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고요한 숲에 드리운 황혼이 류진의 뺨을 스쳤다. 그는 한적한 바위 위에 걸터앉아 심호흡했다. 등 뒤로는 영원히 잠든 듯한 검은 늪산맥의 실루엣이 펼쳐져 있었다. 거대한 산맥은 이름처럼 늘 검은 기운에 휩싸여 있었고,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협곡과 기암괴석은 짐승들의 울음소리조차 삼켜버릴 듯 묵직했다. 류진은 이곳에서 수련 중이었다. 속세의 번잡함과 영기의 탁함을 피해, 오로지 자신의 도를 닦는 데 전념하기 위해.

그의 목에 걸린 검고 매끄러운 돌멩이가 작게 떨려왔다. 언뜻 보기엔 평범한 현무암 조각 같았지만, 류진은 이 돌멩이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선조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물건. 아주 가끔, 돌멩이는 미약한 빛을 발하거나 따뜻한 진동을 보내곤 했다. 그럴 때마다 류진은 알 수 없는 기운에 이끌려 낯선 곳을 탐험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기연을 만나 성장해왔다.

‘오늘따라 유난히 강력하군.’

돌멩이의 진동은 점점 격렬해졌다. 마치 무언가를 향해 강하게 이끌리는 나침반처럼, 특정 방향을 가리키며 류진의 심장을 울렸다. 돌멩이가 가리키는 곳은 검은 늪산맥의 가장 깊숙하고 험난한 심장부였다. 그곳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자, 온갖 위험한 영물들이 서식한다고 알려진 금단의 땅이었다.

“흥미롭군.”

류진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망설임보다는 호기심과 은근한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미지의 길을 걷는 것은 이미 그의 삶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돌멩이의 진동은 그의 발걸음이 향하는 방향과 일치했고, 류진은 그 인도에 몸을 맡겼다.

숲은 점점 더 짙어졌다. 울창한 고목들은 하늘을 가려 햇빛 한 점 스며들지 못하게 했고, 발밑은 이끼와 썩은 낙엽으로 뒤덮여 축축했다. 산맥의 기운은 더욱 무겁게 짓눌러왔다. 이따금 날카로운 짐승의 울음소리가 숲을 갈랐지만, 류진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흐르는 영기를 감지하며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평범한 짐승이 아닌, 오랜 시간 자연의 영기를 흡수하여 특별한 능력을 지니게 된 영수(靈獸)들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돌멩이의 진동은 최고조에 달했다. 류진은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대한 바위들이 기괴한 형태로 솟아 있는 협곡의 끝자락이었다. 이곳의 영기는 주변과는 확연히 달랐다. 억눌리고, 왜곡되어 있었다. 마치 거대한 존재가 영기를 빨아들이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여긴가.”

류진은 돌멩이를 쥔 손을 뻗었다. 돌멩이는 뜨거울 정도로 진동하며 한 거대한 암벽을 가리켰다. 암벽은 주변의 다른 바위들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그러나 류진의 시선은 한 지점에 꽂혔다. 그곳에는 희미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너무나 오랜 세월 풍화되어 육안으로는 거의 식별할 수 없는, 거의 지워진 흔적이었다. 하지만 류진의 영안(靈眼)에는 선명하게 보였다. 고대에 사용되었던 주술적인 봉인 문양이었다.

류진은 손끝에서 작은 영기 덩어리를 만들어내 문양에 조심스럽게 갖다 댔다. 스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문양이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바위 표면에 새겨진 선들이 마치 살아있는 혈관처럼 움찔거렸다. 이윽고, 거대한 바위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숨겨져 있던 거대한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입구 너머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이었다. 마치 심연이 입을 벌린 듯, 모든 빛을 집어삼킬 것 같았다. 습하고 차가운 공기가 밀려 나왔고, 코끝에는 흙먼지와 함께 곰팡이 냄새, 그리고 묘한 금속 비린내가 스쳤다.

“이런 곳에….”

류진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외부의 영기를 완벽하게 차단하고, 그 존재조차 알아채지 못하게 철저히 숨겨진 곳. 평범한 봉인술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수많은 고수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거대한 술법임에 틀림없었다. 이곳은 분명 잊혀진 고대 지하 유적이었다. 전설 속에서나 들어봤던, 신선들의 시대에 만들어졌다는 미지의 공간.

그의 가슴속에서 억눌렸던 모험심이 불타올랐다. 류진은 주저 없이 발을 내디뎠다. 어둠 속으로 한 걸음, 또 한 걸음. 입구가 닫히는 굉음이 뒤통수를 울렸지만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이제 그의 앞에는 오직 미지의 심연만이 펼쳐져 있었다.

발밑은 축축한 흙길이었다. 길고 좁은 통로는 아래로 끝없이 이어졌다. 류진은 손에서 영기를 모아 작은 빛을 만들었다. 빛이 닿는 곳마다 희미한 형체가 드러났다. 벽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문양들이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어떤 것은 사라진 고대 문자의 형태를 띠었고, 어떤 것은 기괴한 영물들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천장에서는 정체 모를 푸른빛 이끼들이 신비롭게 빛나고 있었다.

통로를 따라 한참을 내려가자, 공간은 갑자기 넓어졌다. 거대한 동굴이었다. 동굴의 중앙에는 마치 거대한 짐승의 눈동자처럼 짙은 어둠을 머금은 심연이 자리하고 있었다. 빛이 닿지 않는 심연 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무언가가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동시에 류진의 목에 걸린 돌멩이가 다시 한번 강렬하게 떨려왔다.

류진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이 심연 아래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잠들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그의 발은 이미 심연의 가장자리로 향하고 있었다. 호기심과 두려움이 뒤섞인 채, 그는 어둠을 응시했다.

그때였다.

심연의 깊은 곳에서, 마치 영겁의 시간을 기다려왔다는 듯, 아주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철컥.*

오래된 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 같기도, 거대한 존재가 기지개를 켜는 소리 같기도 했다. 류진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깨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