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드넓은 암흑의 바다, 그 한가운데를 유영하는 ‘아레스-7’호는 지칠 줄 모르는 거대한 고래 같았다. 칠흑 같은 우주 속에서 푸른 엔진 불꽃을 내뿜으며, 인류가 한 번도 도달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을 향해 묵묵히 전진하는 중이었다. 항해사 이진우 상병은 여느 때처럼 메인 콘솔 앞에 앉아 끝없이 이어지는 항로 데이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눈은 피로했지만, 화면에 깜빡이는 수치들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이진우 상병, 특이사항 있나?”

뒤에서 들려오는 저음의 목소리에 이진우가 몸을 똑바로 세웠다. 선임 항해사 김준 대위였다.

“현재까지는 특별한 이상 없습니다, 대위님. 예정된 항로를 오차 없이 순항 중입니다.”

김준 대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진우의 옆으로 다가와 보조 모니터를 살폈다. 그의 시선이 특정 지점에 멈췄다. “음? 저건 뭐지?”

이진우도 김준 대위의 시선을 따라 화면을 응시했다. 메인 스캔 범위 외곽, 아주 미세한 점 하나가 깜빡이고 있었다. 너무나 희미해서 육안으로는 인지하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오류 같습니다, 대위님. 이 구역은 항성계도, 소행성대도 없는 완벽한 공허 지대입니다. 시스템에서 잔류 노이즈를 잡은 것 같습니다.”

“노이즈? 어째서 형태를 가지고 움직이지?” 김준 대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확대해서 재분석해봐. 에너지 서명도 체크하고.”

이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능숙하게 키보드를 조작했다. 점차 확대되는 화면 속에서 미세한 점은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동시에 오른쪽 모니터에 에너지 서명 분석 그래프가 떠올랐다.

“이건… 이상하네요. 불규칙하긴 하지만, 분명한 에너지 파형입니다. 자연적인 현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진우의 목소리에 미묘한 긴장감이 실렸다.

김준 대위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캡틴께 보고해. 당장.”

***

캡틴 이민준은 보고를 받는 내내 미동도 없이 홀로그램 영상을 응시했다. 그의 앞에는 칠흑 같은 우주 한가운데 떠 있는, 완벽한 정육면체 형태의 구조물이 띄워져 있었다. 크기는 대략 중형 구축함 정도. 표면은 빛을 완전히 흡수하는 듯 검었으나, 간혹 시스템의 스캔 광선이 닿는 순간 오묘한 푸른색과 보랏빛이 번져나가며 마치 살아있는 피부처럼 옅게 꿈틀거리는 듯한 착시를 일으켰다. 어떤 접합부나 문양도 없이 매끈했으며, 재질은 모든 스캔을 거부했다.

“재질 불명, 출처 불명, 용도 불명이라… 흥미롭군.” 이민준 캡틴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김소라 박사, 이 구조물에서 다른 어떤 정보라도 얻어낸 게 있습니까?”

과학 장교 김소라 박사는 캡틴의 건너편에서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흥분과 동시에 미지의 것에 대한 경외감이 공존하고 있었다. “네, 캡틴.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구조물에서 끊임없이 미세한 진동이 감지된다는 겁니다. 주파수 대역은 저희가 아는 어떤 형태의 에너지 파형과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일종의 ‘노래’ 혹은 ‘언어’ 같다고 표현하는 게 가장 적절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의미를 해석하기엔 역부족입니다.”

“노래라… 그럼 인공 구조물이라는 것은 확실하겠군.” 캡틴은 잠시 침묵했다. “항해사 김준 대위, 현재 속도와 방향을 유지한 채 0.5광초까지 접근합니다. 모든 무기 시스템을 대기 상태로 전환하고, 방어막은 최대로 올립니다.”

“캡틴! 미지의 구조물에 너무 가까이 접근하는 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보안 팀장 안지훈 소령이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그의 얼굴에는 잔뜩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저것이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어떤 능력을 가 지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선제 공격을 받으면 대응조차 힘들 겁니다.”

“안 소령, 우리 임무가 뭡니까?” 캡틴 이민준이 안지훈 소령을 똑바로 응시했다. “미지의 영역을 탐사하고, 인류에게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 저것은 우리가 수십 년간 찾아 헤매던 바로 그 ‘미지’입니다. 위험하다고 피하기만 한다면 우리는 여기서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겁니다. 탐사 프로토콜을 따릅니다. 접근 후, 소형 셔틀 ‘헤르메스’를 이용해 직접 탐사에 들어갈 겁니다.”

