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 하이 판타지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망각된 심연의 나락

**[프롤로그]**

(흑백의 정적인 이미지.
수천 년 전, 번성했던 고대 문명이 거대한 재앙 앞에 무릎 꿇는 모습. 하늘이 갈라지고 땅이 찢어지며, 거대한 에너지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듯한 웅장하고도 섬뜩한 광경. 인간들의 절규,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싸는 짙은 어둠. 마지막 패널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고대 도시의 흔적, 그리고 하나의 빛나는 상징을 클로즈업한다.)

**[에피소드 1: 지하 심연으로의 초대]**

**[장면 1] 황량한 잿빛 평원, 심연의 입구**

**배경:**
끝없이 펼쳐진 잿빛 평원. 바람이 억센 모래와 부서진 돌 조각들을 흩날린다. 저 멀리 보이는 지평선은 검붉은 노을로 물들어 있다. 평원 한가운데, 마치 대지가 벌어진 듯 거대한 틈이 뻥 뚫려 있다. 그 틈새로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이 뿜어져 나온다. 틈 주변에는 풍화된 거대한 돌기둥들이 무질서하게 솟아 있는데, 그중 하나는 희미한 고대 문양이 새겨진 거대한 석문과 연결되어 있다. 석문은 덩굴과 이끼로 뒤덮여 오랜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며, 그 틈새에서는 스산한 냉기가 피어오른다.

**인물:** 리안 (20대 초반, 낡은 가죽 옷차림, 허리춤에 작은 단검과 지도 주머니), 카이아 (20대 후반, 날렵한 검사 복장, 등에는 장검, 표정은 시니컬하고 냉철하다), 엘윈 (50대 중반, 주름진 얼굴에 신비로운 문신, 마법 지팡이를 짚고 있다).

**리안:** (흥분과 긴장감이 섞인 목소리로) 드디어… 드디어 이곳이야! 전설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여겨졌던, 망각된 심연의 나락!

// 리안의 눈빛이 석문에 고정된다. 그의 손에 들린 낡은 양피지 지도가 바람에 펄럭인다.
// 카이아가 팔짱을 끼고 주변을 살핀다. 그녀의 눈은 매처럼 날카롭다.

**카이아:** (무심한 듯) 나락이라더니, 제법 이름값을 하는군. 냄새부터가 지독해. 죽은 자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아?

**리안:** (카이아의 말은 들리지 않는 듯, 석문에 다가가 손으로 고대 문양을 더듬는다) 이 문양… 이 정교함! 틀림없어. ‘태초의 새벽’이라 불리던 문명의 흔적이야. 이 안에 그들이 숨겨놓은 모든 진실이 잠들어 있을 거야.

// 엘윈이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석문으로 다가온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사색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엘윈:** (낮고 울림 있는 목소리로) ‘태초의 새벽’은 스스로의 오만함에 눈이 멀어 세상의 섭리를 거스르려 했다네. 그 대가로 모든 것을 잃고, 그들의 지식과 죄악은 이 심연 속에 봉인되었지. 이곳은 단순히 잊혀진 유적이 아냐. 감춰진 상처이며, 아직 아물지 않은 과거의 재앙 그 자체일 수도 있어.

// 엘윈의 손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피어오르고, 그의 손가락이 석문의 문양 위를 스친다. 낡은 문양이 일순간 밝게 빛난다.

**엘윈:** (눈을 감고) 이 안에 잠든 존재는… 깨어나길 원치 않는 것 같군. 강력한 봉인의 마법이 느껴진다.

**리안:** (결연하게) 저는 그 진실을 찾아야만 해요. 제 가문의 숙명입니다. 이 안에… 제 가문이 수 세대에 걸쳐 찾아 헤맨 ‘그것’이 있을 거예요.

// 카이아가 한숨을 쉬며 장검의 손잡이를 만진다.

**카이아:** 좋아, 좋아. 비장한 각오는 그만하고. 어서 문이나 열지. 괜히 어영부영하다간 이 바람에 뼈까지 갈리겠어. 자네들의 ‘숙명’이든 ‘진실’이든, 보수만 확실하다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 엘윈이 눈을 뜨고 석문에 마법의 손길을 더한다. 복잡한 고대 문자들이 석문 위에서 춤을 추듯 흘러다닌다. 잠시 후, 묵직한 마찰음과 함께 석문이 천천히 안쪽으로 열리기 시작한다.
// 석문 안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더욱 짙은 어둠, 그리고 퀴퀴하고 눅눅한 공기가 일행을 감싼다.

**리안:** (숨을 들이켜며) …가자!

// 리안이 먼저 한 발 내딛으려 하자, 카이아가 그의 어깨를 잡는다.

**카이아:**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순서는 지켜. 위험한 곳에선 내가 앞선다. 쓸데없는 호기심에 목숨 내놓지 마.

// 카이아가 어둠 속으로 먼저 발을 들여놓는다. 그녀의 등 뒤로 리안과 엘윈이 뒤따른다. 석문이 다시 천천히 닫히기 시작하며, 잿빛 평원의 마지막 햇살이 사라진다. 완전한 어둠이 일행을 집어삼킨다.

