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판타지 상세한 애니메이션 대본 및 스토리보드

## 그림자의 왈츠

**장르:** 다크 판타지
**핵심 줄거리:** 현대 도시의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폴터가이스트 현상

**등장인물:**

* **미나 (30대 초반):** 프리랜서 디자이너. 도회적인 외모지만 내면은 평범하고 약간 소심한 편이다. 일상과 안정을 중요하게 여기며, 혼자만의 공간을 아낀다.
* **알 수 없는 존재:** 미나의 아파트에 출몰하는 기괴하고 음침한 폴터가이스트. 형체가 없거나 희미하게 나타나며, 미나의 정신을 서서히 잠식해간다.

**로그라인:**
고요했던 현대 도시의 고층 아파트, 프리랜서 디자이너 미나의 일상에 기이한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평범했던 공간은 점차 살아있는 악몽으로 변해가고, 미나는 숨통을 조여오는 보이지 않는 존재와 외로운 사투를 벌이며, 결국 자신의 영역을 빼앗기고 만다.

**장면 1. 아파트 거실 – 밤**

**[화면 전환: 어둠 속에서 서서히 밝아지는 아파트 거실. 차분하고 모던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간접조명들이 은은하게 공간을 밝힌다. 늦은 시간까지 노트북 앞에 앉아 작업 중인 미나의 모습이 보인다. 노트북 화면에서 푸른빛이 새어 나오고, 그녀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역력하다. 책상 위에는 커피잔과 스케치북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내레이션 (미나, 나른하고 건조한 목소리):**
또 밤을 새웠다. 이 도시의 수많은 창문 중 하나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처럼, 내 삶도 그렇게 반복되고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그러나 나름의 안정감이 있는 하루. 이 고요한 공간에서 오직 나 혼자만의 시간이 흐르는 게 좋았다.

**[클로즈업: 미나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빠르게 움직인다. 완성된 디자인 시안을 저장하는 ‘딸깍’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옆에 놓인 머그컵에서는 식어가는 커피 향이 희미하게 피어난다. 벽에 걸린 시계는 새벽 3시 17분을 가리킨다.]**

**미나 (작은 한숨과 함께 혼잣말):**
휴, 이제야 좀 끝이 보이네. 내일 아침까지 보내야 하는데…

**[미나가 기지개를 크게 켠다. 목과 어깨를 스트레칭하며 뻐근한 몸을 푼다. 그때, 부엌 쪽에서 ‘쨍그랑’ 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들린다. 마치 유리잔이 흔들리는 듯한 소리.]**

**미나 (고개를 갸웃하며):**
…응?

**[미나가 노트북에서 시선을 떼고 부엌을 응시한다. 거실의 조명으로는 어두워서 부엌 안쪽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약간의 불안감이 스친다.]**

**미나:**
뭐지? 이 시간에 고양이라도 들어왔나… 아, 15층인데. 착각이겠지.

**[미나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부엌으로 향한다. 거실에서 부엌으로 이어지는 복도에 발을 내딛자, 어둠이 더욱 짙게 느껴진다. 미나가 벽 스위치를 찾아 더듬거린 후, 부엌의 불을 켠다.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형광등이 깜빡이다가 환하게 밝아진다. 바닥에는 아무것도 없다. 깨진 것도, 쓰러진 것도. 다만, 찬장 문이 살짝 열려 있다.]**

**[클로즈업: 미세하게 열려 있는 찬장 문. 문틈 사이로 어두운 내부가 보인다.]**

**미나:**
내가 깜빡했나? 분명 닫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침에 급하게 나간 적도 없는데.

**[미나가 열린 찬장 문을 닫는다. 손잡이를 잡고 한 번 더 흔들어 닫힌 것을 확인한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 생각하고 다시 거실로 돌아가려 한다. 그 순간, 식탁 중앙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과일 접시의 사과 하나가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진다. 마치 누군가 접시를 들어 올린 후 기울인 것처럼.]**

