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역사물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대한제국 비화 (大韓帝國秘話) – 제1화: 밀실의 그림자

**[장면 1]**
**# 배경:** 폭우가 쏟아지는 한양의 밤. 거대한 기와지붕 위로 빗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다. 번개는 연이어 하늘을 가르고, 그 빛에 번쩍이는 것은 전통 한옥과 서양식 석조 건물이 뒤섞인 웅장한 진 부호의 저택이다. 저택 입구에는 대한제국 순경들의 삼륜차가 몇 대 정차해 있고, 초롱불과 가스등이 흔들리며 불안한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린다.

**# 인물:**
– 윤도경: 삼륜차 옆에 서서 우산을 쓴 채 저택을 올려다보고 있다. 그의 굳건한 얼굴에 빗방울이 튀지만, 시선은 한 곳에 고정되어 있다.
– 강서리: 도경의 옆에 서 있다. 얇은 천을 덧댄 우아한 비단 두루마기를 입고 있지만, 어쩐지 빗물 한 방울도 맞지 않을 것 같은 고요한 분위기를 풍긴다. 창백한 얼굴에 서늘한 눈빛이 번개 불빛에 잠시 형형하게 빛난다.

**윤도경 (나직이 중얼거린다)**
“젠장, 이 놈의 비는… 진정 부호께서 변을 당하신 것이 대체…”

**강서리 (느릿하게 고개를 돌려 도경을 본다)**
“천둥과 번개는 죄를 씻어주지. 다만, 그 그림자를 더욱 짙게 할 뿐이지.”

**윤도경 (작게 한숨을 쉬며 강서리를 돌아본다)**
“서리 님. 이렇게까지 험한 날씨에… 굳이 직접 오실 필요는 없었는데 말입니다. 순경들이 알아서 처리할 일 아니었겠습니까.”

**강서리**
“진정 부호는… 단순한 사건의 범주에 들지 않는 인물이지. 그리고 자네는 나를 불렀지, 도경.”

**윤도경 (입술을 꾹 다문다)**
“…네. 워낙 기이한 사건이라서요. 현장 보존도 완벽하다고 들었습니다.”

**강서리**
“완벽한 현장 보존은… 완벽한 허구의 시작을 알리는 법. 가세.”

**[장면 2]**
**# 배경:** 진정 부호 저택 내부. 복도를 따라 걸어가는 서리와 도경. 실내임에도 빗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고, 복도 벽에는 화려한 동양화와 서양화가 번갈아 걸려 있다. 고풍스러운 가구들과 곳곳에 놓인 서양식 등잔이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 인물:**
– 김 집사: 늙고 주름진 얼굴에 침통한 표정을 지은 채, 서리와 도경을 안내하고 있다.
– 진명훈: 창백한 얼굴로 복도 한쪽에 기대 서 있다.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고, 손은 미세하게 떨린다.

**김 집사 (서리에게 꾸벅 허리를 숙인다)**
“탐정 강서리 님, 이렇게 궂은 날씨에 먼 길 와주셔서 송구합니다.”

**강서리**
“김 집사. 진정 부호는 평소처럼 행동했는가?”

**김 집사**
“네, 서리 님. 어르신께서는 어제저녁 식사 후, 늘 그러셨듯이 서재로 가셨습니다. 글을 읽으시거나 장부를 확인하시는 것이 일과였으니까요. 제가 직접 서재 문을 닫아드렸고, 어르신께서는 안에서 자물쇠를 걸어 잠그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워낙 신변의 안전에 민감하신 분이라… 늘 그리 하셨습니다.”

**강서리 (진명훈을 흘끗 본다)**
“진명훈 씨는?”

**진명훈 (흐느끼는 소리를 애써 참으며 대답한다)**
“저… 저는 어제저녁부터 내내 사랑방에 머물렀습니다. 중요한 사업 서류를 정리하느라 밤늦게까지 있었습니다… 숙부님의 서재와는 완전히 반대편에 있습니다.”

**윤도경**
“그렇다면 진정 부호의 방에 들어간 이는 아무도 없다는 말이로군.”

**김 집사**
“네. 새벽녘에 제가 어르신께 아침 진지를 올리러 갔는데…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으셨습니다. 이상하게 여겨 하인들을 불러 문을 부수고 들어갔는데… 그만…”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다)

