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별 헤는 밤, 엉킨 실타래

밤안개 시장은 이름처럼 늘 희뿌연 안개와 온갖 향신료 냄새, 사람들의 웅성거림으로 가득했다. 이곳은 수도에서 가장 큰 암시장 중 하나이자, 제국의 눈과 귀가 닿지 않는 유일한 공간처럼 보였다. 하지만 유미나는 알고 있었다. 이곳이야말로 제국의 썩은 이빨들이 가장 집요하게 갉아먹는 곳이라는 것을.

오늘 그녀의 임무는 단순하면서도 위험했다. ‘까마귀’에게서 비밀 메시지를 전달받는 것. 까마귀는 시장 한구석에서 구운 옥수수를 파는 늙은 노인이었다. 겉보기엔 그저 귀가 어두운 노인이지만, 그의 손에 쥐어진 옥수수는 때로는 정보였고, 때로는 다음 혁명의 불씨가 될 씨앗이었다.

미나는 낡은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북적이는 인파 속으로 스며들었다. 굽이굽이 이어진 골목마다 수상쩍은 거래가 오가고,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눈빛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젠장, 이놈의 시장은 올 때마다 기분이 더러워져.’

구수한 옥수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 미나는 노련하게 인파를 헤치며 까마귀 노인의 좌판을 향해 걸어갔다. 멀리서도 허리가 굽은 노인이 모락모락 김이 나는 옥수수를 팔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였다.

쨍그랑!

골목 어귀에서 갑작스런 소음과 함께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미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숙여 기둥 뒤에 숨었다. 저벅저벅, 규칙적인 군화 소리가 어둠을 뚫고 다가왔다.

“제국 수비대다! 모두 움직임을 멈춰라!”

낮게 깔리는 목소리는 싸늘한 강철 같았다.
미나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이 시간에 수비대가 들이닥칠 줄이야. 제국의 순찰은 대개 새벽에 이루어지는 것이 상례였다. 뭔가 이상했다.

군화 소리가 멈춘 곳에는 붉은 제복을 입은 수비대원들이 쫙 깔려 있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검은색 견장을 두른 위압적인 사내가 서 있었다. 그의 등 뒤로 시장의 희미한 등불이 그림자를 드리웠다.
사내는 어둠 속에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존재감을 뿜어냈다.

카이젤.

미나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제국 수비대 최고의 검이자, 혁명군에게는 피도 눈물도 없는 숙적. 하지만 동시에, 그녀에게는… 말 못 할 악연으로 엮인 상대였다.

“각 상인들은 즉시 신분증을 제시하고, 수상한 자들은 검문을 받는다!”
카이젤의 목소리는 칼날 같았다. 그의 차가운 시선이 시장 곳곳을 훑었다. 그의 눈길이 스쳐 지나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숨죽이며 고개를 숙였다.

미나는 까마귀 노인의 좌판을 힐끗 보았다. 노인은 여전히 옥수수를 굽고 있었지만, 그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저대로 있다가는 분명 발각될 터였다.

‘젠장, 어쩌지? 이대로 기다렸다가는 다 같이 위험해져.’

미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 만한 일, 동시에 카이젤의 시선을 분산시킬 만한 일.

“아이고, 저런!”

그녀는 과장된 몸짓으로 외치며 들고 있던 나무 상자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상자 안에서 굴러 나온 것은 다름 아닌 사과들이었다. 빨갛고 탐스러운 사과들이 우르르 바닥으로 굴러갔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로…”

미나는 허둥지둥 사과를 주워 담는 척했다. 의도적으로 카이젤과 그의 부하들이 있는 방향으로 몇 개를 굴려 보냈다.

“저런, 아가씨. 괜찮은가?”
근처에 있던 상인 하나가 걱정스레 물었다.

“네, 죄송해요. 제가 너무 서둘러서…”
미나는 애써 얼굴에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바닥을 기었다.
그때였다. 그녀가 굴려 보낸 사과 중 하나가 정확히 카이젤의 군화 끝에 닿았다.

카이젤은 내려다보고 있었다. 붉은 사과, 그리고 사과를 줍기 위해 무릎을 꿇은 미나를.
그의 눈동자가 차가운 은빛으로 빛났다.

“누구냐.”
낮게 깔린 목소리가 미나의 심장을 꿰뚫는 듯했다.

미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깊게 눌러쓴 후드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눈동자가 카이젤의 시선과 부딪혔다.

