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제13화: 황금빛 철창 안의 불꽃놀이 (불청객은 언제나 환영받지 못한다)

어둠이 제국의 심장을 잠식하던 밤이었다.

제국 수도 ‘베리스’의 하늘은 항상 수많은 마법 등불로 밝게 빛났지만, 오늘 밤만큼은 달빛마저 숨을 죽인 듯 침묵했다. 바로 그 침묵 속에서, 낡은 하수도 관을 기어오르던 아린의 손끝은 차갑게 젖어들었다.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그녀의 푸른 눈동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망치, 샛별. 위치 확인했어?” 아린이 작게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의 장난기 가득한 말투 대신 날카롭게 벼려져 있었다.

등 뒤에서 거대한 망치를 둘러맨 망치가 굵은 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확인했습니다, 대장. 말씀하신 대로 통신탑 지하 연결 통로가 맞습니다. 파리 한 마리도 못 들어갈 것처럼 막아놨던데, 우리 대장님 발톱엔 어림없죠!”

키가 작고 날렵한 샛별이 코를 찡긋거리며 덧붙였다. “경비가 삼엄하긴 해요. 쥐새끼 한 마리도 놓치지 않을 기세인데… 저들이 ‘새벽별’의 진짜 능력을 아직 모르나 봐요.” 샛별은 장난스럽게 손목을 빙글 돌렸다. 그 손목에는 제국군 감시 마법진을 무력화시키는 특제 장갑이 끼워져 있었다.

아린은 피식 웃었다. 그들의 이름은 ‘새벽별’. 부패한 제국의 어둠 속에서 평민들에게 희망의 새벽을 가져다주려는 반란군이었다. 그리고 오늘 밤, 그들은 제국의 심장부이자 정보의 요충지인 중앙 통신탑을 목표로 삼았다.

“좋아. 망치, 네가 통로를 열어. 샛별은 감시 마법진을 무력화해. 나는… 오랜만에 제국의 귀를 멀게 해줄게.”

망치가 거대한 몸집으로 낡은 철문을 향해 다가갔다. 우악스럽게 생긴 문은 몇 년 동안 녹이 슬어 삐걱거렸다.
*쿠과광!*
둔탁한 소리와 함께 망치가 문을 어깨로 들이받았다. 이내 굵은 쇠사슬이 뜯겨나가고, 철문이 비명을 지르며 안쪽으로 쓰러졌다. 먼지가 후욱 일었다.

“이런, 망치! 좀 살살!” 샛별이 기침을 콜록이며 말했다.

“크흠, 미안. 너무 신이 나서.” 망치가 머리를 긁적였다.

아린은 그들을 지나쳐 먼저 통로 안으로 발을 디뎠다. 어두컴컴한 통로 끝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제국 통신탑의 지하 저장고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자, 그럼 불청객은 언제나 환영받지 못하지만… 우린 스스로 환영할 줄 아는 멋쟁이니까, 어서 가보자고.”

***

통신탑 내부는 제국의 위용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높다란 천장에는 마법 수정으로 만든 샹들리에가 휘황찬란하게 빛났고, 바닥은 대리석으로 번쩍였다. 벽면에는 제국 황가의 문장이 곳곳에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아린에게는 그 모든 화려함이 부패한 권력의 역겨운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녀의 임무는 이곳에 잠입해 제국 전역으로 퍼지는 통신망을 마비시키고, 그들이 준비한 가짜 정보를 흘려보내는 것이었다.

“샛별, 감시탑 경로는?” 아린이 무전 마법진에 대고 속삭였다.

[좌측 셋, 우측 둘, 그리고 상층부 중앙에 이동형 마법병 한 대가 순찰 중입니다. 대장님 경로는 지금 깔끔해요!] 샛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좁은 비상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발소리가 거의 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 어둠 속을 유영하는 그림자처럼 그녀는 조용히 움직였다. 목표는 32층, 중앙 통신 제어실이었다.

그녀가 28층에 다다랐을 때였다.
갑자기 계단 위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었다. 여러 명의 발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익숙한 목소리가 섞여 있었다.

“이곳의 보안이 최근 부쩍 허술해졌다는 보고를 받았다. 레오폴트 공작은 이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건가?”

아린은 순간 몸을 굳혔다. 익숙한, 그러나 결코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였다. 제국 제1기사단장, 카이젤. ‘푸른 늑대’라는 별명처럼 차갑고도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남자. 동시에 그녀가 몇 번이고 신경전을 벌였던, 그리고 어쩌면… 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제국의 가장 유능한 기사.

‘젠장, 왜 하필 지금이야?’

카이젤은 레오폴트 공작의 비리와 부정부패를 암암리에 조사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황제에게 충성하는 맹렬한 기사였다. 그의 존재는 아린에게 예측 불가능한 변수였다.

그녀는 재빨리 몸을 웅크려 좁은 계단통의 어둠 속으로 숨어들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카이젤 일행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카이젤 단장님, 공작께서는 외부의 위협보다는 내부의 기강 확립에 더 신경 쓰고 계신다고….” 한 부하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들려왔다.

“쓸데없는 소리. 제국이 안정적인 건 황제 폐하의 위엄과 백성들의 평화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허나 지금, 그 모든 것이 흔들리고 있다.” 카이젤의 목소리에는 차가운 분노가 서려 있었다.