**[슬로우모션: 윤기 나는 빨간 사과가 식탁 모서리를 타고 미끄러지듯 바닥으로 떨어진다. ‘통, 통, 통’ 하고 불규칙하게 구르다가 미나의 발치에 멈춘다. 미나의 눈이 충격으로 크게 뜨인다. 동공이 흔들린다.]**

**미나:**
…!

**[미나는 떨어진 사과를, 그리고 여전히 접시 위에는 다른 과일들이 그대로 놓여 있는 식탁 위를 번갈아 본다. 분명 접시 중앙에 놓여 있었다. 바람 한 점 없었다.]**

**미나 (혼잣말, 당황과 미약한 공포가 섞인 목소리):**
바람도 안 불었는데…? 누가 민 것도 아니고…

**[그녀가 허리를 숙여 사과를 주우려 할 때, 등 뒤편 거실에서 ‘툭’ 하는 소리가 들린다. 미나가 퍼뜩 고개를 돌린다. 어두운 거실 벽에 걸려 있던, 어제 새로 건 액자가 미세하게 기울어져 있다. 액자 아래쪽이 살짝 들려 벽에서 떨어져 나온 듯하다.]**

**[패닝 샷: 부엌에서 거실의 기울어진 액자로 시선이 옮겨간다. 액자를 바라보는 미나의 굳은 표정. 그녀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더욱 깊어진다.]**

**미나:**
…착각이겠지. 너무 피곤해서 헛것을 보는 거야.

**[미나는 애써 평정심을 찾으려 한다. 떨어진 사과를 주워 접시에 도로 올리고, 기울어진 액자를 똑바로 고쳐 건다. 차가운 벽에 손을 대자 한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은 지울 수 없다.]**

**장면 2. 미나의 침실 – 새벽**

**[화면 전환: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는 미나. 불은 꺼져 있지만, 잠이 오지 않는 듯 뒤척인다. 시트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눈은 감았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눈꺼풀이 그녀의 불안을 보여준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시계는 4시를 향해 간다.]**

**내레이션 (미나, 잠기운에 섞인 피로한 목소리):**
잠자리에 들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깨어 있었다. 아까의 일들이 머릿속에서 자꾸 재생됐다. 사과, 액자, 그리고 문… 너무 피곤해서 헛것을 본 거라고, 별것도 아닌 일이라고 스스로를 몇 번이고 다독였다. 하지만 심장은 쉬지 않고 불길하게 뛰었다.

**[정적. 숨소리마저 무겁게 느껴지는 침묵이 침실을 감싼다. 그때, 닫혀 있던 방문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아주 천천히, 저절로 열리기 시작한다. 마치 누군가 문고리를 잡고 잡아당기는 것처럼.]**

**[클로즈업: 어둠 속에서 조금씩 벌어지는 문틈. 문틈 사이로 거실의 어둠이 침실로 스며든다. 문이 열리는 속도는 점차 빨라진다.]**

**미나 (눈을 번쩍 뜨며, 숨을 들이쉰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

**[미나가 공포에 질린 눈으로 문을 바라본다. 손을 뻗어 침대 협탁 위에 놓인 휴대폰을 잡으려 하지만, 온몸이 굳어버린 듯 움직이지 않는다. 방문은 어느새 절반쯤, 그리고 이내 활짝 열려 있다. 문 너머의 거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구멍처럼 느껴진다.]**

**[풀 샷: 침대에 누워 얼어붙은 미나와, 활짝 열린 침실 문. 문 너머의 어둠이 침실을 집어삼킬 듯하다.]**

**내레이션 (미나, 떨리는 목소리):**
거실의 어둠이 나를 향해 손짓하는 것 같았다. 분명 닫고 잤는데. 바람이 들어올 틈도 없는 고층 아파트인데. 문틈에 틈도 없었는데.

**[갑자기 활짝 열려 있던 방문이 ‘쾅!’ 하고 닫힌다. 엄청난 소리에 아파트 전체가 울리는 듯하다. 미나는 비명을 지를 뻔하다가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충격.]**

