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러 상세한 애니메이션 대본 및 스토리보드

## 고대의 그림자

**장르:** 오컬트 호러

### **프롤로그: 버려진 숨결**

**[씬 1] 폐허로의 발걸음**

**[시각]**
* **[FADE IN]**
* **[와이드 샷]** 비가 그친 직후의 음산한 숲길. 축축한 흙길 위로 굵은 나무뿌리들이 뱀처럼 꿈틀대고 있다. 안개는 낮게 깔려 나뭇가지 사이를 떠다니며 신비롭지만 어딘가 불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멀리, 도시의 마천루들이 희미하게 보이지만, 이곳은 마치 시간에서 단절된 섬 같다.
* **[클로즈업]** 질척이는 흙탕물 웅덩이 위로, 투박하지만 튼튼해 보이는 등산화가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다. 물웅덩이에 일렁이는 하늘은 잿빛이다.
* **[미디엄 샷]** 이하윤(20대 초반)의 뒷모습. 검은색 후드티에 낡은 카고 팬츠, 큼지막한 등산 배낭을 메고 있다. 가끔 주머니에서 꺼낸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확인하거나, 낡은 메모를 들여다보는 모습에서 익숙함과 함께 지루함이 묻어난다.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은 어깨 위로 툭 떨어져 있다.
* **[트래킹 샷]** 하윤이 숲길을 따라 오르막을 걷는다. 길은 점점 좁아지고, 나무들은 하늘을 가려 낮인데도 어둑하다. 눅눅하고 퀴퀴한 흙냄새, 그리고 이끼 낀 돌 냄새가 코를 찌른다.
* **[클로즈업]** 녹슨 철조망이 찢겨 있고, 그 너머로 희미하게 ‘출입금지’라고 쓰여진 낡은 안내판이 보인다. 글씨는 거의 지워져 형태를 알아보기 어렵다.
* **[풀 샷]** 마침내 숲의 끝에 다다르자, 폐허가 된 사찰의 윤곽이 드러난다. 낡아 부서진 목조 대문은 한쪽으로 기울어 위태롭게 매달려 있고, 그 뒤로는 무너진 담장과 이끼로 뒤덮인 석탑의 잔해가 보인다. 주변은 넝쿨과 잡목으로 완전히 뒤덮여 흡사 거대한 유적을 삼켜버린 밀림 같다. 이곳은 과거 ‘무영사(無影寺)’라고 불렸던 곳이다.
* **[클로즈업]** 하윤의 눈빛. 호기심과 함께 옅은 짜증, 그리고 왠지 모를 기대감이 스친다.

**[사운드]**
* (음산한 바람 소리)
* (하윤의 묵직한 발걸음 소리. 진흙을 밟는 뽀드득 소리, 낙엽 밟는 바스락거림)
* (나뭇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윙윙거리는 소리)
*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도시의 소음, 이곳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 (미세하고 낮은, 거의 들리지 않는 진동음)

**[대사/내레이션]**
**하윤 (내레이션):** (무미건조하게) 또 여기다. 이번엔 또 뭘 건질 수 있을까. 낡은 도자? 아니면 누군가 흘리고 간 추억의 조각?
**하윤 (내레이션):** 지긋지긋한 현실 도피도 이제는 지겨워. 차라리 엄청난 걸 찾아서, 이 지루한 일상을 깨버리고 싶어.
**하윤 (내레이션):** 무영사(無影寺). 그림자조차 사라진 절이라.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군. 이런 데는 항상 뭔가 있든가, 아니면 아무것도 없든가 둘 중 하나지.

