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태청학원. 세상의 모든 신비와 영광이 응축된 듯, 거대한 수정 첨탑이 구름을 뚫고 하늘 높이 솟아 있었다. 이 수천 년 역사를 자랑하는 선학원은 만년설이 덮인 영산의 정기를 받아 세워졌고, 그 아래로 수없이 많은 영맥이 거미줄처럼 얽혀 흐른다고 했다. 그래서 이곳의 학생들은 다른 어떤 곳보다 빠른 속도로 영기를 흡수하고, 신비로운 술법을 익힐 수 있었다.

하지만 류진은 알고 있었다. 완벽하게 고결해 보이는 모든 것 뒤에는, 언제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것을. 그리고 태청학원의 그 그림자는, 다른 어떤 학원의 그림자보다도 깊고 어두울 것이라고 막연히 짐작해왔다.

류진은 제법 이른 나이에 영기진법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스승들은 그를 ‘선천적인 진법사’라 칭했고, 그의 눈은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미세한 영기 흐름의 불균형을 읽어냈다. 그리고 최근 몇 달간, 그가 학원 지하의 오래된 서고에서 고대 진법들을 탐독하는 동안,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불길한 기운이 자꾸만 그의 감각을 스쳐 지나갔다. 분명 학원의 영기는 맑고 순수했으나, 그 순수함의 저변에는 마치 썩은 냄새가 섞인 듯한 미세한 이물감이 있었다.

오늘 밤은 그 이물감의 근원을 찾을 작정이었다. 한밤중, 달빛이 수정 첨탑을 희고 차갑게 비추는 시각. 류진은 태청학원 대도서관의 최하층, ‘영면의 서고’라 불리는 곳으로 숨어들었다. 이곳은 수천 년 전의 금지된 술법과 잊혀진 기록들이 잠들어 있다고 전해지는 곳으로, 학생은 물론이요, 심지어 일부 스승들에게조차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구역이었다.

낡은 목조 서가는 거미줄과 먼지로 뒤덮여 있었고, 오래된 종이 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섞여 독특한 공기를 만들어냈다. 류진은 익숙한 듯 촛불 하나 없이 심안(心眼)으로 길을 더듬었다. 그의 영안(靈眼)은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나는 영기의 잔류를 따라 미로 같은 서가를 헤쳐 나갔다.

“젠장, 빌어먹을 학칙.”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 어차피 이 서고의 금지된 구역에 들어온 이상, 한두 개의 학칙을 더 어기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류진의 발걸음은 특정 구역에서 멈췄다. 낡은 고문서들이 빽빽하게 꽂힌 벽. 아무리 봐도 다른 곳과 다를 바 없는, 완벽하게 평범한 서가였다. 그러나 류진의 심장은 그 앞에서 불규칙하게 뛰고 있었다.

그는 손을 뻗어 한 권의 두꺼운 고문서를 만졌다. 표면은 거칠었고, 먼지가 묻어났다. 하지만 그의 영기는 책장 너머의 벽에서 희미하게 진동하는 미세한 진법의 기운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봉인 진법이 아니었다. 주위의 영기 흐름을 교묘하게 왜곡시켜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는 은닉 진법이었다. 태청학원의 어떤 스승도 이런 정교한 술법을 다룰 수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렇다면 이 진법은 학원의 역사보다 훨씬 오래된 것일 터.

류진은 조용히 숨을 고르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오랜 시간 동안 고대 진법 연구에 매달린 덕분에, 그는 이미 수십 가지의 은닉 진법 해제법을 익히고 있었다. 그의 손끝에서 푸른빛 영기가 섬세하게 피어올랐고, 고문서 벽에 닿자 마치 물결처럼 스며들었다.

“흐읍.”

숨을 들이쉬는 순간, 벽 전체가 희미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먼지가 후두둑 떨어지고, 낡은 나무 삐걱이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이윽고, 벽의 한 부분이 안쪽으로 스르륵 밀려 들어가며, 어둠 속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드러났다.

통로는 좁고 가팔랐다. 바닥은 축축했고, 벽은 깎아낸 돌로 이루어져 있었다. 류진은 주저 없이 발을 내디뎠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차가운 습기가 피부를 감쌌고, 묘한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영기 흐름도 급격히 바뀌었다. 학원 본관의 맑고 온화한 영기와는 달리, 이곳의 영기는 무겁고, 탁하며, 마치 늪지대의 진흙처럼 발목을 잡아끄는 듯했다.

수십 미터를 내려갔을까. 통로가 갑자기 넓어지며 거대한 공간이 나타났다. 류진은 조심스럽게 발소리를 죽이며 나아갔다. 빛 한 점 없는 어둠 속에서, 그의 영안은 간신히 그 공간의 윤곽을 그려냈다.

