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챕터 1. 아스테리움의 심연

차디찬 스카이브릿지 위를 걷는 이안의 발걸음은 늘 초조했다. 수백 미터 아래로는 잿빛 공해와 금속성 냄새가 뒤섞인 언더시티의 슬럼가가 아득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 위, 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아스테리움 마법학원의 첨탑들은 마치 거대한 크리스털 덩어리처럼 빛나고 있었다. 명망 높은 귀족 자제들, 기업의 후계자들, 혹은 순수한 마나 적성을 타고난 극소수의 선택받은 자들만이 저 빛나는 유리벽 안에서 ‘진정한 마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이안은, 그 ‘극소수’에 포함된, 동시에 ‘선택받은 자’와는 거리가 먼 언더시티 출신 장학생이었다.

손목에 찬 낡은 개인 단말기가 조용히 울렸다. 이안의 단말기는 동급생들이 자랑스레 휘두르는 홀로그램 인터페이스의 고급 모델과는 달리, 닳고 닳은 플라스틱 케이스와 간신히 작동하는 잔상 디스플레이가 전부였다. 메시지는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였다.

**[경고: 지하 17구역 정기 점검 00시까지 완료 요망. 지연 시 페널티 부과.]**

이안은 픽, 하고 쓴웃음을 흘렸다. 아스테리움 마법학원에서 천재라 불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는, 매주 한 번 지하 깊숙한 곳의 낡은 마나 증폭로의 필터를 교체하는 일이었다. 다른 학생들은 최신 모델의 마법 드론을 이용해 공중에서 고대 마법진을 새기거나, 증강현실(AR) 스피어 필드에서 가상 마수를 소환하는 연습에 열중할 때였다.

정문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천장에 박힌 인공 태양등이 눈부시게 빛났다. 그 빛 아래로 고대 마법어 문양이 새겨진 유리벽과 최신식 정보 패널이 오묘하게 뒤섞여 있었다. 학생들은 개개인의 마나 적성에 맞춰 최적화된 슈트를 입고 있었고, 손목이나 목덜미에 박힌 마나 증폭 임플란트에서는 은은한 푸른빛이 새어 나왔다. 마치 살아있는 예술품 같았다. 그들의 정교하게 제어된 마법 파동이 공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안은 그들 사이를 조용히 통과했다. 그의 유일한 장비는 허름한 교복 아래 숨겨진 마나 스캐너와, 마법 학교 지하의 복잡한 구조를 겨우 외워버린 자신의 머리뿐이었다.

지하 1층, 2층… 계단은 점점 아래로, 그리고 오래된 금속 냄새가 짙어지는 곳으로 이어졌다. 최상층의 화려함과는 달리, 이곳은 학원의 빛이 미치지 않는 곳이었다. 벽은 습기에 절어 있었고, 군데군데 낡은 마나 램프가 깜빡이며 기괴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철문에는 녹이 슬어 있었고, 보안 패널은 과거의 유물처럼 낡아 보였다. 하지만 이안은 알고 있었다. 이곳의 보안이, 오히려 학원의 어떤 구역보다 더 철저하다는 것을.

지하 17구역 입구에 도착하자, 단말기에서 다시 삑- 하는 소리가 났다. 생체 인식과 마나 파동 인증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묵직한 철문이 삐걱이며 열렸다. 내부는 암흑이었다. 이안은 단말기의 손전등 기능을 켰다. 좁고 긴 복도, 양옆으로는 용도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기계들이 침묵하고 있었다. 차가운 공기가 폐 속으로 스며들었다. 이곳은 학원의 ‘쓰레기통’이었다. 구식 증폭로, 폐기된 마법 장치, 실험의 잔해들이 버려진 곳.

익숙한 길을 따라 안쪽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증폭로실은 복도 끝에 있었다. 하지만 그 전에, 이안의 발걸음이 멈췄다. 왼쪽 벽에 있는, 늘 무심코 지나쳤던 거대한 금속 패널 때문이었다. 보통은 굳게 닫혀있고, 어떤 문양도 없어 그저 벽의 일부라고 생각했던 곳이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패널의 가장자리를 따라 얇고 푸르스름한 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마치 내부에 있는 무언가가, 약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처럼.

“뭐지?”

이안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손끝이 닿기 직전, 패널에서 약한 정전기가 튀었다. 동시에 귀에 들려온 것은, 어떤 낮은 울림이었다. 심장이 뛰는 소리 같기도 하고, 거대한 기계가 느리게 움직이는 소리 같기도 했다. 규칙적이지만, 어딘가 불쾌한 진동이었다.