발소리가 멈췄다. 그들이 아린이 숨은 층계참에 도착한 것이 분명했다.
*슥.*
그때였다. 카이젤의 부하 중 한 명이 아린이 숨어 있던 비상 통로 입구 쪽을 향해 손전등을 비췄다.

아린은 숨을 멈췄다. 완벽하게 숨었다고 생각했지만, 제1기사단의 눈썰미는 달랐다.
그 순간, 아린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갔다.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답게, 그녀는 위기 속에서 오히려 기지를 발휘했다.

아린은 작게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는 최대한 목소리를 가다듬고 조금은 익살스럽게 외쳤다.
“어머나, 죄송합니다! 제가 길을 좀 잃어서요. 혹시… 이 부근에 가장 멋진 남자가 어디 있는지 아세요?”

정적.

카이젤과 그의 부하들이 일제히 손전등을 아린이 서 있는 쪽으로 향했다.
어둠 속에서 비상 탈출구 문을 살짝 열고 빼꼼히 얼굴을 내민 아린은, 방금 막 치장이라도 하고 온 듯 화려한 귀족 아가씨 복장을 하고 있었다. 물론, 위장 마법으로 완벽하게 변장한 모습이었다. 머리에는 작은 베일을 쓴 모자를 얹었고, 새침한 표정을 지었다.

“…아가씨? 이곳은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구역입니다.” 카이젤의 부하 중 한 명이 당황한 듯 물었다.

카이젤은 가늘어진 눈으로 아린을 바라봤다. 그의 시선이 마치 레이저처럼 그녀를 꿰뚫는 듯했다.
“길을 잃었다고요? 이 새벽에, 통신탑 28층 비상 계단에서요?” 카이젤의 목소리에는 의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아린은 천연덕스럽게 어깨를 으쓱였다.
“네, 맞아요! 사실… 황자 전하를 뵈러 왔거든요. 제가 좀 길치라… 혹시, 그분 어디 계신지 아세요? 아, 혹시 제가 황자 전하를 찾으러 왔다는 걸 아시면, 엄청 기뻐하시겠죠?” 아린은 일부러 들떠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카이젤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황자 전하는 이곳에 계시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황자 전하의 개인 저택이 아닙니다. 이만 돌아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빨리 사라지라는 무언의 압력이었다.

아린은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어머, 정말요? 어쩐지, 여기 있는 분들은 전부 황자 전하처럼 멋있지 않더라고요. 물론, 카이젤 단장님은… 음… 조금은 근접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녀는 카이젤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카이젤은 이 여인의 대담함에 순간 당황한 듯 보였다. 그의 옆에 있던 부하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어색하게 웃음을 참았다.

“이곳에 더 이상 머무르시면 강제로 퇴거 조치될 수 있습니다.” 카이젤의 목소리에는 경고의 기색이 역력했다.

“강제 퇴거라니… 그렇게 매정하게 나오시면 저도 섭섭해요. 제가 오죽하면 이런 곳까지 찾아왔겠어요? 그분께 꼭 전해야 할 중요한… ‘비밀스러운 메시지’가 있단 말이에요.” 아린은 목소리를 낮춰 비밀스럽게 속삭였다. 그러면서 카이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카이젤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접근에 뒷걸음질 치려다 멈칫했다. 그 순간 아린의 손이 찰나의 스침으로 그의 팔을 스치며 지나갔다. 미묘한 전류가 흐른 듯했다.
‘됐다!’
그녀는 손가락 끝으로 순식간에 카이젤의 망토에 아주 작은 발신 마법진 표식을 남겼다. 이 표식은 샛별의 장치와 연동되어 카이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저기, 저… 죄송하지만 단장님, 혹시 제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발을 떼지 못하시는 건 아니시겠죠?” 아린이 능청스럽게 눈웃음을 치며 물었다.

카이젤의 얼굴에 미묘한 경련이 스쳐 지나갔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아린의 눈동자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당신은… 지금 당장 이곳에서 사라지는 게 좋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을 겁니다.” 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하지만 묘하게 흔들리는 동공을 아린은 놓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제가 더 버티면… 저에게 반하실까 봐 두려우신 거겠죠? 그럼 이만 물러갈게요. 단장님도 조심하세요. 밤길이 험하잖아요.” 아린은 능글맞게 웃으며 다시 비상 탈출구 문을 닫았다. 그녀의 마지막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

문이 닫히는 순간, 아린은 큭큭 웃음을 터뜨렸다.
“휴… 간 떨어질 뻔했네.” 그녀는 재빨리 복장을 원래대로 돌리고 샛별에게 무전을 보냈다.
“샛별! 망치! 카이젤 단장님께 작은 선물 하나 드렸으니, 이제 우리 본업에 집중하자고!”

[대장님, 무사하셨군요! 망치가 엄청 걱정했습니다! 선물이라니… 무슨 선물인데요?] 샛별의 목소리에서 궁금증이 뚝뚝 떨어졌다.

“음, 아주… 밀착감이 뛰어난 선물이라고 할까? 이제 카이젤 단장님이 어디로 가든, 우리가 따라갈 수 있게 됐어. 그에게는 뜻밖의 손님이 되겠지. 그럼, 예정대로 32층 중앙 제어실로 간다!”

아린은 다시금 어둠 속을 유영하는 그림자가 되어 중앙 통신탑의 심장부를 향해 나아갔다. 그녀의 입가에는 비장함과 함께 장난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제국의 심장부에 불어넣을 혼란과 함께, 뜻밖의 로맨틱한 소용돌이가 시작될 것만 같았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