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컬트 호러 애니메이션 대본 & 스토리보드: 『어둠 속의 메아리』
**장르:** 오컬트 호러
**핵심 줄거리:** 현대 도시의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폴터가이스트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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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잔여물
**씬 1: 새로운 시작**
**[장면]**
고요하고 햇살 좋은 오후. 신축 아파트 23층. 통유리 창 너머로 바쁜 도시의 풍경이 미니어처처럼 펼쳐져 있다. 스포트라이트처럼 쏟아지는 오후의 빛이 마루바닥을 비추고, 먼지 입자들이 춤을 추듯 공중에 떠돈다. 깔끔하게 정돈된 거실, 아직 빈 공간이 많지만 새하얀 벽과 모던한 가구들이 산뜻한 느낌을 준다.
그곳에 지영(20대 후반), 캐주얼한 티셔츠 차림으로 앉아 피곤한 듯 긴 한숨을 내쉰다. 막 이사를 마친 참이다. 손에는 낡은 종이 상자 하나가 들려 있다. 상자 안에는 얇은 책 몇 권이 담겨 있다. 지영은 상자에서 책을 꺼내 옆에 새로 들인 하얀색 책장 한 칸에 조심스럽게 꽂는다. 첫 책, 두 번째 책… 마지막 책을 꽂으려는데, 손이 미끄러진 건지, 아니면 책장이 삐걱거린 건지.
**[연출]**
* 카메라, 도시 전경에서 아파트 내부로 줌인. 햇살 가득한 공간에 드리워진 미묘하게 긴 그림자들을 포착한다.
* 지영의 얼굴 클로즈업. 지친 듯하면서도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감이 살짝 비친다.
* 책을 꽂는 지영의 손. 클로즈업된 손이 마지막 책을 밀어 넣는 순간, 책장 맨 위 칸에 꽂혀 있던 얇은 시집 한 권이 ‘툭’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대사]**
**지영 (혼잣말, 작게):** 으음… 벌써 낡았나.
**지영 (피곤한 듯 책을 주워 다시 꽂으며):** 괜찮아, 괜찮아. 새 시작이니까.
**[장면]**
지영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고개를 젓는다. 다시 의자에 앉아 눈을 감는다. 잠시의 평화. 하지만 카메라가 고개를 들어 책장을 비출 때, 방금 지영이 꽂은 시집이 아주 미세하게, 삐딱하게 기울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마치 누군가 건드린 것처럼. 햇살은 여전히 밝지만, 공간을 가득 채운 공기 속에 알 수 없는 서늘함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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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보이지 않는 손길
**씬 2: 흔적**
**[장면]**
며칠 후, 밤.
지영의 아파트 주방. 모던한 인테리어의 주방은 따뜻한 조명 아래서 아늑해 보인다. 지영은 앞치마를 두르고 저녁 식사를 준비 중이다. 휴대폰에서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는다. 싱크대 위에서 채소를 썰고, 냄비에 물을 올린다.
**[연출]**
* 지영이 냉장고 문을 닫는 모습. ‘딸깍’ 소리와 함께 완벽하게 닫힌다.
* 지영이 채소를 써는 모습. 칼질 소리가 리듬감 있게 들린다.
* 지영이 잠시 등을 돌려 냄비로 향한다. 카메라가 주방 서랍장을 비춘다. 지영이 분명히 닫아두었던 서랍장 문이 아주 미세하게,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벌어진다. ‘스르륵’ 하는 둔탁한 마찰음이 아주 작게 들린다.
**[대사]**
**지영 (혼잣말):** 음… 라면 스프 좀 넣을까?
**지영 (서랍장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어? 내가 이거 열어뒀었나?
**[장면]**
지영은 살짝 벌어진 서랍장을 발견한다.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이내 “요즘 정신이 없네” 하고 중얼거리며 다시 닫는다. 완벽하게 닫는 소리가 들린다. 다시 요리에 집중하는 지영. 카메라가 그녀의 등 뒤로 돌아가 냉장고 문을 비춘다. 아까 완벽하게 닫혔던 냉장고 문이, 이제는 아주 미세하게 틈을 벌리고 있다. 냉장고 안의 불빛이 그 틈새로 아스라이 새어 나온다.
