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험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챕터 1: 심연의 파편

축축한 공기가 폐부를 짓눌렀다. 썩어가는 흙냄새와 피비린내가 뒤섞여 역겨웠다. 강태인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손에 든 낡은 단검을 꽉 쥐었다. 날은 이미 수없이 많은 생명을 베어내며 무뎌졌고, 손잡이는 피와 땀으로 끈적했다. 그의 앞에는 육중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돌연변이 된 거대한 고블린, 그로테스크한 덩치가 동굴의 좁은 통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크으으……!”

고블린의 포효가 귓전을 때렸다. 녀석의 몽둥이가 땅을 찍는 순간, 둔탁한 진동이 발끝에서부터 전신으로 퍼졌다. 태인은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던졌다. 등 뒤의 벽에 흙먼지가 폭발하듯 솟구쳤다. 아슬아슬하게 죽음을 피한 순간이었다.

벌써 일주일째였다. 외부와 단절된 채 이 폐쇄된 F급 던전, ‘회색 동굴’을 헤매는 것도. 원래는 초보 모험가들이 안전하게 경험을 쌓는 곳이었지만, 한 달 전 발생한 마력 폭주로 던전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졌다. 약했던 고블린들은 흉포하게 변했고, 간혹 나타나는 변이체들은 어지간한 C급 던전 몬스터를 능가하는 위력을 냈다. 사람들은 이제 이곳을 ‘죽음의 함정’이라 불렀다. 이곳에 발을 들이는 미친놈은 강태인 하나뿐이었다.

“젠장, 젠장, 젠장…….”

이를 악물었다. 왼쪽 어깨에서 찢어진 상처가 욱신거렸다. 며칠 전 겪었던 기습이었다. 그때 조금만 더 정신을 차렸다면, 아니, 동료가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동료. 그 단어가 뇌리에 박히는 순간, 핏빛 섬광처럼 과거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

그날은 유난히 푸른 하늘이었다. S급 던전, ‘영원의 틈새’ 입구 앞에서 김준혁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태인아, 드디어 우리 차례야! 이번엔 분명 대박 칠 거야!”

준혁의 목소리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옆의 다른 동료들도 들뜬 표정이었다. 태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믿었다. 누구보다 믿었던 친구였다. 어릴 적부터 함께 꿈을 키워왔고, 수많은 역경을 함께 헤쳐나왔던 유일한 동반자. 그와 함께라면 어떤 던전이든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지옥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었다.

던전의 심연, 최후의 보스를 눈앞에 뒀을 때였다. 준혁은 망설임 없이 태인의 등에 단검을 꽂았다. 피가 솟구치고, 온몸의 힘이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뒤이어 다른 동료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그들의 눈에는 더 이상 동료애 따위는 없었다. 오직 욕망과 배신만이 가득했다.

“미안하다, 태인아. 하지만 더 큰 그림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어.”

준혁의 차가운 목소리. 그가 짓던 섬뜩한 미소는 아직도 생생하게 심장을 도려내는 듯했다. 그들은 태인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그의 아이템, 그의 명성, 그의 존재. 그리고 그를 죽음의 문턱에 던져두고 유유히 사라졌다.

지독한 고통 속에서, 태인은 저주했다. 살아남으면 반드시 복수하리라. 온몸의 뼈가 부서지고 살점이 뜯겨나가도, 이 저주스러운 생명을 이어가 복수하리라.

***

“크르르르!”

고블린의 다시 한번 몽둥이를 치켜들었다. 끔찍한 기억은 태인의 분노를 더욱 부채질할 뿐이었다. 그는 더 이상 과거에 갇혀 있을 수 없었다. 지금은 생존이 우선이었다. 그리고 생존은 곧 복수를 위한 길이었다.

태인은 자세를 낮췄다. 낡은 단검의 날카로운 부분으로 고블린의 발목을 노렸다. 녀석은 예상치 못한 공격에 휘청거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태인은 마치 그림자처럼 고블린의 옆구리로 파고들었다. 어깨의 통증이 비명을 질렀지만, 그는 무시했다.

