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철골 숲의 사냥꾼

진우는 녹슨 철골 구조물 사이를 조심스럽게 헤치며 나아갔다. 발아래 부스러지는 콘크리트 조각들은 한때 거대한 빌딩이었을 텐데, 이제는 시간과 퇴적물이 쌓여 거대한 흙무덤처럼 변해 있었다. 하늘은 언제나처럼 잿빛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희미한 빛만이 그의 길을 안내했다. 등 뒤에는 낡은 배낭이 무겁게 짓눌렀고, 한 손에는 녹슨 쇠파이프를 단단히 쥐고 있었다. 그의 유일한 동반자인 ‘삐삐’라는 애칭의 생체 탐지기는 가끔씩 불안정한 소리를 내며 주변의 미약한 생명 반응을 감지하려 애썼다.

마스크 안으로 스며드는 먼지 섞인 공기는 폐부를 긁는 듯했다.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감각이었지만, 여전히 불쾌했다. 이곳은 죽은 도시, 아니, 죽어가다 멈춘 도시에 가까웠다. 한때 문명의 절정이었던 고층 빌딩들은 이제 거대한 괴물의 뼈대처럼 흉측하게 솟아 있었고, 그 틈 사이로는 알 수 없는 넝쿨들이 기이한 보랏빛으로 빛나며 엉켜 있었다. 이곳의 식물들은 더 이상 우리가 알던 식물이 아니었다. 독성을 지닌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때로는 움직이는 것들도 있었다.

진우의 목표는 언제나 같았다. 살아남는 것. 그리고 오늘, 그 목표를 위해 그는 ‘붉은 이삭풀’이라는 희귀한 식물을 찾아 이 위험한 지역까지 깊숙이 들어왔다. 전해지는 소문에 의하면, 이 이삭풀의 씨앗은 비상식량으로 최고이며, 극심한 갈증마저 일시적으로 해소해 줄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빌어먹을 곳에, 정말 그게 있기는 한 걸까?” 진우는 입술을 씹었다. 그의 목은 이미 바싹 말라 있었다. 어제 겨우 찾아낸 고인물은 정화해도 흙내가 가시지 않아 겨우 목만 축이는 수준이었다. 이삭풀의 씨앗이 주는 수분은 그에게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였다.

삐삐가 미세하게 진동했다. ‘틱… 틱…’ 희미하지만 분명한 생명 반응이었다. 진우는 숨을 죽이고 탐지기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 멀리, 무너진 고가도로 아래, 햇빛이 거의 닿지 않는 어두운 틈새에서 희미하게 붉은색 이삭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찾았다…!” 진우의 눈에 희망의 빛이 스쳤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그는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움직였다. 이삭풀이 있는 곳은 구조적으로 매우 불안정해 보였다. 언제 무너져 내릴지 알 수 없는 잔해들이 위태롭게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곳으로 다가갈수록, 삐삐의 경고음은 더욱 빨라지고 불안정해졌다.

‘뭔가 있어.’ 진우는 직감했다. 붉은 이삭풀 주위에는 항상 그것을 노리는 존재들이 있었다. 돌연변이 쥐, 아니면 더 큰 포식자일 수도 있었다. 그는 쇠파이프를 고쳐 잡고 주위를 경계했다. 발자국 소리를 죽이고, 숨소리마저 최대한 억눌렀다. 낡은 금속과 부서진 돌무더기 사이를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그때였다. “크르르르…!” 낮고 굵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렸다. 진우는 재빨리 몸을 숨겼다. 탐지기의 불빛이 맹렬히 깜빡였다. 저것은 돌연변이 들개! 보통의 들개보다 훨씬 크고, 털은 듬성듬성 빠져 흉측한 피부를 드러내고 있었다. 녀석의 눈은 핏발이 서 있었고, 먹잇감을 발견한 듯 이삭풀을 향해 코를 킁킁거렸다. 녀석의 후각은 비할 데 없이 예민할 터였다.

진우는 상황을 계산했다. 들개와 싸울 것인가? 아니면 기다렸다가 기회를 노릴 것인가? 그의 판단은 후자였다. 이삭풀은 그의 목숨과 직결된 것이었다. 녀석이 이삭풀을 훼손하기 전에, 반드시 가져야 했다. 지금 당장 달려들면 놈을 쫓아낼 수는 있겠지만, 제 몸에 상처라도 입으면 이 잿빛 세상에서의 생존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었다.

들개가 이삭풀에 가까이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씨앗을 먹으려는 순간이었다. “지금이다!” 진우는 숨어있던 잔해물 뒤에서 뛰쳐나왔다.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들개에게 달려들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출현에 들개는 놀라 크게 짖어댔다.

“이 빌어먹을 녀석!”

들개는 예상치 못한 공격에 놀라 비명을 질렀다. 녀석의 송곳니가 진우의 팔을 스쳤지만, 다행히 두꺼운 작업복 덕분에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다. 진우는 기세를 놓치지 않고 쇠파이프로 녀석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들개는 비틀거렸다. 진우는 다시 한 번 파이프를 휘둘러 녀석의 머리를 노렸다.

들개는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섰다. 녀석의 눈동자에 공포가 스쳤다. 진우는 그의 상처 입은 옆구리를 보며 씩씩거리는 들개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 “다시는 얼씬거리지 마라.”

들개는 더 이상 싸울 의지가 없는 듯, 꼬리를 내리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진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쓰러질 뻔한 몸을 간신히 지탱했다. 팔뚝이 욱신거렸지만, 뼈에 이상은 없는 듯했다. 다행이었다. 작은 부상 하나가 치명적인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곳이었다.

그는 붉은 이삭풀로 다가갔다. 한 뼘 정도 되는 키에 붉은색 씨앗이 알알이 박혀 있는 모습은, 이 잿빛 세상에서는 기적처럼 아름다웠다. 조심스럽게 이삭풀을 뿌리째 뽑아냈다. 생각보다 많은 씨앗이 달린 튼실한 녀석이었다. 배낭 깊숙한 곳에 소중히 보관했다. 그의 생존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지는 순간이었다.

그때, 진우의 눈에 이삭풀이 자라던 바위 틈새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무엇인가가 들어왔다. 푸른색, 아니, 거의 투명에 가까운 액체가 담긴 작은 유리병이었다. 한때는 약품을 담았을 법한 형태였지만, 이제는 뚜껑이 단단히 닫힌 채로 바위틈에 박혀 있었다. 병에는 알아볼 수 없는 기호와 함께 오래된 라벨이 찢겨 너덜거리고 있었다.

“이건…?” 진우는 떨리는 손으로 병을 들어 올렸다. 병 안의 액체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미세하게 움직였다. 직감적으로 이것이 일반적인 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희귀한 정화수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그의 심장을 뛰게 했다. 아니면, 치명적인 독약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기대감이란 종종 한 줄기 희망이 되기도, 혹은 처절한 절망으로 이끌기도 하는 양날의 검과 같았다.

“젠장, 모험이 너무 많군.” 진우는 픽 웃었다. 하지만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작은 모험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는 유리병을 조심스럽게 배낭 깊숙이 넣었다. 어둠이 짙어지고 있었다. 서둘러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내일의 해가 뜰 때까지, 그는 또 다른 싸움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의 등 뒤로, 잿빛 도시의 숨결이 차갑게 불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