**씬 3: 어둠 속의 움직임**
**[장면]**
같은 날 새벽, 지영의 침실.
캄캄한 어둠 속, 지영은 잠들어 있다.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린다.
갑자기, 침실의 스탠드 갓이 ‘달그락’ 하고 미세하게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처음엔 작게, 그리고 점차 소리가 커진다.
지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뒤척인다. 잠결에 인기척을 느낀 듯, 천천히 눈을 뜬다.
**[연출]**
* 완전한 암전 속에서 지영의 얼굴만 희미하게 보이며, 스탠드 갓이 흔들리는 소리(FS: 달그락, 달그락)만 강조된다.
* 지영의 눈이 천천히 뜨이는 순간 클로즈업. 어둠에 적응하려는 동공이 확대된다.
* 지영의 시선이 향하는 곳. 침대 옆 협탁 위 스탠드가 육안으로도 확연하게 흔들리고 있다. 전등은 꺼져 있지만, 그 형태가 어둠 속에서 불안하게 춤추는 그림자처럼 보인다.
**[대사]**
**지영 (작게, 잠결에 혼잣말):** 으응…? 뭐야…?
**[장면]**
지영은 숨을 죽인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공포감이 엄습하지만, 동시에 ‘피곤해서 헛것을 본 건가’ 하는 합리화가 지배한다. 스탠드의 흔들림이 점차 잦아들고, 이내 멈춘다. 침묵. 지영은 한참을 스탠드를 응시하다가, 다시 눈을 감으려 한다.
그때, 스탠드 아래 협탁 서랍이 ‘스르륵’ 하고 아주 느리게, 그러나 확실하게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지영의 눈이 번쩍 뜨인다.
**씬 4: 의심**
**[장면]**
다음 날 아침.
지영의 아파트 거실. 커피를 내리는 향긋한 냄새가 퍼진다. 지영은 식탁에 앉아 커피잔을 든 채 멍하니 창밖을 응시한다. 어젯밤 일들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돈다. 아무리 생각해도 꿈은 아니었다.
휴대폰을 들어 친구 혜진에게 전화를 건다.
**[연출]**
* 지영의 얼굴 클로즈업. 잠을 제대로 못 잔 듯 눈 밑이 살짝 어둡다.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표정.
* 혜진과의 통화는 목소리만 들린다. (OVERLAP)
**[대사]**
**혜진 (활기찬 목소리):** 야, 지영! 웬일이야, 이 아침부터.
**지영 (조심스럽게):** 혜진아… 나 이상한 일 겪었어.
**혜진:** 또 뭔데? 잠결에 꿈 꾼 거 아니야? 너 요즘 잠 설치잖아.
**지영:** 아니라니까! 진짜라니까. 밤에 침대 옆 스탠드가 저절로 흔들리고, 서랍도 열리고…
**혜진:** (웃음소리) 야, 새집이라 그래. 너 낡은 아파트 처음 살아보잖아. 그런 오래된 건물은 밤에 바람만 불어도 다 삐걱거리고 그래.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마. 네가 잠이 부족해서 그래.
**지영 (답답한 듯):** 그래도… 뭔가 좀 섬뜩해.
**혜진:** 기분 탓이야, 기분 탓. 네가 너무 혼자 있으니까 그런 잡생각이 드는 거야. 주말에 내가 너 보러 갈게. 맛있는 거나 먹자.
**지영:** …알겠어.
**[장면]**
혜진과의 통화가 종료된다. 지영은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놓는다.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려는데,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폰이 아주 미세하게 ‘스르륵’ 하고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지영은 그것을 보지 못한다. 커피를 마신 후 잔을 내려놓는 순간, 컵이 놓여있던 자리에 작은 물방울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움직인 휴대폰의 그림자가 컵 자국을 덮고 있다.
