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미스터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어둠이 모든 것을 집어삼킨 폐공장 창가에 강민이 서 있었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유리창을 세차게 때렸고, 먼지 낀 창문 너머로는 희미한 도시의 불빛들이 길을 잃은 혼처럼 흔들렸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빗물에 젖은 콘크리트 냄새가 뒤섞인 공장 안은 싸늘했다. 강민의 등 뒤편, 서하가 낡은 노트북에 코를 박고 있었다. 타닥거리는 키보드 소리가 그녀의 미세한 손떨림을 증명하는 듯했다.

강민의 눈은 창밖의 풍경을 응시하고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그 너머의 과거를 꿰뚫고 있었다.

*그날의 맹세는, 차가운 유리조각처럼 부서졌다.*
*내 모든 것을 바쳤던 믿음은, 독이 든 칼날이 되어 내 심장을 꿰뚫었다.*
*태수, 너는 내가 세운 모든 것을 부쉈지. 이제 내가 너의 모든 것을 부술 차례다.*

강민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의 발소리는 먼지 쌓인 바닥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지만, 그 존재감은 서하의 신경을 팽팽하게 죄었다. 그녀는 움찔하며 어깨를 움츠렸다.

“서하야, 진행 상황은?”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뼈를 깎는 듯한 날카로움이 스며 있었다.

서하는 노트북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더듬거렸다. “거의… 거의 다 됐어요. 보안 시스템이… 예상보다 훨씬 복잡해서…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강민은 한 발짝, 또 한 발짝 그녀에게 다가섰다. 그의 그림자가 서하의 작은 몸을 완전히 덮었다. “복잡하다고 해서 뚫지 못할 건 없지. 너는 할 수 있어. 그때처럼.”

‘그때처럼.’ 그 한마디에 서하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그녀는 과거의 특정 순간을 떠올린 듯, 불안한 눈빛으로 강민을 올려다보았다. 강민의 눈에는 어떤 흔들림도 없었다. 오직 차갑게 가라앉은 심연만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서하는 침을 꿀꺽 삼키고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손가락이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짧지만 영원처럼 느껴지는 침묵이 흘렀다. 빗소리만이 그 정적을 깨트렸다. 그때, 서하의 입에서 작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뚫었어요! 여기… 여기 이 파일… 접근 권한이 생겼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희망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강민은 노트북 화면으로 몸을 기울였다. 수많은 암호화된 장부, 숨겨진 통신 기록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망설임 없이 특정 파일 하나에 꽂혔다. 다른 파일들과는 달리 애매모호한 이름으로 위장되어 있었다.

“이걸 열어봐.” 그의 명령에 서하는 망설였다.

“이건… 암호화가 더 강력한데요. 다른 것들과는 차원이 달라요. 이 파일을 열면… 역추적이 들어올 수도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공포가 담겨 있었다.

“태수가 가장 중요하게 숨기고 싶어 했던 것이겠지.” 강민의 눈은 서하가 아닌, 화면 너머의 태수를 향하고 있었다. “두려워하지 마. 네가 두려워할 건 이 망할 시스템이 아니야. 날 실망시키는 거지.”

서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손을 움직였다. 복잡한 알고리즘이 화면을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고, 그녀의 얼굴은 긴장감으로 창백해졌다. 강민은 그녀의 옆에 선 채, 그녀의 작업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태수의 웃음소리가 메아리쳤다. 순수한 얼굴로 자신을 형이라 부르며 따랐던 태수, 영원한 충성을 맹세했던 태수. 그 미소가 얼마나 완벽한 가면이었을까. 내 눈을 멀게 했던 빛은, 사실 어둠의 서막이었다.

마침내, 서하의 손가락이 멈췄다. 화면 가득 데이터가 펼쳐졌다. 단순한 재정 기록이 아니었다. 이름, 장소, 그리고 날짜의 목록이었다. 그리고 그 목록의 가장 위, 굵은 글씨로 적힌 이름 하나가 강민의 눈에 섬뜩한 선명함으로 박혔다.

그들의 스승님. 몇 년 전, 의문의 실종으로 처리되었던 그 이름이었다.

“이럴 수가…” 서하가 넋 나간 듯 중얼거렸다. 그녀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강민의 눈이 가늘어졌다. “역시. 우리의 스승님은 그저 ‘실종’된 것이 아니었어.” 그는 화면을 손가락으로 쓸었다. “태수, 너는 그날 스승님을 이용해 나를 끌어내리고, 모든 것을 손에 넣었지.”

강민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네가 간과한 게 하나 있어.”

그는 노트북에서 시선을 떼고,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응시했다. 마치 그곳에 태수가 서 있는 것처럼.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고, 강민의 마음속에 휘몰아치는 폭풍우를 닮아 있었다.

“네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가장 처절하게 잃게 될 거라는 것.”

강민은 노트북을 닫았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방은 더욱 깊은 어둠 속으로 잠겼다. 창문에서 희미하게 비쳐 들어오는 도시의 불빛이 그의 얼굴에 드리워진 차가운 미소를 비췄다.

게임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승리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