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역사물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에피소드 제목:** 잿빛 하늘 아래, 작은 불씨

**내레이션 (강):**
나는 강이다.
이 잿빛 땅에서 태어나, 잿빛 하늘만 올려다보며 살아왔다.
세상은 거대하고, 제국은 더 거대하다 했다.
우리는 그저, 그 거대한 그림자 아래에서 먼지처럼 스러지는 존재일 뿐이라고.
하지만 먼지에도… 불꽃은 깃들 수 있는 법.

**씬 1**

**배경:** 동이 채 트지 않은 새벽, ‘잿빛 마을’. 안개 자욱한 산자락 아래, 허름한 흙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움막 같은 집들의 지붕은 낡아빠졌고, 창문에서는 희미한 불빛조차 새어 나오지 않는다. 인적 드문 길가에는 굶주림에 지쳐 쓰러진 듯한 노인의 그림자가 희미하게 보인다. 전체적으로 회색빛의 음울한 분위기. 멀리 언덕 위에는 제국의 감시탑이 거대한 짐승처럼 솟아 있다. 바람이 으스스하게 불어 쓸쓸한 풀피리 소리를 낸다.

**등장인물:**
* 강 (20대 후반, 건장한 체격, 무뚝뚝해 보이는 얼굴 속에 깊은 슬픔과 분노가 배어 있다. 낡은 작업복 차림.)
* 노인 (마을 주민, 뼈만 남은 팔다리. 기침을 심하게 한다.)
* 마을 사람들 (그림자처럼 조용히 움직이거나 주저앉아 있는 실루엣들. 모두 핏기 없는 얼굴.)

**동작/표정:**
강은 낡은 곡괭이를 들고 흙을 파고 있다. 그의 등은 곧게 펴져 있으나, 어깨는 세상의 무게를 짊어진 듯 묵직하다.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다. 지나가던 노인이 휘청거리며 쓰러지자, 강은 곡괭이질을 멈추고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본다. 그의 눈동자에 잠시 흔들림이 스친다. 노인은 거친 기침을 뱉어낸다.

**강 (내레이션):**
오늘도 새벽부터 흙을 판다.
제국이 ‘천룡의 보물’이라 부르는 철광석을 캐기 위해서.
이 잿빛 흙 속에서 우리가 얻는 것은… 고작 한 줌의 양식과 뼛속까지 스미는 추위뿐.
그리고… 하나 둘 스러져 가는 이웃들의 그림자.

**강:**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쓰러진 노인을 향해 다가간다. 목소리가 쉰다.) 할아버지… 괜찮으십니까?

**노인:** (힘없이 손을 내젓는다. 쿨럭이며 마른 기침을 한다.) 쿨럭… 쿨럭… 괜찮다, 강아. 그저… 좀, 힘이 빠져서…

**강:** (노인의 야윈 손을 부축한다. 그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갑다.) 괜찮기는요. 어서 제게 기대세요. 집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노인:**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강을 올려다본다. 눈빛이 흐리멍덩하다.) 너도… 힘들 텐데. 며칠째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만 하지 않느냐. 얼굴이 말이 아니구나.

**강:** (굳은 표정으로) 이대로는… 모두 죽습니다. 하다못해 아이들만이라도… 살려야 하는데.

**노인:** (강의 말을 가로막으며, 고개를 젓는다. 눈에 눈물이 고인다.) 희망을 버리지 마라. 언젠가는… 언젠가는 이 지독한 어둠에도 끝이 오겠지. 우리 조상님들이 그랬듯…

**강 (내레이션):**
희망.
그게 대체 무엇인가.
매일 죽어가는 이들을 보며, 나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더 이상 입에 담을 수 없었다.
대신 내 안에는 다른 것이 싹트기 시작했다.
아주 작고, 날카로운 무언가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렬한 의지가.

**씬 2**

**배경:** 잿빛 마을의 광장. 흙바닥 위에는 낡고 녹슨 농기구들이 나뒹굴고, 아이들은 흙장난을 하며 간신히 끼니를 때운 듯 말라 비틀어진 나뭇잎을 물고 있다. 그때, 저 멀리 언덕에서 제국의 감찰관 부대가 말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의 갑옷은 번쩍이고, 깃발에는 거대한 용 문양이 새겨져 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굳어버리고, 아이들은 엄마의 치마폭 뒤로 숨는다. 공포에 질린 침묵이 마을 전체를 짓누른다.

**등장인물:**
* 감찰관 바란 (40대, 비만하고 오만한 표정, 화려한 갑옷을 입고 있다. 채찍을 손에 들고 있다.)
* 제국 병사들 (다부진 체격, 창과 칼로 무장. 얼굴에 무자비함이 서려 있다.)
* 마을 사람들 (수십 명, 공포에 질려 잔뜩 웅크리고 있다.)
* 아린 (10대 후반, 날카롭고 생기 있는 눈매, 강 옆에 서 있다. 낡았지만 활동적인 옷차림.)
* 할멈 (70대 후반, 마른 체구지만 눈빛은 형형하다. 마을의 정신적 지주. 지팡이를 짚고 있다.)

