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내 이름은 류한. 이 도시의 수많은 마천루 중 하나에 불과한 낡은 아파트 1301호에 산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붉은 벽돌 건물. 하지만 내 방은 외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벽에는 낡은 황동 기어들이 복잡하게 얽힌 장식용 시계들이 줄지어 걸려 있었고, 책상 위에는 증기압으로 작동하는 자그마한 태엽 인형들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제각기 다른 소리를 냈다. 공기 중에는 쇠 기름 냄새와 뜨거운 증기가 섞인 묘한 향이 늘 감돌았다. 이곳은 나의 연구실이자 은신처였다.

오늘도 나는 늦은 밤까지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낡은 금속 안경 너머로 작은 태엽 부품들을 조립하는 내 손길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정교했다. 심장 박동처럼 규칙적인 증기기관의 칙칙거리는 소리가 유일한 배경음악이었다. 창밖으로는 불야성을 이룬 현대 도시의 전경이 펼쳐져 있었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과 끊임없이 움직이는 차량들의 불빛. 나와는 다른, 빠르고 차가운 세상.

“거의 다 됐어, 아르키메데스.”

나는 내 손바닥만 한 황동 올빼미 인형에 마지막 톱니바퀴를 끼워 넣으며 중얼거렸다. 아르키메데스는 내 오랜 친구이자, 가장 섬세하게 만든 작품 중 하나였다. 이 녀석의 눈동자에 작은 루비를 박아 넣으면, 주변의 습도와 기압을 감지해 날개를 펄럭이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딸깍!

마지막 부품이 제자리에 안착하는 소리가 적막한 방에 울려 퍼졌다.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르키메데스를 작업대 한쪽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이제 증기압을 공급해 줄 작은 파이프만 연결하면 완벽했다.

그때였다.

작업대 위, 아르키메데스 옆에 놓여 있던 낡은 금속 연필이 스르륵 미끄러지더니 바닥으로 떨어졌다.

쨍그랑! 하는 둔탁한 소리가 밤의 정적을 갈랐다.

“어이쿠.”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허리를 숙였다. 피로가 쌓여 손이 미끄러졌거나, 아니면 진동 때문일 거라고. 13층 아파트의 오래된 건물 구조상 작은 진동은 늘 있는 일이었다. 금속 연필을 주워 다시 작업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아르키메데스의 루비 눈동자가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니, 응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고개를 살짝 갸웃하는 듯한 움직임.

“…음?”

나는 눈을 비볐다. 피곤해서 헛것이 보이는 걸까? 아르키메데스는 아직 증기 파이프를 연결하지 않아 움직일 리 없었다. 나는 무심결에 아르키메데스의 머리를 톡톡 건드려 보았다. 움직임은 없었다. 역시 피곤한 탓이겠지.

다시 작업에 집중하려던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차가운 한기가 느껴졌다. 방 안의 보일러는 밤새도록 가동되어 실내 온도를 25도에 맞춰놓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느껴지는 한기는 마치 한겨울 새벽의 칼바람 같았다.

후우욱-

내 책상 위, 오래된 증기식 난로의 밸브가 갑자기 스르륵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난로의 압력계 바늘이 ‘위험’ 구간을 향해 빠르게 치솟았다.

“젠장!”

나는 황급히 난로 쪽으로 몸을 돌렸다. 난로의 밸브는 단단히 고정되어 있어서 손으로는 돌리기 힘들 정도였다. 그런데 저절로 움직였다니? 나는 서둘러 밸브를 잠그려고 손을 뻗었다. 밸브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내 손가락이 닿기도 전에, 밸브는 다시 틱- 하고 원래 위치로 돌아왔다. 압력계의 바늘도 거짓말처럼 안정적인 구간으로 되돌아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는 멍하니 밸브를 바라보았다. 환각이었을까? 하지만 내 손끝에 남은 차가운 감촉은 너무나 생생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난로에서 미묘한 쇠 기름 냄새가 아니라, 비릿하고 알 수 없는 이질적인 냄새가 희미하게 풍겨왔다.

“이게 무슨…”

내가 중얼거리는 순간, 벽에 걸린 거대한 증기 시계의 추가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멈췄다. 원래는 1분에 한 번, 정확하게 좌우로 흔들리며 시계추 특유의 묵직한 소리를 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떤 소리도 없이, 마치 무언가에 붙잡힌 듯 정지해 있었다.

나는 시계를 향해 걸어갔다. 시계는 나의 가장 큰 자랑거리였다. 수천 개의 톱니바퀴와 스프링으로 이루어진 정교한 걸작. 이런 식으로 멈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내 손이 시계에 닿으려던 순간, 시계추가 휙! 하고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는 미친 듯이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태엽이 끊어진 인형처럼. 삐걱거리는 소리가 점차 커지더니, 금속이 긁히는 듯한 불쾌한 소음으로 변했다. 시계의 모든 톱니바퀴가 갑자기 엇나가기 시작하는 것처럼 보였다. 작은 기어들이 제자리에서 튀어 오르고, 내부의 증기 파이프에서는 쉬이익- 하고 압력이 새는 소리가 들려왔다.

압력계의 바늘이 다시 한번 ‘위험’ 구간을 넘어 ‘초과’ 구간까지 치솟았다. 빨간 경고등이 번쩍거리기 시작했다.

“안 돼! 터져!”

