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우주의 뜻밖의 선물
“삐비빅! 삐비빅!”
별똥별호의 브릿지에는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렸다. 선체는 거대한 검은 우주 속을 마치 솜털처럼 부유하고 있었지만, 함교 안의 분위기만은 일촉즉발의 전쟁터 같았다. 엉망진창으로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한 이시아 연구원이 미친 듯이 콘솔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평소보다 두 배는 더 커져 있었고, 입술은 흥분으로 바싹 말라 있었다.
“함장님! 이거 보세요! 믿을 수 없어요! 이런 파장은 처음이에요!”
시아의 목소리는 음역대 최고치를 찍으며 쨍하게 울렸다. 늘 그렇듯 그녀의 천재적인 두뇌는 위험보다 호기심에 먼저 반응했다.
강선우 함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끔한 제복만큼이나 정리된 그의 정신은, 지금 시아의 혼돈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시아의 콘솔 화면을 응시했다. 화면 가득 기괴한 패턴의 에너지 파형이 춤을 추고 있었다.
“이시아 연구원, 흥분을 가라앉히고 정확히 보고하세요. 대체 ‘처음’이라는 게 뭘 말하는 겁니까?”
선우의 낮은 목소리는 브릿지의 소란스러운 경고음마저 잠재우는 듯했다. 시아는 제자리에서 콩콩 뛰며 말했다.
“아니, 그러니까, 기존의 어떤 우주 현상과도 일치하지 않는 파장이에요! 자연 발생적인 현상이 아니라, 인위적인… 아니, 그러니까 외계 문명의 흔적일 가능성이 99.9%라는 말입니다!”
“0.1%의 오류도 항상 고려해야 하는 게 우리 임무 아니었나?” 박준 부함장이 능글맞게 웃으며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그의 입가에는 마요네즈가 살짝 묻어 있었다. “우주선이 갑자기 노래라도 부르는 건 아니겠지?”
“박준 부함장, 지금은 간식 시간 아닙니다.” 선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박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샌드위치를 도로 제복 주머니에 넣었다.
오유진 통신 담당관은 검퓨터를 보며 무심하게 덧붙였다. “경고음은 계속 울리는데, 어떤 통신도 감지되지 않습니다. 이건… 존재 자체가 이상한데요.”
“그렇죠? 유진 씨도 그렇게 생각하죠!” 시아가 유진 쪽으로 몸을 홱 돌렸다. 유진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선우는 콘솔 화면을 노려보았다. 외계 문명? 심우주에서 이런 예상치 못한 조우라니. 그의 이성은 경고음을 울렸지만, 그의 본능은 이미 깊은 곳에서 끌리는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다. “항로 변경. 파장의 중심 지점으로 접근합니다. 속도 0.5 광년. 모든 통신망을 개방하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방어막을 최대로 올립니다.”
“함장님!” 시아가 눈을 반짝이며 선우를 바라봤다. 그 눈에는 존경과 환희, 그리고 ‘역시 내 생각과 같을 줄 알았어!’라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선우는 그 시선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애써 무시했다.
별똥별호는 마치 거대한 심해어가 어둠 속을 유영하듯 조심스럽게 미지의 존재를 향해 나아갔다. 수천, 수만 년을 떠돌았을지 모를 그 미지의 존재에게.
***
그것은 거대했다. 마치 우주가 수억 년에 걸쳐 빚어낸 거대한 수정처럼, 검은 심연 속에서 은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형태는 다면체였는데, 각 면은 놀랍도록 매끄럽고 완벽한 곡선을 이루고 있었으며, 표면에는 알 수 없는 기하학적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어떤 광물로 만들어진 것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니었다.
“우와…” 시아는 무의식중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요동쳤다. 평생을 이런 순간을 꿈꿔왔지만, 실제로 마주하니 온몸의 세포가 전율하는 것 같았다.
“이게… 대체… 뭐지?” 박준은 입을 쩍 벌린 채 중얼거렸다. 샌드위치는 이미 잊은 지 오래였다.
“어떤 데이터베이스와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유진이 냉정하게 보고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도 미묘한 떨림이 묻어 있었다.
선우는 함장 의자에 앉아 홀로그램으로 띄워진 유물을 응시했다. 그의 표정은 좀처럼 읽을 수 없었다. 이성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쓰는 듯했다. “접근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정지. 원격 스캔 시작.”
수많은 스캔 파장이 유물을 향해 쏘아졌지만, 대부분은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 채 반사되어 돌아왔다. 마치 유물 자체가 모든 과학적인 접근을 거부하는 듯했다.
“이거 보세요, 함장님! 스캔 데이터가… 말 그대로 텅 비어 있어요! 존재하는데,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시아가 다시 흥분하며 말했다.
“존재하는데 존재하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선우가 되물었다.
“아니, 그러니까! 이 물질의 구성 원소, 밀도, 나이, 심지어 에너지 반응까지!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마치 유령 같아요! 하지만 저기 엄연히 저렇게 거대하게 떠 있잖아요!”
