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힐링 애니메이션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별똥별 베이커리. 이름처럼 작고 아담한 가게는 언제나 따뜻한 온기로 가득했다. 새벽녘부터 오븐 속에서 고소하게 피어나는 빵 냄새, 갓 내린 커피의 향긋함, 그리고 무엇보다 지아와 서준, 두 사람의 재잘거리는 웃음소리가 이 작은 공간을 채우는 주된 향기였다.

“지아, 오늘 아침 식빵 정말 예술이다! 겉바속촉의 정석이잖아?”

서준은 카운터에 기대어 갓 구운 식빵 한 조각을 우물거리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의 얼굴에는 언제나처럼 해사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까슬한 하얀 앞치마와 제빵 모자를 쓴 지아는 빵 굽는 데 열중하다가도 서준의 칭찬 한마디에 피로를 잊은 듯 활짝 웃었다.

“그럼! 내가 만든 빵인데 당연하지. 그래도 우리 서준이가 맛깔나게 포장해 주고, 손님들한테 재밌게 이야기 보따리 풀어주니까 더 맛있어 보이는 거야.”

두 사람은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한때는 꿈 많던 열아홉, 스무 살 시절을 함께 보냈고, 졸업 후 각자의 길을 걷다 우연히 다시 만나 ‘함께 빵집을 차리자’는 오래된 꿈을 실현시켰다. 지아는 섬세한 손재주와 타고난 미각으로 빵을 만들었고, 서준은 타고난 친화력과 유머 감각으로 가게의 얼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손님들은 두 사람의 완벽한 조화에 늘 감탄했다.

“오늘따라 단골손님들이 왜 이렇게 몰려오지?”

오전 10시가 넘자 평소보다 훨씬 많은 손님들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갓 나온 퀸아망과 에그타르트가 순식간에 동이 났다. 지아는 반죽을 치면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서준을 흘긋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지만, 입가에는 여전히 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러다 우리 가게 진짜 대박 나는 거 아니야?’ 지아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피식 웃었다. 힘들지만 매일매일이 보람차고, 서준과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2시, 겨우 한숨 돌릴 틈이 생겼다. 지아가 잠깐 앉아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이키는 동안, 서준은 평소와 달리 휴대폰을 든 채 가게 밖으로 나갔다. ‘응, 알겠어. 최대한 빨리 처리해 줘.’ 낮게 속삭이는 그의 목소리가 지아의 귀에 어렴풋이 들렸다. 지아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마 새로운 밀가루 공급처와의 통화겠지, 아니면 혹시… 그가 몰래 추진하던 온라인 베이킹 클래스 관련 이야기일 수도 있고. 늘 가게를 더 키울 방법을 모색하던 서준이었기에, 그녀는 그의 모든 행동을 신뢰했다.

그러나 그날 이후, 서준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휴대폰을 잡고 있는 시간이 늘었고, 가게에 있는 시간보다 외부 일정을 소화하는 날이 많아졌다. 지아가 그 이유를 물으면, 서준은 늘 얼버무렸다.

“아, 별거 아니야. 가게 확장 때문에 알아보는 게 좀 있어서. 다 너랑 나, 우리 별똥별 베이커리를 위한 일이지!”

그의 미소는 여전히 눈부셨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안해 보였다. 지아는 애써 걱정을 덮어두려 했다. 우리는 파트너이고, 우리는 친구니까. 서로를 절대 배신할 리 없으니까. 그저 잠시 바빠진 것일 뿐이라고, 그렇게 믿었다.

어느 날 밤, 지아는 서준이 두고 간 서류 뭉치를 발견했다. 테이블 위에 무심하게 놓인 두툼한 파일이었다. 평소라면 절대 들여다보지 않았을 테지만,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에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파일 안에는 온갖 계약서와 재무제표가 빼곡했다. 그리고 그중, 가장 위에 놓인 한 장의 종이가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별똥별 베이커리’ 매각 관련 합의서.

손이 떨렸다. 지아는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매각? 언제? 누구와? 그녀는 서둘러 서류를 넘겼다. 매도인 ‘이서준’. 그리고 매수인 ‘대형 프랜차이즈, 해피 데이즈’. 계약금 5억 원. 잔금은 두 달 후. 마지막 장을 넘기자, 서준의 서명과 함께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본 계약은 매도인 이서준 단독으로 추진되었으며, 매도인이 해당 사업체 지분의 100%를 소유함을 증명한다.’

지아는 숨을 쉬는 것조차 잊었다. 100% 소유? 우리가 같이 시작했고, 함께 키워온 가게인데? 그녀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했다. 서준은, 그녀를 철저히 배제하고, 가게를 통째로 팔아넘기려 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가 혼자 모든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거짓말과 함께.

그제야 서준의 최근 행동들이 조각조각 맞춰지기 시작했다. 바쁜 외부 일정, 수상한 통화 내용, 그리고 그녀에게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가게 확장’이라는 허울 좋은 변명까지. 이 모든 것이 그녀를 속이기 위한 치밀한 계획이었던 것이다.

차가운 분노가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치밀어 올랐다. 믿었던 친구에게, 인생의 전부를 바쳤던 꿈의 공간을 통째로 빼앗기려 하고 있었다. 눈앞이 흐릿해졌다. 배신감과 절망감, 그리고 이제껏 느껴본 적 없는 살벌한 복수심이 온몸을 집어삼켰다. 지아는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쥐었다. 종이가 구겨지는 소리만큼이나, 그녀의 마음도 산산조각이 났다.

밤은 깊어가고, 오븐 속 꺼진 불처럼 차가운 침묵만이 별똥별 베이커리를 가득 채웠다. 지아는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고소하고 따뜻하던 빵 냄새 대신, 비릿한 배신의 악취가 코를 찔렀다. 그녀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쏟아져 내렸지만,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라기보다, 이글거리는 분노의 불꽃이었다.

‘이서준. 네가 나에게서 빼앗아 간 모든 것을, 나는 반드시 되찾을 거야. 아니, 그 이상의 대가를 치르게 해 줄 거야.’

지아의 입술이 차갑게 일그러졌다. 그녀의 손에 든 서류가 산산조각 났다. 그 조각들이 마치 부서진 별똥별처럼 바닥에 흩어졌다. 이 밤부터, 그녀의 세상은 더 이상 따뜻한 빵 냄새로 가득한 곳이 아니었다. 차갑고 잔혹한, 새로운 막이 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