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아케인 성역 아카데미. 이름만 들어도 고풍스러운 마법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이 거대한 학원은, 그 웅장한 첨탑과 빛나는 창문들 아래로 수백 년의 비밀을 품고 있었다. 나는 3학년 김현우. 별 볼 일 없는 재능과 꾸준한 노력으로 그럭저럭 버텨내고 있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적어도, 그날 밤 도서관에서 그 책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젠장, 이 마법식은 또 뭐야? 대체 ‘은하의 심장에서 피어나는 눈물’이 어떤 의미인데…”

늦은 밤, 거대한 중앙 도서관의 램프들이 어둠을 밀어내고 책상 위를 비추고 있었다. 산처럼 쌓인 고대 마법학 서적들 사이에서 나는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기말 시험이 코앞이었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 난해한 마법 방정식의 핵심을 파악할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괜스레 책장 사이를 어슬렁거렸다. 평소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구석진 섹션, 햇빛 한 줌 들지 않는 음습한 곳이었다.

손이 닿는 곳마다 먼지가 수북했다. 분명 관리되지 않은 곳인데, 희미한 마력의 잔향이 느껴졌다. 호기심에 이끌려 손을 뻗자, 낡은 가죽으로 된 두꺼운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책들과 달리 아무런 분류 태그도, 제목도 없었다. 마치 그 존재 자체가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책을 빼내자, 묵직한 무게감이 손에 전해졌다. 표지는 기이한 문양으로 가득했는데, 어떤 기하학적인 도형은 보는 순간 현기증을 유발했다. 펼쳐보니, 종이는 누렇게 바래고 글씨는 알아보기 힘든 고대어로 쓰여 있었다. 그래도 몇몇 삽화와 도식은 희미하게나마 형체를 드러냈다. 거대한 촉수들이 뒤엉킨 형상, 눈알 없는 얼굴들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그림,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 자리한, 심장이 뛰는 듯한 검은 덩어리.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건 단순한 마법서가 아니었다. 끔찍한 악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림들. 그리고 페이지를 넘기다, 내가 아는 고대어가 섞여 있는 문장을 발견했다. 손가락으로 글자를 더듬으며 읽어 내려갔다.

“…아카데미의 뿌리 아래 잠든 자… 별들의 정렬이 어긋날 때, 봉인은 약해지고… 감시자의 눈은 흐려지리라… 지식은 문을 열 것이나, 그 너머는 광기뿐… 매일 밤, 어린 영혼들의 꿈을 통해… 그에게 바쳐지는 희미한 영양분…”

손에서 책이 미끄러질 뻔했다. ‘아카데미의 뿌리 아래 잠든 자’라니? 그리고 ‘어린 영혼들의 꿈을 통해 바쳐지는 희미한 영양분’? 설마, 이 아카데미 자체가 뭔가 끔찍한 존재를 위한 제물 같은 곳이라는 말인가? 등골을 타고 차가운 한기가 흘렀다. 이건 그냥 고서적 속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는 종류의 섬뜩함이었다.

내가 이 책의 내용을 제대로 해석한 게 맞다면, 이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덜컥, 문이 열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책을 품에 숨겼다. 사서 선생님이 심야 순찰을 돌고 있었다. 황급히 제자리로 돌아와 아무렇지 않은 척 책을 읽는 시늉을 했지만, 내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다음 날, 나는 점심도 거른 채 한 사람을 찾아갔다. 아카데미의 문제아, 박준호 선배. 4학년인 그는 수업은 등한시하고 오직 금지된 마법, 고대 저주, 그리고 아카데미의 숨겨진 역사 따위에만 몰두하는 괴짜였다. 그의 연구실은 흡사 난파선의 잔해 같았다. 온갖 고서적과 기이한 유물, 그리고 악취 나는 약초들이 뒤섞여 있었다.

“김현우? 네가 여긴 어쩐 일이냐. 감점이라도 받으러 왔나?”

준호 선배는 길게 늘어진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의자에 파묻혀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그의 눈빛은 언제나 지친 듯 보였지만, 동시에 끓어오르는 광기 같은 것이 서려 있었다.

“선배…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나는 어젯밤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과 그 내용을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듣던 준호 선배의 표정이 내가 ‘아카데미의 뿌리 아래 잠든 자’라는 구절을 읊었을 때 확연히 변했다. 그의 눈동자에 섬광 같은 것이 스쳤다.

“흐음… 잠든 자라. 그런 책이 아직 남아있었나. 내가 찾던 조각인가… 하하.”

그는 낮게 웃었지만, 그 웃음소리에는 기묘한 기대감과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

“선배도… 아시는 겁니까?”

“아는 정도가 아니지.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아카데미의 지하에 뭔가 불길한 것이 잠들어 있다는 걸 확신하고 있었어. 교내 금서들 중 파편적인 기록들을 모아보면, 이 건물이 단순한 학원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거든.”

준호 선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눈빛은 어느새 확신에 차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제7 지하창고’ 기억하나? 오래전 폐쇄되었다는 그곳 말이다. 공식적으로는 마력 불안정으로 인한 붕괴 위험 때문이라고 하지만, 내가 추적한 자료에 의하면 그곳은 더 깊은 곳으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그 ‘잠든 자’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제7 지하창고라면… 금지 구역 아닙니까? 발각되면 퇴학당할 수도 있습니다!”