**동작/표정:**
바란은 말을 타고 마을 한가운데로 들어서며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병사들은 일제히 창을 내리찍으며 위협적인 자세를 취한다. 마을 사람들은 웅크려 앉거나 고개를 숙이며 시선을 피한다. 강은 주먹을 꽉 쥐고 바란을 노려보고, 아린은 그의 옆에서 분노에 찬 눈으로 상황을 주시한다. 할멈은 지팡이를 짚고 서서 차분하지만 날카로운 눈빛으로 감찰관 일행을 응시한다.

**바란:** (말 위에서 내려다보며) 역겨운 냄새로군. 짐승들이 사는 우리에서도 이보다는 나은 냄새가 날 것이다. (코를 막는 시늉을 한다.)

**바란:** (고개를 쳐들고 소리친다.) 잿빛 마을의 이장! 어서 나오라! 이번 달 상납을 바치거라!

**마을 사람 1:** (웅얼거리며) 이장님은… 며칠 전부터 병환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바란:** (말 위에서 채찍을 휘두른다. *채찍 소리가 공기를 가른다!*) 누가 감히 내 앞에서 웅얼거리는가! 나는 천룡제국의 감찰관, 바란이다! 이 어리석은 것들이 감히 내 권위를 무시하려는가!

**할멈:** (천천히 앞으로 나선다. 허리가 굽어 있지만 위엄이 느껴진다.) 감찰관 나리. 이장은 병으로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된 지 오래입니다. 이 늙은이가 대신 말씀드리겠습니다.

**바란:** (할멈을 위아래로 훑어본다. 비웃음을 흘린다.) 늙은 암캐 주제에. 좋다. 네가 이 꼴 같지 않은 촌락의 대표인가? 그래서, 이번 달 상납할 철광석은 준비되었는가? 어디, 천룡제국에 바칠 보물을 내놓으시지?

**할멈:** (떨리는 목소리로) 나리… 보시다시피… 지난달부터 마을의 양식이 바닥이 났습니다. 아이들은 굶주리고… 광산에서 일할 힘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부디… 부디 이번 달만이라도…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바란:** (코웃음을 친다. 말에서 내려 할멈에게 다가간다.) 그래서? 어쩌라는 것이냐! 천룡제국에 바쳐야 할 의무를 게을리하겠다는 것이냐! 너희 같은 미개한 벌레들이 살 수 있는 것도 모두 제국의 은혜 덕분이다! 그 은혜를 잊었는가! (갑자기 발로 할멈을 걷어찬다!)

**할멈:** (비틀거리다 흙바닥에 쓰러진다.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낸다.) 읍…

**강:**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선다. 그의 눈이 이글거린다.) 감찰관 나리! 저희는… 더 이상 드릴 것이 없습니다. 사람들의 뼈를 깎아 바칠 수는 없습니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바란:** (강을 내려다보며. 흥미롭다는 듯 비웃는다.) 오호라, 저게 누구냐? 깡마른 주제에 꽤나 기백이 있는 걸? 네놈이 이 마을의 새로운 불만 덩어리인가? (손짓하자 병사들이 강에게 다가선다.)

**병사 2:** (강에게 창을 겨눈다.) 무엄하다! 황송한 줄 알아라!

**아린:** (강의 옆으로 바싹 다가서며. 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노가 느껴진다.) 강 오라버니 말이 맞아요! 저희는 더 이상 착취당할 수 없어요!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고요!

**바란:** (피식 웃는다. 채찍을 휘둘러 허공을 가른다.) 오, 암컷까지 나서는구나. 좋다. 너희가 그렇게 감히 제국에 맞설 정도로 대단하다면… (손짓한다.) 저들을 끌어내라! 본보기를 보여주마! 이 벌레 같은 것들에게 제국의 위엄을 보여줘라!

**병사들:** (일제히 강과 아린에게 달려든다. 창 끝이 번뜩인다.)

**강:** (몸을 비틀어 병사 한 명의 공격을 피하고, 흙바닥에 떨어진 괭이를 집어든다. 그의 눈빛이 사나워진다.) 물러서라! 모두 죽고 싶지 않으면!

**아린:** (작은 돌멩이를 집어 바란을 향해 던진다. 돌멩이가 바란의 화려한 갑옷에 부딪혀 팅, 소리를 낸다.) 이 악마 같은 자식!

**바란:** (돌멩이가 갑옷에 맞자 불쾌한 듯 인상을 찌푸린다. 분노로 얼굴이 시뻘개진다.) 감히! 이 벌레 같은 것들이! 모두 죽여라! 씨를 말려라!

**강 (내레이션):**
그날이었다.
우리가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날.
우리에게 남은 것이라곤, 그저 죽음을 기다리는 것뿐이라는 것을.
하지만 동시에… 깨달았다.
죽음이 우리를 기다린다면, 차라리 우리가 먼저 죽음에 맞서 싸우겠노라고.
피 한 방울까지 짜내어 바쳐야 한다면, 그 피를 우리 스스로를 위해 흘리겠노라고.