“이게… 대체…”

그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그것은 단순한 지하 동굴이 아니었다. 거대한 인공 건축물이었다. 고대의 거인들이 쌓아 올린 듯한 거대한 석조 기둥들이 천장을 받치고 있었고, 그 기둥들 사이에는 기묘한 문양의 진법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벽면에는 알 수 없는 상형문자들이 새겨져 있었는데, 류진의 뇌리를 스치는 고대 기록 속의 ‘저주의 문자’와 흡사했다.

공기는 차갑고 습했지만, 그의 심장은 뜨겁게 타올랐다. 이곳은 학원의 뿌리보다 더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거대한 비밀의 심장이었다.

그의 시선은 공간의 중앙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 거대한 지하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압도적인 규모의 영기 진법이 펼쳐져 있었다. 단순한 결계나 봉인의 진법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빛을 깜빡이며 심장 박동처럼 진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진법의 한가운데에… 류진은 눈을 크게 떴다.

보이는가. 아니, 보이는가 하는 것이 맞을까. 형체가 또렷하지 않았다. 마치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거대한 그림자, 혹은 존재의 파편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너무나 거대해서, 이 지하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희미한 푸른빛과 검은빛이 뒤섞인 아우라가 그 형체로부터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잠들어 있는 고대의 거신처럼 보였으나, 동시에 무언가에 묶여 고통받는 듯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진법의 틈새로, 그 형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기가 일정한 주기로 흡수되고 있었다. 그 영기는 거대한 진법을 따라 복잡하게 얽힌 수많은 작은 진법들로 나뉘었고, 다시 수십, 수백 개의 가느다란 영기 줄기가 되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류진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 영기 줄기들이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태청학원 본관이라는 것을. 학원 곳곳에 자리한 영기 수련실, 강의실, 심지어 스승들의 거처까지도.

“설마…”

그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태청학원이 자랑하는 풍부한 영기의 원천은, 영산의 자연적인 영맥만이 아니었다. 이 지하에 봉인된, 이름 모를 고대 존재로부터 강제로 뽑아낸 생명 에너지였다.

그것은 단순한 봉인이 아니었다. 착취였다. 강제로 영기를 뽑아내어 학원 전체를 지탱하고, 학생들과 스승들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거대한 영기 흡수 진법이었다. 이 엄청난 금기 없이는 태청학원이라는 영광스러운 이름은 애초에 존재할 수 없었을지도 몰랐다.

그 순간, 거대한 진법 중앙에서, 봉인된 존재의 형체가 섬뜩할 정도로 한 번 크게 일렁였다. 마치 그 존재가 류진의 시선을 감지한 것처럼.

‘크륵… 아아아…’

류진의 귓속에, 아니, 그의 정신 속에 직접 울려 퍼지는 듯한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 그것은 비명에 가까웠다. 너무나 오랜 시간 갇혀 착취당하며 쌓인 원한과 고통이 응축된 소리였다.

동시에, 주위의 영기 흐름이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진법의 푸른빛이 더욱 강렬해지며, 붉은색 섬광이 번뜩였다. 경고 진동이었다. 누군가 침입했음을 알리는.

“젠장, 들켰군!”

류진은 등골에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봉인된 존재에게 직접적으로 정신 공격을 당하거나, 학원의 감시자들에게 발각될 터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진법의 핵심 부분을 스캔하듯 훑어보았다. 그리고 거기서, 가장 중요한 것을 발견했다. 진법의 가장자리에 새겨진 희미한 문양. 그것은 태청학원 설립자의 문장과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학원의 최고 스승이자 현 원장의 문양도 희미하게 겹쳐져 있었다.

이 모든 것이, 학원의 최고 권력자들이 연루된 금기였다.

“이 미친 짓을…”

류진은 이를 악물었다. 그들의 영광과 권위는, 바로 이 지하에 갇힌 존재의 고통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

그는 재빨리 몸을 돌려 왔던 통로를 향해 내달렸다. 등 뒤에서 거대한 진법의 굉음이 더욱 커지고, 봉인된 존재의 비명 같은 절규가 그의 정신을 강타했다. 온몸의 영기가 역류하는 듯한 고통에 잠시 휘청거렸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어둠 속을 필사적으로 뛰어오르며, 류진은 생각했다.

태청학원. 세상의 가장 위대한 학원이자, 가장 끔찍한 금기를 품은 지옥 같은 곳. 그리고 이제, 그는 그 금기의 정체를 알아버린 자가 되었다.

그가 다시 은닉 진법 뒤의 서가로 기어 나왔을 때, 이미 서고 밖에서는 희미하게 발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류진은 서둘러 자신이 열었던 진법을 다시 봉인하며, 심장이 터질 듯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 지옥의 비밀을 알게 된 이상, 그는 이제 어디로 도망쳐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이 거대한 학원의 그림자 속에서, 홀로 이 진실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류진에게는, 이제 막 진정한 밤이 시작되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