**씬 5: 점점 더 선명하게**
**[장면]**
며칠 후, 저녁.
지영은 퇴근 후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다. 편안한 자세로 리모컨을 만지작거린다. 드라마를 보며 과자를 먹고 있는데, 갑자기 TV 볼륨이 ‘우웅!’ 하고 엄청나게 커진다. 지영은 깜짝 놀라 과자를 쏟을 뻔한다.
**[연출]**
* TV 화면 클로즈업. 드라마 속 배우들이 갑자기 크게 소리치는 것처럼 느껴진다.
* 지영의 얼굴. 눈이 휘둥그레진다.
**[대사]**
**지영 (놀라서):** 으악! 뭐야!
**[장면]**
지영은 손에 든 리모컨으로 볼륨을 줄이려 한다. 하지만 리모컨이 ‘텅’ 소리를 내며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진다. 그리고는 마치 누군가 발로 찬 것처럼, 스르륵 소파 밑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연출]**
* 리모컨이 미끄러져 들어가는 모습 클로즈업.
* 지영의 얼굴. 공포와 당혹감에 질린 표정. 심장이 격렬하게 뛰는 소리(FS: 쿵, 쿵, 쿵)가 배경음을 압도한다.
* 지영이 무릎을 꿇고 소파 아래를 들여다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 침묵이 흐른다. 이윽고, 천장에서 아주 작은 돌멩이가 ‘투둑’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지영은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본다. 아무것도 없지만, 공기 중에 묘한 냉기가 감돈다.
**씬 6: 홀로 남겨진 불안**
**[장면]**
같은 날 한밤중, 지영의 침실.
지영은 침대에 누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얇은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당긴 채, 눈은 감겨 있지만 몸은 잔뜩 경직되어 있다.
거실 쪽에서 희미하게 ‘딸깍’, ‘딸깍’ 하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현관문 잠금쇠 소리, 전등 스위치 소리) 발소리는 아니지만, 누군가 집 안을 돌아다니는 듯한 기시감이 든다.
**[연출]**
* 침대 시트를 움켜쥔 지영의 손 클로즈업. 손등의 핏줄이 도드라진다.
* 지영의 얼굴 클로즈업.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린다. 공포에 질린 채, 천천히 눈을 뜬다.
* 카메라, 지영의 시선이 향하는 방문 틈새를 비춘다. 틈새 너머로 보이는 거실은 완전히 어둡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그 어둠 속에서 ‘딸깍’ 소리가 반복된다.
* 카메라가 방문 밖 복도를 따라 이동한다. 현관문 쪽으로 향한다. 복도 끝, 현관문 잠금쇠가 아주 미세하게 ‘딸깍’ 하고 움직인다. 어둠 속에서 문고리가 아주 살짝,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윽고 완벽한 정적.
**[대사]**
**지영 (떨리는 목소리로, 혼잣말):** 제발… 아무것도 아니라고 해줘…
**[장면]**
정적 속에서 지영의 불안한 숨소리만이 크게 들린다. 그녀는 다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다. 방문 밖 어둠 속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왠지 모르게 불길한 기운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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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존재의 증명
**씬 7: 감시**
**[장면]**
다음 날 낮, 지영의 아파트 거실.
지영은 초조한 표정으로 거실 한편에 작은 홈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다. 어젯밤의 공포는 그녀의 합리화를 완전히 부숴버렸다. 더 이상 기분 탓으로 치부할 수 없다. 그녀는 진실을 확인하고 싶다. 혹은, 증거를 잡고 싶다.
**[연출]**
* 지영의 손이 카메라를 조심스럽게 설치하는 모습 클로즈업. 불안하지만 결연한 표정.
* 카메라가 켜지고, ‘삐빅’ 하는 작은 전자음과 함께 렌즈가 천천히 회전하며 거실 전체를 담는다.
