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밀실 저택, 불청객의 시작

강차민 경위는 낡은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운전대를 꽉 쥐었다. 비에 젖어 미끄러운 도로는 그와 마찬가지로 잔뜩 긴장해 있었다. 흑연저택. 이름부터 불길한 이 곳으로 향하는 내내 그의 심장은 고장 난 시계추처럼 불규칙하게 흔들렸다. 그가 긴장한 건, 살인 사건 현장에 가는 것이 처음이어서가 아니었다.

조수석에 앉은 한가을 때문이었다.

‘하아… 저 여자 때문에 내가 늙어 죽지….’

그녀는 차창 밖으로 빗방울이 흘러내리는 풍경을 무심하게 응시하며 말했다. 삐딱하게 기울어진 검은 베레모 아래로 찰랑이는 갈색 머리카락이 언뜻 보였다.

“강 경위님, 그렇게까지 긴장하실 필요는 없어요. 뭐, 죽은 사람은 이미 죽었고… 산 사람은 살아야죠. 물론 시체도 봐야 하겠지만.”

그녀의 말은 언제나처럼 현실을 꿰뚫는 듯 냉정하고, 동시에 어딘가 엉뚱했다. 하지만 그게 또 그녀의 매력이었다. 강차민은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그녀의 지독한 현실주의와 비상한 두뇌.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자꾸만 끌리는 제 심장.

“한가을 씨, 이건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니에요. 밀실 살인이라고요! 그것도 정원석 컬렉터의 흑연저택에서!”

차민은 목소리를 낮추려 애썼지만, 흥분한 나머지 볼륨 조절에 실패했다. 정원석은 자산 규모가 조 단위를 넘는 대형 컬렉터였다. 그의 죽음, 그것도 밀실 살인. 언론에 보도되는 순간 파장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게다가 사건 해결의 전권을 한가을, 이 괴짜 천재에게 맡겨야 하는 현실이 그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 그는 고작 순경 시절, 골치 아픈 사건을 의뢰하러 갔다가 그녀의 기상천외한 추리에 홀려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이제는 그녀의 전담 형사나 다름없었다.

“밀실? 흠… 그런 거 흔하잖아요. 문을 잠갔거나, 창문을 잠갔거나. 누가 봐도 밀실처럼 꾸몄거나.”

가을은 어깨를 으쓱하며 태연하게 덧붙였다. 그 시니컬한 태도에 차민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대단해… 정말 대단한 여자야. 아니, 무심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저런 천재적인 머리가 없었다면 난 벌써 몇 번이나 좌천당했겠지.’ 어찌 되었든, 그녀의 비상한 머리는 언제나 기막힌 결과를 가져왔으니. 가끔은 너무나도 기막혀서 문제였지만.

차는 흑연저택의 낡은 철문 앞에 멈춰 섰다. 경찰 통제선이 길게 늘어져 있었고, 삼삼오오 모여 선 경찰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저택을 응시하고 있었다. 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았다.

“도착했습니다.”

차민이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말하자, 가을은 베레모를 고쳐 쓰고는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존재감을 발하는 사람이었다.

수사팀장인 김 형사는 차민을 보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강 경위, 왔군. 이쪽은… 설마 그 탐정인가?” 김 형사의 시선이 가을에게 꽂혔다.

“네, 김 팀장님. 한가을 탐정님입니다. 청장님의 특명으로 이번 사건에 합류하셨습니다.” 차민은 깍듯하게 소개했지만, 김 형사의 얼굴에는 불만이 역력했다.

“탐정이라니. 뭐, 아무튼 빨리 보고나 받으시죠. 현장은 2층 서재입니다.”

가을은 김 형사의 무례함에 전혀 개의치 않는 듯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낡은 대리석 계단을 오르면서도 그녀는 벽에 걸린 그림들을 스캔하듯 훑어보았다. 그림들의 배치, 액자의 먼지, 심지어는 희미하게 묻어 있는 지문의 흔적까지도.

