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액션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천장을 뚫고 솟아오른 굉음이 지상의 모든 것을 삼킬 듯 울부짖었다. 격납고의 강철 바닥이 진동하고, 내 몸을 감싼 조종석은 거대한 짐승의 심장처럼 격렬하게 고동쳤다. 사출 카운트다운이 영점(0)을 향해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었다.

“하늘, 목표 지점 ‘울부짖는 협곡’ 인근. 전방위 경계, 적 기체 출현 예상 구역이다. 명심해, 저들은 인간의 전술을 초월한다.”

사령관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언제나처럼 날카롭고 흔들림 없는 어조. 그러나 그 속에는 헤아릴 수 없는 전장의 피로가 서려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조종간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내게 이 말은 백 번도 더 들은 상투적인 경고였다. 아니, 이 세상 모든 아크나이츠 파일럿에게 그랬을 것이다. ‘저들은 인간과 다르다.’ 그 다름이 곧 적이라는 공식은, 내가 전장을 인식한 이래 단 한 번도 깨진 적 없는 철칙이었다.

“강하늘, 출격 준비 완료.”

내 목소리는 침착했다. 내 강철 수호자 ‘오딘’의 거대한 팔이 천천히 들어 올려지고, 나는 사출 램프를 따라 어둠이 깔린 새벽 하늘로 밀려 나갔다. 묵직한 가속감이 전신을 짓눌렀다. 수십 톤의 강철 덩어리가 마찰열로 붉게 달아오르며 대기를 가르는 모습은 언제 봐도 경외로웠다. 이것이 나의 전장이자, 나의 유일한 존재 이유였다.

우리가 싸우는 존재들, ‘엘리시움’이라 불리는 그들은 우리와 완전히 달랐다. 육체는 투명한 유기 결정체로 이루어져 빛을 머금고 있었고, 그들이 탑승하는 기체는 강철과 기계의 조합이 아닌, 살아 숨 쉬는 듯한 유려한 곡선과 알 수 없는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영혼 기체’라고 불리는 그것들은 물리적 충격보다 정신적 교란에 능했고, 우리 아크나이츠의 강철 수호자들을 마치 어린아이의 장난감처럼 다루기도 했다.

“부대원들, 전방 3시 방향, 적 영혼 기체 다수 포착! 즉시 요격 태세!”

편대장의 다급한 외침에 나는 본능적으로 조종간을 꺾었다. 오딘의 거대한 몸체가 유려하게 선회하며 기동 모드로 전환되었다. 짙은 안개와 산악 지형이 뒤섞인 울부짖는 협곡은 늘 그랬듯 침묵 속에 날카로운 칼날을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침묵을 찢고 나타난 것은, 푸른빛 섬광을 내뿜는 엘리시움의 영혼 기체들이었다.

“젠장, 놈들의 숫자 예상보다 많다! 산개해서 방어선을 구축해!”

전투는 시작과 동시에 광란의 도가니로 치달았다. 빔 캐논이 허공을 갈랐고, 플라즈마 방패가 충격을 흡수하며 번뜩였다. 나는 오딘의 두 팔에 장착된 대구경 캐논을 일제히 발사했다. 작열하는 탄환이 적 기체 하나를 정확히 꿰뚫고 지나갔다. 기체는 비명을 지르는 듯한 기묘한 파장을 일으키며 폭발했지만, 그 잔해마저도 우리의 기술로는 해석 불가능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늘, 후방 경계! 적 증원군이 측면에서 접근 중이다!”

편대장의 경고는 한 발 늦었다. 섬광이 번뜩이는가 싶더니, 내 뒤를 쫓던 동료의 강철 수호자가 그대로 허공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는 마치 실체가 없는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정신 간섭 공격이었다. 엘리시움의 특기. 인간의 뇌파를 교란하여 기체를 마비시키고, 때로는 조종사의 정신까지 파괴하는 끔찍한 공격.

“박 중사!”

