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날카로운 금속의 냄새와 냉기 서린 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이서진은 지휘봉처럼 쥔 태블릿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 투명한 감금장 너머, 카이론은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겉보기엔 그저 명상에 잠긴 듯 고요했지만, 서진은 그의 수정 같은 피부 아래로 미세하게 맥동하는 생명의 빛을 감지할 수 있었다. 아리아족의 심장 박동은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주파수의 파동으로 나타났다.

“오늘도 변함없이 고요하군요.” 서진은 건조하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미세한 진동으로 가득 찬 감금장의 강철 벽에 부딪혀 반향했다. “당신 종족이 우리 인류의 평화를 위협할 때 보여주던 광기 어린 집념은 어디로 간 겁니까, 카이론?”

카이론의 눈꺼풀이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자색과 푸른색이 뒤섞인 보석 같은 눈동자가 서진의 심연을 응시했다. 그는 입을 열어 소리를 내는 대신, 존재 자체로 말을 걸어왔다. 서진의 정신 속으로 파고드는 익숙한, 하지만 여전히 전율을 일으키는 파장.

*’평화는 상대적인 개념, 이서진 소령. 그대들이 지키려는 평화가 우리에게는 지옥일 수도 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가.’*

서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수백 년간의 전쟁이 남긴 것은 서로에 대한 불신과 증오뿐입니다. 당신들의 ‘평화’는 언제나 우리에게 죽음을 의미했어요.”

*’그리고 그대들의 ‘생존’은 우리에게 소멸을 강요했지.’* 카이론의 정신음은 흔들림 없었으나, 서진은 그 저변에 깔린 깊은 슬픔을 읽어냈다. 그녀는 아리아족의 정신감응 능력이 상대의 가장 깊은 감정까지 읽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상대에게 자신의 감정을 투영할 수도 있다는 것도. 아마 지금 카이론은 그녀의 내면에서 갈등하는 진실을 읽고 있을 터였다.

이서진은 카이론과의 만남이 길어질수록, 그를 단순한 ‘적’으로만 규정하기 어려워지고 있었다. 그의 침착함, 날카로운 지성, 그리고 종족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 뒤에 숨겨진 어떤 깊은 고뇌 같은 것이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는 다른 아리아족 포로들과는 달랐다. 그들의 지도자이자, 어쩌면 그들의 마지막 희망 같은 존재.

“당신은 우리 시설에 갇혔습니다, 카이론.” 서진은 목소리에 냉기를 더했다. “이제 당신의 선택은 두 가지뿐입니다. 진실을 말하고 우리 인류의 손에 종족의 운명을 맡기거나, 아니면 침묵하고 파멸을 맞이하거나.”

카이론은 고개를 미세하게 기울였다. 그의 투명한 손이 공중을 스쳤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물결이 일렁이는 듯, 감금장 내부에 설치된 홀로그램 장치에서 낯선 성운의 지도가 떠올랐다. 그것은 인류가 한 번도 탐사한 적 없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우리는 파멸을 원치 않는다, 서진 소령. 그리고 당신들 인류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카이론의 정신음이 이번에는 경고의 파동을 띠었다. *’하지만 그대들이 마주하고 있는 것은 우리 아리아족이 아니다. 진짜 위협은, 훨씬 더 오래전부터 잠들어 있었던 존재다.’*

서진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의 말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었다. 그녀의 심장을 직접적으로 울리는 공포였다.

“무슨 소리죠? 또 다른 종족이 있다는 말입니까?” 그녀는 홀로그램 지도를 노려보았다. 거기에는 붉은색의 섬광으로 표시된 지점이 있었는데, 그곳을 중심으로 거대한 암흑이 번져나가고 있었다.

*’수천 년간, 우리가 감시해온 존재. 모든 생명의 에너지를 흡수하여 자신을 키우는 포식자. 그들은 이제 깨어나고 있다. 우리가 오랜 전쟁으로 서로를 갉아먹는 동안, 그들은 어둠 속에서 힘을 축적했지.’*

서진은 감금장 옆의 제어 패널로 달려갔다. “말도 안 돼… 그런 존재는 우리의 기록에 없어!”

*’그대들의 기록이 너무 짧거나, 혹은 누군가 진실을 숨겼을 뿐이다.’* 카이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수정 같은 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떨림은 서진의 정신에도 전달되어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우리는 그들을 ‘침묵의 심연’이라 부른다. 빛조차 흡수하는 존재. 만약 그들이 완전히 깨어난다면, 인류와 아리아족 모두 소멸할 것이다.’*

그 순간이었다.

**콰앙-!**

감금장 복도 끝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건물의 강철 뼈대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끔찍한 굉음이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비상등이 붉은색으로 번쩍이기 시작했고, 사이렌 소리가 귀를 찢을 듯 울렸다.

“젠장, 이게 무슨…!” 서진은 태블릿을 확인했지만, 통신은 이미 불통이었다. 복도 저편에서 무장한 경비병들이 혼란에 빠져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왔군.’* 카이론의 정신음은 여전히 침착했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는 더욱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가 서로를 파괴하기를 기다리다, 이제 모든 것을 집어삼키러 온 것이다.’*

복도의 강철문이 터져 나가며 검은 그림자가 쏟아져 들어왔다. 그것들은 인류도, 아리아족도 아닌, 낯설고 기이한 형태의 생명체였다. 날카로운 발톱과 거대한 턱을 가진, 마치 심해의 괴물처럼 생긴 존재들이었다. 그들의 몸에서는 아무것도 반사되지 않는 어둠이 흘러나왔다.

서진은 즉시 허리에 찬 개인용 에너지 블래스터를 뽑아 들었다. “카이론! 당신이 말한 그 존재들인가?!”

카이론은 감금장의 에너지 방벽으로 다가섰다. 그의 손이 방벽에 닿자, 방벽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일렁였다. *’그렇다. 그리고 이 방벽은 그들을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서진 소령, 선택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 모두 파멸할 것인가, 아니면… 나와 함께, 이 함선을 탈출할 것인가?’*

그의 정신음이 절박하게 서진의 내면을 뒤흔들었다. 그녀의 눈앞에는 복도를 피로 물들이며 달려오는 ‘침묵의 심연’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등 뒤에는 인류의 적이라 규정된, 그러나 이제는 유일한 희망처럼 보이는 아리아족의 왕자가 서 있었다.

서진의 손가락이 에너지 블래스터의 방아쇠에 닿았다. 그녀의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선택은 단순한 탈출이 아니라, 인류와 아리아족의, 그리고 그녀와 카이론의 모든 것을 뒤엎을 금지된 문을 여는 행위라는 것을.

**쉬이이익-!**

감금장의 에너지 방벽이 카이론의 힘에 의해 서서히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괴물들의 기괴한 울음소리가 더욱 가까워졌다. 서진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는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그 총구는 괴물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