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어두운 복도가 차가운 금속 냄새를 풍겼다. 비상등의 희미한 불빛 아래, 희망 거점의 생존자들은 불안한 그림자처럼 흔들렸다. 그들 모두의 시선은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굳게 닫힌 강철 문, 그 안에는 방금 전 싸늘한 시체가 발견된 지훈의 개인 작업실, 즉 물 펌프실이 있었다.

“이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박서연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공포와 혼란, 그리고 희망 거점의 유일한 물 전문가였던 김지훈의 상실에서 오는 절망감이 뒤섞여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낡은 트렌치코트 차림의 강태한이 서 있었다.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찾아보기 힘든 말쑥함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차분한 눈빛을 가진 남자였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문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마치 살아있는 것을 해부하듯 날카로웠다.

“문은 안에서 빗장이 걸려 있었습니다. 지훈 씨는 항상 작업을 마치면 안에서 잠그고 나왔죠. 열쇠는 그에게만 있었고요. 그런데 시체는 안에 있는데… 빗장이 안에서 걸려 있었다니, 말도 안 됩니다.”

누군가가 울먹이듯 중얼거렸다. 주변의 다른 생존자들도 술렁거렸다. 좀비의 위협만으로도 부족해 이제 내부에서 살인이라니. 서로를 향한 불신과 공포가 독버섯처럼 피어났다.

강태한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기이할 정도로 모든 소음을 잠재우는 힘이 있었다.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일은 없네. 다만 우리가 그 ‘말’을 찾지 못했을 뿐이지.”

그는 빙긋이 웃었다. 죽음의 현장에서 그의 미소는 오싹할 정도로 섬뜩했다. 박서연은 질렸다는 듯 그를 노려봤지만, 차마 반박할 수는 없었다. 그가 말했던 ‘말’은 늘 진실에 도달했으니까.

“김지훈 씨 시신은요?” 태한이 물었다.

“아직 그대로입니다. 누구도 손대지 못했어요. 당신이 와서 봐주기를 기다렸죠.” 서연이 대답했다.

“훌륭하군. 밀실 살인의 가장 중요한 단서는 현장 보존이니까.”

그는 잠겨 있는 문을 가만히 응시했다. 문의 강철 표면에는 여기저기 녹이 슬어 있었고, 낡은 페인트가 벗겨져 있었다. 하지만 빗장이 걸리는 부분은 두터운 강철판으로 보강되어 있었다. 그는 손전등을 켜서 문의 틈새와 주변 벽을 꼼꼼히 비췄다. 손가락으로 문의 하단, 바닥과 맞닿는 부분의 아주 작은 틈을 더듬었다. 그리고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문은 어떻게 열었습니까?”

“강제로 열 수 없어, 제가 비상 마스터키를 써서 외부 잠금장치를 풀었죠. 하지만 안쪽 빗장은 여전히 걸려 있었습니다. 결국 문을 부수다시피 해서 억지로 열 수밖에 없었어요.” 서연이 설명했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지.”

그들이 문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서자,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녹슨 기계 냄새가 코를 찔렀다. 물 펌프실은 이름 그대로 거대한 물탱크와 복잡한 파이프들로 가득했다. 습하고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리고 그 가운데, 지훈의 시신이 쓰러져 있었다.

지훈은 낡은 작업복 차림이었다. 옆구리에 놓인 몽키 스패너가 그의 마지막 작업이 무엇이었는지 짐작하게 했다. 그의 시신은 차가운 바닥에 엎드린 채, 한 손으로는 제어판을 잡으려는 듯 뻗어 있었다. 그의 왼쪽 관자놀이에는 작고 날카로운 구멍이 뚫려 있었다. 피는 거의 흐르지 않았고, 주변은 깨끗했다. 마치 누군가 그 자리에 얼음 조각을 박아 넣은 듯한 상처였다.

“흉기는요?” 태한이 물었다.

“아무리 찾아도 없었습니다. 방 안의 모든 곳을 샅샅이 뒤졌는데… 깨끗해요.” 서연의 목소리는 절망적이었다.

태한은 지훈의 시신 주변을 천천히 돌며 살폈다. 그의 시선은 상처 부위, 시신이 쓰러진 각도, 주변의 먼지, 파이프의 이음새, 심지어 천장에 맺힌 물방울 하나까지 놓치지 않았다.

“김지훈 씨는 평소에 누구와 원한 관계가 있었습니까? 아니면 갈등을 겪은 사람은요?”

“이런 상황에선 누구든 스트레스를 받고 예민해지죠. 하지만 지훈 씨는 워낙 묵묵히 제 할 일만 하던 사람이라… 딱히 누군가와 싸운 걸 본 적은 없습니다.”

“음… 그래.”

태한은 갑자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시선은 빗장이 걸렸던 문 쪽 바닥에 고정되어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듯 보였지만, 그의 예리한 눈은 아주 미세한 흔적을 찾아낸 듯했다. 바닥의 먼지 위에 아주 가느다란 선이 희미하게 그어져 있었다.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문 하단, 그가 아까 만져보았던 작은 배수구멍 옆에도 미세한 흠집이 있었다.

“밀실 살인? 아니. 이 문은 완벽하게 잠겨 있었던 게 아니야.” 태한이 중얼거렸다.