**강서리**
“시신은… 그대로인가?”

**윤도경**
“네. 서리 님 지시대로 손대지 않았습니다.”

**[장면 3]**
**# 배경:** 진정 부호의 서재. 고풍스러운 서책들이 꽂힌 육중한 서가, 묵직한 서안, 그리고 벽난로가 있는 방이다. 창문은 두꺼운 목재 덧문으로 굳게 닫혀 있고, 그 안쪽으로는 육중한 철창이 덧대어져 있다. 방 안에는 촛대에서 흘러나온 밀랍이 굳어 있고, 오래된 종이 냄새와 피 냄새가 섞여 공기 중에 무겁게 떠돈다.

**# 인물:**
– 진정 부호: 서안에 엎드린 채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의 등에는 뾰족한 은제 편지칼이 깊숙이 박혀 있다. 피가 서안 위로 흥건히 고여 묵직한 서류들을 적시고 있다.
– 강서리: 방 한가운데 서서 핏자국 하나 없이 깨끗한 장갑 낀 손으로 공기 중의 무언가를 더듬는 듯 미묘한 움직임을 보인다. 그의 눈은 방 전체를 훑고, 어떤 미세한 흔적도 놓치지 않는 듯하다.
– 윤도경: 문턱에 서서 긴장한 얼굴로 서리를 지켜본다.

**윤도경 (나직이 속삭인다)**
“강서리 님. 문고리는…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안에서 걸어 잠근 그대로였고, 이 자물쇠는 외부에서 열 수 없는 특이 구조라 합니다. 열쇠는… 보시는 대로 진정 부호님의 품속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창문은 안에서 덧문을 걸어 닫았고, 쇠창살까지 덧대어져 있습니다. 벽난로 굴뚝은 너무 좁아 사람이 드나들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한 밀실입니다.”

**강서리 (시선을 움직이지 않고 나직이 중얼거린다)**
“완벽한 밀실이라… 완벽한 환상이지.”

그는 천천히 방을 가로질러 창문으로 향한다. 덧문과 쇠창살을 유심히 살핀다. 손가락으로 창틀의 틈새를 미세하게 만져보고, 코를 킁킁거려 냄새를 맡는다.

**강서리**
“창틀에서… 미세한 비린내가 나는군. 바깥의 빗물 냄새와는 다른… 기름 비린내.”

**윤도경**
“기름 비린내라니요? 서리 님,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강서리는 대답 없이 벽난로 쪽으로 간다. 굴뚝 안쪽을 들여다보고, 벽돌 틈새를 손가락으로 훑는다. 그리곤 다시 진정 부호의 시신으로 향한다.
시신의 곁에 쭈그리고 앉아, 은제 편지칼을 응시한다. 칼날에 맺힌 핏방울, 그리고 손잡이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지문… 아니, 지문이 *없는* 흔적을 발견한다. 칼자루를 감싼 비단 천의 미세한 흔적, 혹은 매끄럽게 닦아낸 듯한 흔적.

**강서리 (시선을 진정 부호의 얼굴로 옮긴다)**
“진정 부호는… 죽기 직전까지 이 편지칼을 들고 있었군. 편지칼을 잡았던 손가락의 위치, 그리고 그의 시선… 누군가를 향해 팔을 뻗고 있었어. 공포에 질린 듯한 표정. 그러나 저항의 흔적은 미미하다.”

**윤도경**
“그렇다면… 범인은 진정 부호가 아는 사람이라는 말씀이십니까?”

**강서리**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방에 누군가가 들어왔고, 나갔다는 사실. 자네는 아직 이 방의 ‘비밀’을 보지 못했을 뿐.”

강서리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서안을 한 바퀴 돈다. 서안 위에 놓인 서류들, 붓통, 벼루, 그리고 진정 부호가 마지막으로 쓰려던 듯한 미완성 편지 한 장을 살펴본다. 편지에는 희미하게 ‘나의 모든 재산을… 자네에게… 그 조건은…’ 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강서리**
“상속 문제인가.”