**[씬 2] 숨겨진 어둠**

**[시각]**
* **[롱 샷]** 하윤이 무영사 터 내부로 들어선다. 넓은 마당은 이제 허리춤까지 오는 잡풀로 가득하고, 곳곳에 깨진 기와 조각과 부서진 목재들이 널려 있다. 과거 대웅전이었을 자리에는 주춧돌만이 남아, 텅 빈 하늘을 향해 서 있다.
* **[트래킹 샷]** 하윤은 익숙한 듯 폐허 사이를 헤치고 다닌다. 손전등을 켜서 어두운 구석구석을 비추거나, 무너진 석탑의 조각들을 유심히 살핀다. 하지만 특이한 것은 없다. 이미 수없이 많은 이들의 손을 탔을 법한 평범한 폐사지 풍경이다.
* **[클로즈업]** 하윤의 표정에 실망감이 스친다. 헛걸음인가 하는 생각에 한숨을 내쉰다.
* **[줌 인]** 그때, 그녀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한다. 대웅전 터 뒤편, 무성한 담쟁이덩굴과 칡넝쿨이 뒤엉킨 곳. 다른 곳보다 유난히 흙이 돋아나 있고, 불규칙한 바위 덩어리들이 겹쳐져 있다. 자연스러운 지형 같기도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다.
* **[미디엄 샷]** 하윤이 호기심에 이끌려 그곳으로 다가간다. 낡은 등산 스틱으로 넝쿨을 헤치자, 녹색의 카펫 뒤로 희미하게 틈이 드러난다.
* **[클로즈업]** 바위 틈새. 너무나 좁고 어두워서 마치 땅이 입을 벌린 것 같다. 퀴퀴한 흙냄새와 함께, 이전에 맡아보지 못한 낯선, 비릿하고 알 수 없는 향이 희미하게 흘러나온다.
* **[핸드헬드 샷]** 하윤이 스마트폰 손전등을 켜 틈새 안으로 비춰본다. 빛이 닿지 않는 깊은 어둠이 펼쳐진다.
* **[클로즈업]** 하윤의 얼굴. 망설임과 함께 더 강렬해진 호기심이 교차한다. 그녀의 눈빛이 흔들린다.
* **[미디엄 샷]** 하윤이 배낭에서 소형 랜턴을 꺼내 머리에 장착한다.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결심한 듯 몸을 웅크려 바위 틈새로 비집고 들어간다. 몸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은 통로다.
* **[POV 샷 – 하윤 시점]** 좁고 울퉁불퉁한 흙벽이 눈앞을 가득 메운다. 랜턴 빛이 겨우 어둠을 가를 뿐, 좌우는 물론 앞도 보이지 않는다. 눅눅하고 축축한 공기가 폐부를 짓누르는 듯하다.
* **[클로즈업]** 하윤의 발이 삐끗하며, 조약돌 몇 개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지는 소리.
* **[미디엄 샷]** 터널은 지하로 계속 이어진다. 길이는 알 수 없다. 하윤은 손으로 벽을 짚으며 조심스럽게 전진한다. 벽에는 간혹 날카로운 돌출부가 있어 옷을 긁히거나 손에 상처를 입힌다.

**[사운드]**
* (잡풀을 헤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
* (하윤의 지친 한숨 소리)
* (넝쿨을 걷어내는 마찰음)
* (땅속에서 울리는 듯한, 아까보다 조금 더 커진 낮은 진동음)
* (하윤의 거친 숨소리)
* (조약돌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지는 ‘촤르르’ 소리, 그리고 정적)
* (알 수 없는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듯한 답답한 효과음)
* (좁은 공간에서 옷이 벽에 스치는 ‘스륵스륵’ 소리)
* (점점 커지는 불길한 진동음, 거의 들리지 않는 저음의 울림)

**[대사/내레이션]**
**하윤 (내레이션):** 이런 유적을 많이 다녔지만, 이런 식으로 숨겨진 곳은 처음이야. 지도에도 없던데…
**하윤 (내레이션):** 설마 도굴꾼들이 파놓은 건 아니겠지. 요즘 세상에 이런 데까지…
**하윤 (혼잣말):** 젠장, 좁아 터졌네. (숨을 헐떡이며) 그래도… 왠지 모르게 발이 떨어지지 않아. 이 끈질긴 호기심… 날 또 어디로 밀어 넣는 거야.
**하윤 (내레이션):** 폐쇄공포증이라도 있으면 진작에 포기했을 거야. 하지만 이 어둠 속에서 나는 오히려… 살아있음을 느낀다. 이상하게도.
**하윤 (내레이션):** 대체 이 길의 끝에는 뭐가 있을까? 혹시…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걸까?

