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판타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칼날, 붉은 달의 복수 (제13화)

낡은 석벽 틈새로 스며든 달빛은 핏빛이었다. 붉은 달이 드리운 그림자는 춤을 추듯 길게 늘어졌고, 그 그림자 속에서 한 존재가 움직였다. 부드럽고, 조용하게, 마치 태어날 때부터 어둠의 일부였던 것처럼. 삐걱이는 낡은 나무 바닥은 단 한 번도 그의 존재를 고발하지 않았다. 그의 발걸음은 깃털보다 가볍고, 그림자보다 무색했다.

폐허가 된 대성당의 잔해는 차가운 밤공기 속에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한때 성스러운 기도로 가득 찼던 공간은 이제 차가운 돌먼지와 비릿한 피 냄새, 그리고 그의 검은 기운으로 오염되어 있었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창문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마치 애통하는 영혼의 울음소리 같았다.

카이의 눈은 어둠에 완전히 적응해 있었다. 맹수처럼 번뜩이는 시선은 저 멀리, 거대한 석상 아래에서 감시의 눈을 끔벅이는 어둠의 기사들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세 명. 모두 아셀의 휘장을 달고 있었다. 저들은 한때 카이와 같은 전장에서 어깨를 맞대던 이들이었지만, 이제는 그저 방해가 되는 존재들일 뿐이었다. 아니, 어쩌면… 복수의 제물.

“흐음…”

작게 울리는 쉰 목소리는 그 자신에게조차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과거의 그는 명랑하고, 거침없던 전사였다. 그러나 배신은 그를 뼛속까지 바꿔놓았다. 타오르는 복수심과 함께, 그의 존재는 어둠 그 자체가 되었다.

그는 벽에 바싹 몸을 붙이고 움직였다. 차가운 돌의 감촉이 온몸에 스며들었지만, 카이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의 감각은 오직 ‘사냥’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표적은 대성당의 지하 밀실에서 아셀의 명으로 고대 문헌을 해독 중인 ‘에라스’라는 학자였다. 에라스는 아셀이 카이를 함정에 빠뜨릴 때, 교묘한 말재주로 그의 신뢰를 흔들었던 인물 중 하나였다. 그의 혀는 독사보다 간교했고, 그의 눈은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카이의 손에서 검은 그림자가 피어났다. 손가락 끝에서부터 뱀처럼 스멀거리는 그림자는 점차 형체를 갖추더니, 길고 날렵한 단검으로 변했다. 어둠으로 벼려진 칼날은 달빛조차 집어삼킬 듯 새까만 빛을 뿜어냈다.

**쏴아아…**

바람 소리가 잠시 잦아들었을 때, 카이는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그는 그림자 속으로 몸을 던졌다. 그림자는 그를 감쌌고, 다음 순간 카이는 첫 번째 기사의 등 뒤에 홀연히 나타났다. 기사는 인기척을 느끼기도 전에 목덜미에 꽂힌 단검의 차가움에 경직되었다. 단검은 그의 목을 뚫고, 심장을 관통하듯 정확히 박혔다. 으읍, 하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기사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쓰러지는 몸뚱어리는 먼지 하나 일으키지 않고 바닥에 납작 엎드러졌다. 그림자 단검이 다시 카이의 손으로 돌아오며 스르륵 사라졌다.

두 번째 기사가 돌아섰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것이리라.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카이는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그의 잔상은 아직 첫 번째 기사의 뒤에 머물러 있는 듯했으나, 진짜 카이는 이미 두 번째 기사에게 접근한 상태였다. **푹!** 또다시 그림자 단검이 섬광처럼 튀어나와 기사의 관자놀이를 꿰뚫었다. 기사는 눈을 크게 뜨고 허망한 표정으로 쓰러졌다. 그의 시선은 허공 어딘가를 응시한 채 고정되었다.

마지막 기사가 동료들의 죽음을 인지했을 때, 그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서둘러 검을 뽑으려 했지만, 카이는 그런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림자가 기사의 팔을 휘감았고, 그의 움직임을 완전히 봉쇄했다. 기사의 눈은 카이를 향했다.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카이의 눈동자는 마치 저승의 심판관처럼 차갑고 무정했다.

“누… 누구냐… 감히 아셀 폐하의…!”

말을 채 잇기도 전에, 카이의 그림자 단검이 기사의 손목을 날카롭게 베었다. **촤악!** 피가 솟구치며 검은 바닥에 붉은 흔적을 남겼다. 기사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카이의 다른 손이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기사의 눈은 고통과 공포로 물들었다.

“아셀이라… 그래, 그 이름이 네 혀에서 나오는 순간마다, 네놈의 생명은 조금씩 닳아 없어질 거다.”

카이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기사는 바들바들 떨었다. 카이는 그림자 속으로 그의 몸을 끌고 들어갔다. 잔혹하게도, 그의 의식을 지우지 않은 채. 기사의 몸이 사라지자, 대성당에는 다시금 고요가 찾아왔다. 붉은 달빛만이 그들의 흔적을 비출 뿐이었다.

***

대성당 지하.
두꺼운 돌문이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오래된 먼지가 공중으로 흩어졌고, 카이는 무심하게 안으로 들어섰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오래된 종이 냄새가 섞인 습한 공기가 그를 맞았다.

밀실 안은 희미한 마법 램프 불빛으로 밝혀져 있었다. 늙은 학자 에라스는 잔뜩 웅크린 채 고서들을 뒤적이고 있었다. 그의 가는 손가락은 때 묻은 양피지 위를 바쁘게 움직였다. 그의 앞에는 아셀의 휘장이 선명하게 박힌 인장과 문서들이 널려 있었다.

