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미스터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새벽의 차가운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거대한 철문이 삐걱이며 열리자,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대저택이 그 위용을 드러냈다. 달빛은 퇴색한 벽돌담 위를 은빛으로 물들였고, 낡은 가로등 불빛만이 저택의 그림자를 더욱 짙게 드리웠다. 저택의 이름은, 혹은 별명은 ‘망각의 서재’라고 했던가. 희귀한 고서와 예술품으로 가득하다는 소문만 무성했던 곳이었다.

“하준 씨, 드디어 도착했네요. 밤새도록 애를 먹였어요.”

강력계 형사 강유리 경위는 푸석한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늘 단정하던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고, 눈 밑은 다크서클로 거뭇했다. 이틀 밤샘 수사의 흔적이 역력했다. 나는 숄칼라 코트의 깃을 바로잡으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유리 씨 얼굴이 말이 아니네요. 미제 사건 담당 형사가 아니라, 흡혈귀 퇴치 전문 탐정처럼 보이는데요.”

“지금 농담할 때가 아니에요. 피의자는 커녕, 대체 어떻게 살인이 일어났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요.”

강유리의 목소리에는 깊은 피로와 함께 좌절감이 묻어 있었다. 이번 사건은 그녀에게도 꽤나 골치 아픈 모양이었다. 그녀가 맡은 수많은 강력 사건 중에서도 가장 난해한 밀실 살인 사건이었으니까.

“이정훈 씨 살인 사건. 피해자는 유명한 고미술품 수집가. 향년 60세. 서재에서 발견됐고, 흉기는 탁자 위에 놓여있던 청동제 서신 개봉칼… 여기까지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고요.”

그녀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문제는, 그 서재가 완벽한 밀실이었다는 거예요.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열쇠는 잠금장치에 그대로 꽂혀 있었죠. 창문은 모두 빗장으로 굳게 닫혀 있었고, 환기구는 사람이 드나들 수 없을 정도로 좁습니다. 지하실이나 다락방으로 통하는 비밀 통로 같은 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어요. 피해자는 외부인의 침입 흔적 없이, 서재 안에서 죽은 채 발견된 겁니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하준 씨?”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고요한 흥미가 내 눈빛에 서렸다. 완벽한 밀실, 완벽한 불가능성. 이 얼마나 매혹적인 퍼즐인가.

“안내해 주세요, 유리 씨. 그 완벽한 밀실을 직접 보고 싶군요.”

강유리는 못 말린다는 듯 나를 앞장세웠다. 대저택의 삐걱이는 마루를 밟고, 희미한 조명 아래 늘어선 고풍스러운 가구들 사이를 지나 2층 서재 앞에 섰다. 강렬한 혈흔이 묻은 핏자국이 희미한 조명 아래 섬뜩하게 번져 있었다. 문은 이미 경찰에 의해 강제로 개방된 상태였다. 굳건했던 밀실은 이제 그 기능을 잃고, 흉터처럼 벌어진 채 내부를 드러내고 있었다.

서재 내부는 온통 희귀한 서적과 유물들로 가득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상, 동양의 도자기들이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마치 거대한 박물관의 한쪽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고요함은 중앙에 쓰러져 있는 시신 앞에서 의미를 잃었다.

피해자는 묵직한 오크나무 책상 앞에 쓰러져 있었다. 가슴팍에는 예리한 칼날에 찔린 듯한 상처가 선명했고, 검붉은 피가 고급 카펫을 적시고 있었다. 그의 손은 책상 위로 뻗어져 있었고, 마치 마지막 순간까지 무언가를 잡으려 애쓴 듯한 자세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서재 안으로 들어섰다. 강유리와 다른 형사들이 내 뒤를 따랐지만, 나는 그들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았다. 내 시선은 오직 현장,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진실만을 좇았다.

“사인은 급성 심장 마비로 인한 사망… 이 아니죠. 흉기에 의한 과다 출혈로 인한 사망입니다.” 유리 씨가 덧붙였다.

나는 먼저 벽에 늘어선 책장들을 훑었다. 빈틈없이 꽂혀있는 책들. 비밀 통로가 숨겨져 있을 법한 낡은 벽은 없었다. 모든 창문은 두꺼운 쇠창살로 막혀 있었고, 안쪽에서 이중으로 걸쇠가 채워져 있었다. 단단한 창문 틈새로도 바람 한 점 스며들 수 없을 정도였다. 완벽하게 봉쇄된 공간.

다음으로 내 시선은 문으로 향했다. 강유리가 말했듯, 육중한 오크나무 문에는 강제로 열린 흔적이 선명했다. 잠금장치는 부서져 있었지만, 잠금장치 안쪽으로는 피해자가 마지막 순간까지 사용했을 법한 황동 열쇠가 꽂혀 있었다. 그것은 마치 ‘나는 안에서 잠겼다’고 외치는 듯했다.

나는 시신에게 다가갔다. 피해자의 눈은 감겨 있었고, 얼굴에는 고통과 함께 미세한 의아함이 서려 있었다. 그의 손가락은 책상 위의 낡은 황동 나침반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있었다. 나침반은 바늘이 살짝 틀어져 있었는데, 마치 어떤 충격으로 인해 제 위치를 벗어난 듯했다.

“피해자의 손은 왜 이렇게 뻗어져 있을까요?” 내가 나직이 물었다.

강유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마 마지막 순간까지 살려달라고 애원했거나, 혹은 무언가를 잡으려 했을 겁니다. 통상적인 사망 당시의 자세라고 할 수 있죠.”