이안은 낡은 마나 스캐너를 꺼내 금속 패널에 가져다 댔다. 디스플레이가 혼란스럽게 깜빡였다. 보통 때는 안정적인 수치를 보여주던 스캐너가, 이곳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파동을 잡아내고 있었다. 마나 파동도 아니었고, 전자기 파동도 아니었다. 기이하게 뒤섞인 에너지였다. 액체처럼 일렁이다가, 고체처럼 굳어버리는 듯한 파동. 그리고 스캐너 액정에 흐릿하게 떠오른 알 수 없는 고대 문양. 이안은 그 문양을 본 적이 없었다. 교과서에도, 고대 마법 문헌에도 없던 형태였다.

그때였다.
“거기 누구지?”

차가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이안은 화들짝 놀라 몸을 돌렸다. 복도 저편, 희미한 램프 불빛 아래로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늘 복도를 순찰하는 경비원이었다. 그의 얼굴은 어둠 속에 가려져 있었지만, 손에 든 구식 레이저 권총의 총구에서 푸른빛이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 저는… 지하 17구역 마나 증폭로 필터 교체하러 온 학생입니다.” 이안은 당황하며 더듬거렸다.

“학생? 이 시간에 여긴 왜 서성거리고 있지? 증폭로는 더 안쪽에 있을 텐데.”

경비원은 천천히 이안에게 다가왔다. 그의 시선은 이안의 손에 들린 스캐너와, 뒤편의 금속 패널을 번갈아 응시했다. 이안은 스캐너를 황급히 주머니에 넣었다.

“잠시 길을 착각했습니다. 바로 증폭로로 가겠습니다.”

“착각? 여긴 외길인데?” 경비원의 목소리에 날카로운 의심이 섞였다.

이안은 침을 꿀꺽 삼켰다. 거짓말이 통하지 않을 것을 직감했다. 그때였다. 이안의 등 뒤, 금속 패널에서 푸른빛이 한층 더 강렬하게 깜빡였다. 동시에 이안의 낡은 스캐너에서 다시 삐-익 하는 경고음이 울렸다. 마치 패널 안의 무언가가 스캐너에 반응하는 것처럼.

경비원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의 손에 들린 권총이 이안을 향해 똑바로 겨눠졌다.
“그 뒤에 뭐가 있지?”

이안은 차마 뒤돌아볼 수 없었다. 금속 패널 안에서 느껴지는 진동이, 이제는 자신의 심장 박동과 겹쳐지는 듯했다. 단순히 낡은 기계가 아니었다. 이곳에 감춰진 무언가가, 지금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짐승이 잠에서 깨어나기 전의 숨소리처럼.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냥… 낡은 벽입니다.”

이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금속 패널에서 섬광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강렬한 마나 파동이 복도 전체를 뒤흔들었다. 이안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귀를 찢는듯한 기계음과 함께, 패널 안에서 어떤 비명소리가, 그것도 여러 겹으로 겹쳐진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이안의 낡은 스캐너는 이제 완전히 오작동하며 미친 듯이 경고음을 토해냈다.

경비원은 한순간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얼굴이 굳어졌다.
“젠장…!”

그는 다급하게 허리춤의 통신 장치에 대고 뭐라고 외쳤다. 그리고는 다시 이안을 노려보며 외쳤다.
“당장 여기서 나가지 못해! 넌 여길 본 적이 없어야 해!”

패널에서 뿜어져 나오는 섬광과 비명 소리는 더욱 격렬해졌다. 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공포가 그를 휘감았다. 그는 저 너머에서 울리는 소리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저것은 단순한 기계음이 아니라는 것을. 저 비명은, 살아있는 무언가가 고통받는 소리라는 것을.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심장이 터질 듯이 울렸지만, 그 소리마저 지하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섬뜩한 비명에 파묻히는 듯했다. 이안은 달리고 또 달렸다. 그가 본 것은 무엇일까? 아스테리움 마법학원의 지하에, 과연 어떤 끔찍한 금기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어둠 속에서, 이안은 알 수 없는 존재의 차가운 시선을 느꼈다. 그 시선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마치 새로운 먹잇감을 발견한 포식자의 시선처럼, 끈적하고 집요하게 그를 쫓아왔다.

지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향해 죽을힘을 다해 뛰어오르면서, 이안은 맹세했다. 언젠가, 반드시 저 지하의 비밀을 파헤치고 말겠다고.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저 이 끔찍한 심연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이안은 알지 못했다. 그가 금기의 문을, 이제 막 열어젖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