서연이 놀란 눈으로 태한을 돌아봤다.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직접 확인했는데, 안에서 빗장이 걸려 있었다니까요!”

“그 빗장을 안에서 잠근 건 김지훈 씨가 아닐세.” 태한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 그의 눈은 확신으로 빛났다. “아니, 어쩌면 김지훈 씨가 마지막 힘을 짜내서 잠갔을 수도 있지. 하지만 중요한 건, 살인자는 이 방 안에 갇히지 않았다는 거야.”

“그게 무슨…!”

“자네들이 밀실이라고 생각했던 이 방은, 사실 살인자가 문을 닫고 나간 뒤, *외부에서* 잠근 문일 뿐이네. 그것도 *안에서 잠근 것처럼 보이게끔* 말이지.”

태한은 품에서 얇고 질긴 낚싯줄을 꺼냈다. 그가 그것을 문 하단의 작은 배수구멍에 넣으려 하자, 서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곳의 유일한 물 전문가였던 김지훈 씨는 이 배수구멍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을 거야. 그리고 그가 평소 사용하던 빗장의 구조도. 살인자는 그걸 역이용한 거지. 살인자는 아마도 이 낚싯줄 같은 것을 빗장 손잡이에 묶고, 김지훈 씨를 살해한 다음 문을 닫았을 거야. 그리고 이 작은 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간 다음, 줄을 당겨 빗장을 잠그고는 줄을 회수했겠지. 문 하단의 미세한 흠집은 줄이 스쳐 지나간 흔적이고, 이 희미한 선은… 줄이 바닥을 끌고 간 자국일세.”

서연은 숨을 들이켰다. 너무나 간단하면서도 기발한 트릭이었다.

“하지만… 흉기는요? 얼음 송곳 상처라고 했잖아요!”

태한은 지훈의 상처 부위를 다시 응시했다. 그리고 서늘한 공기를 내뿜는 거대한 물탱크와 파이프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 방의 온도는 늘 낮지. 특히 저 파이프들 주변은 항상 얼어붙어 있을 거야. 살인자는 이 방의 환경을 십분 활용했어. 아마도 얼음으로 만든 흉기를 사용했을 테지.”

그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시선을 서연에게 고정하며 섬뜩한 결론을 내뱉었다.

“살인자는 이 기지 내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일세. 김지훈 씨의 작업 습관, 빗장의 구조, 그리고 이 펌프실의 환경적 특성까지. 이 살인은 단순히 감정적인 충동으로 저질러진 것이 아니야. 철저하게 계획되고, 치밀하게 실행된 범죄지.”

서연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좀비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살아있는 사람의 악의였다.

“그럼… 범인은 누구죠?” 서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태한은 미소를 거두고, 차가운 눈빛으로 방 한가운데 있는 김지훈의 시신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그의 발치에 놓인 몽키 스패너를 슬쩍 쳐다보았다. 몽키 스패너의 손잡이 부분에, 아주 희미하게 새겨진 문양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 문양은 희망 거점의 한 구역을 상징하는 문양이었다.

“글쎄… 이 퍼즐의 조각은 이제 거의 다 모인 것 같군. 남은 건, 이 조각들을 어디에 놓느냐 하는 것이겠지.”

그는 다시 문을 향해 걸어갔다. 문틈을 유심히 보던 그의 손이 문 옆의 낡은 벽지를 스쳤다. 벽지 아래, 덧대어진 콘크리트 사이에 아주 작게 파인 홈이 느껴졌다. 누군가 벽지를 덧붙이기 전, 어떤 물건을 숨겨두기 위해 파놓은 듯한 홈이었다. 태한은 그 홈 안에 손가락을 넣어 조심스럽게 뭔가를 끄집어냈다.

그것은 아주 작은, 그리고 새빨간 천 조각이었다. 마치 찢어진 손수건의 일부 같았다. 천 조각에는 특유의 섬유 냄새가 희미하게 배어 있었다. 그리고 그 냄새는… 며칠 전, 희망 거점의 의료 창고에서 사라졌던 특정 약품의 잔향과 묘하게 섞여 있었다.

태한의 눈빛이 싸늘하게 빛났다.

“이걸 보아하니, 살인자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군. 김지훈 씨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범인을 알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어쩌면, 그는 마지막 순간에 무언가를 붙잡으려 했던 것 같군.”

그는 고개를 들어 서연을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은 초조함과 의문으로 가득했다.

“자네가 이 천 조각의 냄새를 맡아보겠나? 익숙한 냄새가 날 거야. 특히나… 의료반 사람들에겐 말이지.”

박서연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의료 창고… 사라진 약품… 그리고 이 천 조각에서 풍기는 미세한 향기. 그녀의 뇌리에 한 사람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가장 침착하고, 가장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의 얼굴이.

“설마… 그럴 리가 없어요!”

그녀의 비명에 가까운 외침이 차가운 물 펌프실을 메아리쳤다. 희망 거점은 이제 좀비뿐 아니라, 내부의 어둠과 싸워야 할 더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었다. 태한은 그저 조용히 천 조각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해결해야 할 또 다른 퍼즐을 발견한 천재적인 탐정의 고독한 미소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