### **챕터 1: 심연의 제단**

**[씬 3] 고대의 숨결**

**[시각]**
* **[와이드 샷]** 길고 좁았던 터널의 끝. 갑자기 시야가 트이며 예상치 못한 넓은 공간이 나타난다. 원형의 거대한 동굴 형태인데, 매끄럽게 다듬어진 벽면과 돔 형태의 천장이 자연적인 동굴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기는 눅눅하지만 이전에 맡았던 퀴퀴함과는 다른, 뭔가 무겁고 오래된 듯한 향으로 가득하다.
* **[미디엄 샷]** 하윤의 랜턴 불빛이 공간을 가로지르며, 벽면에 새겨진 기묘한 그림들을 비춘다. 그것은 불교 양식도, 토속 신앙의 그림도 아니다. 거친 선으로 그려진 형상들은 마치 태고의 악몽에서 튀어나온 듯 기괴하다. 팔다리가 뒤틀린 인간 형상, 거대한 눈동자, 알 수 없는 촉수 같은 것들이 뒤섞여 흐릿하게 보일 듯 말 듯한 벽화로 그려져 있다. 벽화의 색은 거의 바랬지만, 그 잔상은 섬뜩함을 자아낸다.
* **[클로즈업]** 벽화에 그려진 형상 중 하나. 초점을 맞추지 않은 듯한 거대한 눈이 하윤을 똑바로 응시하는 듯하다. 마치 그림 속 존재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 **[미디엄 샷]** 동굴 중앙에는 투박하게 깎인 석조 제단이 자리 잡고 있다. 제단은 주변의 바위들과 같은 재질이지만, 그 표면에는 더욱 정교하고 불길한 문양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문양들은 마치 살아있는 벌레들처럼 꿈틀거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 **[클로즈업]** 제단 위.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아야 할 듯한 제단 위에, 검은색 흑요석 같은 돌덩이 하나가 놓여 있다. 크기는 사람의 머리통만 하다. 랜턴 빛을 반사하기는커녕, 오히려 빛을 빨아들이는 듯한 깊은 어둠을 내뿜는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돌의 내면에서 희미하게, 아주 희미하게 어두운 기운이 맥박처럼 흘러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 **[풀 샷]** 하윤이 홀린 듯 천천히 제단으로 다가간다. 그녀의 그림자가 제단에 닿을 듯 말 듯 길게 드리워진다. 그녀의 눈은 온전히 그 검은 돌에 고정되어 있다.
* **[클로즈업]** 하윤의 손. 떨리는 손이 조심스럽게 돌을 향해 뻗어 나간다. 손끝이 돌에 거의 닿을락 말락 하는 순간, 돌에서 희미하게 진동이 느껴진다.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요동친다.
* **[클로즈업]** 손가락이 흑요석 같은 돌의 표면에 닿는 순간.
* **[FLASH!]** 돌에서 검은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며 공간을 집어삼킨다.
* 동시에, 제단과 벽에 새겨진 모든 기이한 문양들이 피처럼 붉게, 혹은 썩은 풀처럼 초록색으로 섬뜩하게 빛을 발하며 맥동한다.
* 하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뒤로 날아간다.

**[사운드]**
* (낮게 깔린 진동음이 점점 커지며 귀청을 때린다. 거의 고통스러울 정도로 커진다.)
*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알 수 없는 언어의 속삭임. 수많은 목소리가 겹쳐져 혼란스럽다.)
* (점점 빨라지는 하윤의 심장 소리)
* (돌에 손이 닿는 순간, ‘치지직!’ 하는 강력한 전기 스파크 소리)
* (돌에서 기운이 폭발할 때, 거대한 바위가 산산조각 나는 듯한 ‘콰앙!’ 하는 굉음)
* (문양들이 빛을 발할 때, 신경을 긁는 듯한 날카로운 금속음과, 이명이 들리는 듯한 고주파 음)
* (하윤이 바닥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
* (정적, 그리고 다시 이전보다 훨씬 강렬해진 진동음과 속삭임)

**[대사/내레이션]**
**하윤 (혼잣말):** (경외감과 두려움이 뒤섞인 목소리로) 세상에… 이게 뭐야?
**하윤 (내레이션):** 이런 유물은 본 적 없어. 불교 양식도 아니고… 샤머니즘인가? 아니, 그보다 더 오래된… 선사시대의 어떤 것일까?
**하윤 (혼잣말):** (벽화를 보며) 그림들이… 왠지 모르게 기분 나빠. 눈이… 날 쳐다보는 것 같아. 살아있는 것처럼.
**하윤 (내레이션):** 저 돌… 차가워 보이지만, 왠지 따뜻해 보여. 아니, 따뜻함을 넘어 뜨거운 무언가에 홀린 듯한 기분이야.
**하윤 (내레이션):** (손을 뻗으며) 닿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왜… 왜 멈출 수가 없지?

