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심연의 자물쇠 (The Lock of the Abyss) – 제1화: 닫힌 방의 속삭임

**[#1컷]**
**(어둑하고 거친 바다가 보이는 외딴 절벽. 거센 파도가 절벽 아래를 때리고, 그 위로 낡았지만 웅장한 ‘어둠골 저택’이 위태롭게 서 있다. 창문마다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저택 주변으로는 이미 몇 대의 경찰차가 주차되어 있다. 사이렌 소리는 낮게 깔려 음산한 분위기를 더한다.)**

**내레이션 (한유진):** 악몽 같은 밤이었다. 아니, 모든 악몽이 시작되는 밤이었는지도 모른다. 저택의 이름처럼, 그곳은 어둠을 품고 있었다.

**[#2컷]**
**(저택 안, 낡은 응접실. 경위 한유진이 통화 중이다. 그녀의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잡혀 있고,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묻어난다. 주변으로는 젊은 형사들이 분주히 움직이지만, 그들의 얼굴에도 당혹감이 역력하다.)**

**한유진 (통화):** …네. 현장은 완벽한 밀실입니다. 외부 침입 흔적은 전혀 없고, 문은 안에서 걸쇠로 잠겨 있었어요. 창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부 안에서 잠금쇠가 채워져 있습니다. 피해자는… 한재희 씨입니다. 네, 그 유명한 고서 수집가이자 기이한 유물 연구가요.

**[#3컷]**
**(한유진의 통화 상대방인 ‘서하’의 모습. 어딘가 초연해 보이는 그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무심한 듯 날카로운 눈빛, 그리고 턱을 괸 채 생각에 잠긴 손가락.)**

**서하 (전화 너머, 나른하게):** 한재희라…. 흥미롭군. 그가 모았던 유물만큼이나 기이한 죽음일 터.

**한유진 (한숨):** 흥미롭다니요? 지금 상황은 심각합니다, 서하 씨. 시신은 서재에서 발견됐는데, 머리가 깨진 채 피범벅이 되어 있었어요. 흉기는… 섬뜩하게 생긴 석상 모양의 문진이고요. 피해자의 오른손에는… 열쇠가 꽉 쥐어져 있었습니다. 그 서재 문을 잠그는 열쇠요.

**[#4컷]**
**(한유진이 서재 문을 가리킨다. 육중한 나무 문에는 낡았지만 견고해 보이는 빗장이 걸려 있고, 문틈으로는 빛 한 줄기 새어 들어오지 않는다. 그 모습이 마치 거대한 관의 입구처럼 느껴진다.)**

**한유진:** 완벽하게 안에서 잠긴 방. 살인자는 유령인가요? 아니면…

**서하 (낮게 깔리는 목소리):** 유진 경위님, 유령은 밀실 살인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그들은 흔적을 남기지 않으니까. 지금 필요한 건 유령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것을 보지 못하는 눈을 꿰뚫는 ‘시선’입니다.

**[#5컷]**
**(장면 전환. 어둠골 저택 서재 입구. 경찰 통제선이 쳐져 있고, 몇몇 형사들이 굳은 얼굴로 서 있다. 그 사이를 뚫고 서하가 무심한 듯 걸어 들어온다. 그의 주변으로 미묘한 찬 공기가 감도는 듯하다.)**

**형사 1:** 저분은… 서하 탐정님 아닙니까?

**한유진 (서하에게 다가가며):** 서하 씨, 너무 늦게 오셨어요. 벌써 현장을 보존해뒀지만… 보시다시피 답이 없습니다.

**서하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서재 안쪽을 응시한다. 그의 눈동자에 미미한 흔들림이 감지된다.):** 예상보다… 더 깊은 어둠이군요.

**[#6컷]**
**(서재 내부. 고색창연한 책장들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일반적인 책들 사이사이로, 알 수 없는 언어로 쓰인 고서들이나 기이한 문양의 두루마리, 형상 없는 조각상들이 기괴하게 전시되어 있다. 방 중앙에는 육중한 나무 책상이 놓여 있고, 그 위로 피가 흥건하다. 피해자 한재희는 책상에 엎드려 죽어 있다. 그의 손에는 작은 은빛 열쇠가 쥐어져 있다. 피 묻은 기이한 문진이 시체 옆에 굴러 있다. 서하의 시선이 천천히 방을 훑는다.)**

**내레이션 (서하):** 방은 그 주인의 취향을 여실히 드러냈다.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세상의 금기를 엿보는 듯한 기이한 분위기. 그리고… 그 안에 잠복한, 형언할 수 없는 차가운 기운. 마치 이 방의 공기 자체가 슬픔과 공포로 물들어 있는 듯했다.