나는 본능적으로 외치며 시계에서 멀어졌다. 만약 저 거대한 시계가 터진다면, 이 방은 물론이고 내 모든 소중한 기계들이 파괴될 것이다. 금속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고, 고압의 증기가 뿜어져 나올 터였다.

나는 진정하려고 애썼다. 이건 단순한 기계 고장이 아니었다. 분명, 내가 알 수 없는 어떤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시계의 경고등이 섬뜩하게 깜빡이는 가운데, 거실 한쪽에 세워둔 낡은 금속 마네킹이 스르륵 고개를 돌렸다. 내가 가장 아끼는 증기기관식 자율 작업 보조 인형이었다. 아직 미완성이라 평소에는 미동도 없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 그 텅 빈 철제 눈구멍이 정확히 나를 향해 있었다.

끼이익… 끼이익…

마네킹의 팔다리가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내부에 보이지 않는 실이 매달려 있는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각도로 팔이 들리고, 다리가 미세하게 벌어졌다. 마치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 혹은 괴로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 움직임은 점점 더 격렬해졌다. 팔다리가 휘청거리고, 철제 몸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그 모든 움직임에는 아무런 동력 장치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낡은 금속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소리만이 가득했다.

공포가 심장을 움켜쥐었다. 폴터가이스트. 어릴 적 읽었던 기괴한 소설 속에서나 나올 법한 단어가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이곳은 현대 도시의 아파트, 내 증기기관 연구실이었다. 이런 비과학적인 일이 일어날 리 없었다.

“거기… 누구 있어?”

목소리가 떨렸다. 방 안은 여전히 나 혼자였지만, 수십 개의 눈이 나를 노려보는 듯한 섬뜩한 감각이 들었다.

그때, 나의 작업대 위, 조용히 놓여 있던 아르키메데스가 갑자기 파드득! 하고 날개를 펼쳤다. 증기 파이프는 연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작은 황동 날개는 마치 살아있는 새처럼 격렬하게 퍼덕였다. 루비 눈동자에서는 섬뜩한 붉은 빛이 희미하게 피어올랐다.

그리고 아르키메데스의 작은 부리가 벌어지더니, 금속이 갈리는 듯한 기괴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돌아… 가… 라…”

기계적인 소리. 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가 끝나기가 무섭게, 방 안의 모든 기계들이 미친 듯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벽에 걸린 작은 기압계들이 제멋대로 바늘을 움직였다. 천장의 증기 파이프에서 갑자기 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뜨거운 증기가 아니라, 얼음처럼 차가운 안개였다. 안개는 바닥으로 깔리며 방 안을 뿌옇게 만들었다.

안개 속에서,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작업대 위, 방금 전 주워 올렸던 금속 연필이었다. 연필이 공중에 둥실 떠올랐다. 그리고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종되는 것처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필은 내 가장 아끼는 스케치북 위로 다가갔다. 나는 온몸이 굳은 채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연필이 스케치북 위에 닿았다. 그리고는 거친 필체로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끼이익- 끼이익-

쇠가 긁히는 듯한 소리와 함께 연필은 힘껏 종이를 긁어댔다.
새겨진 글자는 단순한 낙서가 아니었다. 낡은 고대 문헌에서나 보았을 법한, 이해할 수 없는 기하학적인 문양들이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선이 그어지는 순간, 스케치북 전체에서 차가운 푸른빛이 섬광처럼 터져 나왔다.
동시에 내 뒤편, 거대한 증기 시계의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파-앙!

금속 파편과 함께 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시계 내부의 모든 톱니바퀴들이 한순간에 멈춰 섰다. 마치 누군가 시간을 멈춘 것처럼.

그리고 멈춰버린 시계의 압력계 바늘이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초과’ 구간을 넘어, 이제는 ‘파열’을 알리는 붉은색 최상단 지점까지.

그때, 깨진 시계의 시계판에서 섬뜩한 어둠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어둠은 단순한 그림자가 아니었다.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유동하며, 방 안의 모든 빛을 집어삼키는 듯했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수많은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 사이로, 낮은 목소리가 귓전을 파고들었다.

“네… 시대는… 끝났다…”

그것은 기계음이었다. 하지만 차갑고, 고통스러우며, 동시에 압도적인 힘을 가진 존재의 목소리였다. 내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이 방, 나의 모든 것이 이 기괴한 존재의 놀이터가 된 것 같았다.

어둠이 점점 더 시계판을 넘어 방 안 전체로 번져 나가고 있었다. 차가운 한기가 온몸을 감쌌다. 나는 더 이상 숨 쉴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눈앞의 광경은 비현실적이었다. 나의 증기기관들이, 나의 자랑스러운 작품들이, 나를 공격하고 있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당할 수는 없었다. 나의 세상이 이렇게 무너지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내 정신을 아득하게 만드는 섬뜩한 광경이 펼쳐졌다.

어둠 속에서, 깨진 시계의 잔해 위로, 수많은 황동 기어들이 마치 살아있는 눈동자처럼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어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회전하는 순간, 방 안의 모든 불빛이 일제히 꺼졌다.

완벽한 어둠 속에서, 나는 차가운 비명을 삼켜야 했다.
나의 아파트, 나의 증기기관들, 그리고 알 수 없는 이 기괴한 폴터가이스트.
이제, 진짜 밤이 시작될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