**[대사]**
**지영 (단호하게, 혼잣말):** 그래, 증거를 잡는 거야. 대체 뭔지… 똑똑히 보자.
**씬 8: 포착된 그림자**
**[장면]**
다음 날 아침, 지영의 침실.
지영은 침대 위에서 노트북을 무릎에 올린 채 밤새 녹화된 영상을 확인하고 있다.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하다. 새벽 동안의 영상은 아무런 특이점 없이 평온하기만 하다. 지영은 실망한 듯 한숨을 내쉬려 한다.
**[연출]**
* 노트북 화면 클로즈업. 거실이 고요하게 찍혀 있다. 시간 표시가 ’03:16:58’을 지나고 있다.
* 지영의 얼굴 클로즈업. 실망감과 피곤함이 뒤섞여 있다.
* 노트북 화면. ’03:17:00’을 가리키는 순간, 거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화려한 꽃이 꽂힌 유리 화병이 갑자기 ‘휙’ 소리를 내며 왼쪽으로 쓰러진다.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화병이 산산조각 난다.
* 쓰러지기 직전, 화병 바로 뒤로 아주 희미하고 검은 그림자가 ‘휙’ 하고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것이 포착된다. 사람의 형상은 아니지만, 마치 검은 천이 빠르게 날아간 것처럼, 순간적인 공기의 왜곡처럼 보인다.
**[대사]**
**지영 (경악하며):** 흐읍…! 으아악!
**[장면]**
지영은 비명을 지를 뻔하다가 입을 틀어막는다. 눈은 충격으로 크게 뜨여 있다. 그녀의 손이 빠르게 마우스패드를 움직여 영상을 멈추고, 문제의 순간을 확대한다. 흐릿하지만, 분명하게 보이는 검은 그림자. 지영의 심장이 발작적으로 뛰기 시작한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소름 끼치는 경험이다. 화면 속 그 그림자를 바라보는 지영의 눈동자에 공포가 가득 찬다.
**씬 9: 방문**
**[장면]**
같은 날 저녁, 지영의 아파트 거실.
혜진이 지영의 초대에 못 이겨 아파트에 방문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거실은 낮의 평화로움과는 달리, 어딘가 무거운 공기가 감돈다. 어제 깨진 화병의 파편은 치워졌지만, 바닥에 희미한 물자국과 꽃잎 자국이 남아 있다.
**[연출]**
* 혜진의 얼굴. 평소의 활기찬 모습과는 달리, 약간 긴장한 표정. 지영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하다.
* 지영은 침묵 속에서 노트북을 켜고, 혜진에게 화면을 돌려준다.
**[대사]**
**혜진 (어색하게 웃으며):** 야, 웬일이야. 평일에 갑자기 불러서. 너 요즘 많이 힘든가 보네.
**지영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나… 너한테 보여줄 거 있어.
**혜진 (노트북 화면을 보며):** 뭔데? …어, 이게 뭐야? (처음엔 웃음기) 흔들린 거 아니야? 아니면 카메라 오류 같은 건가?
**지영 (단호하게):** 아니야, 잘 봐. 저 그림자, 보이지? 화병 쓰러지는 것도…
**혜진 (점점 표정 굳어짐):** …으음. 야… 좀 소름 돋는데? 이거 진짜야?
**[장면]**
혜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다. 눈은 여전히 노트북 화면에 고정되어 있지만, 불안한 시선이 주변을 맴돈다. 지영은 그저 혜진의 얼굴만 응시하고 있다. 혜진의 표정 변화가 지영의 말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듯하다.
**씬 10: 격노**
**[장면]**
혜진이 영상을 본 직후, 지영의 아파트 거실.
갑자기 아파트 전체의 불이 ‘지직!’ 소리와 함께 미친 듯이 깜빡이기 시작한다. 전등이 꺼졌다가 켜지기를 반복하며 섬뜩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영과 혜진은 깜짝 놀라 몸을 움츠린다.