**[장면 2] 지하 통로, 망각된 함정**

**배경:**
좁고 굽이진 지하 통로. 사방이 거대한 암석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천장은 낮아서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다. 벽면에는 희미하게 알아볼 수 있는 고대 문양들이 습기와 곰팡이에 뒤섞여 있다. 바닥은 거친 돌 조각들과 미끄러운 이끼로 덮여 있어 불안정하다. 공기는 축축하고 무겁다.

**인물:** 리안, 카이아, 엘윈.

// 엘윈의 지팡이 끝에서 희미한 빛이 뿜어져 나와 길을 밝힌다. 그림자들이 길게 늘어졌다 줄어들기를 반복하며 일행을 따라 움직인다.
// 카이아가 선두에 서서 주위를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그녀의 눈은 어둠 속에서도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는 듯하다.

**카이아:** (나직하게) 발밑 조심해. 냄새가 좋지 않아. 이끼 아래 틈새가 많으니.

// 리안은 카이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벽면의 문양들에 시선을 빼앗긴다. 그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인다.

**리안:** (벽면을 손으로 쓸며) 이 문양들… 단순한 장식이 아니에요. 당시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신앙을 기록한 일종의 서사시 같아요. 보세요, 저기 저 기이한 짐승의 형상은… 그들이 숭배했던 존재일까요? 아니면… 재앙을 가져온 것?

**엘윈:** (천천히 뒤를 따르며) ‘태초의 새벽’은 자신들의 지식을 모든 것에 기록했지. 돌멩이 하나에도 의미가 담겨 있을 수 있다네. 그러나 동시에… 방어 수단 또한 극단적이었지.

// 엘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카이아가 갑자기 멈춰 선다. 그녀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어진다.

**카이아:** (낮게 읊조리듯) 젠장.

// 그녀가 발을 떼는 순간, 바닥의 돌멩이 하나가 삐걱이며 아래로 꺼진다. 동시에, 통로 천장에서 수십 개의 날카로운 금속 침이 쏴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쏟아져 내린다!

**리안:** 헉!

// 리안은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못한다.
// 카이아는 번개같이 몸을 돌려 등 뒤의 장검을 뽑아 휘두른다. 날카로운 금속 소리와 함께 침들이 튕겨나가거나 방향이 바뀐다.
// 동시에 엘윈의 지팡이 끝에서 푸른 보호막이 솟아올라 리안을 감싼다. 침들이 보호막에 부딪혀 산산조각 난다.

**카이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젠장할 함정. 정말 고대 문명답게 구식이군.

//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튕겨나간 침들을 발로 치우며 앞으로 나아간다.

**리안:** (보호막 안에서 놀란 눈으로) 카이아 씨! 엘윈 님! 괜찮으세요?

**엘윈:** (보호막을 거두며) 괜찮다. 예상했던 일이지. 이 정도는 약과다. ‘태초의 새벽’의 방어 수단은 이보다 훨씬 교활하고 치명적일 수 있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할 것이다, 리안.

**리안:** (고개를 끄덕이며) 네! 죄송합니다. 너무 방심했어요.

// 통로가 다시 이어지지만, 일행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진다. 리안은 이제 벽의 문양보다 발밑을 더 주의 깊게 살피기 시작한다.
// 잠시 후, 통로의 끝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온다.

**카이아:** (빛을 향해 턱짓하며) 드디어. 뭔가 나오는군.

**[장면 3] 거대한 중앙 홀, 재앙의 기록**

**배경:**
좁은 통로를 벗어나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숨이 막힐 듯한 거대한 지하 홀이었다. 천장은 아득히 높아 시야에 다 들어오지 않고, 희미한 푸른빛을 내는 수정들이 곳곳에 박혀 홀을 신비롭게 밝힌다. 홀 중앙에는 검은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제단이 솟아 있고, 그 위에는 기묘한 문양들이 새겨진 육면체의 비석이 놓여 있다. 사방의 벽에는 세월의 풍파에도 불구하고 선명하게 남아있는 거대한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벽화들은 하나의 서사를 이루는 듯 연결되어 있다. 공기 중에는 미약하지만 분명한 마나의 흐름이 느껴지며, 알 수 없는 웅장함과 함께 스산한 기운이 감돈다.

**인물:** 리안, 카이아, 엘윈.

**리안:** (입을 다물지 못하며) 믿을 수가 없어… 이런 곳이 존재했다니!

// 리안의 눈이 벽화 위를 훑는다. 벽화의 첫 부분은 번성했던 고대 도시의 평화로운 모습을 그린다. 사람들이 풍요롭게 살아가고, 하늘에는 거대한 비행선들이 떠다니는 모습.

**카이아:** (검을 다시 등 뒤에 꽂으며) 꽤나 성대하군. 그런데 어째서 버려진 거지?

**엘윈:** (제단과 비석을 주시하며) 이 홀… 마나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이곳이 ‘태초의 새벽’ 문명의 심장부였을 게야.

// 리안이 벽화의 스토리를 따라 이동한다. 평화로웠던 그림은 점차 어둡게 변한다. 사람들의 표정에는 두려움이 서리고, 하늘에는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운다.