*쉬이익!*

단검이 고블린의 옆구리를 깊숙이 찔렀다. 녀석의 거친 피부와 단단한 근육을 뚫고 들어가는 감각이 손아귀에 생생하게 전해졌다. 고블린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틀거렸다. 독이 발린 칼날 덕분인지, 녀석의 움직임이 현저히 느려졌다.

이곳에서 그는 독을 만드는 방법을 익혔다. 던전에 버려진 독성 식물과 몬스터의 부산물을 이용한, 어설프지만 치명적인 독.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발버둥이었다.

고블린의 눈빛에 공포가 서렸다. 하지만 녀석은 아직 죽지 않았다. 거대한 손이 태인의 목을 향해 뻗어왔다. 태인은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마지막 일격을 준비했다. 온몸의 기력을 끌어모아 단검을 고쳐 잡았다.

“죽어라……!”

낮게 으르렁거리는 목소리. 그의 눈빛은 맹렬한 짐승 같았다. 태인은 고블린의 어깨를 딛고 몸을 띄웠다. 녀석의 머리 위로 솟구쳐 오르며 단검을 녀석의 정수리에 박아 넣었다.

*콰직!*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렸다. 고블린은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육중한 몸뚱이가 먼지를 일으키며 굉음을 냈다. 그리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태인은 고블린의 몸 위에서 미끄러져 내려왔다. 무릎이 풀려 주저앉았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어깨의 상처에서 다시금 피가 뿜어져 나왔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죽지 않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와중에도 그의 시선은 고블린이 죽은 자리에 생성된 마력 결정에 고정되었다. 회색빛으로 희미하게 빛나는 결정. 보통 F급 몬스터에게서는 나오지 않는, 변이 던전에서만 간혹 발견되는 특이한 것이었다.

힘들게 손을 뻗어 결정을 움켜쥐었다. 손바닥에 닿는 차가운 감촉. 이 결정은 일반적인 마력 결정보다 훨씬 순도가 높았다. 이것 하나면 던전 밖에서 며칠은 버틸 수 있는 돈이 될 것이다. 아니,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결정의 표면에는 희미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오래된 언어로 쓰여진 글자 같기도 하고, 무언가의 상징 같기도 했다. 태인이 결정을 쥐는 순간, 따뜻한 기운이 손끝에서부터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어깨의 고통이 잠시 잊혔다. 마력 결정이 그의 몸속으로 흡수되고 있었다.

*스킬 [파멸의 그림자]를 습득했습니다.*
*스킬 [파멸의 그림자] 레벨이 1 상승했습니다.*
*패시브 스킬 [복수의 맹세] 레벨이 1 상승했습니다.*

귓가에 차가운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태인의 눈이 크게 뜨였다. 스킬을 습득하고, 그것도 즉시 레벨이 오르다니. 게다가 ‘복수의 맹세’라는 패시브 스킬까지. 이런 일은 던전 탐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었다. 회색빛 결정이 그의 몸속으로 완전히 흡수되자, 손바닥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것은 단순한 우연일까? 아니면, 운명이라는 것이 다시금 그에게 기회를 준 것일까?

태인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온몸의 통증은 여전했지만, 심장이 격렬하게 두근거렸다. 꺼져가던 불씨가 다시금 타오르는 듯했다. 배신자의 얼굴이 다시금 뇌리를 스쳤다.

“김준혁…….”

태인의 입에서 섬뜩한 이름이 흘러나왔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절망으로 가득 찬 것이 아니었다. 깊은 심연의 바닥에서 솟아난, 차갑고 날카로운 복수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기다려라. 나는, 다시 살아났다. 너희가 나를 버린 곳에서, 나는 다시 태어났다.”

그의 발걸음은 비틀거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어두운 동굴, 그 끝에 드리운 그림자는 더 이상 그를 두렵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그림자 속에서, 강태인은 더욱 단단한 존재로 변모하고 있었다. 칼날이 될 시간이었다. 피를 부를 복수의 칼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