**[클로즈업: 공포에 질린 미나의 얼굴.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이마를 타고 흐른다. 눈은 충혈되어 있고, 입술은 새하얗게 질려 있다.]**

**미나 (떨리는 목소리, 겨우 속삭이듯):**
뭐야… 뭐야, 대체… 여기 나 말고 또 누가 있는 거야…?

**[그녀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다. 하지만 이불 속에서도 그 소리의 여운과, 자신을 엿보고 있었을지 모를 어둠의 존재가 느껴지는 듯했다. 차가운 시선이 이불 너머에서 그녀를 꿰뚫고 있는 것 같은 섬뜩한 느낌.]**

**장면 3. 낮의 아파트 – 주방**

**[화면 전환: 햇살이 환하게 비추는 낮의 아파트. 어제의 밤과는 대조적으로 밝고 평화로워 보인다. 어둠의 흔적은 온데간데없다. 미나는 주방에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얼굴은 여전히 약간 수척하지만, 어제의 일들을 애써 지우려는 듯 밝은 표정을 지으려 노력한다.]**

**내레이션 (미나, 약간 안정된 목소리):**
밝은 햇살 아래서는 밤의 공포가 마치 아득한 꿈처럼 느껴졌다. 너무 피곤해서 헛것을 보고, 헛소리를 들었을 거라고 애써 합리화했다. 그래, 분명 그랬을 거야.

**[미나가 커피포트에 물을 붓고 스위치를 누른다. ‘딸깍’ 소리와 함께 물이 끓기 시작하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그녀는 토스트를 굽고 계란 프라이를 한다. 노릇하게 구워지는 빵과 고소한 계란 냄새가 주방을 채운다. 평범하고 정돈된 일상.]**

**[갑자기 커피포트의 전원 스위치가 ‘딸깍’ 소리를 내며 저절로 꺼진다. 끓고 있던 물소리가 뚝 끊긴다.]**

**미나 (토스트에 잼을 바르려다 멈칫하며):**
…어?

**[미나는 커피포트를 바라본다. 불량이 났나? 다시 스위치를 누른다. 물이 끓기 시작한다. 하지만 잠시 후, 다시 ‘딸깍’ 소리와 함께 전원이 꺼진다. 마치 누군가 장난을 치는 것처럼.]**

**[클로즈업: 꺼진 커피포트의 스위치. 미세하게 떨리는 미나의 눈.]**

**미나 (표정이 굳어진다.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든다):**
이게… 또 왜 이래. 새로 산 건데.

**[미나가 짜증 섞인 표정으로 세 번째 스위치를 누른다. 끓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고, 미나는 커피포트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러자 갑자기 싱크대 수전에서 ‘콸콸콸!’ 하고 물이 최고 수압으로 쏟아지기 시작한다. 물줄기가 세차게 튀어 오른다.]**

**[풀 샷: 놀라서 수전을 바라보는 미나. 커피포트의 물은 계속 끓고 있고, 수전에서는 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온다. 주방이 순식간에 혼란스러워진다.]**

**미나 (놀라서 소리 지른다):**
악! 이게 뭐야!

**[미나가 황급히 수전을 잠그려 한다. 하지만 손잡이가 굳어버린 듯, 온 힘을 다해 돌려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물은 계속 쏟아져 나와 싱크대를 넘치려 한다. 바닥으로 물이 튀기 시작한다.]**

**미나 (필사적으로 손잡이를 돌리며, 목소리가 떨린다):**
안 돼! 잠겨! 제발 잠기라고!

**[그녀가 필사적으로 수전과 씨름하는 동안, 뒤편 거실에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미나가 순간적으로 뒤를 돌아본다. 거실의 소파 옆에 놓여 있던 플로어 스탠드 조명이 바닥에 넘어져 있다. 전선이 엉켜 있고, 전구는 깨지지 않았지만 위태로워 보인다.]**

