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섬광**
새벽별은 드넓은 우주의 심연 속에서 홀로 유영하는 작은 먼지 같았다. 너덜너덜한 외벽과 고철을 덧댄 흔적이 역력한 기체는, 저 멀리 밤하늘에 솟아오른 거대한 암흑의 요새 ‘오리온의 눈물’과는 비교할 수 없는 초라함 그 자체였다. 성좌 제국의 오리온 주력 보급 기지. 이 광활한 구조물은 수십억 명의 목숨을 앗아갈 군수품과, 반대로 수십억 명을 살릴 수 있는 생필품을 한없이 집어삼키는 탐욕스러운 거인이었다.
조종석에 앉은 카엘은 거친 숨을 내쉬며 계기판을 응시했다. 긴장감에 마른침을 꼴깍 삼켰지만, 그의 눈빛만은 흔들림 없었다. 그의 시선 끝에는 제국의 휘황찬란한 문장이 새겨진 기지 외벽이 위압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세렌, 은폐막은?” 카엘이 나직하게 물었다.
뒤편의 통신석에서 짧고 명료한 대답이 돌아왔다. “최대 출력. 완벽해. 이 거리에서는 제국의 구형 센서로는 흠집도 못 볼걸.”
세렌은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홀로그램 패널을 능숙하게 조작하며 실시간 정보를 띄웠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에는 고도의 집중력이 어려 있었고, 차분한 목소리는 이 극도의 긴장 상황 속에서 유일한 안식처 같았다.
“지안, 도킹 스캐너 준비됐나?”
카엘의 말에 거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뒤편의 화물칸과 연결된 통로에서 굵은 팔을 쭉 뻗으며 나타난 지안은 거대한 스패너를 어깨에 척 걸치고 있었다.
“말 다했지! 이 지안 님 손을 거쳤는데. 제국 놈들, 자기들 함선인 줄 알고 문 열어줄 거다, 암!”
“그래, 네 농담이 이번에도 통하면 좋겠군.” 카엘은 피식 웃음을 흘렸지만, 그의 미소는 옅었다. 웃을 때가 아니었다. 이 작전은 이전의 어떤 것보다 위험했다. ‘오리온의 눈물’ 기지는 제국의 심장부에 박힌 가시와 같았다. 함부로 건드렸다간 수천, 수만 대의 제국 함선이 벌떼처럼 튀어나와 그들을 갈기갈기 찢어놓을 터였다.
이번 목표는 의료품이었다. 제국은 변경 식민지 행성의 필멸자들이 앓아 죽어가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오직 제국에 봉사하는 자들만이, 그들의 도구로 쓰이는 자들만이 최소한의 지원을 받을 뿐이었다. 카엘의 동생도, 그가 아는 수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스러져갔다. 제국의 부패한 탐욕은 별빛 아래 모든 생명을 썩게 만들고 있었다.
“도킹 포트 7-델타, 인식 코드 입력 중.” 세렌의 손가락이 춤을 추듯 패드를 스쳐 지나갔다.
삑, 삑.
짧은 전자음이 이어지더니, 이내 정적 속에서 기계음이 울렸다.
“코드 일치. 도킹 허가 승인.”
카엘의 눈이 번뜩였다. “좋아! 지안, 포트 개방하고 대기해. 소음 최소화하고. 세렌, 내부 동선 파악해.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정확히 17분 32초. 제국 순찰선이 다음 구역으로 이동하기 전에 끝내야 해.” 세렌이 그의 말을 잘라먹듯 정확히 답했다.
“알았다.” 카엘은 가속 페달을 부드럽게 밟았다. 낡은 엔진이 낮게 으르렁거리며 새벽별을 거대한 도킹 포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철컹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함선이 도킹 레일에 안착하자, 내부의 공기가 급격히 유입되며 압력 평형을 맞췄다.
“자, 이제부터 진짜 게임 시작이다.” 지안이 어깨에 멘 돌격 소총을 고쳐 잡으며 말했다. 그의 표정은 방금 전의 장난스러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진지함만이 남았다.
세 명은 최소한의 짐과 무기를 챙겨 함선을 나섰다. 도킹 구역은 어둠과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 제국의 효율성 뒤에 감춰진 무관심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수많은 물품이 오고 가는 중심지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공기는 음산하게 무거웠다.
카엘은 이 작은 공간 속에서도 제국의 거만함이 느껴지는 듯했다. 화려한 장식, 과시적인 문장,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유지하기 위해 착취당하는 수많은 존재들.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쪽이야.” 세렌이 손전등을 들어 올리자, 좁고 녹슨 비상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기지 중앙 통로와 연결된 곳으로, 평소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은밀한 통로였다. 그들이 제국 기지의 내부로 더 깊이 파고들어갈수록, 희미한 기계음과 알 수 없는 전자음이 멀리서 들려왔다.
카엘은 앞장서서 걸었다. 그의 발걸음은 조용했고, 주변을 경계하는 눈빛은 날카로웠다.
“목표는 중앙 보급창 ‘솔라리움-7’ 구역. 의료품 중에서도 희귀 항생제와 치료 키트가 최우선이다. 변경 행성 주민들은 일반 감기에도 죽어나가고 있어.”
지안이 이를 갈았다. “젠장, 제국 놈들은 자기들 배때지 채우느라 수십억 명이 죽어가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움직이는 거지.” 카엘은 싸늘하게 말했다.
