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1화: 심연의 울림 (Echoes of the Abyss)**

세피로트 학원은 언제나 거대한 심장처럼 박동했다. 수백 개의 증기 기관이 뿜어내는 희뿌연 연기가 첨탑들 사이를 휘감았고, 황동과 강철로 엮인 거대한 톱니바퀴들은 지칠 줄 모르고 맞물려 돌아갔다. 고대 마법과 최신 기계 공학이 뒤섞여, 이 거대한 학원은 지면에서 수십 길 상공에 떠 있었다. 도시의 스모그와 소음 위에서, 세피로트 학원은 마법 문명의 정점을 상징하는 듯했다.

카이는 주머니칼로 낡은 에테르 펌프의 미세한 틈을 조심스럽게 벌렸다. 수업이 끝난 후에도 텅 빈 실습실에 홀로 남아 조용한 기계들의 언어에 귀 기울이는 것은 그의 오랜 습관이었다. 다른 학생들은 대부분 화려한 주문을 외거나 고대 룬 문자를 해독하는 데 열중했지만, 카이는 언제나 차갑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기계의 논리에 더 큰 매력을 느꼈다. 낡고 녹슨 부품들이 제자리를 찾고, 멈춰 있던 회로에 에테르 전류가 흐르기 시작할 때의 쾌감은 그 어떤 마법 주문보다도 짜릿했다.

“젠장, 이것만 수십 번째군.”

투덜거리면서도 카이의 손놀림은 정교했다. 닳아빠진 나사를 풀고, 먼지가 앉은 스프링을 닦아내자 희미한 푸른빛이 감도는 에테르 핵이 드러났다. 학원 곳곳에 설치된 증기압 측정계나 마력 증폭 장치 같은 것들은 그에게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그것들은 세피로트 학원의 혈관이었고, 신경망이었다. 그리고 가끔, 이 신경망이 보내오는 이상 신호를 그 누구보다 먼저 감지하는 것이 바로 카이였다.

그날도 그랬다. 며칠 전부터 미세하게, 하지만 꾸준히 그의 발밑에서 느껴지는 불규칙한 진동. 처음에는 그저 학원 전체를 지탱하는 거대한 증기 엔진 중 하나가 오작동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자세히 귀 기울여보면, 그 진동은 일반적인 기계음과는 달랐다. 흡사 거대한 심장이 불규칙하게 수축하고 이완하는 듯한, 낮고 끈적한 울림이었다.

카이는 에테르 펌프를 조립하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실습실의 바닥에 손바닥을 대자, 희미한 진동이 손끝을 타고 올라왔다.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학원의 설계도를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이 실습실은 지하 2층, 즉 학원의 주요 설비들이 집중된 구역의 바로 위층에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더욱 깊은 곳에는…

“크아아아….”

갑자기 실습실 창밖으로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학원의 외부 골격을 지탱하는 주력 부품 중 하나인 ‘아우렐리아의 회전차’가 작동하는 소리였다. 이 소리는 학원 전체를 진동시키기에 충분했지만, 카이는 직감적으로 자신이 느끼는 진동이 그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아우렐리아의 회전차는 언제나 일정한 리듬과 강도로 움직였다. 그러나 지금 자신이 느끼는 것은… 불규칙하고, 어딘가 불안정했다.

카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실습실 문을 열었다. 텅 빈 복도에는 가스등의 희미한 불빛만이 늘어져 있었다. 저 멀리, 학생들이 오가는 주요 통로 쪽에서는 아직 웃음소리와 대화가 들려왔지만, 이 학원의 지하층은 항상 으스스한 적막에 잠겨 있었다. 그는 문득 오래 전, 입학 초기 오리엔테이션에서 들었던 교장의 말이 떠올랐다.