**[#7컷]**
**(클로즈업: 서하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의 시야에 방의 벽면이 아주 미약하게 일렁이는 듯한 착각이 스친다. 낡은 벽지 문양이 꿈틀거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가 다시 뜬다.)**

**서하 (나지막이):** 이 방은… 살아있군.

**한유진:** 네? 무슨 말씀이신가요, 서하 씨?

**서하 (한유진의 말을 무시하고 책상으로 다가간다. 피해자 한재희의 시신을 내려다본다. 그의 얼굴은 공포와 경악으로 일그러진 채 굳어 있다.):** 죽음의 흔적은 명확하나, 그 심연은 명확지 않군.

**[#8컷]**
**(서하의 손이 피 묻은 문진을 가리킨다. 문진은 검은 현무암으로 만들어졌고, 여러 개의 눈동자가 불규칙하게 박힌 듯한 끔찍한 형상을 하고 있다. 그 눈동자들이 마치 서하를 응시하는 것 같다.)**

**서하:** 이 문진이 흉기라 했죠?

**한유진:** 네. 법의학팀에서도 동일한 의견입니다. 두부에 가해진 충격이 사망 원인입니다.

**서하 (문진을 빤히 응시하며):** 이 눈동자들은… 마치 모든 것을 아는 듯하군. 아니, 모든 것을 본 듯하군.

**[#9컷]**
**(서하가 방의 벽면에 걸린 낡은 태피스트리를 올려다본다. 희미하게 바랜 색감 속에서, 뒤틀린 팔다리의 형상들이 고통스럽게 춤을 추는 듯한 기이한 패턴이 보인다. 서하의 시선이 그 패턴을 따라 움직인다.)**

**서하:** 이 태피스트리는 언제부터 걸려 있었습니까?

**한유진:** 저택을 물려받았을 때부터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고인께서 특히 아끼시던 유물 중 하나였다고 해요. 오래된 주술적인 의미가 있다고…

**서하 (중얼거리듯):** 주술… 그렇군요. 이 방의 공기에는 죽음뿐만 아니라, 망각된 시간의 흔적도 섞여 있군.

**[#10컷]**
**(한유진이 서하에게 서재 안에 있었던 사람들을 소개한다. 집사 김노인, 조카 이서연, 고고학자 박교수. 세 명 모두 초췌한 얼굴로 서 있다. 그들의 표정은 불안감, 슬픔, 그리고 무언가 숨기는 듯한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여 있다.)**

**한유진:** 여기 계신 분들이 어젯밤 이 저택에 함께 계셨던 분들입니다. 김 집사님은 평생 한재희 씨를 모셨고, 이서연 씨는 고인의 유일한 혈육인 조카입니다. 박교수님은 고인과 함께 고대 문헌을 연구하시던 분이고요. 모두 알리바이가… 명확치 않습니다. 이 밀실에서 어떻게 살인이 일어났는지 모르니, 그 누구도 완벽한 알리바이를 댈 수 없죠.

**[#11컷]**
**(서하가 세 사람을 차례로 응시한다. 그의 시선은 마치 그들의 영혼까지 꿰뚫어 보는 듯 날카롭다.)**

**서하 (김 집사를 향해):** 집사님, 어젯밤 고인께서는 무엇을 하고 계셨습니까?

**김노인 (잔뜩 긴장한 채):** 서재에 계셨습니다. 늘 그러셨던 것처럼… 밤새도록 고서를 읽고, 기록을 정리하셨죠. 평소보다 더 몰두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차를 가져다드리려 했으나, 안에 계신다는 이유로 문을 열어주시지 않으셨습니다.

**서하:** 밤새도록 말입니까?

**김노인:** 네. 새벽녘까지 불이 켜져 있는 걸 보았습니다. 저는 아침에… 아침에 인기척이 없어 걱정되어 문을 두드렸고… 응답이 없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12컷]**
**(서하가 이서연에게 시선을 돌린다. 이서연은 눈을 내리깔고 있지만, 그 속에서 미묘한 분노 같은 것이 읽힌다.)**

**서하:** 이서연 씨, 삼촌과의 관계는 어떠했습니까?

**이서연 (피식 웃으며):** 관계라뇨. 형식적인 조카였죠. 돈 때문에 찾아오는… 귀찮은 존재. 삼촌은 늘 기이한 것에만 빠져 살았어요. 가족엔 관심도 없었죠. 하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돌아가실 줄은 몰랐어요.

**서하:** 서재에 잠입할 만한 동기는 있습니까? 예를 들어… 유산을 노린다거나.

**이서연 (흥분한 듯):** 유산이라면 제가 상속받을 겁니다! 굳이 살인까지 저지를 이유가 없어요! 그리고 저도 어젯밤엔 제 방에 있었습니다. 삼촌의 서재에 갈 이유가 없었어요. 그곳은… 음침하고 불쾌했어요.

**[#13컷]**
**(서하가 마지막으로 박교수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박교수는 불안하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다. 그의 얼굴은 어딘가 피곤하고, 눈빛은 초점을 잃은 듯 흐릿하다.)**

**서하:** 박교수님, 고인과 함께 연구하시던 것이 무엇이었습니까?

**박교수 (목소리가 떨린다):** 으음… 잃어버린 문명의 기원… 잊혀진 신들의 기록… 그런 것들입니다. 특히 한재희 선생은… 특정 고대 문헌에 깊이 몰두하고 계셨습니다. 너무 위험한 내용이라 제가 만류했는데도…

**서하:** 위험한 내용?

**박교수:** 네… 그 책은… 읽는 자를 미치게 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선생이 홀로 서재에 틀어박혀 계셨던 건지도 모릅니다. 외부의 방해 없이… 그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

**[#14컷]**
**(서하가 박교수의 말을 끊고 다시 서재를 둘러본다. 그의 시선이 책상 위에 놓인, 펼쳐진 채 굳어버린 낡은 고서에 머무른다. 표지에는 기이한 문양이 음각되어 있고, 내용은 알 수 없는 상형문자로 가득하다. 책 주변으로는 몇 개의 해독 노트와 펜이 흩어져 있다.)**

**내레이션 (서하):** 밀실의 자물쇠는 물리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탐욕이나 증오가 아닌, 더 깊은 곳에서 기원한…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채워졌을지도 모른다.