내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이미 늦었다. 박 중사의 기체는 사라졌고, 나는 그 빈자리를 대신해 엘리시움 기체들의 집중 공격을 받게 되었다. 쉴 새 없이 날아드는 에너지파를 피하며 나는 오딘을 춤추게 했다. 강철의 거체가 협곡의 험준한 지형을 타고 오르내리며 적들의 시선을 분산시켰다. 나는 순간적으로 엘리시움 기체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니, 눈이 마주친 것처럼 느껴졌다. 투명한 조종석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조종사의 모습은, 내가 숱하게 교육받아온 ‘악마’의 형상이 아니었다. 그저… 나와 같은, 누군가였다.

“크아악!”

갑작스러운 두통이 머리를 찢을 듯 강타했다. 오딘의 제어 시스템이 일순간 마비되었다. 정신 간섭 공격! 나는 고통에 신음하며 조종간을 놓칠 뻔했다. 이대로 당할 수는 없었다. 수많은 동료들이 이렇게 사라져갔다. 눈앞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나의 모든 감각이 서서히 소멸하는 듯한 끔찍한 감각이었다.

하지만 나는 강하늘이다. 아크나이츠 최고의 파일럿이 될 거라고 맹세했다. 죽은 부모님에게, 그리고 이 전쟁이 끝나기를 염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내게… 명령하지 마!”

나는 이를 악물고 저항했다. 눈앞의 환영을 떨쳐내려 애썼다. 조종간을 억지로 움켜쥐고, 오딘의 비상 수동 제어 모드를 활성화했다. 기체의 시스템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지만, 내 의지만큼은 누구에게도 침범당할 수 없었다. 오딘의 경고등이 붉게 점멸했다. 엔진 출력이 불안정하게 치솟았다.

나는 반쯤 정신을 잃은 채, 본능적으로 조종간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오딘은 비명을 지르며 협곡 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나도 오딘도 끝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동료들의 죽음이, 부모님의 유언이, 그리고 내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이 땅의 평화가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추락하는 오딘의 시야에, 섬광처럼 빠르게 접근하는 하나의 영혼 기체가 잡혔다. 끝을 고하러 오는 적일까. 아니면, 이 모든 고통을 끝내줄 구원자일까. 흐릿한 시야 너머로 보이는 그 기체의 실루엣은 기묘하게도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기체는, 망설임 없이 내게로 돌진했다. 충돌인가? 아니면…

쾅!

거대한 충격이 오딘의 방어막을 강타했다. 나는 기체가 산산조각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충격은 예상과는 달랐다. 오딘은 파괴되는 대신, 엄청난 속도로 옆으로 밀쳐졌다. 엘리시움의 영혼 기체였다. 그 기체는 나의 기체를 옆구리에 끼고, 맹렬히 추락하는 나와 함께 속도를 맞추어 날아가고 있었다.

“뭐…야?”

의식의 끈이 거의 끊어져 가는 와중에도, 나는 믿을 수 없는 이 상황에 경악했다. 적이, 나를 구하고 있었다. 왜? 무엇 때문에?

정신 간섭의 잔여 여파로 시야는 여전히 일그러져 있었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조종석 너머를 응시했다. 엘리시움의 영혼 기체. 빛을 머금은 듯한 유려한 외형. 그리고 그 투명한 조종석 너머로, 다시 한번 희미한 형체가 보였다.

그 순간, 내 눈은 강렬한 푸른빛과 마주쳤다. 엘리시움 종족 특유의 색깔을 띠는 눈동자. 그 눈동자는 적의를 담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슬픔과 함께, 연민과도 같은 감정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빛이, 나를 향해 말하는 듯했다.

*‘…도망쳐.’*

환청이었을까. 아니면 정신이 완전히 붕괴되어 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망상일까.

내 의식이 완전히 암전되기 직전, 엘리시움 기체는 오딘을 안전한 지면 근처까지 밀어 넣고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섬광처럼 허공으로 사라졌다.

나는, 적에게 구원받았다.

이해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내 의식은 마침내 끝없는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