### **챕터 2: 각성하는 그림자**

**[씬 4] 몸의 침식**

**[시각]**
* **[클로즈업]** 하윤이 바닥에 쓰러져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얼굴은 공포와 혼란으로 일그러져 있다.
* **[핸드헬드 샷]** 그녀의 시선이 자신의 손바닥으로 향한다. 돌에 닿았던 오른손바닥에는, 마치 정교하게 그려진 문신처럼 검고 복잡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문양은 꿈틀거리는 촉수 같기도 하고, 뒤틀린 얼굴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 문양 안쪽에서 희미하게, 아까 돌에서 보았던 어두운 기운이 맥동하고 있다. 마치 혈관처럼, 그 기운이 그녀의 팔 안쪽으로 천천히 스며드는 것이 보인다.
* **[클로즈업]** 하윤의 눈동자. 공포와 함께, 알 수 없는 힘에 대한 기묘한 끌림이 스쳐 지나간다. 눈동자 깊은 곳에 어둡고 붉은 기운이 스치는 듯하다.
* **[미디엄 샷]** 제단 위의 검은 돌은 이제 안정적인 어두운 빛을 발하고 있다. 벽면의 문양들도 아까처럼 격렬하게 빛나지는 않지만, 어두운 공간 속에서 희미하게, 그리고 꾸준히 빛을 내고 있다. 그 빛은 하윤의 손바닥 문양과 미묘하게 연결된 듯 보인다.
* **[줌 아웃]** 하윤이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무릎이 풀려 다리가 후들거린다. 온몸이 춥고, 동시에 뜨겁다. 속에서부터 알 수 없는 힘이 끓어오르는 듯한 감각.
* **[POV 샷 – 하윤 시점]** 동굴 내부의 벽화들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인다. 어둠 속에 잠겨 있던 그림자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며, 벽화 속의 눈들이 그녀를 따라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동굴의 공기가 일그러지는 것처럼 보이고, 시야가 뿌옇게 흐려진다.
* **[클로즈업]** 하윤의 귀에서 붉은색 액체가 한 방울 흐르는 모습. (작게 묘사, 처음에는 알아보기 어렵게)
* **[풀 샷]** 하윤이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친다. 그녀의 그림자가 벽에 비치는데, 잠깐이지만 그림자의 윤곽이 마치 촉수처럼 길게 늘어나거나, 기형적인 형태로 뒤틀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녀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듯하다.

**[사운드]**
* (하윤의 거친 숨소리, 떨리는 목소리)
* (손바닥의 문양에서 들려오는 듯한, 낮고 불길한 맥동음)
* (귀를 긁는 듯한, 이명에 가까운 고주파 음)
* (속삭임이 이제는 훨씬 명확해졌다. 여전히 알 수 없는 언어지만, 마치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 (동굴 전체를 울리는 듯한, 으스스한 저음의 웅웅거림)
* (하윤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소리, 공포에 질린 비명 소리)

**[대사/내레이션]**
**하윤 (혼잣말):** (떨리는 목소리로) 뭐야?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하윤 (내레이션):** 내 손… 이게 뭐야? 문신…? 언제 생긴 거지? (문양을 만지며) 뜨거워… 아파…
**하윤 (혼잣말):** 돌에서… 이 기운이… 나한테 들어온 건가? (공포에 질려 중얼거린다.) 미쳤어… 내가 미쳤나 봐…
**하윤 (내레이션):** (환청처럼 들리는 속삭임에 고개를 흔들며) 환청인가…? 너무 놀라서 헛것이 들려. 아니, 아니야… 너무 생생해…
**하윤 (혼잣말):** (벽화를 노려보며) 그림들이… 날 보고 있어. 살아있는 것처럼. 저 눈들이… 날…
**하윤 (내레이션):** 온몸이 시리도록 추운데, 손바닥은 불에 덴 듯 뜨거워. 속에서부터 뭔가 끓어오르는 것 같아. 이질적이고… 불길한 기운이…
**하윤 (혼잣말):** (이를 악물며) 빨리 여기서 나가야 해. 당장.