**진명훈 (갑자기 거친 목소리로 끼어든다)**
“숙부님께서는 저에게 모든 것을 물려주시기로 하셨습니다! 유언장이 분명히 있습니다! 제가 숙부님의 사업을 이어받아 이 대한제국의 발전에 기여할 것입니다!”

**강서리 (진명훈을 냉랭하게 바라본다)**
“아직 시신조차 싸늘하게 식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유산을 논하는군. 흥미롭군.”

**김 집사**
“진명훈 도련님은 숙부님을 지극히 모셨습니다! 오해는 마십시오!”

**강서리 (다시 시선을 방으로 돌린다)**
“이 방의 문은… 밖에서 걸어 잠근 것으로 위장되었지. 안에서 잠긴 것이 아니라.”

**윤도경 (화들짝 놀라며 외친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열쇠가 분명히 진정 부호님의 품속에서 나왔습니다!”

**강서리**
“그 열쇠가… 이 문을 잠근 열쇠라고 누가 단정했지? 아니, 설령 맞다 하더라도… ‘누가’ 잠갔느냐가 중요하지.”

강서리는 다시 문으로 향한다. 육중한 나무문, 묵직한 황동 자물쇠. 그는 자물쇠를 만지지 않고, 문틀의 미세한 틈새를 손가락으로 훑는다. 그리고 문 아래쪽, 바닥과 문 사이의 아주 미세한 간격을 응시한다.

**강서리**
“도경. 이 문은… 최근에 수리되었지. 특히 이 자물쇠 부분의 문틀은.”

**윤도경 (기억을 더듬는다)**
“아… 듣자하니 그렇습니다. 진정 부호께서 몇 달 전, 서재 문이 낡았다며 통째로 교체하고 자물쇠도 최고급으로 새로 맞추셨다고 했습니다. 외부 침입을 극도로 꺼리셨으니까요.”

**강서리 (나직이 미소 짓는다. 차가운 미소다)**
“과연. 외부 침입을 극도로 꺼리셨지… 그렇다면 이 문은 ‘내부 침입’에 얼마나 강했을까?”

그는 문틀을 따라 시선을 올리다가, 문 위의 경첩 부분에 잠시 멈춘다. 그곳에는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 아주 미세한… 스크래치 같은 것이 나 있다. 그리고 그 스크래치 주변에 아주 희미한, 먼지 같기도 하고 곰팡이 같기도 한 미세한 이물질이 묻어 있다.

**강서리**
“이것은… 산화(酸化)된 황동의 흔적. 자물쇠를 구성하는 주재료이지. 그리고 이것은… 미세한 기름 비린내와 섞인 산성(酸性) 물질의 냄새.”

**윤도경 (고개를 갸웃거린다)**
“서리 님, 대체 무슨 말씀을…”

**강서리 (고개를 들어 김 집사와 진명훈을 번갈아 본다)**
“이 자물쇠는… 특수 제작된 이중 잠금장치지. 외부에서 침입하려는 시도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내부 잠금쇠를 강화하는 구조. 그러나 이 구조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지.”

**김 집사 (안색이 변한다)**
“약점이라니요? 최고 명장이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강서리**
“이 자물쇠는 외부의 ‘힘’에 강하지. 그러나 외부의 ‘화학적 공격’에는 취약해. 특히, 이 특수 잠금장치에 쓰이는 황동 핀은 특정 산성 용액에 장시간 노출되면 서서히 부식되지. 그리고 그 부식된 핀은… 미세한 외부의 조작으로도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게 돼.”

**[장면 4]**
**# 배경:** 강서리가 서재 문 앞에 서서 설명을 이어간다.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김 집사와 진명훈, 윤도경의 얼굴이 점차 경악으로 물든다.

**강서리**
“범인은 진정 부호가 서재에 들어간 후, 평소처럼 안에서 문을 잠그는 것을 확인했겠지. 그리고 기다린 거야. 충분한 시간이 흐른 뒤, 범인은 문 아래 미세한 틈새나 심지어 열쇠 구멍을 통해 특수 제작된 가는 금속 도구를 집어넣었어. 그리고 그 끝에 아주 미량의 산성 용액을 묻혀서… 이 자물쇠의 핵심 부품인 ‘황동 핀’을 공격한 거지.”

