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3호의 기묘한 항해】**
**제1화. 우주의 미아는 아니겠지?**
“함장님! 긴급 보고입니다!”
‘은하수 3호’의 함교를 가득 채운 익숙한 기계음과 알람 소리 사이로, 이아림 과학 책임자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평소 같으면 연구실에 파묻혀 나올 줄 모르던 그녀가 이렇게 흥분한 목소리를 내는 건 거의 재앙의 전조였다.
강하늘 함장은 미간을 찌푸린 채 메인 홀로그램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광활한 심우주의 풍경이 펼쳐진 스크린 한가운데, 붉은색 경고 마크가 깜빡이고 있었다.
“이아림, 흥분 가라앉히고 정확히 보고해.”
“가라앉히라니요, 함장님! 이건… 이건 심우주 탐사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이 될지도 모른단 말입니다!” 아림은 핑크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허공의 키보드를 정신없이 두드렸다. 그녀의 눈은 반짝였고, 얼굴에는 희열이 가득했다. “감지 센서가 뭔가 포착했어요. 엄청난 에너지 시그니처입니다!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에요! 인공물일 가능성이 99.999%예요!”
옆에서 커피를 홀짝이던 김민준 기관사가 흠칫 놀라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인공물이라고요? 설마… 우주의 미아는 아니겠죠? 그런 건 우주 쓰레기 처리반에서나 담당하는데…”
“민준 씨! 이런 역사적인 순간에 분위기 깨는 소리 하지 마요!” 아림이 눈을 부라리자, 민준은 픽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정확한 위치와 형태를 파악할 수 있나?” 하늘의 목소리는 여전히 침착했지만, 그의 눈빛에도 미약한 호기심이 깃들어 있었다. 그는 차가운 이성만큼이나 뜨거운 탐험가적 본능을 지닌 남자였다.
“아직은요. 에너지파가 너무 강력해서 정밀 스캔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형태는 대략 구형인 것 같아요. 그리고… 엄청나게 매끄럽고 완벽한 검은색이에요! 마치 모든 빛을 집어삼키는 듯한…” 아림은 말을 잇지 못하고 홀로그램에 나타난 불확실한 이미지를 넋 놓고 바라봤다.
“음… 일단 근접 접근해 보자. 안전거리 유지하면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방어막은 최대로 올려.” 하늘의 지시에 따라 ‘은하수 3호’는 거대한 추진 엔진을 작동시키며 미지의 존재를 향해 서서히 나아갔다.
수십 분의 긴장감 넘치는 침묵이 흘렀다. 우주선 내부에는 오직 기계음만이 낮게 울렸다. 이윽고, 메인 스크린에 희미하게 나타나던 검은 그림자가 점점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세상에…!” 민준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림은 이미 숨을 멈춘 채 스크린에 코를 박을 기세였다.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완벽한 구형. 모든 면이 거울처럼 매끄러웠지만, 어떤 빛도 반사하지 않고 마치 심연 그 자체인 듯 검었다. 크기는 ‘은하수 3호’와 맞먹을 정도로 거대했다.
“이건… 우리가 알던 어떤 물질로도 만들어진 것 같지 않아.” 아림의 목소리는 경외감으로 떨렸다. “아니, 어쩌면 물질이 아닐 수도 있어요. 순수한 에너지의 결정체 같은….”
하늘은 심호흡을 했다. “함선 모든 시스템을 대기 상태로 전환해. 비상 탈출 준비는 항상 완료해 놓고.” 그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 미지의 존재가 적의를 가지고 있다면, ‘은하수 3호’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터였다.
그때였다. 검은 구체에서 미약한 진동이 느껴졌다. 은하수 3호의 선체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함장님! 방어막 수치가 불안정합니다!” 민준이 다급하게 외쳤다. “에너지 간섭 같아요! 이대로 가면… 방어막이 뚫릴 수도 있어요!”