카이는 문을 닫지 않았다. 그저 그곳에 서 있었다. 그의 존재감은 마치 차가운 강철 벽과 같았다. 에라스는 오랫동안 집중하고 있었던 탓인지, 카이의 존재를 바로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종이를 넘기는 소리, 숨을 쉬는 소리만이 밀실을 채웠다.

**파삭!**

카이가 일부러 발밑의 마른 나뭇가지 하나를 밟아 부러뜨렸다. 그제야 에라스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나이가 들어 흐릿했지만, 공포를 읽어내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는 카이의 모습을 보자마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크, 크, 크아악! 누구… 누구냐!”

에라스는 뒤로 나자빠지며 소리쳤다. 그의 손에 들려있던 깃펜이 바닥에 떨어져 잉크 얼룩을 만들었다. 카이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에라스에게 다가갔다. 그의 그림자가 에라스를 덮쳤고, 램프 불빛에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는 마치 거대한 괴물처럼 보였다.

“내 존재를 잊었나, 에라스. 아니면… 잊은 척하고 싶었던 건가?”

카이의 목소리는 낮고 음침했다. 에라스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얼어붙었다. 그의 얼굴은 피 한 방울 없는 시체처럼 변했다.

“카… 카이! 자… 자네가 어떻게… 살아남아…!”

“살아남아서는 안 될 존재라고 생각했겠지. 너희 모두가 그랬을 테니까.”

카이의 눈이 번뜩였다. 에라스는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었다. 그의 입술은 파르르 떨렸고,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아… 아셀 폐하께서… 자네를… 자네를 죽였다고…!”

“죽였다고? 그래, 네놈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믿는 게 편했겠지. 하지만 나는 살아남았다. 배신당한 모든 것을 기억하며, 지옥에서 기어 올라왔지.”

카이는 에라스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에라스의 시선이 카이의 눈에 닿았다. 그 눈 속에서 에라스는 과거의 카이가 아닌, 순수한 증오와 냉혹함으로 가득 찬 낯선 악마를 보았다.

“너는 기억하는가, 에라스. 아셀의 혀가 달콤한 거짓으로 내 귀를 속삭일 때, 옆에서 그 말이 진실이라며 고개를 끄덕이던 네놈의 비열한 웃음을.”

“아… 아니… 나는… 나는 그저 시키는 대로… 폐하의 뜻을…!”

“네놈의 ‘폐하’가 내 목을 칼날 위에 올려놓을 때, 너는 어떤 표정을 지었더라? 환희에 가득 찬 짐승 같았지. 내 눈은 기억한다. 너희 모두의 추악한 얼굴을.”

카이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에라스는 목이 졸려 켁켁거렸다. 얼굴이 퍼렇게 변하기 시작했다.

“기억해라, 에라스. 나는 이제 너희의 안락한 꿈을 깨고, 너희가 묻어버린 모든 진실을 파헤칠 그림자다.”

카이는 에라스의 멱살을 잡아채 그를 바닥에서 들어 올렸다. 늙은 학자의 발이 허공에서 버둥거렸다.

“아셀은 어디에 있지? 네놈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털어놔라. 나를 배신하고, 내 모든 것을 빼앗아 간 그놈에게… 내가 받은 것과 똑같은 고통을 되돌려줄 테니.”

에라스의 눈은 카이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했다. 생명의 위협 앞에서 그는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그는 카이의 손아귀에서 필사적으로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말을 이었다.

“흐읍… 흐읍… 남쪽… 남쪽 마력탑… 폐하께서는… 폐하께서는 그곳에서… 고대의 마법을… 흡수하고 계십니다… 읍… 탑의 수호자들은… 절대 접근을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읍…”

남쪽 마력탑. 그곳은 한때 카이와 아셀이 함께 수련하던 곳이었다. 고대 마법의 잔해가 남아있는 위험한 장소. 아셀이 그곳에서 힘을 흡수하고 있었다니. 카이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번졌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정보는 얻었다. 이제 남은 것은… 네놈이 아셀의 곁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뿐.”

카이의 손에서 다시금 그림자 단검이 튀어나왔다. 에라스의 눈이 마지막 공포로 가득 찼다.

“안 돼…! 제발…! 카이…! 우리… 우리… 친구였잖아…!”

친구. 그 단어가 카이의 귀에 닿자, 그의 심장이 잠시 뒤틀리는 듯했다. 지독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친구? 하! 네놈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친구의 등을 칼로 찌르고, 그가 피 흘리며 쓰러지는 모습을 보며 웃었던 네놈이!”

**촤악!**

그림자 단검은 에라스의 심장을 정확히 꿰뚫었다. 늙은 학자의 눈은 허망하게 위를 응시한 채 고정되었다. 그의 몸은 힘없이 바닥으로 축 늘어졌다. 그림자 단검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카이의 손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카이는 에라스의 시체 위로 무심하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는 에라스의 탁자에 놓인 아셀의 인장과 문서를 챙겼다. 중요한 정보가 될 수도 있었다. 밀실을 빠져나온 카이의 발걸음은 더 이상 멈추지 않았다.

붉은 달은 여전히 하늘에 걸려 있었다. 카이의 눈은 남쪽을 향했다. 아셀. 네놈은 이제 내가 온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네놈이 쌓아 올린 모든 것은 내 손에 의해 무너질 것이며, 네놈의 찬란했던 빛은 어둠 속으로 잠식될 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려라.
나의 복수는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니.

밤하늘을 가르는 핏빛 달 아래, 카이의 그림자는 더욱 깊고 짙어졌다. 그의 다음 목적지는 남쪽 마력탑이었다. 그곳에서 또 어떤 피바람이 불어 닥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아셀에게는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