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 어둠의 틈새
지훈은 한숨을 쉬었다. 아버지의 유품인 이 낡고 먼지투성이의 고물상이 그의 어깨를 짓누른 지 두 달째였다. “골동품점”이라는 거창한 이름보다는 “잡동사니 창고”가 더 어울리는 곳이었다. 빚만 잔뜩 남긴 채 떠난 아버지의 유산 중, 이 냄새나는 가게만큼 지훈을 괴롭히는 건 없었다.
“젠장, 이걸 언제 다 치워.”
그가 중얼거리며 손에 든 낡은 목각 인형을 대충 상자에 던져 넣었다. 안쪽 구석, 커다란 천으로 덮인 채 방치된 공간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언젠가 아버지가 “절대 건드리지 마라”고 신신당부했던 곳이었다. 어릴 적에는 그 말이 왠지 모르게 무서워서 얼씬도 안 했지만, 지금은 그저 낡은 가구 몇 개가 쌓여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와서 그걸 지켜줄 이유도 없었다. 아버지는 이미 없었다.
지훈은 묵직한 천을 걷어냈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낡은 나무 상자들, 부서진 도자기 조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사이에서, 유난히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 있었다. 어둡고 거친 질감의 돌멩이. 아니, 돌멩이라기엔 너무나도 인위적인 모양새였다. 손바닥만 한 크기에 납작한 형태. 표면에는 알 수 없는 기호들이 빽빽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게 뭐야…?”
지훈은 무심코 손을 뻗었다. 손끝에 닿는 순간, 차가운 냉기가 손목을 타고 빠르게 올라왔다. 한여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겨울 얼음물을 만진 듯한 서늘함이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손을 떼어냈다.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기분 나쁜 차가움. 하지만 묘하게 끌리는 듯한 감각. 지훈은 다시 조심스럽게 돌을 집어 들었다.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회색 돌이었다. 표면의 기호들은 너무 오래되어 마모된 듯 희미했지만, 특정 각도에서 빛을 받으면 미약하게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돌 속에 아주 작은 불빛이 숨어있는 것처럼.
그때였다.
찌르르륵. 가게 천장에 달린 형광등이 불안하게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오래된 전기 배선 문제라고 치부하려 했지만, 그 순간 가게 안의 모든 그림자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뭐야… 고장 났나.”
지훈은 애써 침착하려 애썼다. 그러나 손에 든 돌은 점점 더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마치 멀리서 바람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윙- 윙-. 아니, 이건 바람소리가 아니었다. 돌에서 나는 소리였다. 마치 돌 자체가 낮은 주파수로 진동하고 있는 것처럼.
지훈은 숨을 멈췄다. 돌에 새겨진 기호들이 이제는 확실하게, 푸른빛을 띠며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빛은 마치 돌 안쪽 깊은 곳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그의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무슨 돌이지? 단순한 돌이 아니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태초의 어둠이 응축된 조각처럼 느껴졌다.
그는 돌을 내려놓으려 했지만, 손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돌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돌은 이제 차갑다 못해 얼음처럼 날카로운 냉기를 뿜어냈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서, 아주 희미한 속삭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찾았다…’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남자의 목소리도, 여자의 목소리도 아닌, 굳이 비유하자면, 수천 년 된 바위가 갈라지는 소리와 물이 스며드는 소리가 동시에 들리는 듯한 기괴한 소리였다. 존재 자체를 찢어발기는 듯한 섬뜩한 감각.
“젠장!”
지훈은 고통스러운 신음에 돌을 쥐고 있던 손을 뿌리쳤다. 돌은 바닥에 떨어지면서 ‘쨍’하는 금속성 소리를 냈다. 하지만 깨지기는커녕, 떨어진 자리에서 더욱 강렬한 푸른빛을 뿜어냈다. 그 빛은 순식간에 가게 전체를 집어삼킬 듯이 퍼져나갔다.
갑자기 가게의 모든 전등이 터져버렸다. 퍽! 퍽! 퍽! 유리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가게는 순식간에 암흑에 잠겼다. 오직 바닥에 떨어진 돌만이 거대한 푸른 심장처럼 맥동하며 가게 전체를 푸른빛으로 물들였다.
그리고 그 푸른빛 속에서, 가게 한쪽 벽에 걸려있던 낡은 거울이 ‘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금이 가기 시작했다. 거울에 비친 지훈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져 있었다. 거울 속 균열은 점점 더 커지더니, 마치 심연으로 통하는 문처럼 공간을 일그러뜨렸다. 그 균열 너머에서, 푸른 어둠이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끔찍하고 거대한,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가. 그 어둠은 지훈의 존재를 송두리째 빨아들이려는 듯 포효하고 있었다.
‘…어서… 와라…’
이번에는 속삭임이 아니라, 그의 뇌 속을 직접 찢어발기는 듯한 날카로운 외침이었다. 지훈은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지만, 이미 그의 발은 바닥에 뿌리박힌 듯 움직일 수 없었다. 그의 시선은 오직 거울 속의 푸른 어둠에 고정되어 있었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그를 향해 손을 뻗는 듯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오직 푸른빛으로만 이루어진, 거대한 손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