**[클로즈업: 넘어진 스탠드 조명. 그리고 이 광경을 보고 공포에 질려 눈이 휘둥그레진 미나의 얼굴.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미나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아니야… 이건… 이건 착각이 아니야…

**[그때, 부엌 찬장 문들이 ‘따당따당따당!’ 하고 일제히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한다. 접시들이 달그락거리고, 컵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려 퍼진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즐거운 듯 장난이라도 치는 것처럼. 찻잔 하나가 선반에서 떨어져 바닥에 ‘쨍그랑!’ 하고 산산조각 난다.]**

**[슬로우모션: 열리고 닫히는 찬장 문들. 공중으로 튀어 오르는 깨진 찻잔 파편들. 미나의 시선이 공포에 질려 사방으로 흔들린다. 이제 그녀의 얼굴에는 공포 외에 다른 어떤 감정도 남아 있지 않다.]**

**미나 (비명 지르듯):**
하지 마! 그만해! 제발!

**[미나는 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주저앉는다. 온몸이 떨린다. 눈앞의 현상들은 더 이상 합리화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누군가, 아니면 *무언가*가 그녀를 괴롭히고 있다. 그녀의 영역을 침범하고, 그녀의 평화를 깨뜨리고 있다.]**

**내레이션 (미나, 절규하듯):**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이 공간에, 나 말고 다른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존재는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가지고 노는 듯했다. 나를 즐기고 있었다.

**장면 4. 미나의 서재 – 오후**

**[화면 전환: 며칠 후, 어수선한 미나의 서재. 컴퓨터 화면에는 ‘폴터가이스트 현상’, ‘아파트 귀신’, ‘초자연 현상 대처법’, ‘퇴마사’ 같은 검색어들이 가득하다. 미나는 초점 없는 눈으로 화면을 노려본다. 방 안은 온통 어지럽고, 미나의 옷과 물건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다.]**

**내레이션 (미나, 지치고 초췌한 목소리):**
며칠 밤낮을 잠도 자지 못하고 자료를 찾아 헤맸다.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바다 속에서 건져 올리려 했다. 하지만 답은 없었다. 그저 더 많은 공포와 혼란만 가중될 뿐. 문을 잠가도, 창문을 닫아도, 그 존재는 아무렇지 않게 나타났다. 내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이.

**[미나의 얼굴은 며칠 새 급격히 야위어 있다.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깊게 패여 있다. 옷차림도 흐트러져 있고, 불안한 듯 손톱을 물어뜯고 있다. 그녀는 몸을 웅크린 채 의자에 앉아 있다.]**

**[클로즈업: 컴퓨터 화면의 기괴한 이미지들 – 공중에 떠 있는 물건, 흔들리는 그림자, 기이한 형상들의 사진들. 미나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마우스를 클릭하고 있다.]**

**미나 (혼잣말, 거의 울음 섞인 목소리):**
나가야 해… 여기서 나가야 해… 더 이상 못 견디겠어…

**[미나가 비척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한 듯, 당장이라도 짐을 싸서 도망치려는 듯한 움직임이다. 옷장으로 향하려는 순간,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펜 하나가 저절로 움직여 종이 위를 스윽 가로지른다. 마치 누군가 펜을 잡고 쓴 것처럼.]**

**[클로즈업: 종이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펜. 펜 끝에서는 검은 잉크가 흘러나오며 불규칙한 선을 그린다. 미나의 시선이 펜에 고정된다. 그녀의 심장이 다시 미친 듯이 뛴다.]**