“피해자는 정원석 컬렉터. 나이는 68세. 사인은 흉기에 의한 과다 출혈로 추정됩니다. 사망 시각은 어젯밤 10시에서 12시 사이. 외부 침입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김 형사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가을은 2층 서재 문 앞에 섰다. 문고리는 잠겨 있었고, 문틈에는 비닐 테이프가 꼼꼼하게 붙어 있었다. 밀실. 확실했다.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창문은 모두 쇠창살로 막혀 있었습니다. 비상구도 없고, 환풍구도 사람이 드나들 수 없는 크기였습니다. 완벽한 밀실입니다.” 차민이 덧붙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미묘한 자부심이 섞여 있었다. 어쨌든 경찰이 완벽하게 ‘밀실’임을 확인했다는 것이었으니까.

“완벽하다, 라… 흥미롭네요.” 가을은 씨익 웃었다. 그 웃음은 차민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그녀가 저렇게 웃을 때는 분명 뭔가 기상천외한 추론을 시작할 참이었다.

문이 열리고, 그들은 서재 안으로 들어섰다. 퀴퀴한 종이 냄새와 피 냄새가 섞여 코를 찔렀다. 서재는 고풍스러운 가구들로 가득 차 있었다. 벽에는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고, 중앙에는 육중한 참나무 책상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책상 앞, 붉은 피 웅덩이 속에 정원석 컬렉터가 쓰러져 있었다. 가슴에 깊은 자상이 선명했다. 그의 얼굴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일그러져 있었고, 눈은 공포에 질린 채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흉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현장 감식반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가을은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 서재 안을 천천히 걸어 다녔다. 그녀의 눈은 바닥의 미세한 먼지 입자부터 천장의 전등갓까지,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훑었다. 차민은 그런 가을의 뒷모습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저 작은 몸에서 어떻게 저런 집중력이 나올까.

그녀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피해자의 시신 옆이었다. 가을은 무릎을 살짝 굽혀 시신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사망 시각은 어젯밤 10시에서 12시 사이라고 했죠?”

“네, 부검의 소견입니다.” 김 형사가 대답했다.

가을은 아무 말 없이 시신 주변의 피 웅덩이를 응시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서재의 한쪽 벽에 걸린 그림을 바라보았다. 앤티크한 액자에 담긴 풍경화였다.

“이 서재에는 창문이 하나뿐인가요?”

“네. 그 창문도 쇠창살로 막혀있고요.”

가을은 그림을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차민은 그녀의 표정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뭔가 찾은 것이 분명했다. 저 미간 주름 하나에 이 사건의 실마리가 달려 있을 수도 있었다.

“저 그림, 좀 이상하네요.”

“그림이요? 유명 화가의 작품입니다만.” 김 형사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아뇨, 그림 자체가 아니라… 그림이 걸린 방식이요.”

가을은 다시 시신 옆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바닥에 떨어진,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유리 조각을 집어 들었다. 그녀의 손은 망설임 없이 정확했다.

“이건… 액자 유리가 깨진 조각인가요?” 차민이 한 걸음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또 시작이군. 모두가 놓친 걸 그녀만이 찾아내는 순간.

“아니요.” 가을은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은 차민의 심장을 다시금 철렁하게 만들었다. “이건 유리 조각이 아니라, 아주 정교하게 가공된 광학 렌즈의 파편이네요. 그것도 딱 이 그림을 정면에서 비췄을 때, 특정 각도로 빛을 모으도록 설계된 렌즈의 파편.”

모두의 시선이 그녀의 손가락에 들린 작은 파편으로 향했다. 김 형사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렌즈라니… 이게 무슨…”

“게다가 피해자 옷소매에 묻은 이 미세한 녹슨 자국… 이건 단순한 먼지가 아니에요. 철 성분이 미세하게 묻어나는 흔적이죠.” 가을은 정원석의 고급스러운 재킷 소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현미경처럼 날카로웠다.

