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시간여행)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제1장: 핏빛 황혼, 균열의 서막

서쪽 하늘은 피를 토한 듯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매일 반복되는 석양이었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고통스러운 색채를 띠는 듯했다. 김도진은 낡은 오두막 지붕에 앉아 멀리 뻗어 나가는 제국의 길을 내려다보았다. 흙먼지가 자욱한 길 위에는 비쩍 마른 소들이 끄는 수레들이 줄지어 제국 수도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수레 위에는 방금 수확한 곡식 단들이 가득했지만, 그 곡식들은 결코 이 마을 주민들의 입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었다.

“젠장.”

도진은 낮게 읊조렸다. 그의 손에는 주워 담은 돌멩이가 쥐어져 있었다. 돌멩이의 차가운 감촉이 현실의 냉혹함을 더욱 선명하게 일깨웠다. 과거의 역사서에서 읽었던, 지독하리만치 부패했던 천룡 제국의 서막이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 작은 마을의 고통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수백 년간 이어질 피와 눈물의 시대의 서곡일 뿐이라는 것을.

그는 미래에서 왔다. 정확히는, 천룡 제국이 멸망하고 수백 년이 지난 평화로운 시대에서.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제국이 가장 번성하고 동시에 가장 잔혹했던 시대로 던져졌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웠고, 절망했다. 그러나 이내 그에게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자신이 아는 비극적인 역사를 바꿔야 한다는 것. 특히, 가장 오랫동안 고통받았던 평민들의 운명을.

수레 행렬 뒤로는 흑룡 기사단의 병사들이 거만한 얼굴로 말을 타고 있었다. 그들의 검은 갑옷은 석양빛을 받아 불길하게 번뜩였다. 병사들은 채찍을 휘두르며 수레를 모는 마을 사람들을 재촉했다. 지쳐 쓰러지는 노인에게는 가차 없이 발길질이 날아들었다.

“이 빌어먹을 자식들…”

도진은 주먹을 꽉 쥐었다. 심장이 욱신거렸다. 제국은 백성들의 피를 빨아 성장했지만, 그 끝은 늘 비참했다. 역사서에는 이 시기 수많은 민란이 일어났고, 제국은 잔혹하게 이를 진압하며 더욱 억압적인 통치를 이어갔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도진은 그 비극을 반복할 수 없었다. 시작부터 다른 길을 만들어야 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도진은 오두막 지붕에서 조용히 내려왔다. 그림자처럼 마을을 가로질러 낡은 여관의 지하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그를 기다리는 몇몇 얼굴들이 있었다. 그들 역시 제국의 폭정에 시달리는 평범한 사람들이었지만, 눈빛만은 꺼지지 않는 불꽃을 품고 있었다.

“왔나, 도진.”

지하실 문을 열자마자, 우직한 덩치의 민준이 그를 반겼다. 민준은 대장장이 출신으로, 강한 힘과 굳건한 신념을 가진 사내였다. 그의 옆에는 영리한 눈빛의 하나가 앉아 있었다. 하나는 마을의 약초꾼으로, 조용하지만 예리한 통찰력을 가진 이였다. 그리고 이들을 포함해 대여섯 명의 마을 젊은이들이 촛불 아래 모여 있었다.

“늦어서 미안하다.” 도진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늦을 리가. 자네가 약속 시간을 어긴 적은 없지.” 민준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시기 전부터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도진아, 이번에는 곡물뿐만이 아니다. 이번 순찰대 녀석들이 젊은이들을 더 뽑아간단다. 수도의 성벽 보수 공사에 쓸 노예가 필요하다더군.”

하나가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벌써 이달 들어 세 번째예요. 아이들이 굶주려 죽어가요. 언제까지 이리 참고만 있어야 하나요?”

지하실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모두의 얼굴에 좌절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평민들의 삶은 매일매일 지옥 같았다. 제국의 군대는 보호는커녕 약탈만을 일삼았고, 세금은 사람들의 숨통을 조여왔다.

도진은 그들의 눈을 하나하나 응시했다. 이들의 분노가 바로 그가 움직여야 할 이유였다.

“참고만 있을 수는 없어.” 도진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어떤 쇠망치 소리보다 단단하게 울렸다. “내가 아는 미래는… 너무 참혹했다. 이대로라면 우린 수백 년간 이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해. 수도에선 오늘도 황제의 생일 연회가 열리겠지만, 이곳의 아이들은 굶어 죽고 있어.”

“그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한 젊은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흑룡 기사단은 너무 강대하고… 우린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어.”

도진은 촛불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보았다. 한없이 작아 보였다. 하지만 그 그림자 속에는 미래의 지식이 숨겨져 있었다.

“그렇지 않아.” 도진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은 촛불보다도 밝게 타올랐다. “흑룡 기사단 본대는 지금 서쪽 국경으로 움직였다. 북부 산적 토벌 명목으로 수도를 비웠지. 이 도로는 당분간 소규모 보급대가 주로 사용할 거야. 특히 이틀 뒤 새벽에 지나갈 소금 보급대는 기사단 호위가 거의 없을 거다.”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민준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자네… 그 정보를 어떻게?”

도진은 미미하게 미소 지었다. “내가 아는 역사는 그들의 가장 큰 약점이야. 그들의 오만함이 바로 우리가 파고들 균열이다.”

하나가 침착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소금이라면… 귀한 물건이에요. 그걸 빼앗아 오면 당분간 식량을 구할 수 있고, 일부를 팔아 무기를 마련할 수도 있겠어요.”

“단순히 소금을 빼앗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도진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그들에게 보여줘야 해. 더 이상 이대로 참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이 작은 반란이 시작점이 되어야 해. 수도에 있는 다른 평민들에게도 불씨를 던져줄 수 있다면…”

민준의 얼굴에 다시 희망의 빛이 서렸다. “좋아! 소금 보급대라면… 해볼 만하다! 이대로 죽으나, 싸우다 죽으나 마찬가지라면, 싸우다 죽는 것이 낫지!”

다른 젊은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눈빛에는 절망 대신 결의가 깃들기 시작했다.

도진은 그들을 둘러보았다. 이들은 역사서에 기록되지 않은, 이름 없는 영웅들이었다. 그들의 작은 불씨가 미래의 거대한 들불을 지필 것이라는 것을 도진은 알고 있었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그가 아는 미래는 수많은 실패와 희생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가 있기에.

“준비하자.” 도진이 나직이 말했다. “이틀 후 새벽, 붉은 황혼이 아닌 새로운 새벽을 맞이할 준비를.”

촛불은 흔들렸다. 그 작은 불꽃이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도진은 그 그림자 속에서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이 피의 역사를 반드시 바꿔내리라고. 그의 어깨에 짊어진 무게는 단순히 한 마을의 운명이 아니었다. 미래 전체의 역사를 짊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에게는 이 작은 불꽃이, 거대한 제국의 심장을 태울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