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황도의 외곽, 무너져 가는 흙벽돌집이 미로처럼 얽힌 빈민가. 아침부터 끓어오르는 태양은 한 점 구름도 없는 하늘을 뚫고 내려와, 이미 지쳐 있는 이선(李宣)의 등골을 땀으로 적셨다. 황제 폐하의 자비로운 통치 아래, 오늘도 백성들은 평화로이…… 일하고 있었다. 평화로운 노동. 이선은 코웃음을 쳤다. 삽날에 짓눌린 흙먼지가 폐 깊숙이 파고드는 기분이었다.

이곳은 ‘천인의 진흙구덩이’. 황도 외곽의 버려진 채석장으로, 제국이 버린 이들, 즉 천인들이 죽을 때까지 돌을 캐내야 하는 지옥 같은 곳이었다.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돌덩이들은 황궁의 새 탑을 쌓는 데 쓰이고, 그 탑은 하늘에 닿을 듯이 높아져만 갔다. 그럴수록 이선과 같은 천인들의 등은 더욱 굽어졌다.

“이선! 또 꾸물거려? 해 질 때까지 할당량을 못 채우면 네놈 밥그릇은 오늘부터 없다!”
감시병의 쩌렁쩌렁한 고함이 나른한 공기를 찢었다. 굵은 쇠몽둥이가 그의 눈앞, 바닥을 강하게 후려쳤다. 콰앙! 흙먼지가 폭발하듯 솟구쳤다. 징벌의 의미를 담은 위협에 이선은 묵묵히 삽질을 이어갔다. 어차피 밥그릇이라 부를 만한 것도 없었다. 매일 주어지는 묽은 죽 한 그릇과 썩은 채소가 전부였다.

“쳇.”
이를 악물었다. 그의 팔에는 이미 굳은살이 박히다 못해 돌처럼 단단해져 있었다. 언제부턴가 감각마저 무뎌진 오른팔을 휘두를 때마다, 십 년 전 일곱 살 어린 나이에 이곳에 끌려온 순간이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다. 어머니의 흐느낌, 아버지의 무릎 꿇린 모습. 제국의 사유지에 발을 들였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빼앗긴 채 이곳에 던져졌다.

그날 이후, 그의 삶은 거대한 바위에 짓눌린 풀잎과 같았다.
이선은 허리춤에 찬 낡은 물통을 들어 목을 축였다. 미지근한 물은 갈증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메마른 목구멍을 축여주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저 멀리, 황도 안쪽의 화려한 지붕들이 보였다. 황금빛 기와와 푸른색 유리창이 햇빛을 받아 번쩍였다. 그곳은 제국의 심장, 귀족들의 낙원이자 천인들에게는 감히 꿈조차 꿀 수 없는 곳이었다.

“젠장…!”
그때였다. 돌을 캐던 다른 천인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시작되었다. 이선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했다.
황궁 쪽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처음엔 작은 불씨인가 했지만,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기세로 치솟았다. 그리고 이어서, 둔탁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황궁의 비상사태를 알리는 종. 저 종소리는 수십 년 만에 처음 듣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지?”
“황궁에 불이 났나?”
사람들의 얼굴에는 경외심과 불안감이 뒤섞여 있었다. 그 순간, 진흙구덩이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비명이 들렸다. 그건 사람이 낼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짐승의 포효 같기도, 아니면 목이 찢어지는 듯한 절규 같기도 했다.
이내 패닉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황궁 쪽에서부터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제복을 입은 황궁 경비병들마저도 창과 칼을 버린 채 도망치고 있었다.

“길을 막아! 이 미친놈들!”
감시병들이 소리를 지르며 도망치는 사람들을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이미 공포가 가득했다.
피 냄새가 바람을 타고 불어왔다. 비릿하고 역겨운, 살이 타들어 가는 듯한 냄새. 이선은 본능적으로 삽을 고쳐 잡았다. 그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저게… 뭐야?”
한 천인이 넋 나간 얼굴로 손가락질했다. 황궁에서 도망쳐 온 사람들 뒤로, 기괴한 그림자들이 쫓아오고 있었다.
그것은 사람이었다. 아니, 사람이었던 것들이었다.
찢어진 옷, 피로 얼룩진 몸. 그들은 눈이 뒤집힌 채 흐느적거리는 걸음으로 달려왔다. 입가에는 검붉은 침이 흘렀고, 기괴한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그들이 서로에게 달려들어 살점을 뜯어 먹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이미 쓰러진 이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비명을 지르는 이를 짐승처럼 찢어발겼다.

“괴물이다! 괴물이 나타났다!”
누군가 절규했다. 진흙구덩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감시병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안전한 곳으로 도망쳐야 할 그들이 가장 먼저 도망쳤다. 제국의 질서는 단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망할…!”
이선은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쓰러진 천인들과 그들에게 달려드는 괴물들의 모습이었다. 그의 옆에 있던 늙은 천인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다 발을 헛디뎠다. 괴물 중 하나가 늙은이에게 달려들었다. 이선은 망설일 틈도 없이 삽을 휘둘렀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삽날이 괴물의 머리를 강타했다. 녀석은 비틀거리며 쓰러졌지만, 곧바로 다시 일어서려 했다. 일반적인 생명체라면 한 방에 죽었을 충격이었다.
“크르르르…!”
뒤집힌 눈동자가 이선을 향했다. 썩어가는 살점 사이로 보이는 이빨은 날카롭게 돋아나 있었다.

“젠장!”
이선은 재빨리 삽을 다시 휘둘러 괴물의 목을 겨냥했다. 깊숙이 박힌 삽날이 뼈와 살을 으스러뜨리는 소리가 났다. 드디어 녀석은 미동도 없이 쓰러졌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주변을 돌아봤다. 이미 채석장 곳곳에서 괴물들이 천인들을 덮치고 있었다. 천인들은 무기도 없이 맨손으로 도망치거나, 혹은 삽이나 곡괭이를 들고 저항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괴물들은 수가 너무 많았고, 멈추지 않았다.

그때였다. 흙먼지 너머로, 황도 외곽을 둘러싼 거대한 성벽의 문이 굳게 닫히는 모습이 보였다. 철컥! 묵직한 쇠사슬이 걸리는 소리가 이선에게까지 들리는 듯했다.
안전한 황궁 안으로 도망친 귀족들과 황궁 경비대원들이, 감염된 괴물들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천인들을 버리고 성문을 닫아버린 것이었다. 버려진 것. 다시 한번, 이선은 제국에게 버려졌다. 이 거대한 제국은 백성들의 생명에는 단 한 푼의 가치도 부여하지 않았다.

“저런 씨발…!”
이선은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고 이 거대한 제국이 자신들을 버렸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그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는 삽을 고쳐 잡고, 괴물들이 우글거리는 아수라장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제 더 이상, 누군가의 명령을 따르는 노예가 아니었다. 생존을 위해, 자신을 위해 싸우는 하나의 존재였다.
이 혼돈 속에서,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세상의 끝에는, 언제나 버려지고 짓밟히던 천인들의 반란이 있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