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판타지 (현대 판타지)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챕터 1: 재와 먼지의 도시

도시의 심장부를 관통하던 강철 도로는 이제 거대한 흉터처럼 찢어져 있었다. 균열 사이로 돋아난 이름 모를 넝쿨들이 거대한 빌딩들의 뼈대를 휘감았고, 한때 빛나던 유리창들은 모조리 깨지거나 흙먼지로 뒤덮여 회색빛 하늘을 거울처럼 반사했다. 침묵. 살아있는 것의 소리라곤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하게 폐허가 된 풍경 속에서 이진우는 허리까지 오는 수풀을 헤치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손에는 낡은 철근이 들려 있었다. 한때 번화했던 상점가의 입구를 막고 있던 간판의 잔해였다. 칼날처럼 날카롭진 않았지만, 끝부분이 뾰족하고 무게감이 있어 휘두르면 제법 위협적인 무기가 되었다. 이미 수십 번도 더 휘둘러본 익숙한 무게였다.

“젠장, 아무것도 없네.”

갈라진 입술 새로 건조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사흘째였다. 변변한 식량은 고사하고, 마실 물 한 모금 제대로 찾아내지 못했다. 한때는 온갖 식료품으로 가득했을 대형 마트들은 뼈대만 남은 채 텅 비어 있었고, 그나마 멀쩡한 곳들은 이미 다른 생존자, 혹은 ‘그것들’의 손을 탄 지 오래였다.

햇빛조차 희뿌옇게 걸러지는 회색 먼지로 가득 찬 공기가 폐 속으로 스며들었다. 한때 푸르렀던 도시의 숨결은 재와 흙먼지로 변해버렸다. ‘대변동’이라 불리는 재앙이 세상을 덮친 지 벌써 3년. 문명은 무너졌고, 인간은 소수의 ‘각성자’와 평범한 ‘생존자’로 나뉘어졌다. 그리고 그 사이를 메운 것은 정체불명의 ‘변이체’들이었다.

진우는 무너진 건물의 잔해 사이에서 겨우 몸을 숨기고 주변을 살폈다. 익숙한 그의 ‘육감’이 옅은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무언가 있었다. 그것은 살의나 위협적인 기운이라기보다는, 그저 이질적인 존재감에 가까웠다. 동물의 본능처럼 발달한 그의 감각은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쿵, 쿵.

아주 작고 불규칙적인 진동이 땅을 타고 전해져 왔다. 소리가 아니었다. 피부로 느껴지는 미세한 떨림. 진우는 바닥에 납작 엎드려 무너진 콘크리트 벽 틈새로 시선을 고정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야에 그것이 나타났다.

거대한 바퀴벌레를 연상시키는 매끄러운 검은 갑피. 하지만 일반적인 곤충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거대했다. 몸길이만 해도 사람의 두 배에 달했고, 여섯 개의 다리는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발톱으로 뒤덮여 있었다. 등에는 퇴화한 날개인지, 기괴한 근육 덩어리인지 알 수 없는 주름진 막이 붙어 있었다. ‘그림자 벌레’. 변이체 중에서도 가장 흔하면서도 위협적인 존재 중 하나였다. 이놈들은 어둠과 습기를 좋아했고, 주로 지하에 서식하며 밤에 활동했지만, 먹잇감을 찾기 위해 낮에도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은 무너진 건물 잔해를 휘저으며 무언가를 찾는 듯했다. 끈적하고 역겨운 체액 냄새가 흙먼지 사이로 희미하게 풍겨왔다. 진우는 숨소리조차 죽이고 움직임을 멈췄다. 육감은 여전히 경고를 보내고 있었지만, 지금은 달아날 타이밍이 아니었다. 그림자 벌레는 청각과 후각이 예민했고, 움직이는 것은 무엇이든 집요하게 추적하는 습성이 있었다.

녀석은 천천히 진우가 숨어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진우의 심장이 갈비뼈를 때리며 폭주하기 시작했다.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손에 쥔 철근이 축축해졌다.

그림자 벌레가 진우의 은신처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녀석의 머리에 달린 두 개의 거대한 더듬이가 공중을 휘저었다. 마치 진우의 존재를 감지하려는 듯, 더듬이 끝이 그의 코앞에서 멈췄다. 끔찍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진우는 이를 악물었다. 단 한 번의 움직임도 허락할 수 없었다.

몇 초가 몇 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다행히, 녀석은 더듬이를 거두고는 방향을 틀어 다른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진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 그의 육감이 맹렬하게 경고를 보냈다.

