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액션 독립적인 단편 소설

뉴-서울의 밤은 언제나 찬란했다. 수천 개의 네온사인이 저마다의 색을 뽐내며 허공에 거대한 그림을 그렸고, 스카이라인 위로는 비행선들이 조용한 굉음을 내며 미끄러져 갔다. 하지만 이 도시의 빛조차 뚫지 못하는 어둠이 있었으니, 바로 거대한 기업의 심장부에서 벌어진 살인의 그림자였다.

유한은 제네시스 코퍼레이션 본사의 삼엄한 경비를 뚫고 들어섰다. 그의 걸음걸이는 항상 그랬듯 유려하고 흐트러짐이 없었다. 밤색 코트 자락이 발걸음에 맞춰 가볍게 펄럭였다. 안내를 맡은 경비원들은 그의 명성에 압도된 듯, 뻣뻣하게 굳은 자세로 그를 따랐다.

최고 보안 구역으로 통하는 복도는 차갑고 무기질적인 빛을 뿜어냈다. 그 끝에, 윤 실장이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와 굳게 다문 입술은 그녀가 짊어진 책임의 무게를 웅변하고 있었다.

“늦으셨군요, 유한 탐정님.” 윤 실장의 목소리에는 신경질적인 기색이 역력했다.

유한은 피식 웃었다. “저를 부른 건 실장님이시잖습니까. 서두를 필요는 없죠.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죽일 자는 아직도 살아있을 테니.”

윤 실장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더 이상 따지지는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거대한 강철 문을 가리켰다. “안에 한 박사가 있습니다. 제네시스 코퍼레이션의 핵심 인재이자, 저희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차세대 전투병기 ‘아레스’의 설계자죠. 살해당했습니다.”

“밀실입니까?” 유한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윤 실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완벽한 밀실입니다. 이 연구실은 아레스의 고주파 음향 테스트를 위한 특수 차폐실입니다. 외부와 완벽하게 격리되어 있죠. 세 겹의 강화 강철 문은 생체 인식과 다중 암호로 잠겨 있었고, 내부의 모든 센서는 오직 한 박사의 움직임만을 감지했습니다. 침입자는 없습니다. 내부에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한 박사는 죽었습니다.”

유한은 더 이상의 설명 없이 문으로 다가섰다. 차가운 강철 표면에 손을 얹었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미세한 진동을 느끼는 듯했다. 윤 실장은 그가 무엇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입을 다물고 지켜봤다.

문이 열리고, 그들은 내부로 들어섰다. 연구실은 거대하고 텅 빈 공간이었다. 중앙에는 칠흑 같은 색의 전투병기, ‘아레스’가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었다. 그 거대한 철골 구조물은 마치 죽은 거인처럼 고요했다.

아레스의 발치에는 한 박사의 시신이 쓰러져 있었다. 그는 아레스의 다리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외상은 없었다.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고, 피부는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사인은 밝혀졌습니까?” 유한이 물었다.

“내부 장기 파열입니다.” 윤 실장이 씁쓸하게 말했다. “부검 결과, 온몸의 장기가 격렬한 진동에 의해 찢겨나갔다고 합니다. 마치 강력한 음파 공격을 받은 것처럼요. 하지만 이 방은 음파 차단은 물론, 어떤 형태의 에너지 유출입도 불가능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유한은 한 박사의 시신 옆에 무릎을 꿇었다. 흰 장갑을 낀 손으로 시신의 목덜미와 가슴 부위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그의 시선은 시신을 넘어, 거대한 아레스를 훑고, 방의 벽과 천장을 지나, 마침내 그의 발밑에 닿았다.

“이 방은 완벽한 밀실이라고 하셨죠.” 유한이 중얼거렸다. “외부에서 아무것도 침입할 수 없고, 내부에서도 아무도 나갈 수 없으며, 심지어 음파나 에너지도 차단된다.”

“그렇습니다.” 윤 실장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곳은 아레스의 핵심 부품인 ‘초음파 공명 진동기’를 테스트하기 위한 최적화된 공간입니다. 외부의 방해를 완전히 차단하고, 내부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완벽하게 통제하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유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은 한 박사의 시신이 쓰러진 곳에서 아레스의 거대한 발이 놓인 바닥을 향했다. 그는 바닥에 바싹 엎드렸다. 윤 실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무엇을 찾으십니까?”