**씬 3**

**배경:** 할멈의 허름한 집 안. 촛불이 희미하게 타오르고, 작은 상 위에는 낡은 지도가 펼쳐져 있다. 방 안에는 강, 아린, 그리고 마을의 청년 몇몇이 모여 앉아 있다. 모두의 얼굴에는 비장함과 결의가 서려 있다. 숨죽인 침묵 속에서 촛불 심지가 타닥거리는 소리만 들린다. 할멈은 지팡이를 짚고 앉아 그들을 지켜본다. 방 안에는 묵직하고 결연한 기운이 감돈다.

**등장인물:**
* 강
* 아린
* 할멈
* 청년들 (서너 명, 굳게 결심한 표정. 강과 비슷한 연배.)

**동작/표정:**
강은 낡은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그의 눈은 불꽃처럼 타오르고, 목소리에는 단단한 결의가 담겨 있다. 아린은 강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경청한다. 할멈은 따뜻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지만, 그 속에는 오래된 슬픔과 함께 새로운 희망이 어른거린다. 청년들은 각자의 무기, 낡은 낫이나 도끼 등을 손질하고 있다.

**강:** (지도 위를 짚으며) 감찰관 바란은 열흘 뒤, 수확한 철광석을 싣고 북쪽 통로를 통해 제국 수도로 돌아갈 겁니다. 그들이 지나가는 길목은 늘 정해져 있었어요. 제국은 관례를 어기지 않지.

**청년 1:** 북쪽 통로라면… ‘어둠골’ 말씀이십니까? 거기는 지형이 험하고, 낙석도 잦은 곳인데요. 제국 병사들도 꺼리는 길입니다.

**강:**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입술이 굳게 다물린다.) 맞습니다. 제국의 병사들은 그 길을 가장 안전하다고 여길 겁니다. 마을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반란의 위험도 적다고 생각하겠죠. 그들은 우리를 벌레로 보니까.

**아린:** (주먹을 꽉 쥔다. 눈이 번뜩인다.) 하지만… 거기가 바로 저희가 그들의 목줄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죠. 놈들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할멈:** (나직하게 입을 연다. 목소리는 낮지만 힘이 있다.) 제국은 오래전부터 이 땅을 탐했습니다. 풍요로운 대지는 그들에게 ‘천룡의 젖줄’이었고, 잿빛 땅 밑에 묻힌 철광석은 ‘천룡의 뼈’라 불렸지. 우리는 그저… 착취의 대상이었을 뿐. 살아있는 노예와 다름없었어.

**강:** (할멈을 바라본다. 그의 시선에서 연민과 동시에 강한 결심이 읽힌다.) 할멈…

**할멈:** (희미하게 웃는다. 그녀의 눈빛이 먼 옛날을 회상하는 듯 아련하다.) 예전에… 아주 먼 옛날에도, 우리는 제국의 압제에 맞섰다. 작고 약한 불씨들이 모여 거대한 불길이 되었지. 하지만 그 불길은… 결국 제국의 비에 사그라지고 말았단다. 수많은 피가 흘렀지.

**청년 2:** 그럼 저희도… 결국은…

**할멈:**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그녀의 눈빛에 섬광이 스친다.) 아니다!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그때는 단지 분노였지만, 너희는 이제… 희망을 품고 있다. 그 어떤 불길보다 뜨거운 희망을. 죽음보다 강한 삶의 의지를.

**아린:** (강을 바라보며. 눈동자에 결연한 빛이 감돈다.) 저희는… 할멈이 말하는 그 희망이 될 수 있을까요?

**강:** (지도를 말아 쥐고 일어선다. 그의 그림자가 촛불에 길게 늘어진다.) 우리는… 죽지 않기 위해 싸울 겁니다.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이 굶어 죽는 것을 지켜보지 않을 겁니다. 제국의 탐욕스러운 손아귀에서, 우리 스스로를 지켜낼 겁니다. 우리 마을을, 우리 땅을 지킬 겁니다.

**강:** (방안을 둘러싼 청년들과 아린의 눈을 하나하나 마주 본다. 그의 목소리에 흔들림 없는 확신이 실린다.) 우리는 잿빛 마을의 불꽃입니다. 이 어둠을 태워버릴 작은… 하지만 강렬한 불꽃. 저 거대한 천룡 제국조차 태워버릴 불꽃!

**강 (내레이션):**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눈빛 속에서 같은 결의를 보았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면, 그 어떤 것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
내일은, 오늘과는 다른 해가 뜰 것이다.
잿빛 하늘 아래, 우리는… 반란의 깃발을 들 것이다.
작은 불씨들이 모여, 드디어… 타오르기 시작한다.
이제 더 이상,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