*“세피로트 학원의 지하 심층부는 그야말로 지혜의 보고이자, 강력한 힘의 원천이다. 그러나 동시에, 경고하건대, 허가받지 않은 자가 그곳에 발을 들이는 것은 스스로를 파멸로 이끄는 것과 다름없다. 호기심은 고귀한 미덕이지만, 지나친 호기심은 언제나 비극을 낳는 법이니라.”*

그때는 그저 흔한 금지 구역에 대한 경고로만 여겼었다. 학원에는 출입이 제한된 구역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고대 룬 문자 보관고, 에테르 핵 보수실, 심지어는 교장 개인 연구실까지. 하지만 지하 심층부에 대한 경고는 유독 달랐다. 단순한 출입 금지를 넘어선, 마치 어떤 ‘존재’에 대한 섬뜩한 암시 같았다.

카이는 복도 끝, 지하 심층부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강철 문을 응시했다. 육중한 문은 황동으로 된 여러 개의 자물쇠와 봉인 장치로 굳게 잠겨 있었다. 늘 그곳은 어두컴컴했고, 아무도 접근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문틈 사이로 아주 희미하게, 정말 미세한 푸른빛이 깜빡이는 것을 카이는 보았다. 마치 깊은 바닷속에서 숨 쉬는 생명체의 발광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빛이 명멸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두근거렸다. 저 문 뒤에는 대체 무엇이 있을까? 단순한 마법 장치일까, 아니면…

“카이? 아직 안 갔어?”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카이는 화들짝 놀라 돌아섰다. 학원의 최고 엘리트 중 한 명이자, 그의 몇 안 되는 친구인 에리스였다. 에리스는 항상 단정하게 빗어 넘긴 금발과 총명한 푸른 눈을 가지고 있었고, 그 미모만큼이나 뛰어난 마법 실력으로 학원 내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았다. 그녀는 복도 끝의 어둠을 힐끗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뭐해, 거기서. 거긴 학생들 출입 금지 구역이잖아.”

“어… 그게, 방금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카이는 얼버무렸다. “아니, 그보다 너는 왜 아직까지 학원에 있어?”

“도서관에서 고대 룬 문자 번역하다가 시간 가는 줄 몰랐지. 너야말로 여전히 네 망가진 기계들이랑 씨름하고 있었겠지?” 에리스는 혀를 차며 카이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카이가 느끼는 그 진동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듯했다. “이상한 소리라니? 또 네 머릿속에서만 들리는 환청 아니야?”

“아니야, 이번엔 달라. 아래에서부터… 뭔가, 엄청나게 큰 게 움직이는 것 같아.” 카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에리스는 그의 말을 흘려들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하긴, 요즘 지하 심층부 쪽에서 좀 이상한 징후가 있긴 했어. 교수님들이 몇 번이나 긴급 회의를 소집하는 걸 봤거든. 아마 에테르 핵 쪽에 문제가 생겼거나, 아니면 고대 유물을 보수하는 작업 때문일 거야. 늘 그렇잖아.”

“고대 유물 보수? 평소에는 그런 일 없었잖아.”

“글쎄, 자세한 건 모르지. 어차피 우리 같은 학생들이 신경 쓸 일은 아니야. 어서 기숙사로 가자, 저녁 먹을 시간도 지났겠네.” 에리스는 카이의 팔을 잡아 끌었다.

카이는 에리스에게 이끌려 걸어가면서도 계속해서 뒤를 돌아봤다. 굳게 닫힌 강철 문틈으로 여전히 푸른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문 너머에서, 더욱 선명해진 심장 박동 같은 울림이 그의 온몸을 휘감는 듯했다. 불안정하고, 불길하며, 동시에 거부할 수 없는 매혹적인 울림이었다.

그날 밤, 카이는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그 진동과 푸른빛, 그리고 에리스가 무심코 내뱉은 ‘고대 유물 보수’라는 말이 맴돌았다. 세피로트 학원의 지하 심층부에는 대체 무엇이 숨겨져 있는 걸까? 단순한 기계 고장이나 유물 보수로는 설명할 수 없는 끔찍한 불길함이 그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카이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길한 무언가가 이제 막 깨어나기 시작한 것만 같았다.

학원 전체를 감싸고 있던 정교한 톱니바퀴들의 규칙적인 소음 위로, 낮고 불길한 울림이 점차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누군가 심장을 켜켜이 짓누르는 듯한, 그런 소리였다.
밤은 깊어지고, 세피로트 학원의 지하에서는, 감춰진 금기가 천천히 숨을 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