회의실의 공기가 순간 얼어붙었다. 직접 탐사라니. 모두가 예상은 했지만, 막상 캡틴의 입에서 나오자 그 무게감이 남달랐다.

“탐사팀은 김소라 박사, 박세준 수석 엔지니어, 그리고 안지훈 소령 당신입니다. 30분 내로 준비를 마칩니다.”

안지훈 소령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알겠습니다, 캡틴.”

***

‘아레스-7’호는 거대한 정육면체 구조물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섰다. 0.5광초. 가까이 다가가자 그 압도적인 크기와 존재감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육안으로도 이제 그 거대하고 검은 형태를 볼 수 있었다. 구조물 주변의 공간은 마치 왜곡된 듯, 별빛조차 흐릿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캡틴, 함선 시스템에 미세한 전력 불안정 현상이 감지됩니다.” 통신을 통해 박세준 수석 엔지니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외부 에너지 파동이 내부 회로에 간섭하는 것 같습니다. 큰 문제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았다. 박 수석, 헤르메스 상태는 어떤가?” 이민준 캡틴이 물었다.

“전부 양호합니다, 캡틴. 지금 바로 이함 가능합니다.”

격납고의 도어가 열리고, 소형 셔틀 ‘헤르메스’가 조용히 미끄러져 나왔다. 셔틀 안에는 김소라 박사, 박세준 엔지니어, 그리고 안지훈 소령이 긴장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셔틀 내부 스크린에는 거대한 정육면체 구조물이 더욱 거대하게 확대되어 나타났다.

“소라 박사, 다시 한 번 스캔 데이터 확인해 주세요. 착륙에 적합한 지점을 찾아야 합니다.” 안지훈 소령이 말했다. 그의 손은 이미 자동 소총의 안전장치를 해제한 상태였다.

김소라 박사는 미지의 구조물에 홀린 듯 스크린을 노려봤다. “어디에도 착륙 지점 같은 건 없습니다. 완벽하게 매끄러워요. 흡사 거대한 거울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캔에 잡힌 미세한 굴곡이 있습니다. 마치 자연적으로 생긴 동굴은 아니지만,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진 통로 같은 흔적이요.”

“그쪽으로 접근해.” 안지훈 소령이 지시했다.

헤르메스는 느리지만 꾸준히 미지의 구조물을 향해 나아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셔틀 내부를 채우는 웅웅거리는 진동이 더욱 강해졌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존재의 심장 박동 같기도 했고, 거대한 기계 장치의 굉음 같기도 했다.

“젠장, 시스템에 노이즈가 너무 심해!” 박세준 엔지니어가 비명을 질렀다. “제어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착륙이 불안정할 수 있습니다!”

그 순간, 셔틀의 전면 스크린을 가득 채운 구조물의 표면에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검은 표면이 마치 굳은 강철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일렁이더니, 김소라 박사가 말했던 ‘굴곡’ 부분이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주 미세한 균열이었지만, 그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빛은 눈을 멀게 할 듯 강렬하고 섬뜩했다.

“이게 뭐야…! 저건… 문이야!?” 안지훈 소령의 목소리가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균열은 점점 더 넓어졌다.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단순한 빛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수백만 개의 별들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듯한 찬란하면서도 동시에 위협적인 광채였다. 셔틀 내부의 경보음이 미친 듯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박 수석! 제어권 상실!” 김소라 박사가 외쳤다. “우리가 끌려들어가고 있어요!”

셔틀은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벌어지는 틈새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안지훈 소령은 필사적으로 조종간을 당겼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셔틀은 틈새 안으로 곤두박질쳤다.

마지막 순간, 김소라 박사는 빛의 틈새 저편에서 무언가를 보았다. 그것은 어둠 속에 잠긴 거대한 공간이었고, 그 공간의 중심에는… 무수히 많은, 그러나 완벽한 형태로 배열된 또 다른 검은 정육면체들이 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한가운데서, 거대한 빛의 기둥이 하늘을 뚫을 듯 솟아오르고 있었다.

“세상에… 이건…”

그녀의 비명이 빛과 함께 삼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