**미나 (숨을 멈추고 펜을 응시한다):**
…!!!

**[펜이 멈춘다. 그리고 이어서 종이 위에 글씨를 쓰기 시작한다. 느리고 또박또박하게, 마치 어린아이가 서투르게 글씨를 쓰는 것처럼.]**

**[클로즈업: 종이 위에 쓰이는 글씨. “가 지 마.”]**

**미나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친다):**
아아악!

**[미나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진다. 의자가 바닥에 ‘쿵!’ 하고 쓰러진다. 펜은 마치 임무를 완수한 듯 멈춰 서 있다. 종이 위에는 “가지 마.”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잉크가 번져 글씨가 섬뜩하게 느껴진다.]**

**[풀 샷: 바닥에 넘어져 몸을 웅크린 미나와, 글씨가 쓰인 종이. 그 위로 드리워지는 어두운 그림자. 그림자는 마치 미나를 향해 손을 뻗는 듯 일렁인다.]**

**내레이션 (미나, 거의 이성을 잃은 목소리):**
그것은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내가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나를 이 아파트에 가두려 하고 있었다.

**장면 5. 미나의 아파트 – 밤 (클라이맥스)**

**[화면 전환: 모든 불이 꺼진 아파트. 거실의 큰 창문 너머로 도시의 불빛이 희미하게 들어오지만, 아파트 내부는 깊은 어둠에 잠겨 있다. 복도 등만이 희미하게 깜빡이며 빛을 잃어가고 있다. 미나는 침실 문을 걸어 잠그고 이불 속에 파묻혀 있다. 온몸을 덜덜 떨고 있다. 눈물 자국이 마른 볼은 차갑게 식어 있다.]**

**내레이션 (미나, 목이 쉬어버린 듯 갈라진 목소리):**
어둠은 나를 삼키려 했다. 그 존재는 더 이상 소심한 장난을 치는 수준이 아니었다. 내 존재 자체를 흔들고, 나의 모든 것을 잠식하려 했다. 이제 도망칠 곳도, 숨을 곳도 없었다.

**[침실 문 밖에서 긁는 소리가 들린다. ‘슥, 슥, 슥’. 마치 날카로운 손톱으로 나무 문을 길게 긁는 듯한 소리. 소리가 점차 반복되고 거칠어진다. 미나의 심장이 격렬하게 뛴다.]**

**미나 (눈을 질끈 감고 중얼거린다):**
사라져… 사라져 버려… 제발…

**[긁는 소리가 점차 거칠어진다. ‘드르륵, 드르르륵!’ 그리고 문고리가 ‘딸깍딸깍’ 거리며 격렬하게 흔들린다. 문이 부서질 듯이 흔들리고, 틈새에서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클로즈업: 흔들리는 문고리. 그리고 문틈 사이로 보이는 어둠. 어둠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듯한 희미한 그림자가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마치 검은 연기가 춤추는 듯이.]**

**미나 (거의 울부짖는다):**
제발… 제발 나 좀 내버려 둬! 난 아무것도 안 했어!

**[갑자기 침실의 모든 불이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꺼진다. 완벽한 암흑. 긁는 소리도, 문고리가 흔들리는 소리도 멈춘다. 정적. 하지만 그 정적은 이전의 어떤 공포보다도 더 크게 미나를 옥죄어온다. 숨 쉬는 것조차 힘들다.]**

**내레이션 (미나, 속삭이듯):**
그것이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단지… 내게 더 가까이 온 것뿐. 문을 열지 않아도, 불을 꺼도… 이미 내 안에 들어와 있었다.

