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톱니바퀴의 악몽

지훈은 눈을 떴지만, 잠든 것 같지 않았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천장의 낡은 증기 파이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것이 보였다. 틱-톡- 틱-톡-. 벽에 걸린 황동 시계는 지극히 정상적인 박자로 돌아가고 있었다. 어젯밤의 악몽 같던 일들은 정말 꿈이었을까?

몸을 일으키자마자 찌뿌드드한 근육통이 온몸을 죄어왔다. 침대 발치에 널브러져 있는 잡동사니들이 어젯밤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었다. 서랍에서 저절로 굴러 떨어진 쇠구슬, 바닥에 흩어져 있던 오래된 도면 조각들. 그리고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침대 머리맡에 놓아두었던, 늘 애지중지하던 작은 태엽 인형이 침대 아래, 저 멀리 구석으로 밀려나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젠장….”

그는 낮게 욕을 읊조렸다. 혹시 도둑이라도 들었나 싶어 온 집안을 둘러봤지만, 딱히 없어진 물건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없어져야 할 물건이 이상한 곳에 놓여 있을 뿐이었다.

축축한 공기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창밖에서는 거대한 증기 비행선이 굉음을 내며 지나가고 있었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증기기관처럼 칙칙거리는 소리를 내는 곳이었다. 지훈의 아파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벽 속의 파이프들이 미세하게 흔들리며 숨 쉬는 소리가 어제따라 유난히 신경에 거슬렸다.

주방으로 향했다. 습관적으로 증기식 커피 머신에 원두를 넣고 레버를 당겼다. *스으윽-* 하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증기가 솟아올라 검은 액체를 추출하기 시작했다. 그는 멍하니 기다렸다. 그때였다. 머신 한 켠의 작은 황동 밸브가 *딸깍* 소리를 내며 저절로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 커피 추출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며 짙은 거품이 잔 위로 넘쳤다.

“이런, 또….”

지훈은 흠칫 놀라 손을 뻗어 밸브를 원위치 시켰다. 커피 머신은 몇 달 전에 최고급 사양으로 들여놓은, 정교한 톱니바퀴와 증기 파이프가 외부로 노출된 예술품 같은 기계였다. 낡아서 오작동할 리가 없었다. 그는 머신을 뚫어져라 노려봤지만, 기계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칙칙거리며 증기를 뿜어낼 뿐이었다.

겨우 한 잔을 뽑아 식탁에 앉았다. 창밖으로는 거대한 증기선들이 하늘을 가르며 뿌연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도시의 스모그는 항상 그랬다. 그의 심장은 불안하게 쿵쾅거리고 있었다. 어젯밤 침실 문을 두드리던 소리, 바닥에 굴러다니던 쇠구슬 소리, 그리고 오늘 아침의 커피 머신까지. 이건 단순한 고장이 아니었다.

갑자기, 거실의 증기 구동식 커튼이 *쉬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창문을 완전히 가려버렸다. 방안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마치 외부의 시선을 완벽히 차단하려는 듯.

“뭐야?!”

지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황급히 커튼 스위치가 있는 벽으로 향했다. 스위치는 멀쩡했다. 그는 다시 열림 버튼을 눌렀지만, 커튼은 요지부동이었다. 오히려, 커튼 기계장치 내부에서 *따다닥, 따다닥* 하는 불규칙한 톱니바퀴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무언가에 걸린 듯, 혹은 억지로 움직이려는 듯한 소리였다.

지훈의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내가 피곤해서 헛것이 보이는 거야. 잠이 부족해서.” 그는 애써 자신을 다독였다. ‘환각일 뿐이다.’ 그는 휴대용 ‘증기 압력 측정기’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손바닥만 한 황동 원판에 작은 바늘이 달려있는 기계였다. 공기 중의 미세한 증기 흐름과 압력을 감지하는 장치였다.

측정기를 들고 거실을 천천히 걸었다. 바늘은 안정적으로 중앙을 가리켰다. 이상 없었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려던 참이었다.

그때였다.

거실 한가운데 놓인,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거대한 황동제 ‘자명 대시계’에서 *덜컹!* 하고 엄청난 소리가 났다. 시계의 묵직한 추가 좌우로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세 배는 더 빠르게.

지훈은 비명을 지를 뻔했다. 시계 바늘이 빠른 속도로 역행하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따다다다닥!* 시계의 복잡한 톱니바퀴들이 미친 듯이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가 온 집안을 뒤흔들었다. 시계 전면의 얇은 유리창이 *쨍그랑!*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 났다.

그리고 그 순간, 산산조각 난 유리 너머, 시계의 텅 빈 다이얼 중앙에서 차가운 증기가 피어오르더니, 그 증기 속에서 희미하게, 아주 희미하게, 긁히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려줘… 내 것을…”

목소리는 기계가 마찰하며 내는 쇳소리처럼 날카롭고 고통스러웠다. 지훈의 심장이 발끝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는 뒷걸음질 치다 소파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시계의 증기는 점점 더 짙어져갔고, 그 속에서 앙상한 그림자가 형체를 갖추려는 듯 일렁였다.

“이게 뭐야… 대체…”

지훈은 얼어붙은 채 눈을 깜빡일 수도 없었다. 그림자는 이제 한 사람의 형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황동과 증기로 이루어진, 그러나 어딘가 텅 비어있는 듯한 기괴한 존재가, 유리 조각이 흩어진 시계 다이얼 뒤에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공포와 절망이 가득했다. 그의 아파트는 더 이상 안전한 공간이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안전했던 적이 있었을까?

그는 떨리는 손을 뻗어, 눈앞의 악몽을 외면하려 애썼다. 그러나 시계 속의 존재는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