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무너진 요새

강민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무너진 철골 구조물 사이를 살폈다. 흙먼지와 비릿한 피 냄새가 섞인 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방금 전 제국 보급선 급습은 성공했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동료들의 얼굴에는 승리의 희열 대신 깊은 피로와 상실감이 드리워져 있었다. 세 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사지를 뒤덮은 붉은색 제국 문양이 새겨진 보급 상자 몇 개를 끌고 온 것 외에는 남은 게 없었다.

“다들, 무사한가.” 강민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그의 등 뒤에 그림자처럼 서 있던 혜진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일곱 명 부상. 경상 다섯, 중상 둘. 돌아오지 못한 자는… 세 명.” 혜진은 제국이 버려둔 듯한 저격총의 낡은 개머리판을 꽉 쥐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밤의 짐승처럼 날카로웠지만, 동시에 깊은 슬픔을 담고 있었다.

“치료는?” 강민이 물었다.

“상자 안에 의약품이 있기를 바라야죠.” 혜진이 대답했다. “이대로는….”

영감은 낡은 태블릿으로 허공에 펼쳐진 지도를 확대했다. 낡은 회로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지도가 깜빡였다. 제국의 감시망에 찍힌 붉은 점들이 외곽 지역을 훑고 있었다.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예상보다 빠르군. 이쪽으로 오고 있다.” 영감의 손가락이 특정 좌표를 가리켰다. “이 건물은 곧 포위될 거야.”

폐허가 된 공장 지대는 과거 번성했던 산업 도시의 잔해였다. 앙상한 뼈대만 남은 건물들은 잿빛 하늘을 향해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이곳은 그들의 유일한 은신처이자, 절망적인 반란의 작은 불씨를 품고 있는 요새였다. 하지만 제국의 거대한 그림자 아래에서 요새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었다.

“놈들은 우리가 이곳에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강민이 이를 악물었다. 혹시 내부의 배신자가 있었을까? 아니면 제국의 감시 기술이 그들의 허술한 보안망을 뚫고 들어온 것일까? 의심은 독처럼 퍼져나갔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영감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지금은 살아야 해. 놈들은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 올 거다. 그들의 전투함 ‘철의 심장’이 이미 이 부근 상공을 정찰 중이야. 엔진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

강민은 귀를 기울였다. 희미하지만, 분명히 들려오는 웅웅거리는 굉음. 마치 거대한 짐승이 먹이를 찾아 헤매는 듯한 소리였다. 제국의 주력 수송선이자 폭격기, ‘철의 심장’이었다. 그들이 출격했다는 것은 제국이 이번 급습을 단순한 도둑질이 아닌, 반란의 확산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들의 대응은 늘 가차 없었다.

“우린 어디로 가야 합니까?” 부상자들을 부축하던 젊은 동료 하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강민은 지도 위의 붉은 점들을 응시했다. 퇴로가 없었다. 모든 방향에서 포위망이 좁혀오고 있었다. 이대로는 전멸이었다.

“강민, 저들이 오고 있습니다!” 혜진이 폐허의 높은 곳에서 외쳤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섞여 있었다. 먼지 섞인 바람에 실려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무장한 제국군 보병들의 움직임이었다. 그들은 이미 공장 지대의 외곽을 봉쇄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감,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강민이 다급하게 물었다.

영감은 낡은 태블릿 화면을 손가락으로 빠르게 스캔했다. 그의 눈빛은 늙었지만 지혜로 빛나고 있었다. “있긴 하다만… 위험하다. 이 공장 아래에는 과거 도시의 하수도와 연결된 지하 통로가 있어. 폐쇄된 지 수십 년이 넘었지. 지도에도 없는 길이다.”

“지하 통로?” 강민의 눈이 번뜩였다. “놈들이 모를 수도 있습니까?”

“확신할 수 없어. 하지만 이대로 있다간 전부 죽는다. 도박을 해야지.” 영감은 화면의 구석에 있는 작은 점을 가리켰다. “여기가 통로의 입구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과거 이 공장의 지하 발전실과 연결되어 있었지.”

그때, 밖에서 섬광과 함께 굉음이 터졌다. 제국군의 첫 번째 폭격이었다. 공장 건물의 일부가 크게 흔들리며 잔해가 쏟아져 내렸다. 동료들은 비명을 지르며 엎드렸다. 강민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대로 무너져 내리는 건물 아래에서 죽을 순 없었다.

“혜진, 후방을 맡아라! 내가 시간을 벌겠다! 영감, 지하 통로 위치를 찾아내!” 강민이 소리쳤다.

“강민, 혼자서 어떻게…!” 혜진이 반문했지만, 강민은 이미 몸을 날려 제국의 보병들이 진입하는 통로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낡은 자동 소총이 들려 있었다. 녹이 슬고 닳았지만, 여전히 그들의 유일한 무기였다.