**[#15컷]**
**(서하가 시신 옆에 굴러 있는 문진을 다시 내려다본다. 문진의 여러 눈동자들이 더욱 섬뜩하게 빛나는 것 같다. 그의 손이 조심스럽게 문진에 닿는다. 문진에서 미약하게 진동하는 듯한 차가운 기운이 느껴진다.)**

**서하:** 유진 경위님, 이 문진은… 고인을 살해한 직접적인 흉기가 아닙니다.

**한유진 (경악):** 네?! 하지만 법의학팀에서는…

**서하:** 상처의 깊이, 피의 흔적, 그리고 이 방에 남은… 압도적인 공포. 이 문진은 그저… 시선을 돌리게 하는 도구에 불과합니다. 고인의 진짜 죽음은, 이 문진이 만들어낸 상처보다 더 깊은 곳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6컷]**
**(클로즈업: 한재희의 시신. 그의 일그러진 얼굴에 드리워진 공포가 더욱 선명하게 부각된다. 눈은 크게 뜨여 있고, 마치 무엇인가 형언할 수 없는 것을 목격한 듯하다.)**

**서하:** 보십시오. 고인의 눈은 깨진 머리에서 오는 고통보다는… 더 근원적인 공포를 보고 있습니다. 마치… 그의 영혼이 찢어발겨진 듯한 공포.

**[#17컷]**
**(서하가 천천히 서재의 벽면을 짚어가며 걷는다. 그의 손끝에서 미약한 진동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는 창문을 지나, 가장 오래된 책장 앞에 멈춰 선다. 책장에는 다른 책들과 달리, 유독 낡고 거대한 책들이 꽂혀 있다. 그 중 한 권을 조심스럽게 꺼낸다.)**

**서하:** 이 방의 자물쇠는… 물리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고인은 스스로 이 문을 잠갔고, 스스로…

**[#18컷]**
**(서하가 꺼내든 책은 박교수가 언급했던 ‘위험한 책’인 듯하다. 낡은 가죽 표지에는 기이한 상징들이 음각되어 있고, 책장 곳곳에는 핏자국처럼 보이는 얼룩이 묻어 있다. 서하의 손이 책의 표면을 쓸어내린다. 책에서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듯하다.)**

**서하:** …스스로를 봉인한 겁니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19컷]**
**(서하가 책을 펼친다. 알 수 없는 언어와 기이한 삽화들이 가득한 페이지가 펼쳐진다. 그 삽화들은 인간의 상상력을 초월한 기괴하고 끔찍한 형상들을 담고 있다. 서하의 얼굴에 미미한 동요가 스친다. 한유진과 다른 사람들의 얼굴은 공포와 혼란으로 가득하다.)**

**서하 (낮고 위압적인 목소리로):** 이 밀실은… 고인을 가두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바깥세상을… 이 안에서 깨어난 **‘무언가’**로부터 지키기 위한 것이었겠죠.

**[#20컷]**
**(클로즈업: 서하의 눈동자. 그의 시야에 펼쳐진 책 속의 기이한 삽화가 겹쳐 보인다. 삽화 속의 형상들이 꿈틀거리며, 마치 서하의 눈을 통해 현실로 뛰쳐나오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방 안의 공기가 더욱 차갑고 무거워진다.)**

**서하 (나지막이, 그러나 단호하게):** 이 방의 자물쇠는… 인간의 손으로 잠긴 것이 아니었군. 그리고, 이 죽음 또한… 인간의 범주에 있지 않아. 우리는… 그저, 우연히 엿본 것뿐입니다. **심연의 속삭임**을.

**[#21컷]**
**(마지막 컷. 서하의 뒤로 보이는 서재의 모든 유물과 책들이 기괴하게 일렁이는 듯한 시각적 효과. 태피스트리의 그림자 속에서 형상 없는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것 같고, 문진의 눈동자들은 섬뜩하게 빛을 발한다. 서하의 얼굴에는 결코 쉬이 풀릴 것 같지 않은, 더 깊은 미스터리에 대한 예감과 함께…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을 마주한 자의 허무함이 서려 있다.)**

**내레이션 (한유진):** 그날 밤, 우리는 밀실 살인의 범인을 찾으러 갔지만, 그 대신… 인간의 영역 밖의 무언가를 마주했다. 서하 씨의 눈빛은 마치 심연 그 자체를 들여다본 자의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직감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