“균열.” 유한의 목소리는 낮고 집중되어 있었다. “아주 미세한 균열.”

그의 손가락이 바닥의 한 지점을 조심스럽게 스쳤다. 얼핏 보면 평범한 바닥이었지만, 그의 예리한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보였다. 마치 머리카락처럼 가늘고, 거의 투명한 선이었다.

“이것은…!” 윤 실장이 다가서서 그 선을 확인하려 했지만, 그녀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유한은 일어섰다. 그의 얼굴에는 미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니요, 실장님. 외부에서 침입한 것이 아닙니다. 내부에서 발생한 것도 아니고요.”

“그럼 대체…?” 윤 실장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유한은 거대한 아레스를 손으로 어루만졌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그의 손에 전해졌다. “범인은… 이 방 그 자체입니다.”

윤 실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농담하지 마십시오. 방이 사람을 죽였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니요.” 유한은 단호하게 말했다. “방이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라, 방의 특성을 이용해 살해한 것입니다. 이 방은 아레스의 ‘초음파 공명 진동기’를 테스트하기 위해 설계되었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특정한 주파수의 음파를 발생시켜 아레스의 내구도를 실험하는 곳입니다.”

“정확합니다.” 유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박사는 아레스를 만들었고, 이 방 또한 아레스의 테스트를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이 방은 특정 주파수에서 공명하여 아레스에 치명적인 진동을 가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주파수는 아레스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몸에도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윤 실장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하지만 저희는 그 주파수를 조절하는 데 극도의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함부로 작동할 수 없습니다.”

“함부로 작동할 수 없지만, 외부에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은 있겠죠.” 유한의 눈이 빛났다. “이 방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메인 제어실이 있을 겁니다. 거기에서 특정 주파수를 설정하고, 발사 버튼을 누르면 이 방 전체가 거대한 살인 병기로 변하는 거죠.”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비상시를 대비해 다중 잠금 장치와…!”

“비상시를 대비한 잠금 장치는 평시에 풀릴 수 있습니다.” 유한은 윤 실장의 말을 잘랐다. “살인자는 이 방의 구조와 한 박사의 일정을 완벽하게 알고 있었을 겁니다. 한 박사가 이 방에서 아레스의 최종 점검을 진행하는 동안, 외부의 제어실에서 특정 주파수의 음파를 발사한 겁니다. 이 방의 특성상, 그 음파는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에서 한 박사에게만 작용했고, 외부로 단 한 치의 진동도 새어나가지 않았습니다. 완벽한 살인 병기가 된 거죠.”

유한은 다시 바닥의 미세한 균열을 가리켰다. “이 균열은 그 증거입니다. 극도로 강력한 음파 공명에 의해 발생한 스트레스 균열입니다. 아주 미세하지만, 이 방이 평소와는 다른 강력한 진동을 겪었다는 증거죠.”

윤 실장은 유한의 말을 듣는 내내 얼어붙어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경악과 혼란으로 가득 찼다. “그렇다면… 범인은 메인 제어실에 접근할 수 있는 자… 저희 개발팀 내부 인물… 아니면 보안 시스템을 뚫을 수 있는 해커…?”

“그것은 실장님의 일입니다.” 유한은 어깨를 으쓱했다. “저는 어떻게 죽였는지에 대한 트릭을 풀어냈을 뿐입니다. 이제 실장님은 누가 죽였는지 찾아내면 됩니다. 이 방의 음파 발생 기록과 메인 제어실의 접근 기록을 조사하면 될 겁니다.”

유한은 더 이상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차가운 복도를 다시 걸어 나가는 그의 뒷모습은 여전히 유려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뉴-서울의 밤은 여전히 찬란했지만, 그 빛 아래서 벌어진 인간의 잔혹함은 변함이 없었다. 밀실은 깨졌고, 살인자의 그림자는 이제 도시의 다른 곳을 향할 차례였다. 유한은 다음 사건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의 천재적인 두뇌는 언제나 새로운 미스터리를 갈망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