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액션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어둠이 지배하는 폐허 속, 찢겨나간 고철과 먼지 속에서 섬광이 번뜩였다. 녹슨 건물 잔해 사이를 꿰뚫으며 굉음이 울리고, 거대한 그림자가 쏜살같이 솟구쳤다. 김도윤, 그는 야천(夜天)의 조종석에 앉아 있었다. 한때는 검푸른 새벽을 닮았던 야천의 장갑은 이제 긁히고 찌그러진 상처투성이였다. 곳곳에 응급처치로 덧대어진 패치들은 도윤의 처절한 생존기를 대변했다.

“젠장, 또 놈들의 그림자가.”

도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계기판의 경고등이 격렬하게 깜빡였다. 추적 시스템이 포착한 것은 세 대의 표준형 무장 메카였다. 놈들은 물고 뜯는 사냥개처럼 지독하게 들러붙었다.

*치이이이잉!*

야천의 어깨에 장착된 다목적 캐논에서 섬광이 터져 나왔다. 포탄이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 선두 메카의 장갑을 강타했다. *콰앙!* 폭발과 함께 고철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하지만 놈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거칠게 달려들었다. 이지혁, 그 개자식의 충견들은 언제나 그랬다.

“이 빌어먹을 개떼들! 네놈들 주인의 냄새가 역겨워!”

도윤은 신경질적으로 조종간을 틀었다. 야천의 무거운 기체가 놀랍도록 민첩하게 선회하며 잔해 더미를 박차고 솟아올랐다. 이지혁. 그 이름이 도윤의 뇌리를 스치자, 잊었던 과거의 파편들이 부서진 유리 조각처럼 튀어 올랐다.

*‘도윤아, 너와 나라면 못 할 게 없을 거야. 이 세상 그 어떤 난관도 함께라면 헤쳐 나갈 수 있어.’*

순진하고도 뜨거웠던 시절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이제는 비웃음으로 변해 도윤의 심장을 갈랐다. 그 말을 믿었던 자신이 어리석었다. 등 뒤에 꽂힌 칼날이 이렇게나 차가울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눈앞의 적들은 그때 그 칼날을 든 자의 그림자였다.

“도망칠 곳은 없다, 김도윤. 네 죄를 인정하고 순순히 무릎 꿇어라!”

무전기에서 놈들의 비열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도윤은 실소를 터뜨렸다. 죄? 배신당한 자가 죄인이라니. 가소로웠다.

“죄? 네놈들이 지껄일 단어는 아니지. 내 죄는… 네놈들을 친구라 믿었던 거야!”

야천의 왼팔에 숨겨져 있던 블레이드가 튀어나왔다. 텅스텐 합금으로 제작된 거대한 칼날에 폐허의 어둠이 번뜩였다. 도윤은 놈들에게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반드시 갚아줄 것이라는 것을.

두 번째 메카가 측면에서 달려들었다. 중형 자동소총에서 쉴 새 없이 탄환이 쏟아져 나왔다. *타다다다닥!* 야천의 장갑에 탄환이 부딪히며 불꽃이 튀었다. 도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공격을 역이용했다. 사선으로 돌진하며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이거나 먹어라, 개자식!”

*크아아앙!*

야천의 엔진이 포효했다. 블레이드가 정확히 메카의 팔 관절부를 노렸다. 날카로운 칼날이 장갑을 찢고, 와이어와 유압 파이프를 끊어냈다. *콰직! 찢기익!* 메카의 팔이 허망하게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균형을 잃은 메카가 휘청거리자, 도윤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야천의 무릎이 메카의 몸통을 강타했다. *쾅!* 조종석이 있는 상체가 뒤로 젖혀지며 격렬한 금속 마찰음이 폐허에 울려 퍼졌다. 그대로 땅에 처박힌 메카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두 번째.”

