작은 화분들이 일제히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 같았다. 미소의 착각이었을까?

“…그럼, 잎과 꽃의 기운이 담긴 것으로 부탁한다.”

그가 말했다. 잎과 꽃의 기운. 미소는 그 말을 듣자마자 얼른 머리를 굴렸다. 잎과 꽃이라…

“아! 그러면 저희 로즈마리 허브티는 어떠세요? 아니면 캐모마일? 둘 다 향긋하고 편안하게 드실 수 있으실 거예요!”

미소는 두 가지 차를 추천하며 환하게 웃었다. 남자는 잠시 망설이는 듯 보였다. 그의 시선은 다시 한번 몬스테라 화분으로 향했다가, 이내 미소에게로 돌아왔다.

“좋다. 네가 추천하는 대로, 잎과 꽃의 기운이 담긴 것을 달라.”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미소는 활기차게 대답하며 몸을 돌렸다. 남자의 주문은 로즈마리 허브티였다. 왠지 모르게 한숨 돌린 기분이었다. ‘휴, 그래도 정상적인 음료를 마시는 사람이었네.’ 미소는 머릿속으로 안도했다.

따뜻한 물에 로즈마리 잎을 우려내며 미소는 흘끗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창가 자리로 향하는 박 교수님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박 교수님은 그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는 듯 책에만 몰두하고 있었지만, 남자는 마치 박 교수님이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 동물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한 사람이다, 정말.’

미소는 피식 웃었다. 하지만 이상하다는 생각보다, 그의 신비로운 분위기에 더 강하게 이끌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의 초록색 눈동자, 유려한 몸짓, 그리고 숲과 흙, 나무의 생명력을 논하는 그의 독특한 말투까지. 모든 것이 미소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여기, 잎과 꽃의 기운을 담은 로즈마리 허브티 나왔습니다!”

미소는 차를 내밀며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남자는 잔을 받아들었다. 그의 손가락이 잔에 닿는 순간, 미소는 찌릿한 전류가 흐르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그의 손은 너무나도 차가웠다. 마치 얼음처럼.

“감사하다.”

그가 잔을 받아 들고 작은 테이블로 향했다. 미소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

그는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눈을 감았다. 마치 세상의 모든 향기를 음미하듯, 깊고 길게 숨을 들이쉬었다. 미소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어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고 생각했다.

‘설마… 진짜 숲의 요정 같은 건 아니겠지?’

미소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키득거렸다. 드라마 같은 일이 일어나길 바랐지만, 진짜 요정이 나타날 줄이야. 물론 농담이었다.

그때, 남자가 다시 눈을 떴다. 그의 초록색 눈동자가 미소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리고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아주 희미했지만, 그 미소는 미소의 심장을 다시 한번 격렬하게 뛰게 만들었다.

“이곳의 기운은… 네 덕분에 더 따뜻하군.”

그의 말에 미소는 얼굴이 붉어졌다. 칭찬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심장이 간질거렸다.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떠나는 것을 본 미소는 아쉬움에 저도 모르게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혹시 다음에도 다시 올까? 어떤 특이한 주문을 또 할까?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가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미소는 그가 뒤를 돌아보는 것을 보았다. 그의 초록색 눈동자가 미소를 향해 빛났다.

“나는 은가람이다.”

그가 나직이 말했다. 그리고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미소는 멍하니 카운터에 기대어 섰다. ‘은가람’. 왠지 모르게 숲과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그녀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여전히 심장이 격렬하게 뛰고 있었다.

그의 한마디에, 그녀의 일상은 더 이상 ‘평범한’ 것이 아니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뿌리 깊은 나무의 생명력이라니….”

미소는 덩그러니 남겨진 찻잔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녀는 확신했다.
오늘, 그녀의 카페 ‘숲의 속삭임’에, 아주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는 것을. 그리고 그 만남이, 그녀의 삶에 알 수 없는 거대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것을.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미소는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대체 뭘 먹고 사는 거지?”
그리고 그녀는 깨달았다.
그 잘생긴 남자는 계산을 하지 않고 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