“뭐라고? 즉시 회피 기동 준비해!” 하늘이 명령하려던 찰나, 아림이 홀로그램 스크린을 뚫어져라 보며 소리쳤다.
“잠깐만요! 이건 공격이 아니에요! 뭔가…뭔가 방출하고 있어요!”
검은 구체에서 가느다란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마치 살아있는 실타래처럼 이리저리 춤을 추더니, ‘은하수 3호’를 부드럽게 감쌌다. 위험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따뜻하고 포근한, 알 수 없는 안정감이 우주선 전체를 감쌌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어… 어라?” 민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왜 갑자기… 이렇게 솔직해지는 기분이지? 함장님, 실은 제가 어제 함장님 커피에 실수로 설탕을 한 스푼 더 넣었습니다! 너무 졸려서 그랬어요! 죄송합니다!”
하늘은 어이가 없다는 듯 민준을 돌아봤다. “그게 지금 중요한가, 김민준 기관사?”
하지만 하늘 본인의 표정도 어딘가 미묘하게 변하고 있었다. 그의 굳게 닫혔던 입술이 왠지 모르게 느슨해진 것 같았다.
“함장님도… 뭔가 이상해요!” 아림이 눈을 크게 뜨며 하늘을 바라봤다. “얼굴이… 얼굴이 좀 더 잘생겨 보인다고 해야 하나? 평소엔 너무 굳어있어서 미처 몰랐는데…”
“이아림 과학 책임자!” 하늘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지만, 평소 같은 냉철함은 없었다. 오히려 그 안에 알 수 없는 당황스러움과 함께… 미약한 설렘 같은 것이 섞여 있는 듯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 안돼! 나도 지금 왜 이렇게 마음속 이야기가 튀어나오려고 하지? 이건 분명 저 구체의 영향이야!” 아림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의 눈은 하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솔직히 함장님, 그 잘생긴 얼굴을 왜 그렇게 낭비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조금만 웃으면 얼마나 좋을까 항상 생각했는데! 아, 또 나왔어! 으아악!”
얼굴이 붉어진 것은 비단 아림과 민준뿐만이 아니었다. 하늘의 뺨에도 미세하게 홍조가 피어올랐다. 그는 당황한 듯 헛기침을 했다.
“모두 제자리! 집중해! 저 구체가 우리 정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아! 최대한 분석을… 읍!”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검은 구체에서 뿜어져 나오던 푸른빛이 더욱 강렬해졌다. 그 빛은 ‘은하수 3호’를 완전히 감싼 채, 마치 거대한 투명한 막처럼 변했다. 그리고 그 순간, 함교의 모든 화면에 미지의 문자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고대 지구의 상형문자 같기도 하고, 우주의 기하학적 문양 같기도 한… 이해할 수 없는 언어들이었다.
“이게 뭐야… 통신 교란인가요?” 민준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
아림은 눈을 빛내며 화면을 응시했다. “아니! 이건 교란이 아니에요! 이건… 메시지예요! 우리에게 뭔가 말하고 싶어 하는 거예요!”
그때, 함교를 가득 메운 미지의 문자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신, 메인 스크린에 단 하나의 문구가 붉게 점멸하기 시작했다. 모든 승무원이 숨을 죽인 채 화면을 주시했다.
**「……너희의 감정을 해방시켜라.」**
이해할 수 없는 메시지에 세 사람 모두 얼어붙었다.
“감정을… 해방시키라고?” 민준이 중얼거렸다.
바로 그때, 검은 구체의 표면에서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검은색 심연 같던 구체에 금이 가고, 그 틈 사이로 강렬한 금빛이 새어 나왔다. 마치 오랜 잠에서 깨어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함장님! 저 구체가… 변하고 있어요!” 아림의 목소리가 긴박하게 울렸다.
균열은 점점 커지고, 금빛은 더욱 휘황찬란하게 번져나갔다. 이윽고, 구체는 거대한 꽃잎이 피어나듯 천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드러난 것은…!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