**[미나의 등 뒤, 바로 귀 옆에서 차가운 숨결이 느껴진다. 이불 속에서도 온몸의 털이 곤두선다. 끔찍한 악취와 함께 피부에 소름이 돋아난다.]**

**[클로즈업: 공포에 질려 눈물을 흘리는 미나의 눈. 그녀의 눈동자에 비치는 어둠 속의 희미한 형상. 형태는 없지만, 검고 깊은 그림자가 일렁인다. 그것은 너무나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알 수 없는 존재 (속삭이는 목소리, 마치 미나의 마음속에서 직접 들리는 것처럼. 낮고 음침하며, 섬뜩한 친밀감이 느껴진다):**
…혼자가 아니야. 이제… 우린 함께야. 영원히…

**[미나가 비명을 지르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몸이 다시 굳어버린다. 침대 위를 덮고 있던 이불이 천천히, 마치 보이지 않는 손으로 당겨지는 것처럼 발치 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미나는 벗어나려 발버둥 치지만, 몸은 이미 그 존재의 손아귀에 잡힌 듯 움직이지 않는다.]**

**[슬로우모션: 이불이 미나의 몸에서 서서히 벗겨진다. 어둠 속에서 드러나는 미나의 얼굴. 그녀의 눈은 공포와 절망으로 가득하다. 눈동자는 이미 초점을 잃어가고 있다.]**

**[화면 급전환: 미나의 눈동자 클로즈업. 그녀의 눈동자 속에 비치는 것은, 그림자처럼 일렁이는 알 수 없는 형상. 그 형상이 미나를 향해 손을 뻗는 듯하다. 그 손길이 미나의 얼굴에 닿는 순간, 그녀의 눈동자에 드리워진 빛이 완전히 사라진다.]**

**[화면 암전.]**

**[미나의 절규에 가까운 비명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모든 소리가 끊긴다. 깊은 침묵. 침실 문이 저절로 ‘끼이익’ 하고 천천히 닫히는 소리만이 희미하게 들린다.]**

**장면 6. 아파트 복도 – 아침**

**[화면 전환: 다음 날 아침. 아파트 복도. 평화로운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 복도 바닥에 비친다. 미나의 아파트 문은 활짝 열려 있다. 문틈 사이로 보이는 내부는 어둡고 고요하다. 어제의 격렬함이 거짓말인 것처럼, 모든 것이 정지되어 있다.]**

**[복도를 지나던 이웃 주민 ‘현수(40대, 남)’가 열린 미나의 문을 발견하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멈춰 선다. 현수는 손에 우유팩을 들고 있다.]**

**현수 (혼잣말):**
어? 미나 씨 문이 열려 있네? 벌써 나갔나… 아침부터 바쁜가 보네.

**[현수가 문 안을 살짝 들여다본다. 어둡고 고요하다.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묘하게 싸늘하고 텅 빈 기운이 느껴진다. 마치 오랫동안 비어있었던 공간처럼.]**

**[클로즈업: 현수의 표정이 약간 굳어진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듯, 미간을 찌푸린다.]**

**현수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문 안으로 고개를 들이민다):**
미나 씨…? 계세요?

**[정적.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는다. 아파트 내부는 깊은 침묵 속에 잠겨 있다. 현수는 문득 소름이 돋는 것을 느낀다. 미나의 흔적은 희미하고, 그 공간은 마치 다른 누군가의 영역이 된 것 같다. 마치 원래부터 그 존재가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풀 샷: 활짝 열린 아파트 문. 그 안은 어둡고 텅 비어 보인다. 현수가 불안한 표정으로 문 안을 응시한다. 화면이 서서히 문 안쪽으로 줌인된다. 미나의 거실 한구석에 놓인, 먼지 쌓인 액자 하나가 비춰진다. 액자 속 사진은 흐릿하고, 인물은 알아볼 수 없다. 하지만 그 액자 옆, 바닥에 떨어져 있는, 어제 미나가 주워 올렸던 사과 하나가 보인다. 사과는 검게 썩어가고 있다. 그 옆에는 펜으로 쓴 종이가 나뒹굴고 있다. 글씨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번져 있다.]**

**내레이션 (미나, 공허하고 텅 빈, 그러나 섬뜩하게 만족스러운 목소리):**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나는… 그 존재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고 이 공간도… 이제 우리의 것이 되었다.

**[화면 암전. 정적.]**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