나는 고개를 젓고는 다시 문쪽으로 향했다. 부서진 잠금장치를 유심히 들여다봤다. 낡았지만 견고한 황동 재질이었다. 그리고 그 안쪽에 꽂혀 있는 열쇠. 나는 장갑 낀 손으로 열쇠를 뽑아들었다. 고색창연한 황동 열쇠의 머리 부분에는 아주 미세한, 실오라기 같은 자국이 보였다. 마치 아주 얇은 실에 매달려 오랫동안 끌려 다녔던 흔적처럼.

나는 열쇠를 다시 제자리에 꽂아 넣고, 무릎을 꿇어 문 아래쪽을 살폈다. 문과 마루 사이의 틈새는 얇았지만, 완전히 밀착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아주 희미한 흠집이 보였다. 마루에 이어진 문지방 부분에, 마치 칼날로 긁어낸 듯한 극도로 가는 선이 이어져 있었다. 어두운 마루 색깔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 정말 미세한 자국이었다.

“유리 씨.”

“네, 하준 씨?”

“이 문을 강제로 열기 전에, 잠금장치에 꽂혀 있던 이 열쇠의 방향을 기억하나요?”

강유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음… 네. 잠겨 있는 상태로, 손잡이가 돌려진 채로 꽂혀 있었죠. 안에서 잠갔다는 듯이요.”

“그렇군요.” 나는 다시 문지방의 흠집을 만져보았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홈. 그리고 다시 열쇠를 쳐다봤다. 열쇠 머리의 실오라기 같은 자국.

문득, 내 머릿속에서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하나둘씩 맞춰지기 시작했다. 피해자의 손이 닿으려 했던 나침반, 열쇠의 미세한 흠집, 문지방의 희미한 선, 그리고 완벽한 밀실의 허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빛에는 아까와는 다른, 번개 같은 섬광이 스쳤다. 강유리는 내 변화를 알아차렸는지, 침을 꿀꺽 삼키며 나를 주시했다.

“밀실은… 깨졌습니다.”

내 말에 형사들 사이에 작은 동요가 일었다. 강유리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네? 깨졌다니요? 대체 어떻게…?”

나는 시신을 가리켰다.

“피해자는 살해당했습니다. 그리고 살해당한 후, 범인은 이 방에서 나갔습니다.”

“말도 안 돼요! 나갔다면 대체 어떻게 문을 안에서 잠글 수 있었단 말입니까?” 강유리의 목소리가 커졌다.

나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범인은 이 방을 나간 후,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아주 간단하고도 우아한 트릭을 사용해서, 바깥에서 이 문을 잠근 겁니다.”

나는 황동 열쇠를 다시 뽑아 들었다. 열쇠 머리의 미세한 홈을 엄지손가락으로 쓸었다.

“이 열쇠, 그리고 문지방의 작은 흠집이 그 답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범인은 피해자를 살해한 후, 이 열쇠의 머리에 아주 가느다란 낚싯줄 같은 것을 묶었습니다. 그리고 그 줄을 문 아래 틈새로 집어넣어, 문지방의 흠집을 따라 바깥으로 빼냈죠.”

형사들의 얼굴에 혼란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그럼… 바깥에서 그 줄을 잡아당겨 열쇠를 돌렸다는 겁니까?” 한 형사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문 아래의 틈새는 충분히 얇은 줄이 통과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범인은 문을 닫고, 바깥에서 그 줄을 당겨 열쇠를 돌려 잠금을 해제하는 방향으로 돌렸다가, 다시 역방향으로 당겨 잠근 겁니다. 열쇠는 잠금장치 안에 고정되어 있었으니, 줄만 당기면 회전시킬 수 있었겠죠.”

“그럼 그 줄은요? 흔적이 전혀 없는데요?” 강유리가 의문을 제기했다.

“범인은 이 열쇠를 잠근 후, 줄을 끊고 회수했습니다. 아주 가늘고 튼튼한, 아마 특수 제작된 줄이었을 겁니다. 문지방의 흠집은 그 줄이 문이 닫힐 때 마찰을 견디고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준 가이드 역할을 했던 것이고요.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손을 뻗은 나침반은 아마 범인이 문을 닫기 전, 줄이 정확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고정하는 데 사용했거나, 혹은 그 줄이 지나가는 길목에 있었을 겁니다.”

나는 서재 안의 모두를 둘러봤다. 그들의 얼굴에는 경악과 함께, 실낱 같은 희망이 떠올랐다. 완벽해 보였던 밀실이 한 천재의 눈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누가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강유리가 흐릿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정훈 씨의 서재에 함부로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문데요.”

나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제 ‘어떻게’는 해결되었습니다. 남은 건 ‘누가’ 했느냐죠. 유리 씨, 이정훈 씨의 주변 인물들을 다시 조사해 보세요. 특히 그의 서재에 대해 잘 알고 있었거나, 특수한 도구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을 중심으로요. 그리고… 이정훈 씨가 죽기 직전까지 가장 가까이 했던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트릭을 성공시키려면 열쇠에 줄을 묶고 문틈으로 빼내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으니까요. 최소한 피해자가 죽어 쓰러진 후, 충분히 침착하게 그 작업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담력을 가진 자여야 합니다.”

창밖으로 어둠이 걷히고, 희미한 여명이 시작되고 있었다. 망각의 서재를 감싸고 있던 밀실의 장막은 벗겨졌지만,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은 이제 막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참이었다. 이야기는 이제부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