**[씬 5] 그림자의 추격**

**[시각]**
* **[미디엄 샷]** 하윤이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되짚어 도망치기 시작한다. 좁은 터널은 이제 더 길고, 더 어둡고,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벽이 그녀를 짓누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 **[POV 샷 – 하윤 시점]** 랜턴 불빛이 빠르게 앞을 비춘다. 발이 미끄러지고, 손으로 짚는 벽은 차갑고 축축하다. 터널 끝, 동굴 내부에서는 여전히 검은 돌의 기운이 맥동하고, 벽화의 눈들이 그녀를 노려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진다.
* **[클로즈업]** 하윤의 등 뒤, 동굴 입구에서 검은 액체 같은 그림자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기 시작한다. 마치 동굴 자체가 어둠의 숨결을 토해내는 것 같다. 그 그림자들은 천천히, 하지만 집요하게 그녀를 따라온다.
* **[미디엄 샷]** 하윤이 마침내 터널을 빠져나와 폐사지 마당으로 다시 나온다. 비는 완전히 그쳤지만, 하늘은 짙은 먹구름으로 가득하고, 지독한 어둠이 드리워져 있다. 주변의 나무들은 마치 거대한 팔을 뻗어 그녀를 붙잡으려는 듯 위협적으로 보인다.
* **[풀 샷]** 하윤이 미친 듯이 폐사지 마당을 가로질러 달린다. 발이 늪처럼 질척이는 진흙에 빠지고, 넝쿨에 걸려 넘어질 뻔한다.
* **[클로즈업]** 하윤의 그림자.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순간적으로 거대한 낫 모양으로 변했다가, 다시 사람의 형상으로 돌아온다. 하윤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다.
* **[오버 숄더 샷]** 하윤이 뒤를 돌아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공기 중에 뭔가 미묘하게 일그러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녀의 오감이 날카로워진 듯하다.
* **[클로즈업]** 하윤의 눈. 공포에 질려 잔뜩 겁먹은 눈동자에는, 이제 이전보다 선명한 붉은 기운이 감돈다.
* **[클로즈업]** 숲길, 찢어진 철조망 틈새를 통해 필사적으로 빠져나가는 하윤의 뒷모습.
* **[롱 샷]** 하윤이 도시로 향하는 숲길을 전력 질주한다. 멀리 도시의 불빛이 희미하게 보이지만, 그녀에게는 아직 멀기만 하다. 그녀의 뒤로는, 숲의 어둠이 마치 살아있는 그림자처럼 그녀를 뒤쫓아오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발밑, 길게 늘어진 그림자는 이전보다 훨씬 더 길고, 기괴하게 일렁인다. 그 그림자의 끝에, 흐릿하게나마 무언가 다른 형체가 겹쳐 있는 듯하다.
* **[FADE OUT]**

**[사운드]**
* (하윤의 헐떡이는 숨소리, 공포에 질린 거친 숨소리)
* (터널 안, 벽에 몸이 쓸리는 ‘스륵스륵’ 소리)
* (뒤에서 들려오는, 액체가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듯한 ‘척척’ 소리)
* (폐사지 마당을 질주하는 발소리. 진흙을 밟는 ‘질퍽’, 넝쿨에 걸리는 ‘쿠당탕’ 소리)
* (귓가에서 계속 맴도는, 이제는 거의 구체적인 형체를 띤 듯한 알 수 없는 속삭임)
* (갑작스럽게, 나뭇가지가 ‘툭!’ 하고 부러지는 소리. 하윤이 움찔하며 멈칫한다.)
* **하윤 (작게 신음하며):** 누구… 누구야?!
* (아무 대답도 없다. 오직 바람 소리와, 알 수 없는 속삭임만이 그녀의 귀를 맴돈다.)
* (점점 멀어져 가는 하윤의 발소리)
* (그 뒤를 쫓는 듯한, 발소리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기이한 그림자 소리)
* (점점 희미해지는 모든 소리, 그리고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듯한 불길한 정적)

**[대사/내레이션]**
**하윤 (혼잣말):** 젠장! 젠장! 이게 대체 무슨…
**하윤 (내레이션):** 꿈이야. 악몽이야. 분명히 그럴 거야. 깨어나면 아무것도 없겠지.
**하윤 (혼잣말):** 아니, 아니야! (손바닥의 문양을 보며) 이 감각… 생생해. 거짓말이 아니야.
**하윤 (내레이션):** 내가… 내가 뭔가 엄청난 걸 건드린 것 같아. 되돌릴 수 없는… 그런 걸.
**하윤 (내레이션):** 이 폐사지에서 나는 단순히 고대의 유물을 찾은 게 아니었다. 나는… 내가 존재해서는 안 될 곳의 문을 열어버린 것이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