**[연출]**
* 전등이 불규칙하게 깜빡이는 모습. 어둠과 빛이 빠르게 교차하며 두 사람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 벽에 걸려 있던 액자(풍경화)가 ‘콰직!’ 소리를 내며 벽에서 떨어져 바닥에 부딪히며 ‘쨍그랑!’ 하고 산산조각 난다. 유리가 사방으로 튀어 지영과 혜진의 발밑으로 굴러간다.
* 공기가 급격히 차가워진다. 입에서 김이 새어 나올 정도로.
* 테이블 위의 작은 장식품들이 ‘달그락’ 소리를 내며 미세하게 떨린다.
**[대사]**
**혜진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소리 지르며):** 야, 이게 뭐야! 지영아!
**지영 (눈물 고인 채):** 몰라! 몰라! 젠장!
**[장면]**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고 공포에 떨고 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기이한 소음과 차가운 공기, 깨진 액자의 파편들. 이 모든 것이 마치 보이지 않는 존재가 분노하는 듯하다.
**씬 11: 탈출 시도**
**[장면]**
격노 현상 직후, 지영의 아파트 현관.
지영과 혜진은 혼비백산하여 현관문으로 달려간다. 문고리를 잡고 온 힘을 다해 돌리려 하지만, 문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마치 안쪽에서 단단히 잠긴 것처럼.
**[연출]**
* 두 사람이 동시에 문고리를 잡고 흔들지만, 꿈쩍도 않는 문.
* 혜진의 얼굴 클로즈업. 절망감과 공포에 질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 지영의 얼굴.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표정이다.
* ‘쿵, 쿵, 쿵…’ 하는 저음의 진동이 바닥을 타고 올라온다. 마치 거대한 심장이 발밑에서 울리는 듯한 소리.
* 현관문 전체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한다.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대사]**
**혜진 (울먹이며):** 문이… 문이 안 열려! 지영아, 이거 뭐야!
**지영 (떨리는 목소리):**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나 아무 짓도 안 했어…!
**[장면]**
두 사람은 문고리를 놓지 않은 채 서로를 바라본다. 그들의 등 뒤로, 거실에서 더 격렬한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마치 모든 가구가 저절로 움직이는 것처럼 ‘끼이익’, ‘쿵쾅’ 하는 소리들이 아파트를 뒤흔든다.
**씬 12: 벽 속의 속삭임**
**[장면]**
현관문이 잠긴 직후, 지영의 아파트 거실 중앙.
지영과 혜진은 이제 거실 중앙에 움츠러들어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다. 거실은 난장판이 되어 있다. 가구들이 여기저기 밀려나 있고, 소파는 뒤집혀 있다.
벽에서 ‘드드득’ 하고 긁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이어서, 희미하게 ‘흐느끼는’ 듯한 소리, ‘으으윽’ 하는 신음 소리 같은 것이 벽 속에서 새어 나온다.
**[연출]**
* 지영과 혜진의 클로즈업. 공포로 질린 얼굴에 눈물과 콧물이 뒤섞여 있다.
* 카메라가 어둠 속의 벽에 포커스를 맞춘다. 벽지 위로 마치 손톱으로 긁은 듯한 ‘길고 하얀 자국’들이 서서히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 긁는 소리와 흐느끼는 소리,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사람의 목소리인지 바람 소리인지 구분하기 힘든 속삭임이 들려온다. 점점 또렷해진다.
**[대사]**
**미지의 존재 (속삭임, 저음):** …나가… …너는… …내 것이 아니야…
**[장면]**
지영과 혜진의 얼굴이 극도의 공포로 일그러진다. 그들은 서로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는다.
