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심연의 조각

**[장면 전환]**

**[패널 1]**
어둠이 짙게 깔린 우주선 ‘아틀라스 호’의 조종실. 푸른빛과 붉은빛이 번갈아 깜빡이는 홀로그램 패널들 사이로, 피로에 절은 승무원들의 얼굴이 어렴풋이 보인다. 천장에서는 낡은 전선 뭉치가 간간히 스파크를 튀기며 희미한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거친 금속 표면과 고장 난 디스플레이, 얼룩진 작업복. 이 모든 것이 아틀라스 호의 지난 세월을 대변하는 듯하다.

**[내레이션: 캡틴 한]**
…우린 우주를 떠다니는 고철 덩어리였다. 자원 탐사라는 거창한 명목 아래, 인류가 버린 쓰레기 같은 행성들 틈을 뒤지며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는… 그런 존재. 이 광활한 심우주에서, 우리의 존재는 한낱 먼지보다도 하찮았다.

**[패널 2]**
조종석에 앉아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광활한 우주를 응시하는 파일럿, 리나. 그녀의 눈가에는 만성적인 피로가 새겨져 있지만, 조종간을 쥔 손은 흔들림이 없다. 옆으로는 복잡한 데이터 패널에 얼굴을 파묻다시피 한 채 키보드를 두드리는 엔지니어, 제로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의 어깨에는 낡은 회로가 노출된 사이버네틱 팔이 기계적인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다.

**[리나]**
[나른한 목소리로] 캡틴, 벌써 여덟 번째 섹터입니다. 예상했던 테르마늄 광맥은 보이지 않고요. 이번에도 헛걸음인가요?

**[패널 3]**
조종실 뒤편, 함장의 좌석에서 몸을 일으키는 캡틴 한. 그의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패여 있지만, 그 눈빛은 여전히 날카롭다. 옆구리에 찬 낡은 플라스마 피스톨이 그의 직업을 말해준다.

**[캡틴 한]**
[짧게 한숨을 쉬며] 쉬운 임무는 없었다, 리나. 계속 전진해. 한 번 더 스캔 돌려봐, 제로. 혹시 놓친 데이터라도 있나.

**[제로]**
[데이터 패널에서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스캔 범위 확장, 캡틴. 이미 시스템 최대치. 감지되는 건 우주 먼지와… 그리고, 이상 신호 하나.

**[패널 4]**
제로의 디스플레이가 푸른빛으로 강하게 빛나고, 정교한 그래프가 빠르게 요동친다. 보통의 스캔 신호와는 확연히 다른, 불규칙하지만 강력한 에너지 패턴이 중앙에 표시된다.

**[리나]**
[눈썹을 치켜 올리며] 이상 신호? 이 섹터에서? 고작 우주 먼지라고는 할 수 없을 텐데.

**[제로]**
[손가락으로 빠르게 패널을 조작하며] 미확인 물질. 스캔 패턴 분석 불가. 기존 데이터베이스에 일치하는 정보 없음. 에너지 반응은… 미약하지만, 지속적입니다.

**[패널 5]**
캡틴 한이 제로의 패널 쪽으로 다가가 그래프를 들여다본다. 그의 미간이 좁아진다.

**[캡틴 한]**
이런 심우주에서 미확인 물질이라. 운석이나 파편일 수도 있잖아. 괜한 시간 낭비하지 마.

**[제로]**
[여전히 무표정하게] 운석의 에너지 파장은 아닙니다. 훨씬 복잡하고… 인공적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패틴 한]**
[피식 웃으며] 인공적? 저 심해 같은 우주에 누가 인공물을 띄워놓는다는 거야? 본부에서 보낸 건가?