도윤의 입술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남은 것은 한 대. 하지만 그 메카는 후퇴하지 않고 오히려 전속력으로 달려들었다. 명백한 자살 공격이었다. 놈들은 도윤이 살아 돌아가는 것을 무엇보다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지혁, 그놈은 제 목숨을 건 명령을 내릴 만한 작자가 아니었다. 분명, 도윤이 지혁의 진영에 일으킨 파장이 그만큼 컸다는 증거였다.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군. 네놈 주인만큼이나 비겁한 방식이야.”

야천의 동력로가 한계치까지 출력되었다. 엔진 소음이 불길하게 울렸다. 폐허의 공기가 미세하게 진동했다. 마지막 메카의 공격은 단순했지만 강력했다. 두터운 방패를 앞세워 야천에게 들이박을 작정이었다. 메카의 움직임에서 필사의 각오가 읽혔다.

도윤은 방어하지 않았다. 대신, 야천의 오른쪽 팔을 거둬들였다. 남은 블레이드를 쥐고 역방향으로 회전했다. 질량이 실린 회전력은 막대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스우우웅!*

공기를 가르는 칼날 소리. 그리고 섬광처럼 번뜩인 야천의 움직임. 마지막 메카가 야천에게 부딪히는 찰나, 도윤은 블레이드를 휘둘러 메카의 방패를 뚫고 조종석을 그대로 꿰뚫었다.

*꿰에엑! 콰자작!*

금속이 비명을 지르며 찢겨나갔다. 방패를 뚫고 나온 블레이드는 조종석의 강화유리를 산산조각 냈다. 메카는 그 상태로 힘을 잃고 고철 더미가 되었다.

“세 번째.”

야천의 조종석 안, 도윤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몸이 피곤했지만, 심장은 더욱 격렬하게 뛰고 있었다. 무전기에서 지지직거리는 잡음만이 흘러나왔다. 놈들의 통신은 끊긴 모양이었다.

도윤은 야천의 시스템을 재점검했다. 동력로 출력이 아슬아슬했다. 장갑 곳곳에 깊은 긁힘과 함몰이 생겼다. 그러나 핵심부는 멀쩡했다. 그리고 그의 의지도, 마찬가지였다.

야천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먹구름이 걷히며 희미한 달빛이 폐허 위로 쏟아져 내렸다. 그 빛 아래, 멀리 지평선을 따라 거대한 도시의 불빛이 아득하게 빛나고 있었다. 저곳에, 이지혁이 있었다. 모든 것을 빼앗아간 배신자가, 모든 것을 파괴한 파괴자가 거만한 웃음을 짓고 있을 터였다.

도윤은 야천의 통신 채널을 지혁의 주파수에 맞췄다. 지직거리는 노이즈 속에서 짧고도 분명한 음성이 연결되었다.

“들리나, 지혁아.”

도윤의 목소리는 잔뜩 가라앉아 있었지만, 그 안에는 끓어오르는 용암 같은 분노가 담겨 있었다.

“내가 돌아왔어. 네가 망가뜨린 이 폐허 속에서, 난 다시 일어섰다. 네가 감히 나를 죽이려 했던 그 순간부터, 내 목적은 오직 하나였다.”

폐허의 찬 바람이 도윤의 뺨을 스쳤다. 그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네가 가진 모든 것을 찢어발기고, 네가 가장 아끼는 것을 내 손으로 파괴하는 것. 그리고… 네놈의 심장을 직접 뽑아내는 것.”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마 지혁은 도윤의 목소리를 듣고 놀랐을 터였다. 살아남아 돌아올 리 없다고 생각했을 테니.

“기다려라, 이지혁. 곧 갈 테니.”

도윤은 통신을 끊었다. 야천의 거대한 발이 폐허의 잔해를 밟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 움직임은 비록 지쳐 보였으나, 멈출 줄 모르는 복수의 화신처럼 보였다. 달빛 아래, 야천의 낡은 장갑은 새로운 복수의 서사를 써 내려갈 준비를 마친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