그때, 거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깨끗한 유리 접시가 마치 칼로 자른 것처럼 ‘스윽’ 소리를 내며 ‘두 동강’ 난다. 단면은 너무나도 깨끗하다. 접시가 갈라지는 소리(FS: 쨍강!)와 함께, 아파트 전체가 한 번 크게 울린다. 이 모든 광경을 지영과 혜진은 눈을 감지 못하고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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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잊혀지지 않는 그림자
**씬 13: 그 후**
**[장면]**
다음 날 아침, 경찰서.
지영과 혜진은 경찰서 취조실 같은 공간에 앉아 있다. 그들의 옷은 어제의 파편들로 더럽혀져 있고, 얼굴은 엉망이다. 눈빛은 초점을 잃었고, 몸은 잔뜩 움츠러들어 있다.
맞은편에는 중년의 형사(50대)가 앉아 있다. 그는 지영과 혜진의 이야기를 듣고는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연출]**
* 초점 없는 지영의 눈빛 클로즈업. 혜진은 지영의 손을 꼭 잡고 있다.
* 형사의 표정. 믿기 어렵다는 듯, 하지만 동정심도 약간 섞여 있다.
* 창밖으로 보이는 경찰서 풍경. 평범한 도시 풍경이 이들의 처지와 아이러니하게 대비된다.
**[대사]**
**형사:** 그러니까… 두 분 말씀은, 아파트에서 가구들이 저절로 움직이고, 물건들이 부서지고, 문이 저절로 잠겼다는 겁니까? 사람 목소리도 들렸고?
**지영 (작게, 떨리는 목소리로):** …네. 정말이에요. 전부… 다요.
**혜진 (지영의 손을 꽉 잡으며):** 저희가 다 봤어요.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에요.
**형사 (한숨 쉬며):** 음… 두 분 모두 많이 놀라신 것 같군요. 일단 저희가 현장을 확인해봤지만… 외부 침입 흔적은 전혀 없었습니다. 내부도 큰 파손은 아니고요. 아무래도… 심리 상담을 받아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스트레스가 심해서…
**지영 (말문이 막히며):** 하지만… 정말이에요…!
**[장면]**
지영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다. 혜진은 형사를 노려보지만, 형사는 그저 사무적인 표정으로 서류를 정리할 뿐이다. 세상은 그들을 믿어주지 않는다.
**씬 14: 여전히**
**[장면]**
며칠 후, 혜진의 아파트 침실, 밤.
지영은 혜진의 집에서 임시로 머물고 있다. 혜진은 옆 침대에서 깊이 잠들어 있다. 지영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침대 위에서 불안하게 뒤척이다 눈을 뜬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공포와 절망으로 가득하다.
그녀의 시선이 방 안의 작은 테이블로 향한다. 테이블 위에는 혜진이 자기 전에 놓아둔 유리컵이 놓여 있다.
**[연출]**
* 지영의 얼굴 클로즈업. 눈빛은 불안하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기색이 역력하다.
* 어둠 속의 테이블을 비춘다. 유리컵이 아주 미세하게 ‘달그락’ 소리를 내며 움직인다. 마치 누군가 아주 살짝 건드린 것처럼.
* 지영의 눈이 공포로 크게 뜨인다. 그녀의 시선이 고정된 채,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 카메라가 테이블 모서리를 클로즈업한다. 희미하게 습기가 맺히듯, 아주 작고 흐릿한 글씨가 나타난다. 손가락으로 쓴 것처럼, 혹은 김이 서린 유리창에 새겨진 것처럼.
**[대사]**
**미지의 존재 (귓속말처럼, 아주 작게):** …돌아와…
**[장면]**
지영의 얼굴 클로즈업. 공포와 함께 체념, 혹은 알 수 없는 무언가에 갇힌 듯한 표정. 그녀의 귓가에 방금 들었던 속삭임이 메아리처럼 맴돈다.
카메라가 천천히 뒤로 물러나 침대에 웅크린 지영의 모습과, 그 옆 잠든 혜진의 모습을 담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테이블 위 글씨가 희미해지며 사라지는 것을 비추며, 서서히 어둠 속으로 잠긴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