통로를 따라 십여 분을 걷자, 거대한 격벽이 나타났다. 세렌이 휴대용 단말기를 꺼내 격벽의 제어판에 연결했다. 녹색 불빛이 깜빡이더니, 이내 붉은색으로 변했다.
“젠장, 제국 놈들이 보안을 강화했어. 평소 같으면 그냥 뚫렸을 텐데.” 세렌이 미간을 찌푸렸다. “시간이… 2분 정도 더 걸릴 것 같아.”
카엘은 주변을 살폈다. 이 좁은 통로에 갇히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때, 멀리서 규칙적인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 쿵. 금속 바닥을 울리는 둔탁한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세렌! 순찰인가? 경로 변경은?” 카엘이 급히 물었다.
세렌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말도 안 돼! 우리 동선 상 이 구역은 30분 동안은 비어야 해! 제국 시스템에 오류가… 아니, 누군가 고의로 경로를 조작한 것 같아!”
“젠장!” 지안이 소리쳤다. “보안 등급이 올라간 것도 그렇고! 뭔가 이상해!”
발걸음 소리는 코앞까지 다가왔다. 이젠 어둠 속에서도 제국 집행관들의 육중한 전투복이 희미하게 보일 정도였다. 총구에서 반사되는 희미한 빛이 섬뜩했다.
“매복이다!” 카엘이 외쳤다. “세렌, 보안은 잠시 잊어! 지안, 엄호해!”
카엘은 권총을 뽑아 들고 격벽 뒤에 몸을 숨겼다. 지안은 돌격 소총의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사격 자세를 취했다.
제국 집행관들은 훈련된 움직임으로 통로를 점령했다. 최소 넷, 아니 다섯 명. 그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항복해라, 반역자들! 너희의 미련한 시도는 여기서 끝이다!” 선두에 선 집행관이 차가운 금속성 음성으로 외쳤다.
카엘은 이를 악물었다. 항복? 그 순간 변경 행성의 수많은 이들의 희망이 짓밟히는 것을 그는 용납할 수 없었다.
“개소리 지껄이지 마! 너희가 밟고 서 있는 피가 누구의 피인지나 알고 지껄여!”
총성이 울렸다. 지안이 먼저 방아쇠를 당겼다. 빛의 섬광이 어둠을 가르고 집행관들에게 쏟아졌다. 육중한 전투복에 부딪혀 총알이 튕겨 나갔지만, 그들의 대형을 흐트러뜨리는 데는 충분했다.
“지금이야! 세렌!” 카엘이 소리쳤다.
세렌은 재빨리 단말기를 격벽에서 분리했다. “아직이야! 최소 10초는 더 버텨야 해!”
10초. 그 10초가 영원처럼 느껴졌다. 집행관들의 레이저 소총에서 붉은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지안은 격벽 뒤로 몸을 숨기며 간신히 피했다. 뜨거운 열기가 금속 벽을 녹였다.
카엘은 몸을 날려 다른 엄폐물로 이동하며 집행관들의 빈틈을 노렸다. 그들의 갑옷은 단단했지만, 연결 부위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그는 한 발, 한 발 정확하게 총알을 박아 넣었다. 한 집행관이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젠장, 한 놈 해치웠다!” 지안이 환호했지만, 기세가 등등해진 다른 집행관들이 더욱 맹렬하게 공격해왔다. 통로가 순식간에 불지옥으로 변했다.
“카엘! 격벽 곧 열려!” 세렌의 외침이 들렸다. 그녀는 작은 보조 권총을 든 채, 그녀의 눈은 여전히 단말기에 고정되어 있었다.
“지안, 후퇴 준비!”
콰아앙!
마침내 격벽이 열리는 굉음이 울렸다. 닫혀 있던 어둠 속으로 길이 열렸다.
“뛰어!” 카엘이 외치며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 총알은 가까이 다가온 집행관의 어깨를 스쳤다.
세 사람은 격벽 안으로 몸을 던졌다. 쿵! 육중한 격벽이 다시 닫히는 소리가 뒤를 이었다. 격벽 저편에서 집행관들의 고함 소리와 총성이 들려왔지만, 강철 벽은 굳건히 버텨냈다.
“휴…” 지안이 벽에 기대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얼굴은 땀과 그을음으로 범벅되어 있었다. “젠장,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카엘은 주변을 살폈다. 이곳은 의료품 보관창고로 향하는 보조 통로였다. 이제 한 고비는 넘겼다.
“방심하지 마.” 카엘은 차분하게 말했다.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제국 놈들은 우리가 여기에 들어온 걸 눈치챘어. 다음에는 더 큰 물건들이 우리를 기다릴 거야.”
세렌은 창백한 얼굴을 애써 가다듬으며 단말기를 다시 꺼냈다. “시간이… 5분밖에 없어. 중앙 보급창에 진입하려면 보안을 우회하는 데 3분. 물건을 싣고 돌아오는 데 2분.”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거군.” 카엘은 품속에서 작은 폭약을 꺼냈다. “지안, 이 폭탄으로 중앙 보급창 입구를 날려버려. 세렌, 그때까지 보안 시스템을 마비시켜. 나는 엄호할게.”
그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았다. 불타는 투지, 그리고 결코 꺾이지 않을 의지가 그들의 눈빛 속에 선명하게 빛났다.
어둠 속, 제국의 심장부에서, 그들은 한 줌의 희망을 움켜쥐기 위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의 등 뒤에는 수많은 별들이, 그리고 수많은 희망이 있었다. 작지만 강렬한, 불꽃의 씨앗이 피어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