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가 아득한 어둠에 잠겨 있었다.
오직 내 몸을 꿰뚫는 고통만이, 이 지독한 침묵 속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감각이었다.
그것은 마치 심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찢겨 나가는 듯한 격렬한 고통이었고, 의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리게 하는 족쇄와도 같았다.
나는 현(玄).
한때 청운문(靑雲門)의 지고지순한 태사(太師)였고,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신동이라 불렸다.
내 손에 들린 검 한 자루에 천지가 울었고, 내 입에서 뿜어져 나온 한마디 법결(法訣)에 만물이 고개를 숙였다.
내가 지나온 길은 승리와 영광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모든 이들이 나를 우러러보았고, 그중에서도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뜨거운 눈으로 나를 따르던 이가 바로 무영(無影)이었다.
무영. 나의 오랜 벗. 나의 하나뿐인 지기(知己).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어깨를 나란히 하고 수련했으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수없이 함께 넘나들었다.
단 한 순간도 그를 의심해 본 적 없었다.
내 모든 것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유일한 존재.
그랬던 그가… 나를 배신했다.
그날은 봉황령(鳳凰嶺)의 가장 깊은 곳, 천선지핵(天仙之核)이 잠들어 있다는 비경에 들어선 날이었다.
천 년 동안 단 한 번도 그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았던, 오직 청운문의 전설 속에서만 존재하던 성역.
천선지핵은 모든 기운의 근원이자, 불멸의 경지에 이르는 열쇠라고 일컬어졌다.
수많은 희생과 노력을 거쳐, 마침내 내가 그 문을 열었다.
무영은 내 곁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의 성공을 누구보다 진심으로 기뻐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었다.
“현아, 마침내 네가 해냈구나! 천선지핵의 힘을 얻어, 너는 진정한 선인(仙人)의 반열에 오를 것이다!”
무영의 목소리는 기쁨과 흥분으로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천선지핵이 내뿜는 압도적인 기운에 몸을 맡겼다.
온몸의 혈맥이 깨어나고, 단전(丹田) 속의 기운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흡수하는 순간, 나는 새로운 차원의 존재로 거듭날 터였다.
그때였다.
내 등 뒤에서 섬광이 터졌고, 찢어지는 듯한 비명과 함께 등골을 관통하는 칼날의 감촉이 느껴졌다.
“커헉…!”
고통은 찰나였고, 그 뒤를 이은 것은 형언할 수 없는 충격과 배신감이었다.
온몸의 기운이 순식간에 역류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무엇보다도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내 몸을 꿰뚫은 그 검의 기운이 너무나도 익숙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나와 무영이 함께 수련했던, 청운문의 비전(秘傳) 검술이었다.
그 검을 든 손의 감촉도, 너무나도 익숙했다.
나는 겨우 고개를 돌렸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차갑게 식어버린 무영의 얼굴이었다.
그의 입술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그 눈빛에는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섬뜩한 욕망과 탐욕이 이글거렸다.
“어… 어째서… 무영…?”
내 목소리는 피와 고통에 젖어 허공에 흩어졌다.
그는 대답 대신, 검날을 비틀며 더욱 깊숙이 찔러 넣었다.
내 단전이 터져 나가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어째서냐고? 바보 같은 자식. 천선지핵은 오직 하나뿐. 네가 그것을 얻어 선인이 되면, 나는 영원히 네 그림자로 살아야 하는데, 어찌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있겠느냐?”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기쁨으로 떨리지 않았다. 차갑고 비웃음 가득한 비수였다.
“너는 너무나도 강했다. 네 옆에 서면 늘 빛을 잃는 것은 나였다. 하지만 이제 다르다. 네 모든 것을 내가 취하고, 네 자리를 내가 차지할 것이다. 청운문의 태사? 진정한 선인? 그 모든 영광은 이제 나의 것이 될 것이다!”
무영은 내 몸에 박힌 검을 뽑아내며, 내 주위에 휘몰아치던 천선지핵의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길이 닿자, 그 강력한 기운은 마치 그의 것인 양 순순히 그에게 빨려 들어갔다.
나는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내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단전은 산산조각 났고, 온몸의 혈맥은 끊어져 기운이 흐트러졌다.
이것은 단순한 부상이 아니었다. 영원히 회복될 수 없는, 존재 자체의 파괴였다.
내 모든 공력, 내 모든 영광이 한순간에 허물어지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이 기운! 이 힘! 현아, 네가 그토록 갈망했던 힘은 결국 내 것이 되었다!”
무영의 웃음소리는 봉황령의 깊은 골짜기를 울렸다.
그의 눈빛은 점차 오만함과 광기로 물들어갔다.
그는 마치 내 모든 것을 흡수한 듯, 더욱 거대하고 강력한 존재로 변해가는 것 같았다.
나는 그를 노려보았다.
피와 눈물이 뒤섞인 시야 속에서도, 그의 섬뜩한 미소는 너무나도 선명했다.
“잊지 마라, 무영… 내가… 너를… 반드시… 죽여… 복수하리라…!”
내 목소리는 찢어지는 듯한 절규였고,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낸 저주였다.
무영은 피식 웃었다.
“복수? 이 지경이 된 네가? 너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이 봉황령의 깊은 골짜기에서 짐승의 먹이가 될 뿐이다. 네 이름은 역사 속에서 사라지고, 나는 네 모든 것을 물려받아 새로운 전설이 될 것이다!”
그는 나를 발로 찼고, 나는 벼랑 끝으로 굴러떨어졌다.
차가운 바닥을 구르며, 내 몸은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뼈가 부러지고, 살점이 찢겨 나가는 고통은 이미 익숙해진 지 오래였다.
의식이 멀어지는 순간에도, 내 마음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이 선명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복수.
그는 나를 모든 것을 빼앗고 지옥으로 떨어뜨렸다.
하지만 나는 죽지 않을 것이다.
설령 영혼이 산산조각 나더라도, 이 육신이 재가 되더라도, 나는 기필코 살아남아 그에게 고통을 되갚아 줄 것이다.
이 피로 물든 서약은, 내 모든 것이 무너진 이 순간, 새롭게 시작되는 내 삶의 유일한 목적이 될 것이었다.
차가운 심연 속으로 떨어지며, 내 정신은 완전히 끊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 찰나의 어둠 속에서, 나는 희미한 빛줄기를 보았다.
그것은 마치 내 모든 분노와 증오가 응축된 듯한, 붉고 강렬한 빛이었다.
나는 그 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니, 내 영혼이 그 빛을 갈구했다.
내 생명이, 내 존재가, 무영에게 복수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순간, 역설적이게도 나의 진정한 복수극은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희미한 기운이 내 주변을 감싸는 것을 느꼈다.
나는 죽지 않았다.
아직은.
절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