시아의 설명은 두서없었지만, 그만큼 이 상황이 얼마나 비상식적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선우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정도 거리에서의 스캔은 무의미합니다. 직접 접근한다.”
“네? 직접이요?” 박준이 되물었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함장님.”
“위험을 무릅쓰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습니다.” 선우는 단호했다. “이시아 연구원, 저와 함께 갑니다. 박준 부함장, 함선 방어와 비상 상황 대비를 철저히 해주십시오. 오유진 담당, 통신망은 계속 확보하고, 제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세요.”
“함장님… 저도 가고 싶은데…” 박준이 툴툴거렸다.
“다음에 더 큰 발견이 있으면 기회를 주겠습니다.” 선우는 가볍게 응수하고 시아를 돌아보았다. “이시아 연구원, 준비.”
시아는 이미 들떠서 우주복 착용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네! 함장님!”
***
별똥별호에서 분리된 소형 탐사선은 정체불명의 유물을 향해 느릿느릿 나아갔다. 시아는 탐사선 안에서 밖의 거대한 유물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욱 비현실적이었다. 몽환적이면서도, 동시에 알 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졌다.
“함장님, 혹시 모르니 유물에 직접 접촉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시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녀의 흥분은 여전했지만, 코앞에 닥친 미지의 존재 앞에서는 긴장감도 고조될 수밖에 없었다.
“알고 있습니다. 근접 스캔만 진행하죠.” 선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의 눈은 유물에 고정되어 있었다.
탐사선이 유물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멈췄다. 유물의 표면은 마치 살아있는 듯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근접 스캔 시작합니다.” 시아가 탐사선 내부의 콘솔을 조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유물 표면에 새겨진 기하학적 문양들이 마치 살아있는 심장처럼 일제히 박동하기 시작했다. 푸른색, 보라색, 금색 등 다채로운 빛이 번쩍이며 유물 전체를 휘감았다. 그리고 그 빛은 탐사선 내부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함장님! 이게… 대체…?” 시아가 당황하여 말을 잇지 못했다. 탐사선 내부가 유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으로 가득 찼다. 마치 거대한 프리즘 안에 갇힌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모든 시스템이 정지… 전원이… 불안정합니다!” 선우가 다급하게 외쳤다. 탐사선 내부의 경고등이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유물에서 섬세하고도 강력한 파동이 탐사선을 관통했다. 그것은 물리적인 충격이 아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심장을 움켜쥐는 듯한, 혹은 뇌를 간지럽히는 듯한 기묘한 감각이었다.
“으윽…!” 시아는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온몸에 이상한 열기가 퍼지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뜨거웠지만 불쾌하지 않았고, 오히려 간질거리는 묘한 기분이었다. 마치… 사랑에 빠진 것처럼.
바로 옆에 앉아있는 강선우 함장의 옆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언제나 냉철하고 단호했던 그의 표정은, 지금 유물의 빛을 받아 경이로움과 미묘한 혼란이 섞여 있었다. 그 모습이 갑자기 너무나도… 멋있어 보였다.
‘함장님… 왜 이렇게… 잘생겼지?’ 시아는 속으로 외쳤다. 평소라면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감정이었다. 그녀의 뺨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이 유물 때문일까? 아니면… 이 기분은 대체 뭐지?
선우 역시 알 수 없는 감각에 휩싸여 있었다. 그의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고 불규칙하게 뛰고 있었다. 옆을 돌아보니 이시아 연구원이 자신의 옆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눈은 마치 우주를 처음 본 어린아이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평소라면 그저 ‘또 흥분했군’ 하고 넘겼을 터였다. 그런데 지금은…
‘저렇게… 빛나는 사람이었나?’
선우의 머릿속에는 평소라면 절대 떠오르지 않을 엉뚱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언제나 천방지축에 시끄럽기만 한 연구원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 순간 유물의 신비로운 빛을 받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신화 속 여신 같았다. 아니, 여신은 좀 오버고, 음… 뭐랄까, 평소보다 한 백 배는 예뻐 보인달까. 아니, 이게 무슨 생각이야, 강선우! 정신 차려!
그러나 그의 이성이 외치는 경고는 유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묘한 파동에 의해 희미해지는 듯했다. 그의 심장이 계속해서 쿵쾅거렸다. 그리고 이 모든 감정의 근원처럼 느껴지는 이시아 연구원의 존재가,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함장님…” 시아가 나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시선은 선우의 입술에 꽂혀 있었다.
선우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찔했다. “이, 이시아 연구원. 지금… 뭔가 이상합니다. 심박수가… 비정상적입니다.”
“함장님도요… 저, 함장님이 너무…” 시아가 더듬거리며 말을 이어가려 했다.
바로 그때, 탐사선 내부의 조명이 갑자기 번쩍! 하며 꺼졌다. 완벽한 암흑 속에서 유물의 빛만이 더욱 강렬하게 그들을 감쌌다. 그리고 선우는, 어둠 속에서 문득 손을 뻗는 시아의 손길을 느꼈다. 그의 심장은 이제 통제 불능 상태였다.
“함장님… 저… 저 지금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그 애절한 비명은, 오직 광활한 우주에서만 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