**리안:** (벽화를 손으로 쓸며) 보세요! 이 그림은… 마치 하늘에서 무언가가 내려오는 듯한 모습이에요. 재앙의 시작을 알리는 것일까요? 사람들은 도망치고… 그리고 여기… 거대한 존재와 맞서 싸우는 듯한 전사들의 모습이 있어요.

// 벽화는 점점 더 절망적으로 변한다. 도시가 파괴되고, 사람들이 쓰러진다. 마지막 부분에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듯한 어둠 속에서, 오직 하나의 빛나는 상징만이 남아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그 상징은 석문의 문양과 동일하다.

**리안:** (숨을 들이켜며) 이 상징… 제가 찾던 가문의 문양과 똑같아요! 제 조상들이 남긴 기록에 따르면, 이 상징은 ‘시원의 눈물’… 세상을 정화할 힘을 가졌다고 알려진 궁극의 유물을 의미한다고 했는데…

// 리안의 시선이 홀 중앙의 육면체 비석으로 향한다. 비석의 정면에 그 상징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엘윈:** (비석 앞으로 다가가 손을 뻗는다) 이 비석에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군. ‘시원의 눈물’… 단순히 힘을 가진 유물이 아니야. 그것은… 존재 자체를 뒤바꿀 수 있는 ‘힘의 근원’이자, 동시에… ‘파멸의 씨앗’이기도 했어. 이 문명은 그것을 통제하려다 모든 것을 잃었군.

**카이아:** (흥미로운 듯) 파멸이라… 그래야 에픽 판타지지. 그래서? 그 ‘시원의 눈물’이란 게 대체 어디 있다는 거지? 이 비석 안에 숨어있는 건 아니겠지?

// 엘윈이 비석의 문양을 읽기 시작한다. 그의 표정이 점차 심각해진다.

**엘윈:**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듯) “…오만했던 자들은 심연의 끝에 ‘눈물’을 봉인하고… 그 재앙을 다시는 깨우지 못하도록… 세 개의 시련을 만들어 문을 걸어 잠갔노라… 첫 번째 시련은… ‘잊혀진 자의 고통’….”

**리안:** (엘윈의 말을 끊으며) 세 개의 시련이라고요? 그리고 ‘잊혀진 자의 고통’…!

// 리안은 다시 벽화로 시선을 돌린다. 벽화의 가장자리, 홀의 한쪽 구석에 마치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듯한 거대한 아치형 문이 어둠 속에 숨겨져 있었다. 그 문 위에는 비석에 새겨진 상징과 함께, ‘잊혀진 자’를 묘사하는 듯한 섬뜩한 벽화 조각이 그려져 있다.

**리안:** 저 문이에요! 저 문이 첫 번째 시련으로 향하는 길일 거예요! 제 조상들의 기록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었어요. ‘눈물’을 찾기 위해서는 세 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고…!

// 리안은 망설임 없이 그 문으로 향하려 한다.

**카이아:** (리안을 막아서며) 잠깐. 너무 서두르지 마. 이런 곳에서 발견되는 건 ‘보물’ 아니면 ‘재앙’ 둘 중 하나야. 아니, 대부분은 ‘재앙’이지.

**엘윈:** (비석에서 손을 떼며) 카이아의 말이 맞아. ‘잊혀진 자의 고통’이라… 분명 정신을 갉아먹는 환상이나, 육체를 파괴하는 고대의 수호자가 우릴 기다리고 있을 게다.

**리안:** (결연한 눈빛으로) 하지만 멈출 수는 없어요. 저는… 이 모든 진실을 밝혀야만 해요. 그리고 ‘시원의 눈물’이 정말 제 가문의 것이라면… 반드시 되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세상을 구원할 수도, 혹은… 파멸시킬 수도 있다 해도!

// 리안의 눈빛에는 두려움과 함께 강렬한 의지가 서려 있다.
// 카이아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지만, 그의 열정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듯하다. 엘윈은 말없이 비석의 상징을 다시 한번 바라본다.
// 어둠 속에 숨겨진 아치형 문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며, 그 안에서 알 수 없는 기운이 흘러나오는 듯하다.

**엘윈:** (나지막이) 좋아. 그렇다면, 망각된 심연의 나락이 감춘 첫 번째 시련… ‘잊혀진 자의 고통’ 속으로 들어가 볼까. 허나 명심하게. 이곳의 모든 진실은… 우리가 감당해야 할 무게와 비례할 테니.

// 리안, 카이아, 엘윈 세 명의 그림자가 어둠 속의 아치형 문을 향해 걸어간다. 문 안쪽은 더욱 깊고 알 수 없는 어둠으로 가득 차 있다.
// 마지막 컷은 아치형 문과 그 안에 도사린 미지의 어둠을 클로즈업하며 마무리된다.

**[에피소드 1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