“피해자의 손에 굳은 이 자세, 그리고 눈에 맺힌 공포… 이건 누군가와 정면으로 대치하다 죽은 모습이 아니에요. 오히려… 무언가를 발견하고 놀라거나, 혹은 당황했을 때의 모습에 가깝죠. 무언가 예상치 못한 것을 봤을 때의 반응이에요. 정확히는… *어떤 시각적 자극*에 의한 반응.”

차민은 그녀의 설명을 들으며 혼란스러웠다. 대치하다 죽은 게 아니라? 그럼 도대체 뭐가… 시각적 자극이라니?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밀실 살인이라고요? 흐음… 과연 그럴까요?”

가을은 주변을 빙 둘러보았다. 그녀의 눈은 마치 투시 능력을 가진 것처럼 서재의 모든 구조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차민은 그 시선에 왠지 모를 전율을 느꼈다. 저렇게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창문은 쇠창살로 막혀있다고 했죠? 그럼 저 그림도 창문을 가리기 위해 걸어 놓은 것이었겠네요. 하지만… 저 그림은 창문을 가리는 용도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단순한 그림이 아니죠. 오히려… 핵심 도구라고 보는 편이 옳겠네요.”

가을은 피 묻은 바닥을 지그시 응시했다. 그리고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강 경위님, 김 팀장님. 이 사건은 밀실 살인이 아닙니다. 적어도… 일반적인 밀실 살인은 아니죠.”

그녀의 단호한 선언에 서재 안의 모든 경찰들이 숨을 멈췄다.

“네? 아니, 한가을 씨.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창문은…!” 김 형사가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그의 얼굴은 당혹감과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수사 초기부터 탐정에게 한 방 먹은 셈이었으니.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건 아니죠. 정원석 컬렉터는 이 서재에서 죽지 않았어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정원석 컬렉터는 밀실 안에서 살해된 것이 아니에요. 밀실 *처럼 보이는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살해당한 겁니다.”

차민은 가을의 말에 온몸의 피가 식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밀실이 아니라고? 그럼 대체 어디서? 그리고 어떻게? 그의 머릿속은 폭풍이 휘몰아치듯 혼돈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기발한 추리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답답해졌다.

가을은 비에 젖은 창밖을 응시했다. 멀리서 천둥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범인은 이 서재 안에도, 밖에도 없었어요. 그는… 아주 교묘하게 사람들의 시선을 속인 겁니다. 마치 마법사처럼.”

그녀의 눈빛은 섬뜩할 정도로 예리했다.

“이 서재는 완벽한 밀실이 아니에요. 오히려… 완벽한 함정이죠. 살인자가 피해자를 완벽하게 가둔… 교활한 시선 조작의 밀실.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문이 있었을 겁니다. 아니, 없었을 수도 있죠. 애초에 문이 필요 없었을 수도… 물리적인 문 말이에요.”

차민은 그녀의 말을 이해하려 애썼지만, 머릿속은 혼돈으로 가득 찼다. 보이지 않는 문? 문이 필요 없었을 수도? 대체 무슨 소리야! 그녀의 천재성이 자신을 또다시 바보로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바보 같은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놀랍게도 그렇게 불쾌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하는 듯했다.

가을은 빙긋 웃었다. 그 웃음은 차민의 가슴을 또다시 철렁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천재성은 때로 공포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 공포 속에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자, 이제부터 진짜 재미있는 게임을 시작해볼까요? 강 경위님.”

그녀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표정으로, 그러나 섬뜩할 정도로 예리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 시선이 정확히 자신에게 꽂히자 차민은 저도 모르게 자세를 고쳐 잡았다.

“이 흑연저택의 진짜 밀실 트릭은… 아마 당신들의 상상조차 하지 못할 곳에 숨겨져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 트릭은… 단순히 문을 잠그는 수준이 아니죠.”

그녀의 마지막 말은 차민의 머릿속을 강렬하게 울렸다. 밀실 살인이 아니라고? 완벽한 함정이라고?
그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그녀는 또 어떤 상상력을 펼칠까. 그리고 자신은 또 어떤 바보 같은 질문을 던지며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가게 될까. 그의 심장이 불안정하게, 그리고 조금은 설렘에 가까운 감정으로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