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역사물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늦은 밤, 정우는 침대에 반쯤 기댄 채 허공을 노려보고 있었다. 잠이 올 리 만무했다. 시계는 이미 새벽 두 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고, 아파트 전체는 쥐 죽은 듯 고요했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서 정우의 귀는 예민하게 곤두서 있었다. 언제 또 시작될지 모르는 ‘그것’을 기다리면서.

며칠 전부터였다. 처음엔 그저 피곤해서 헛것을 듣는 거라고 생각했다. 밤마다 들려오는 희미한 속삭임,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한밤중에 이웃집에서 나는 생활 소음이겠거니, 잠결에 꿈을 꾸는 것이겠거니 했다.

그러나 어제, 모든 것이 변했다.

그날도 자정 무렵이었다. 정우는 거실 소파에 앉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유리컵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끄러지듯, 아주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탁자 가장자리로 향했다. 정우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 눈을 깜빡이자 컵은 멈춰 있었다. 착각이라고 믿으려 했다. 하지만 잠시 후, 컵은 다시 움직였다. 결국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

쨍그랑 하는 소리는 고요한 밤을 갈랐고, 정우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는 꼼짝없이 앉아 깨진 유리 파편들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건 착각도, 피로도 아니었다. 뭔가 잘못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 정우는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침대 옆 협탁에 놓인 작은 액자에 고정되어 있었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액자는 미동도 없었다. 하지만 정우는 알고 있었다. 녀석이 다음엔 어디를 건드릴지 모른다는 것을.

심장이 쿵, 쿵, 쿵, 불규칙하게 울렸다.
벽 시계의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똑, 똑, 똑.
어디선가 아주 희미한, 마치 아이가 흥얼거리는 듯한 노랫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환청인가?
정우는 숨을 들이켰다. 아니, 환청이 아니었다. 분명히 들렸다. 아주 작고, 희미했지만, 그 멜로디는 점점 또렷해지고 있었다. 마치 벽 너머에서 흘러나오는 것처럼.

“누구… 누구야?” 정우는 거의 속삭이듯 물었다.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노랫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가까워지는 듯했다. 이제는 가사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 의미 없는 음절의 반복. 기괴하고 섬뜩했다. 온몸의 털이 쭈뼛 섰다.

정우는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왔다. 맨발이 바닥에 닿자 차가운 기운이 발끝에서부터 타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방 문으로 향했다. 문고리를 잡으려는데, 갑자기 손잡이가 ‘덜컥’ 하고 돌아갔다.

정우는 비명을 지를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손을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방문이 아주 천천히,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어둠이 짙게 깔린 복도가 보였다. 저 안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정우는 핸드폰을 들어 손전등 기능을 켰다. 흔들리는 빛이 복도를 비췄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노랫소리는 여전히 들렸다. 이번엔 거실 쪽에서 들리는 듯했다.

그는 용기를 내어 복도를 가로질러 거실로 향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루가 삐걱거렸다. 복도 끝에 다다랐을 때, 정우는 거실 한가운데에 서 있는 냉장고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것을 보았다. 냉장고 안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불빛이 어둠 속에서 유일한 길잡이였다.

노랫소리는 냉장고 안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이건… 말도 안 돼.” 정우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의 눈은 냉장고 문에 고정되어 있었다. 문이 조금 더 열리더니, 이내 ‘덜커덕’ 하는 소리와 함께 완전히 열려버렸다.

냉장고 안의 불빛이 거실을 환하게 비췄다. 그리고 그 안에서, 냉장고 맨 위 칸에 놓여 있던 우유팩이 스르륵 미끄러져 내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밀어내는 것처럼. 노랫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찢어질 듯한 고음,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들이 정우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우유팩은 멈추지 않고 선반 하나하나를 타고 내려왔다. 마지막 칸에 이르자, 마치 발이라도 달린 것처럼 우유팩이 냉장고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차가운 마룻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우유팩은 이리저리 흔들리더니, 옆으로 쓰러졌다. 하얀 우유가 끈적하게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정우는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그의 눈은 우유팩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 순간, 냉장고 문이 ‘쿵’ 하고 세게 닫혔다. 동시에 거실의 모든 불이 일제히 꺼졌다.

암흑.

노랫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이제는 마치 그의 바로 옆에서 부르는 것처럼 생생했다. 정우는 소름 끼치는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벽에 등이 닿았다. 그는 손을 휘저으며 벽을 더듬었다. 스위치를 찾아야 했다. 뭐라도, 어떤 빛이라도 필요했다.

그때, 그의 등 뒤에서 섬뜩한 목소리가 들렸다.

“찾았다.”

정우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온몸의 피가 식는 느낌이었다. 그 목소리는 차갑고, 날카로우며, 기분 나쁘게 울렸다. 바로 그의 귀 옆에서 속삭인 것 같았다.

그는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돌아보면 안 된다는 본능적인 공포가 그를 지배했다. 눈앞은 칠흑 같은 어둠이었지만, 그는 어둠 속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무언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갑자기, 거실 한가운데에 있던 텔레비전이 저절로 켜졌다. 지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화면 가득 알 수 없는 흑백 패턴이 일렁였다. 채널은 고정되어 있었다. 마치 누군가 수신되지 않는 방송을 틀어놓은 것처럼.

그리고 텔레비전 화면 속의 흑백 패턴이 일렁이더니, 서서히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마치 오래된 필름 사진처럼, 흐릿하고 왜곡된 이미지. 어렴풋이 사람의 형상인 듯했다.

정우는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의 시선은 화면 속의 흐릿한 형상에 고정되었다. 형상은 점차 선명해졌다.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다. 창백한 얼굴,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 아이는 화면 너머의 정우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의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 텔레비전의 잡음 속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것 같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 순간, 텔레비전 화면 속 아이의 손이 천천히 화면 밖으로 뻗어 나왔다. 마치 액체를 뚫고 나오듯, 희뿌연 아지랑이를 일으키며. 다섯 개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정우를 향해 뻗어 나왔다.

정우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그는 온몸의 근육이 경직된 채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눈앞의 광경은 비현실적이었고, 그의 이성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제발… 제발 멈춰…!”

그러나 아이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차가운 기운이 그의 뺨을 스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의 어깨에, 마치 얼음장 같은 손가락이 닿는 순간, 정우는 영혼까지 뽑혀나가는 듯한 섬뜩한 감각에 온몸이 얼어붙었다.

텔레비전 화면 속 아이의 얼굴은 기괴하게 일그러지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귀에는, 멈추지 않는 그 기괴한 노랫소리가 점점 더 크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