강민은 엄폐물 뒤에 몸을 숨겼다. 제국군 보병들이 조준경을 빛내며 진입하고 있었다. 그들의 갑옷은 두껍고 튼튼해 보였으며, 손에 들린 제국 제식 소총은 정교하게 빛났다. 강민은 심장이 터질 듯이 뛰는 것을 느꼈다. 이들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하지만 그는 물러설 수 없었다. 그의 뒤에는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동료들이 있었다.

첫 번째 제국군 보병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강민은 방아쇠를 당겼다. 낡은 총구가 불을 뿜으며 총탄이 튀어나갔다. 보병의 어깨에 명중했지만, 갑옷에 튕겨 나갔다. 제국군의 방어력은 강민의 예상보다 훨씬 뛰어났다.

“젠장!” 강민이 욕설을 내뱉었다.

“적 발견! 은신한 반란군이다! 제압 사격!” 제국군 지휘관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울려 퍼졌다.

곧바로 수십 발의 총탄이 강민의 은신처를 향해 쏟아졌다. 파편이 튀고 흙먼지가 사방으로 퍼졌다. 강민은 겨우 몸을 웅크린 채 버텼다. 이대로는 몇 분도 버티지 못할 터였다.

그때, 멀리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제국군 진형의 후방에서 섬광이 터졌다. 혜진이 움직인 것이었다. 그녀의 저격총이 불을 뿜으며 제국군 병사 하나가 쓰러졌다. 당황한 제국군은 잠시 혼란에 빠졌다. 그 틈을 타 강민은 재빨리 다음 엄폐물로 몸을 날렸다.

“영감, 아직 멀었습니까?” 강민이 무전으로 소리쳤다.

“거의 다 됐다! 발전실 쪽으로 와! 입구가 무너져서 조금 시간이 걸릴 뿐이야!” 영감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발전실. 그곳은 공장 지하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었다. 제국군이 그곳까지 도달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은 제한적이었다.

“혜진! 적의 시선을 끌어줘! 우리는 발전실로 간다!” 강민이 외쳤다.

혜진은 대답 대신 다시 한번 저격총을 발사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사격으로 제국군 지휘관의 헬멧을 박살 냈다. 제국군의 혼란은 더욱 커졌다. 혜진은 혼자서 그들에게 대항하며 시간을 벌고 있었다. 그녀는 강민이 알고 있는 가장 뛰어난 사수였다. 하지만 그녀 역시 인간이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강민은 동료들을 이끌고 폐허를 가로질러 달렸다. 부상자들은 고통에 신음했지만, 이를 악물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의 유일한 희망은 영감이 찾았다는 지하 통로였다. 제국의 압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탈출구.

발전실에 도착했을 때, 영감은 땀을 흘리며 낡은 해체 장비로 거대한 철문을 뜯어내고 있었다. 녹슨 경첩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철문이 서서히 기울어졌다. 그 너머에는 칠흑 같은 어둠이 자리하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냄새와 차가운 공기가 밀려왔다.

“거의 다 됐다! 서둘러!” 영감이 소리쳤다.

바로 그때, 폐허의 입구에서 섬광과 함께 엄청난 폭발음이 울렸다. ‘철의 심장’이 발사한 폭격이었다. 건물 전체가 붕괴되는 듯한 진동이 느껴졌다. 발전실 천장의 콘크리트 조각들이 쏟아져 내렸다.

“젠장! 혜진!” 강민이 외쳤다.

그녀의 무전기에서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공포가 강민의 심장을 꿰뚫었다. 혜진은…

“강민! 시간이 없어! 어서! 이 문이 놈들을 얼마나 막아줄지 몰라!” 영감이 다급하게 재촉했다.

철문 너머의 어둠은 그들을 기다리는 미지의 위협이었지만, 바깥은 확실한 죽음이었다. 강민은 이를 악물고 동료들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의 눈은 혜진이 서 있던 폐허 입구를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무너지는 잔해 사이로, 피에 물든 혜진의 저격총이 땅에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혜진!” 강민의 외침이 폭음과 함께 묻혔다.

“강민! 어서!” 영감이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강민은 비틀거리며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뒤에서 무너지는 건물의 굉음이 모든 것을 삼켰다. 차가운 지하 통로의 공기가 그의 폐부를 찔렀다. 동료들의 절박한 눈빛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들을 이끌고 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다시 한번 빛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혜진의 희생이 그에게는 너무나도 무겁게 다가왔다.

지하 통로의 입구가 무너진 잔해로 완전히 막히는 순간, 그들은 제국으로부터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어둠 속에서, 강민은 직감했다. 이것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시작은, 이전보다 더 잔혹하고 절망적일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