“죄송합니다, 수비대장님. 제가 너무 당황해서…”
미나는 능청스럽게 웃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카이젤은 한 발짝 다가섰다. 그의 그림자가 미나를 완전히 덮었다.
“이 시간에 여자가 혼자 시장에 나선 이유를 설명해라.”
그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젠장, 저놈의 감정 없는 얼굴! 무슨 돌멩이도 아니고!’
미나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아, 그게… 저희 집 약재가 떨어져서 급히 사러 왔습니다.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미나는 급히 그럴싸한 변명을 지어냈다. 이 시장은 약재상이 많기로도 유명했다.

카이젤의 시선이 그녀의 손에 들린 빈 바구니를 훑었다. 그리고는 미나의 후드를 벗겨내려는 듯 손을 뻗었다.

“후드를 벗어라. 신분을 확인하겠다.”

미나의 심장이 발이 묶인 채 뛰었다. 이대로 후드가 벗겨지면, 그녀의 정체가 드러날 터였다. 그녀는 수도 시장에서 작은 튀김 가게를 운영하는 ‘평범한’ 아가씨였다. 동시에 제국을 뒤흔들 반역자의 핵심 인물이기도 했고.

“대, 대장님! 아무리 그래도 여인에게 너무 무례하신 것 아닙니까!”
미나는 잔뜩 겁먹은 척 소리쳤다.

카이젤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 그의 원칙주의적인 성격상, 불필요한 마찰은 피하려 할 터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의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때, 저 멀리서 다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저기요! 저기 수상한 사람이 달아납니다!”

미나는 순간 카이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후드 속에 숨겨둔 작은 단검을 꺼내 사과 바구니 안에 숨겼다.

“죄송해요!”
미나는 다시 한번 외치고는, 마치 놀란 토끼처럼 벌떡 일어나 카이젤의 옆을 스치듯 지나쳐 달리기 시작했다.

“저것 봐라!”
수비대원 하나가 외치며 그녀를 쫓으려 했지만, 카이젤이 손을 들어 막았다.

“놔둬라. 저쪽을 먼저 처리한다.”
그의 시선은 아직도 미나가 사라진 골목을 좇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명령은 확고했다.

미나는 정신없이 달렸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묘한 쾌감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카이젤을 따돌렸다!

‘젠장, 젠장, 젠장! 망할 놈의 카이젤! 꼭 이럴 때 나타나서!’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미리 정해둔 은신처로 향했다. 다행히도 까마귀 노인에게서 메시지는 무사히 전달받았다. 그녀가 사과를 줍는 척하며 그의 좌판 아래서 메시지가 담긴 작은 주머니를 낚아챘던 것이다.

은신처에 도착한 미나는 후드를 벗어던졌다. 땀으로 축축한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휴우… 미칠 것 같네.”

그녀는 주머니를 열어 그 안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예상대로, 가죽으로 된 작은 두루마리가 들어 있었다.
조심스럽게 펼쳐보니, 알아볼 수 없는 암호들로 가득했다.

‘제국의 병력 이동이 예상보다 빠르다고? 큰일인데.’
미나는 메시지를 읽으며 표정이 굳어졌다.

그때였다.

툭.

갑자기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미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어둠 속에서 서 있는 카이젤의 모습이었다.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차가운 은빛이었지만, 어딘가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그렇게 달아날 줄 알았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위협적이었지만, 이번에는 전과 다른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미나는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손에는 아까 사과 바구니에 숨겼던 단검이 들려 있었다.

“대체 어떻게…?”

카이젤은 피식 웃었다. 아주 희미했지만, 분명한 웃음이었다.
“나는 네가 떨어뜨린 것이 사과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미나.”

미나의 눈이 크게 뜨였다.
들켰다. 완벽하게, 그리고 너무나 허무하게.

그의 손에는 그녀가 흘리고 간, 작은 천 조각이 들려 있었다. 미나가 늘 머리에 묶고 다니던, 튀김 기름 냄새가 희미하게 배어 있는 보라색 머리끈이었다.

“잡았다, 나의 발칙한 아가씨.”

그의 눈빛은 마치 먹이를 발견한 맹수처럼 번뜩였다.
어둠 속, 두 사람의 시선이 얽혔다.
이 밤, 과연 누가 누구를 잡을 것인가.
그리고, 이들의 엉킨 실타래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