“퇴학? 하하, 현우, 세상에는 퇴학보다 더 끔찍한 것들이 많다. 특히 우리가 알게 될 진실에 비하면.”

그의 목소리에는 거스를 수 없는 단호함이 있었다. 나는 이미 발을 들인 이상, 쉬이 뺄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날 밤, 모든 학생들이 잠든 깊은 새벽. 우리는 어두운 마법 램프 하나에 의지한 채 아카데미 지하로 향하는 비밀 통로를 찾았다. 준호 선배는 능숙하게 자물쇠를 풀고, 삐걱거리는 철문을 열었다. 퀴퀴하고 차가운 공기가 코를 찔렀다. 발을 딛는 순간, 아카데미의 웅장한 외관과 찬란한 마법의 세계는 마치 거짓말처럼 멀어져 버렸다.

“여기는… 마력의 흐름이 이상합니다.”

나는 본능적으로 불안감을 느꼈다. 지상과는 전혀 다른, 뒤틀리고 불길한 마력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래. 이 아래는 마력의 심연이 존재해. 아니, 어쩌면 심연 자체가 이곳의 마력을 빨아들이는 것일 수도 있고.”

준호 선배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낮게 울렸다. 좁고 습한 통로를 따라 한참을 걸어 내려갔다. 벽에는 오래된 이끼와 함께 알 수 없는 상형문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어떤 것들은 눈을 돌리는 순간 형태가 변하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이게…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흔적인가…?”

준호 선배가 중얼거렸다. 나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공간 자체가 어딘가 뒤틀려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마치 직선이 곡선이 되고, 평면이 구부러지는 듯한 시각적 왜곡이 느껴졌다.

어느 순간, 통로는 넓은 지하 공동으로 이어졌다. 램프 불빛이 겨우 닿는 곳까지 시야를 넓히자, 거대한 제단 같은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 돌로 만들어진 그 제단은 거대한 촉수들과 눈알 없는 얼굴들의 부조로 뒤덮여 있었다. 그로테스크하고 끔찍한 형상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구토를 유발했다.

“이런 게… 아카데미 지하에 있었다니…”

내 목소리는 떨렸다. 심장이 발밑으로 곤두박질치는 것 같았다. 제단 중앙에는 움푹 파인 곳이 있었는데, 그 안에서 희미하지만 규칙적인 박동이 느껴졌다. 살아있는 무언가가 그 아래에서 숨 쉬고 있는 것 같았다.

“여긴 아직 시작일 뿐이야, 현우. 더 깊은 곳으로 가자.”

준호 선배는 섬뜩하리만치 냉정하게 말했다. 그의 눈은 이미 광기로 번뜩이고 있었다.

우리는 제단을 지나 더 깊은 통로로 들어섰다. 통로는 점점 넓고 불규칙해지더니, 이내 거대한 자연 동굴 같은 곳으로 이어졌다. 램프 불빛도 제대로 닿지 않는 어둠 속, 숨통을 조이는 듯한 압도적인 압력이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보았다.

동굴의 가장 깊은 곳, 공간의 중심부에 자리한 그것을.

그것은 형태가 없었다. 아니, 형태가 계속해서 변하고 있었다. 거대한 어둠의 덩어리이면서도, 끊임없이 확장하고 수축하며, 마치 우주 전체를 삼킬 듯한 무한한 심연 같았다. 그 안에서 끔찍한 색깔들이 번뜩였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인간의 시신경이 처리할 수 없는 색채들이었다. 웅장함, 혐오스러움,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이 한데 뒤섞인 채 나를 덮쳤다.

*쉬이이… 쉬이이이…*

그것은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내 머릿속에서 수천수만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속삭이는 듯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고대어의 잔해, 비명과 울부짖음, 그리고 광기에 찬 웃음소리가 뒤섞여 이성을 잠식하려 들었다. 나는 눈을 감았지만, 그 끔찍한 환영은 눈꺼풀 안에서 더욱 선명하게 재생되었다. 나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듯한, 우주의 먼지보다도 하찮은 존재라는 절대적인 절망감이 밀려왔다.

“이… 이건…”

준호 선배마저 비틀거렸다. 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지만, 눈빛은 여전히 그 끔찍한 존재에게서 떨어지지 못했다. 공포와 동시에 맹목적인 탐구심이 그의 눈을 지배하고 있었다.

몸이 저절로 뒤로 물러났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의 고통이었다. 나는 준호 선배의 팔을 잡아끌었다.

“선배! 돌아가야 합니다! 이러다간…!”

그제야 준호 선배는 정신을 차린 듯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초점이 흐려져 있었다. 그는 마치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돌아가? 하하… 현우,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봐 버렸어.”

준호 선배는 허망하게 웃으며 어둠 속 저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우리가 왔던 길, 그리고 우리가 속해 있던 아카데미가 있는 방향이었다.

“이건… 학교가 아니야. 이건… 감옥이다.”

그의 목소리가 지하 동굴에 낮게 울렸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우리가 발견한 것이 단지 아카데미 아래에 잠든 끔찍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아카데미 자체가, 그 존재의 일부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그 감옥 속에 갇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