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스릴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도시의 밤은 언제나 그랬듯 침묵을 가장한 웅성거림으로 가득했다. 지훈은 익숙한 고층 아파트 복도를 걸으며 주머니 속 열쇠를 만지작거렸다. 하루 종일 시달린 회사 생활의 잔여 피로가 어깨를 짓눌렀지만, 이 문만 열고 들어가면 모든 것이 편안해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그를 지탱했다.

철컥.

익숙한 마찰음과 함께 문이 열리고, 짙은 어둠이 그를 맞았다. 스위치를 눌러 형광등을 켜자, 텅 빈 거실이 그제야 실체를 드러냈다. 언제나 정리정돈을 완벽하게 하는 습관 덕분에 집안은 늘 모델하우스처럼 깔끔했다.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가지런히 넣고, 열쇠는 현관 옆 작은 선반 위에 놓았다. 이 모든 행동이 의식의 흐름 없이 이루어지는, 일종의 의식과도 같았다.

지훈은 씻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따뜻한 물줄기가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자,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꼈다. 샴푸 향과 함께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와 물기를 닦던 중, 문득 현관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딸깍… 툭.”

작은 소리였지만, 정적 속에서 유난히 또렷했다. 지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소리였지? 분명 뭔가 떨어진 소리인데. 거실에 내려놓았던 리모컨이라도 고양이처럼 굴러 떨어진 걸까? 고양이는커녕, 살아있는 생명체라고는 지훈 자신 외에는 없었다. 그는 잠시 귀를 기울였지만, 더 이상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바람이 불었나?’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피곤해서 헛들었나 보다.’ 그는 애써 무시하며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현관 선반을 보는 순간, 심장이 쿵 떨어졌다.

분명히 현관 선반 위에 놓아두었던 열쇠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것도 그냥 떨어진 게 아니라, 열쇠고리가 문 쪽을 향한 채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내려놓은 것처럼. 지훈은 순간 섬뜩한 기분이 들었지만, 곧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젠장, 피곤해서 내가 잘못 놓았나 보네.”

그는 중얼거리며 열쇠를 다시 선반 위에 올렸다. 어쩐지 등골이 오싹했다. 서둘러 잠옷으로 갈아입고 부엌으로 향했다. 간단하게 야식을 준비할 생각이었다. 냉장고 문을 열고 내용물을 살피는 사이, 거실 쪽에서 다시 ‘딸깍’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명확했다. 냉장고 문을 닫고 거실을 향해 몸을 돌리는 순간, 등 뒤에서 희미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돌아보자 아무것도 없었지만, 거실 한가운데 놓인 테이블 위에서 책 한 권이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악!”

지훈은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 책은 어제 밤늦게까지 읽던 스릴러 소설이었다. 분명히 테이블 중앙에 놓아두었는데,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밀어 떨어뜨린 것처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바닥에 착지했다.

지훈은 숨을 헐떡이며 책을 주워 들었다. 손에 땀이 흥건했다. 말도 안 돼. 바람? 진동? 지진이라도 났나? 그는 휴대폰을 꺼내 지진 알림을 확인했지만,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주변 아파트들은 고요했고,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음도 없었다.

“누가… 누가 있는 건가?”

목소리가 떨렸다. 아파트에는 늘 지훈 혼자였다. 혹시 침입자? 그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심장이 발광하듯 뛰었다. 재빨리 집안을 훑어보았다. 침실, 작은방, 부엌, 욕실. 모두 텅 비어 있었다. 창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현관문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구조였다.

그럼 대체 뭐지?

지훈은 공포에 질려 더듬거리며 휴대폰을 들었다.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하지만 뭐라고 말해야 할까? ‘제 집에서 책이 저절로 떨어졌어요!’라고? 비웃음만 당할 뿐이겠지.

그는 애써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했다. 착각일 수도 있어. 피곤해서 헛것을 본 거다. 몸이 피곤하면 뇌가 이상한 신호를 보내기도 하니까. 그는 심호흡을 했다.

하지만 그때, 부엌 싱크대에서 갑자기 수도꼭지가 ‘칙!’ 소리를 내며 저절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훈은 넋을 잃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 손가락 하나 대지 않았는데, 잠겨 있던 수도꼭지가 혼자서, 제 의지로 돌아갔다. 차가운 물줄기가 싱크대에 부딪히며 신경을 긁는 소리를 냈다.

“이게… 이게 무슨… 말도 안 돼…”

그는 비틀거리며 수도꼭지로 다가갔다. 차가운 쇠붙이를 겨우 붙잡고 잠그자, 물줄기가 끊겼다. 손끝이 덜덜 떨렸다. 더 이상 착각이라고, 피곤해서라고 치부할 수 없었다. 이건 명백히 비정상적인 현상이었다.

그때였다. 거실에서 TV가 저절로 켜졌다. ‘지직-‘ 하는 노이즈와 함께 화면이 번뜩였다. 지훈은 몸을 돌려 TV를 응시했다. 화면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하얀색과 검은색 노이즈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볼륨은 최대치로 올라가 있었다. 귀를 찢을 듯한 소음이 아파트 전체를 뒤흔들었다.

지훈은 손을 뻗어 리모컨을 찾았지만, 리모컨은 소파 밑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었다. 그는 몸을 숙여 리모컨을 꺼내려 애썼지만, 잡히지 않았다. TV의 노이즈는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았다. 그는 마치 사냥꾼에게 쫓기는 먹이처럼 공포에 질려 허둥거렸다.

“꺼져! 꺼지라고!”

그는 소리쳤다. 하지만 TV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노이즈 속에서 무언가 희미하게 형태를 드러내는 듯했다. 마치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얼굴이 서서히 떠오르는 것처럼.

그는 절망에 찬 눈빛으로 TV를 바라보았다. 그때, 그의 뒤편 침실 문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어둠은 마치 심연처럼 깊었고, 그 안에서 차가운 기운이 확하고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지훈은 얼어붙었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TV에서 들려오는 소음은 고통스러웠고, 등 뒤에서 열리는 문은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의 시선을 느끼게 했다. 그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그때, TV 화면 속 노이즈가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지훈 자신의 얼굴이 비쳤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의 얼굴을 닮은 형체가 어둠 속에서 비틀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눈은 깊은 그림자에 잠겨 있었고, 입꼬리는 기괴하게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그 형체는 화면 밖으로 손을 뻗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지훈은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의 집은 더 이상 그에게 안전한 공간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아니, 무언가가 그를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존재는 지금, 그의 가장 깊은 곳을 침범하고 있었다.

침실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그 안에서 어둠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그 어둠이 지훈을 삼키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지훈은 뒤도 돌아볼 수 없었다. 그의 시선은 TV 속 비틀린 자신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이 집 안에 있었다.
처음부터.

그는 온몸에 돋은 소름을 느끼며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귓가에, TV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그러나 실제로는 그의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듯한, 차갑고 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 오랜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