**[패널 6]**
조종실 문이 ‘쉬익’ 소리를 내며 열리고, 작업복 차림의 과학자 카이가 들어선다. 그의 등에는 휴대용 분석기가 매달려 있고, 얼굴에는 호기심과 피로가 뒤섞여 있다.

**[카이]**
무슨 일인가요? 밖에서부터 소란스럽던데. 제로, 또 이상한 데이터 잡았어?

**[제로]**
[카이에게 디스플레이를 보여주며] 이 데이터를 보십시오, 카이. 당신의 분석이 필요합니다.

**[패널 7]**
카이가 제로의 디스플레이를 확인하고는 눈을 가늘게 뜬다. 그의 표정에서 흥미로운 기색이 역력하다.

**[카이]**
[숨을 들이쉬며] 이 패턴은… 난생 처음 보는군요. 기존의 어떤 에너지원과도 일치하지 않아. 심지어… 생체 반응도 미약하게 감지되는 것 같기도 하고.

**[캡틴 한]**
[결정적인 듯] 생체 반응? 설마. 그럼에도 우주선 파편이나 인공위성 잔해일 가능성이 더 높다. 우리는 자원 탐사 임무 중이야. 위험한 일에 시간을 낭비할 여유 없어.

**[카이]**
[고개를 젓는 캡틴 한을 바라보며] 잠깐만요, 캡틴. 이 신호는 정말 특별합니다. 이건 단순한 파편이 아니에요. 만약 이게… 만약 이게 외계 문명의 흔적이라면, 그 가치는 테르마늄 광맥과는 비교도 안 될 겁니다!

**[내레이션: 캡틴 한]**
가치. 언제나 그놈의 ‘가치’가 문제였다. 인류는 우주로 나아가면서도, 결국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했다. 더 비싼 광물, 더 강력한 에너지원, 그리고… 더 많은 정보.

**[패널 8]**
캡틴 한의 눈빛이 흔들린다. 리나와 제로, 카이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된다. 아틀라스 호는 이미 많은 부채와 기한이 임박한 계약에 묶여 있었다. 이대로 돌아간다면, 그들에게 남는 건 절망뿐이다.

**[캡틴 한]**
[낮게 으르렁거리듯이] 위치는?

**[제로]**
이온 성운 경계 부근. 예상 도달 시간… 현 속도 유지 시 2시간 30분.

**[패널 9]**
캡틴 한은 잠시 침묵하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손이 조용히 권총의 손잡이를 매만진다.

**[캡틴 한]**
리나, 항로 수정. 제로, 스캔 범위 최대로. 카이, 탐사 장비 점검해. …가까이 가서 확인한다. 하지만, 어떤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다. 이건 단순한 ‘탐사’다. 알겠나?

**[리나, 제로, 카이]**
[동시에] 알겠습니다, 캡틴!

**[내레이션: 캡틴 한]**
우리는 늘 ‘단순한 탐사’라고 스스로를 속였다. 하지만 우주에서 ‘단순함’이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미지의 심연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대가를 요구하니까.

**[장면 전환]**

**[패널 10]**
아틀라스 호가 검은 우주를 가른다. 거대한 이온 성운이 멀리서 푸른빛과 보랏빛으로 아른거리고, 그 너머의 어둠은 집어삼킬 듯 깊고 고요하다. 우주선 표면에 붙은 센서들이 희미하게 빛난다.

**[내레이션: 리나]**
캡틴의 명령에 따라 항로를 수정했다. 우리의 목적은 이제 테르마늄이 아니었다. 미지의 신호, 미지의 존재. 어쩌면… 미지의 위험. 하지만 심장이 뛰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살아있다는 감각.

**[패널 11]**
탐사 덱. 카이가 무언가에 홀린 듯 분석 장비의 조정을 마친다. 제로는 주황색의 홀로그램 지도를 띄워놓고 해당 지역의 공간 왜곡도를 계산하고 있다.

**[카이]**
[흥분한 목소리로] 제로, 에너지 반응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 거의 1.5테라줄!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지?

**[제로]**
[안경을 고쳐 쓰며] 통계적 오류는 아닙니다. 아마… 표면에 가까워질수록 복합적인 반응을 보이는 듯합니다.

**[패널 12]**
카이의 디스플레이에 노이즈 낀 영상이 흐릿하게 잡힌다. 그 속에서 검은색의 거대한 그림자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불규칙한 형태, 하지만 분명한 존재감.

