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험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어둠이 목구멍을 틀어막았다. 숨 쉬는 것조차 사치가 되는 절망의 심연, 그 깊고 축축한 동굴 속에서 하진은 이를 악물었다. 삐걱거리는 관절과 끊임없이 울리는 환부의 통증은 이제 익숙한 친구가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손에 든 낡은 쌍단검이 차가운 공기를 갈랐다. 번들거리는 날 끝에 스치는 희미한 빛은 그가 발라둔 독약의 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그 자신 내부에서 타오르는 증오의 불꽃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젠장… 끝이 없는군.”

낮게 읊조린 목소리는 메아리조차 삼켜버리는 침묵 속으로 사라졌다. 벽을 따라 끈적하게 흐르는 푸른 이끼는 기이한 빛을 내뿜었지만, 그것마저도 하진의 시야를 가리는 탁한 안개 속에 갇혀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발밑의 돌멩이들이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날카롭게 귓전을 때렸다. 심연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그의 움직임에 반응하며 심장을 옥죄어왔다.

몇 달 전, 그는 여기보다 더 깊은 곳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했다. 아니, 정확히는 죽음으로 내던져졌다. 누구에게? 가장 믿었던 친구에게. 태준, 그 빌어먹을 이름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태준의 얼굴, 그의 위선적인 미소, 그리고 뒤통수를 후려치던 그 차가운 배신감.

_세계수의 눈물._

그 강력한 유물을 손에 넣는 순간, 태준의 눈빛이 변했다. 탐욕과 광기로 번들거리던 눈동자는 아직도 하진의 꿈속을 헤집고 다녔다. “미안하다, 하진아. 하지만… 이건 나에게 더 필요해.” 그 말과 함께 등 뒤에서 날아든 마법은 하진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방패처럼 자신을 던져 막아섰던 동료들의 시체, 텅 빈 그의 인벤토리, 그리고 너덜너덜해진 그의 육신.

그때부터 하진은 존재하지 않는 그림자처럼 살았다. 죽음의 문턱에서 기어 나와, 오직 하나의 목적만을 위해 모든 것을 갈고닦았다. 복수. 그 차갑고 뜨거운 칼날이 그의 심장을 관통하고 있었다.

날카로운 감각이 위험을 알렸다. 하진은 몸을 숙이며 재빨리 왼쪽으로 몸을 던졌다. 쉭-! 그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간 것은 어둠 속을 활공하는 그림자 추적자였다. 보이지 않는 존재, 오직 기척과 살기만으로 위치를 파악해야 하는 심연의 사냥꾼들. 하진은 망설임 없이 쌍단검을 움켜쥐고 자세를 낮췄다.

“흥, 또 너희냐.”

그림자 추적자들은 하나가 아니었다. 최소 세 마리 이상. 옅게 빛나는 붉은 눈동자들이 사방에서 하진을 에워쌌다. 놈들은 한때 자신에게 덤벼들다 처참하게 찢겨나간 초보 모험가들의 영혼이 깃든 존재들이었다. 복수에 눈이 멀어 이 끔찍한 던전을 파고드는 하진에게는 그저 방해물일 뿐이었다.

선제공격은 하진의 몫이었다. 그는 바닥의 돌멩이를 걷어차 벽에 부딪히게 만들었다. 챙-! 날카로운 소리에 그림자 추적자들의 시선이 순간 그쪽으로 향했다.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하진은 맹렬하게 돌진했다. 그림자처럼 빠르게 움직이며 가장 가까이 있던 추적자의 옆구리를 꿰뚫었다. 푸슉! 독이 발린 칼날이 놈의 몸속으로 파고들자, 희미한 비명과 함께 그림자 형태가 일그러졌다.

그러나 놈들은 끈질겼다. 남은 두 마리가 동시에 하진의 양쪽으로 파고들었다. 그들의 날카로운 발톱이 어둠을 찢으며 다가왔다. 하진은 몸을 비틀어 하나를 피하고, 다른 하나의 공격은 역수로 쥔 단검으로 막아냈다. 끼이익-! 쇠가 긁히는 듯한 소름 끼치는 마찰음이 울렸다. 순간적으로 드러난 그림자 추적자의 복부에 하진은 무자비하게 칼을 꽂아 넣었다.

“크윽…!”

몸을 일으키며 숨을 고르던 하진의 눈에 섬광이 번뜩였다. 마지막 그림자 추적자가 방심한 틈을 타 뒤에서 덮쳐오고 있었다. 하지만 하진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의 뒤통수에는 늘 경계의 촉수가 돋아나 있었다. 배신 이후, 그는 단 한 순간도 경계를 늦춘 적이 없었다.

몸을 낮추며 뒤로 빠르게 피한 하진은 재빨리 단검을 던졌다. 휙-! 날아간 단검은 정확히 추적자의 심장부를 꿰뚫었다. 푸스스…! 세 마리의 그림자 추적자들은 희미한 연기처럼 사라지며 싸늘한 정적만을 남겼다.

하진은 땀방울이 흐르는 이마를 닦아냈다. 그의 심장은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이런 전투는 이제 일상이었다. 이곳 절망의 심연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잠시의 방심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들의 죽음은 하진의 분노를 잠시 진정시키는 듯했지만, 곧 태준의 얼굴이 다시 떠올라 심장을 긁어댔다.

그때였다. 바닥에 쓰러진 돌기둥 근처에서 희미한 빛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으스스한 푸른빛 사이로 번개처럼 일렁이는 붉은 기운. 하진은 망설임 없이 다가갔다. 그곳에는 누군가 버리고 간 듯한 마법 도구가 놓여 있었다. ‘폭염의 룬석’. 정교하게 세공된 룬석은 희미하게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하지만 하진의 시선을 끈 것은 룬석 자체가 아니었다. 그 옆에 떨어진, 너무나도 익숙한 문양이었다.

작은 은제 펜던트. 태준이 늘 허리에 차고 다니던, 그의 가문의 문양이 새겨진 펜던트였다.

하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심장이 발작적으로 뛰어올랐다. 이곳은 절망의 심연에서도 가장 깊고 위험한 구역. 놈이 이곳에 있었다는 뜻이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세계수의 눈물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른 무언가를 찾아 이곳까지 내려온 것인가?

펜던트를 움켜쥔 하진의 손에서 핏줄이 불거져 나왔다. 배신감에 찢기고 너덜너덜해졌던 상처가 다시 터져 나오는 듯한 고통이 몰려왔다. 이제 그의 목표는 명확해졌다. 태준이 어디에 있든, 무엇을 찾든, 그는 놈을 찾아내고야 말 것이다.

“태준… 네가 어디에 있든, 내가 반드시 찾아낼 거다.”

낮게 으르렁거리는 하진의 목소리는 광기로 번뜩였다. 복수의 칼날은 이제 더욱 선명한 목표를 향해 날카롭게 벼려졌다. 그의 눈은 어둠 저편의, 알 수 없는 깊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희미한 마법의 잔향과 함께 섬뜩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이제, 더는 도망칠 수 없을 거야, 태준.
내가 네 숨통을 끊어놓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