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밤하늘을 찢고 솟아오른 궤도 엘리베이터의 강철 척추는 지구의 심장과 우주의 심장을 잇는 가느다란 실처럼 보였다. 그 끝, 검푸른 심연 위에 떠 있는 거대한 우주 정거장 ‘오리진 스테이션’. 인류 최후의 희망이자, 우리 두 남자의 7년에 걸친 집념이 빚어낸 결정체, 아르카나 엔진이 그곳에 있었다.

엔진룸은 희고 매끄러운 강철과 검푸른 광학 디스플레이로 가득했다. 거대한 원형 격납고 중앙에 자리 잡은 아르카나 엔진은 숨죽인 거인처럼 묵직한 존재감을 뿜어냈다. 내부에서 미약하게 울리는 공명음은 곧 전 우주를 뒤흔들 전조였다. 나는 마지막 조율을 마친 후, 가슴에서 터져 나올 것 같은 환희를 억누르며 돌아서서 지환을 바라봤다.

“완벽해, 지환아. 정말 완벽해.”

내 목소리에는 떨림이 섞여 있었다. 지환은 늘 그렇듯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길고 섬세한 손가락으로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은색 안경테를 살짝 올리는 모습은 언제나 이성적이고 차분해 보였다.

“그래, 인호야. 마침내 해냈어. 우리 둘이.”

그의 눈동자에는 나만큼이나 깊은 감격이 서려 있는 듯했다. 우리는 고아원에서 만나 같은 꿈을 꾸고 자랐다. 더럽고 암울한 지구 도시의 슬럼가에서 벗어나, 인류에게 새로운 미래를 선사하겠노라 맹세했다. 그리고 그 꿈은, 바로 이 아르카나 엔진으로 완성될 참이었다. 무한한 청정 에너지를 공급해 인류의 식량난, 환경 오염, 자원 고갈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유일한 열쇠. 그게 바로 아르카나 엔진이었다.

나는 지환의 어깨를 꽉 잡았다. “이제 우리는 전설이 될 거야.”

지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그런데… 전설의 이름은 하나로도 충분하지 않겠어?”

그의 미소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어딘가 차갑게 굳어 있는 듯했다. 그 순간, 등골에 싸늘한 한기가 스쳤다. 하지만 나는 그저 긴장감 때문이라고 애써 무시했다. 수많은 밤을 새워가며, 온갖 역경을 헤치고 여기까지 온 우리의 성공 앞에서, 나는 의심이라는 감정을 허락하고 싶지 않았다.

“무슨 소리야? 우리 둘이 함께 이룬 건데.”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지환은 옅은 한숨을 쉬었다. “인호야. 넌 너무… 순진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엔진룸의 문이 굉음을 내며 열렸다. 칠흑 같은 특수 장비를 착용한 무장 병력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의 전투복에는 오리진 스테이션의 공식 로고가 아닌, 낯선 검은 매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지환?”

혼란과 경악 속에서 내가 지환을 돌아보자, 그의 눈은 이미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아까의 따뜻한 감격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 오직 냉정한 탐욕만이 번뜩였다.

“미안하다, 인호야. 모든 건 내 것이 되어야 해. 아르카나 엔진의 이름은 이지환과 함께 기억될 거야. 네 이름은… 아무도 모르게 사라질 거야.”

병력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미처 손쓸 틈도 없이 팔이 꺾이고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둔탁한 충격이 온몸을 강타했고, 등 뒤에서 칼날 같은 통증이 치솟았다.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전투복에 내장된 전기 충격기가 내 심장을 노렸다. 온몸의 근육이 경련하며 비명을 질렀다. 시야가 흐려지고, 아득한 어둠이 밀려왔다.

“이… 이럴 수는 없어…!”

겨우 내뱉은 신음 소리는 지환의 차가운 음성에 묻혔다.

“네가 없었으면 이 엔진은 완성되지 못했겠지. 하지만 이제 네 역할은 끝났어. 완벽한 도구였어, 강인호. 수고했다.”

그의 발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어렴풋이 들었다. 의식이 점점 희미해지는 와중에도, 나는 눈을 부릅뜨려 그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담으려 했다. 그 부드러웠던 미소가, 이제는 악마처럼 비틀려 있었다. 그와 내가 함께 꿈꿨던 영광의 순간은, 한순간에 지옥의 문이 되어 나를 집어삼켰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좁고 어두운 공간에 갇혀 있었다. 온몸의 신경이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에 나는 신음했다. 손끝을 움직여보니, 축축하고 미끈거리는 액체가 느껴졌다. 그리고 코끝을 찌르는 철 비린내. 내 몸에서 흘러나온 피였다.

“콜록… 콜록!”

기침을 할 때마다 폐부에서 뜨거운 열기가 치솟았다. 뼈가 부러진 듯한 고통이 갈비뼈 부근에서 느껴졌다. 나는 필사적으로 눈을 깜빡였다. 주변은 온통 암흑이었다. 겨우 손을 더듬어 벽을 짚자, 차가운 금속 재질이 손끝에 닿았다. 그리고 이내 깨달았다. 이곳은 탈출 포드였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탈출 포드는 늘 비상 상황에 대비해 완벽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이곳은 마치… 쓰레기 처리함처럼 더럽고 고장 나 있었다. 내장된 비상 조명도, 통신 장비도 모두 먹통이었다.

그리고 창밖을 보았다.

어둠. 끝없는 어둠.
별들이 박힌 캔버스 위로, 내가 겨우 알아볼 수 있는 건 우리가 떠나온 지구의 푸른 점뿐이었다. 그것마저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내가 탄 탈출 포드는 중력권을 벗어나 우주 심연으로, 목적지 없는 표류를 시작한 것이었다. 지환이 나를 영원히 이 우주 속에서 지워버리려 한 것이 분명했다.

고통과 함께 비참함, 그리고 끓어오르는 분노가 나를 집어삼켰다. 7년의 세월, 피와 땀으로 일군 모든 것이 한순간에 재가 되어버렸다. 믿었던 친구의 칼날이 심장을 꿰뚫었다.

“이지환…!”

목이 터져라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차가운 강철 벽에 부딪혀 공허하게 메아리칠 뿐이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나는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굴러다니는 깨진 금속 조각을 움켜쥐었다. 손바닥이 베여 피가 흘렀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지환을 향한 증오만이 내 온몸을 마비시키는 듯했다.

나는 죽지 않는다. 절대로.

이대로 차가운 우주 미아가 되어 사라질 수는 없었다. 이 처참한 끝이, 내 모든 것이 될 수는 없었다. 내 폐부가 터져나가고, 온몸의 뼈가 으스러진다 해도, 나는 살아남아야 했다. 저 잔혹한 배신자에게 내가 아직 살아있음을, 그리고 그가 파괴한 모든 것 위에 서서 그를 무너뜨릴 것임을 똑똑히 보여주기 위해서.

“기다려라, 이지환….”

내 목소리는 피와 분노로 갈라져 나왔다.

“이 우주 끝에서라도… 반드시 돌아가서, 네 모든 것을 부숴버릴 테니…!”

차가운 우주 저편으로, 부서진 탈출 포드는 그렇게 무한한 어둠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복수라는 이름의 씨앗이 고통과 함께 싹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