위험!

그림자 벌레의 움직임은 거짓이었다. 녀석은 등 뒤에서 갑자기 몸을 돌려 진우가 숨어있는 잔해를 향해 돌진했다. 진우는 몸을 날렸다. 콰앙! 육중한 몸뚱이가 방금 전까지 그가 있던 벽을 강타했고, 콘크리트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크윽!”

진우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재수 없게 튀어 오른 파편이 그의 팔을 스쳐 지나갔다. 녀석은 한 번 놓친 먹이를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거대한 몸을 이끌고 진우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여섯 개의 다리가 바닥을 긁어대는 소리가 섬뜩했다.

도망칠 곳은 없었다. 진우는 이를 악물었다. 철근을 꽉 움켜쥐었다.

‘지금이야.’

그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날카롭게 변했다. 마치 세상의 모든 정보가 압축되어 그의 뇌리로 쏟아져 들어오는 듯한 감각. 녀석의 움직임, 갑피의 약점, 다음 공격 패턴까지,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처럼 명확하게 보였다. 그의 각성 능력, ‘고감각’이 한계까지 발휘되고 있었다.

그림자 벌레가 거대한 앞다리를 들어 진우를 찍어내리려 했다. 진우는 본능적으로 몸을 틀어 공격을 피하고, 동시에 손에 든 철근을 녀석의 약점인 다리 관절부에 힘껏 찔러 넣었다. 퍽!

“크아악!”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역겨운 초록색 체액이 뿜어져 나왔다. 그림자 벌레는 한쪽 다리를 절단당한 채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진우는 계속해서 공격했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미리 계획된 것처럼 정확하고 효율적이었다. 녀석의 다른 다리 관절, 그리고 등껍질이 얇은 연결 부위를 계속해서 노렸다.

철근이 갑피를 꿰뚫을 때마다 녀석의 몸부림은 더욱 격렬해졌다. 진우의 옷은 이미 녀석의 체액과 흙먼지로 범벅이 되었다. 얼굴에 튄 초록색 피를 닦아낼 새도 없이 그는 녀석의 머리를 향해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쾅! 녀석의 머리통이 찌그러지며 거대한 몸뚱이가 그대로 고꾸라졌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진우는 쓰러진 그림자 벌레를 내려다봤다. 녀석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하아… 하아…”

손에 든 철근이 축 늘어졌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각성 능력을 무리하게 사용한 탓인지 머리가 지끈거리고 온몸의 감각이 과도하게 예민해져 있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겨우 호흡을 가다듬었다.

겨우 한 마리. 고작 그림자 벌레 한 마리를 잡았을 뿐인데, 이렇게나 체력을 소모해야 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평범한 사무직 직원이었다. 엑셀 시트와 씨름하고, 야근에 찌들어 퇴근하던 삶이 전부였다. 그런 그가 지금은 덩치 큰 괴물을 상대로 생존을 걸고 싸우고 있었다.

진우는 허리춤에 매달린 낡은 배낭을 끌어당겼다. 그 안에는 어둠을 밝혀줄 작은 랜턴, 녹슨 나이프, 그리고 이제는 거의 비어가는 물통 하나가 전부였다. 식량은?

그는 죽은 그림자 벌레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비록 역겹고 끔찍한 생김새였지만, 이 녀석 또한 생명이었다. 그리고 이 잔혹한 세상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어떤 것이든 가리지 않아야 했다.

진우는 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떨리는 손으로 녀석의 단단한 갑피 사이를 더듬었다. 얇은 배 부분에 칼날을 꽂아 넣자, 또다시 끈적한 체액이 흘러나왔다. 그는 코를 막고 이를 악물었다. 먹을 수 있는 부위를 찾아내야 했다. 녀석의 생존 방식은 그의 죽음으로 이어졌지만, 이제 그의 생존은 녀석의 죽음에 달렸다.

한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광경.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풍경. 진우는 차갑게 식어가는 그림자 벌레의 내장을 파헤치며 생각했다. 이 재와 먼지로 뒤덮인 도시에서, 그는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대체 무엇을 위해, 그는 이 지옥 같은 생존을 이어가고 있는 걸까.

그의 눈은 흐릿하게 빛나고 있었다. 죽은 동물의 눈이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의 눈이었다. 생존을 향한, 꺼지지 않는 불씨가 담긴 눈. 그는 재와 먼지로 뒤덮인 이 폐허 속에서, 다시금 숨을 고르고 있었다. 다음 사냥을 위해. 다음 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