**[카이]**
[숨을 들이쉬며] 드디어… 모습이 보인다! 젠장, 이건… 이건 운석이 아니야!

**[캡틴 한]**
[무전기 너머로 들려오는 캡틴 한의 다급한 목소리] 화면 공유해, 카이!

**[패널 13]**
조종실의 메인 스크린에 카이가 보내온 영상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거대한 검은 물체가 우주의 어둠 속에 떠 있다. 그것은 유려하면서도 기괴한 곡선을 그리며,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보인다. 표면은 흡수하는 듯한 칠흑색이며, 그 안쪽으로는 희미하고 불규칙한 푸른빛이 맥박처럼 깜빡인다.

**[리나]**
[충격받은 듯] 저게… 뭐야?

**[패널 14]**
물체의 크기는 예상보다 훨씬 컸다. 아틀라스 호 전체를 왜소하게 만들 만큼의 압도적인 존재감. 인공물이라기엔 너무나 유기적이고, 자연물이라기엔 너무나 완벽한 기하학적인 형태가 뒤섞여 있었다.

**[내레이션: 캡틴 한]**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수십 년을 우주에서 떠돌았지만, 저런 것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미지의 조각. 아니, 어쩌면… 심연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패널 15]**
아틀라스 호가 서서히 그 물체에 접근한다. 물체는 아무런 움직임도,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태고의 시간 속에서 잠들어 있던 존재처럼.

**[제로]**
[낮은 목소리로] 에너지 반응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표면 온도는 절대 영도에 가까운데, 내부에서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압축되어 있어요.

**[카이]**
[숨을 죽이며] 표면 스캔 시도! 이건… 광물도, 금속도 아니야. 어떤 유기적 분자 구조를 가지고 있어. 생체 유기체인데… 동시에 광물질의 특성도 보여!

**[패널 16]**
아틀라스 호의 탐사 드론이 발사된다. 드론은 붉은 섬광을 내뿜으며 물체를 향해 날아간다. 스크린에는 드론이 촬영하는 실시간 영상이 나타난다. 매끈한 물체의 표면이 확대된다. 아무런 이음새도, 문양도 없는 완벽한 검은색.

**[리나]**
[침을 꿀꺽 삼키며] 너무 가까이 가는 거 아니야?

**[캡틴 한]**
[굳은 표정으로] 스캔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 제로, 드론 조종에 집중해. 표면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고.

**[패널 17]**
드론이 물체의 표면 1미터 앞까지 접근한다. 그 순간, 물체의 검은 표면에서 미세한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마치 거대한 거울에 금이 가는 것처럼. 그리고 균열 사이로 내부의 푸른빛이 더욱 강하게 섬광처럼 터져 나온다.

**[제로]**
[경악하며] 캡틴! 드론 제어가 안 됩니다! 강력한 전자기 간섭!

**[패널 18]**
균열은 순식간에 물체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균열들 사이로, 불가능한 형상의 문양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는 기하학적 문양들이 섬뜩한 푸른빛을 내뿜으며 꿈틀거린다.

**[카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이게… 뭐야? 패턴이… 패턴이 변하고 있어! 표면의 분자 구조가 실시간으로 재구성되고 있다고!

**[패널 19]**
물체 전체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린다. 아틀라스 호의 조종실 내부 조명들이 일제히 깜빡이고, 시스템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승무원들의 얼굴에 공포가 스친다.

**[캡틴 한]**
[다급하게 소리 지르며] 리나! 전속력으로 후퇴! 제로! 방어막 올려!

**[패널 20]**
물체의 가장 깊은 곳에서, 푸른빛이 응집되며 폭발하듯이 터져 나온다. 빛은 하나의 선이 되어 아틀라스 호를 향해 맹렬하게 뻗어 나간다.

**[리나]**
[소리 지르며] 안 돼! 너무 늦었어!

**[패널 21]**
빛의 줄기가 아틀라스 호의 선체에 닿으려 하는 찰나, 모든 스크린이 지지직거리며 노이즈로 가득 찬다. 전원이 나가버린 듯, 조종실은 순식간에 암전된다.

**[내레이션: 캡틴 한]**
그리고, 침묵. 모든 것이 멈춘 듯한 절대적인 침묵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찾아서는 안 될 문(門)이었을지도 모른다.

**[패널 22]**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캡틴 한의 눈동자만이 희미하게 푸른빛을 반사하며 이글거린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와 함께, 미지의 존재에 대한 원초적인 경외심이 교차한다.

**[캡틴 한]**
[낮게 읊조리듯이]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