**윤도경**
“말도 안 됩니다! 그렇게 해서 문을 열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강서리**
“완전히 부식시키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 하지만 범인은 이 자물쇠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알고 있었어. 핵심 핀이 약해진 틈을 타, 아주 미세한 진동이나 외부의 당김으로도 잠금장치가 일시적으로 해제될 수 있다는 것을. 마치… 고장 난 자물쇠처럼 말이지.”

강서리는 문틀 상단의 미세한 스크래치와 이물질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강서리**
“여기에 묻어 있는 미세한 황동 가루와 산성 용액의 잔재가 그 증거야. 약해진 핀은 미세한 힘에도 부러지거나 밀려났을 것이고, 범인은 서재 안으로 유유히 걸어 들어갔을 테지. 진정 부호는 평소처럼 책을 읽거나 장부를 정리하다가, 예상치 못한 방문에 놀라 몸을 돌렸을 것이고… 그 순간, 범인이 휘두른 편지칼에 변을 당한 거야.”

**김 집사 (덜덜 떨며 뒤로 물러선다)**
“그… 그렇다면… 열쇠는 어르신의 품속에 그대로 있었으니… 누가 범인입니까?”

**강서리**
“아주 간단해. 열쇠는 범인이 진정 부호의 품속에 다시 집어넣은 것이지. 잠긴 문, 품속의 열쇠. 이것으로 완벽한 밀실을 연출하려 한 거야. 이 자물쇠의 특수성, 진정 부호의 습관, 그리고 이 특수한 용액과 도구를 마련할 수 있는 자… 범인은 이 저택 안에 있어. 그것도 아주 가까이.”

강서리의 시선은 김 집사와 진명훈 사이를 오간다. 둘 다 창백한 얼굴로 서리를 노려보고 있지만, 진명훈의 눈은 미세하게 흔들린다.

**강서리**
“김 집사. 자네는 평생 진정 부호를 모셨지. 이 서재의 문과 자물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인물일 테고. 그러나 자네는 진정 부호의 ‘습관’을 잘 알지만, ‘자물쇠의 약점’까지는 알지 못했을 거야. 자네는 문을 잠그는 소리를 ‘확인’했을 뿐이지, ‘조작’하지는 못했겠지.”

강서리는 시선을 진명훈에게 고정한다.

**강서리**
“진명훈 씨. 자네는 숙부의 사업을 물려받아 이 대한제국의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했지. 그러나 숙부는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에 ‘모든 재산을… 자네에게… 그 조건은…’이라고 쓰려다 멈췄어. ‘조건’이 무엇이었을까? 혹시 그 조건이 자네에게 불리한 것이었고, 자네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은 아닌가?”

**진명훈 (얼굴이 흙빛이 된다. 손이 더욱 심하게 떨린다)**
“무… 무슨 소리입니까! 숙부님은 저를 믿으셨습니다! 유언장도 제가 보관하고 있습니다!”

**강서리**
“유언장? 자네가 보관하고 있다니… 그것 참 편리하군. 자네는 숙부의 서재 문을 교체할 때, 그 자물쇠의 특수성에 대해 분명히 설명을 들었을 거야. 자네는 건축업자들과 직접 거래하며 모든 사안을 꼼꼼히 확인했었지. 그리고 그 자물쇠의 ‘숨겨진 약점’까지 알아냈을 가능성이 높군. 어쩌면 자네가 직접… 그 약점을 시험해 보았을지도.”

**진명훈 (고개를 젓는다. 눈은 이미 공포에 질려 있다)**
“아닙니다! 저는 아닙니다! 저는 사랑방에 있었습니다! 증인도 있습니다!”

**강서리**
“사랑방? 그래, 자네는 사랑방에 있었지. 늦은 시간까지 서류를 정리하며 알리바이를 만들었을 거야. 하지만 그 시간은… 자물쇠의 핀이 산성 용액에 의해 서서히 부식되는 시간과 정확히 일치할 수 있어. 자네가 서류를 정리하는 동안, 자네의 ‘공범’이 몰래 이 서재에 접근해 자물쇠를 조작했겠지.”

**강서리 (갑자기 천천히 고개를 숙여 자신의 발밑을 본다. 그리고 윤도경에게 손짓한다)**
“도경. 여기 바닥을 보게. 진정 부호는 죽기 직전, 이 편지칼로 범인의 그림자를 찌르려 했지. 공포에 질린 상태에서 말이야. 그리고 그 그림자는… 여기, 아주 미세한 흙 자국을 남겼군. 이 흙은… 이 집 정원의 흙과 달라. 특히, 특이한 광물 성분이 포함되어 있지.”

윤도경은 강서리가 가리킨 바닥을 살핀다.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흙먼지들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한다.

**윤도경**
“이것은… 이 집 정원 흙이 아닙니다! 이런 광물은… 한양 변두리의 채석장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인데!”

**강서리**
“그렇지. 이 저택 안에서 그 채석장의 흙을 몸에 묻히고 다닐 이는 그리 많지 않아. 그리고 그 자는… 진정 부호의 재산을 노리는 동시에, 이 자물쇠의 약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지.”

강서리는 김 집사에게 시선을 던진다. 김 집사의 얼굴은 이미 창백해져 있다. 그는 진명훈을 돕기 위해, 어쩌면 진명훈의 지시를 받아 자물쇠에 산성 용액을 바르고, 그가 서재에 들어설 수 있도록 방조했던 것이다. 김 집사의 신발에도 미세한 채석장 흙먼지가 묻어 있다. 그는 진명훈이 운영하는 채석장의 관리인이기도 했으니까.

**강서리**
“김 집사. 자네는 진정 부호가 서재에 들어간 후, 잠시 집 밖으로 나갔다 왔지.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네의 발에 묻은 이 흙 자국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그리고 그 짧은 시간에… 자네는 진명훈 씨의 지시를 받아… 이 서재의 문에 ‘장난’을 친 거야.”

**김 집사 (그제야 모든 것을 체념한 듯, 고개를 떨군다)**
“어르신… 부디 편히 잠드십시오…”

진명훈은 경악한 표정으로 김 집사를 바라본다. 그리고 이내 서리에게 달려들려 하지만, 윤도경이 그의 팔을 붙잡는다.

**윤도경**
“진명훈 씨! 이제 그만 포기하시죠!”

**강서리 (고개를 돌려 김 집사를 본다)**
“그리고 자네는… 어르신의 죽음을 지켜보며, 그 안에서 완벽한 밀실을 꾸몄지. 이 모든 것은… 재산 때문이었나.”

**김 집사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진명훈 도련님께서… 제 아들의 빚을 갚아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어르신께서 자꾸 유언장을 바꾸려고 하셔서… 이대로는 안 된다고…”

**강서리**
“탐욕과 배신. 결국 밀실은 사람의 마음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감옥이었군.”

**[장면 5]**
**# 배경:** 비가 그친 다음 날 아침. 한양의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개어 있다. 진 부호의 저택은 고요하고, 순경들이 진명훈과 김 집사를 체포해 이끌고 나간다.

**# 인물:**
– 윤도경: 서리를 바라본다.
– 강서리: 저택 입구에 서서 먼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고요하다.

**윤도경**
“서리 님. 정말 놀랍습니다. 그 완벽한 밀실의 트릭을… 어떻게 그렇게 순식간에 꿰뚫어 보셨습니까? 채석장 흙 자국에, 산성 용액까지…”

**강서리**
“모든 사건은… 결국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되지. 그리고 그 욕망은 언제나 ‘흔적’을 남겨. 밀실은 완벽할수록, 그 허점을 숨기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 더욱 가혹하게 드러나는 법. 자물쇠는 침입자를 막기 위해 존재하지만, 때로는 그 자체로 범죄의 도구가 되기도 하는 아이러니… 진정 부호는 안전을 위해 자물쇠를 바꿨지만, 그 자물쇠가 오히려 자신을 밀실에 가두는 감옥이 되었군.”

**윤도경**
“인간의 욕망이라… 참으로 무섭습니다. 서리 님 덕분에 또 하나의 기이한 사건이 해결되었습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의뢰가 들어올지…”

**강서리 (옅은 미소를 짓는다)**
“음… 아마도 이 대한제국에는 아직 수많은 그림자들이 숨어 있겠지. 도경. 자네의 눈을 더욱 예리하게 갈고닦게.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니까.”

강서리는 저택을 뒤로 하고 맑게 갠 하늘 아래로 유유히 발걸음을 옮긴다. 그의 뒤를 윤도경이 묵묵히 따른다. 대한제국의 그림자는 아직 걷히지 않았다.

**- 제1화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