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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연의 퍼즐: 흑염의 밀실 살인

**장르:** 추리 미스터리
**핵심 줄거리:**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외딴 저택에서 벌어진 밀실 살인. 천재 탐정 강서진은 완벽해 보이는 트릭 뒤에 숨겨진 인간의 어두운 욕망과 치밀한 계획을 파헤친다.

**캐릭터:**

* **강서진 (姜瑞珍):** (20대 후반) 냉철한 이성과 예리한 관찰력을 지닌 천재 탐정. ‘심연의 눈’이라 불리며 복잡한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본다. 우아하면서도 실용적인 옷차림을 선호한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인간 본연의 어둠에 대한 깊은 통찰을 가지고 있다.
* **김형사 (金刑事):** (40대 후반) 베테랑 강력계 형사. 풍부한 현장 경험과 묵직한 추진력을 가졌다. 처음에는 서진의 비범함을 다소 부담스러워하지만, 점차 그녀의 능력에 깊은 신뢰를 보낸다.
* **한태성 (韓泰成):** (60대) 흑염의 저택의 주인이자 살해당한 피해자. 고서적과 기묘한 기계 장치들을 수집하는 괴팍한 부호. 극심한 편집증과 은둔적인 성격으로 외부와 교류가 거의 없었다.
* **박집사 (朴執事):** (50대) 한태성을 오랫동안 모셔온 집사.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포커페이스의 소유자. 저택의 모든 것을 관리하며, 피해자를 처음 발견한 인물이다.
* **이지은 (李智恩):** (30대 초반) 한태성의 비서. 피해자의 복잡한 일상을 도왔다. 다소 소심하고 겁이 많아 보이지만, 사건 앞에서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 **최민혁 (崔敏赫):** (40대 중반) 피해자와 사업적으로 얽힌 옛 동업자이자 라이벌. 최근 피해자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고 알려져 있다. 날카로운 인상과 강렬한 눈빛을 지녔다.

### EPISODE 1: 흑염 속 비극

**[장면 1] – 비극의 서막**

**[밤] – [흑염의 저택 외경]**

[음악] – 낮고 웅장한 현악기 선율, 비바람과 천둥 소리.

[카메라] – [롱 숏] / 폭풍우가 몰아치는 칠흑 같은 밤. 고딕 양식의 거대한 저택이 번개가 번쩍일 때마다 섬뜩한 실루엣을 드러낸다. 거대한 철문은 빗물에 젖어 음산하게 빛난다.

(천둥 소리 크게 울림. 번개가 다시 번쩍이며 저택의 창문을 비춘다. 창문 너머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인다.)

[카메라] – [클로즈업] / 저택 입구의 낡은 초인종. 빗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초인종 소리. 길게 울린다.)

[카메라] – [미디엄 숏] / 박집사가 문을 열고 우산을 든 채 밖을 내다본다. 그의 얼굴은 피곤함과 무표정함이 공존한다. 흰 장갑을 낀 손이 느릿하게 문고리를 잡고 있다.

박집사
(나직하게, 감정 없이)
– …누구신지? 이런 궂은 날씨에…

(정적. 바람 소리만 거세다. 아무도 없다. 박집사,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한다. 문을 닫으려 할 때, 그의 시선이 문턱 아래를 스친다.)

[카메라] – [익스트림 클로즈업] / 문틈으로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붉은 액체. 빗물에 섞여 서서히 번져 나간다.

(박집사의 눈이 서서히 커진다. 그의 손이 문고리에서 떨어진다. 흰 장갑 위로 빗방울이 맺힌다.)

박집사
(경악에 찬 목소리로, 평소답지 않게 흔들리며)
– …아니… 이, 이건…

[카메라] – [클로즈업] / 박집사의 흔들리는 시선이 붉은 액체를 따라 저택 안쪽으로 향한다. 그의 얼굴에 공포가 스친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주춤 뒤로 물러난다. 비틀거린다.)

[전환] – [컷]

**[장면 2] – 밀실의 초상**

**[밤] – [한태성의 서재 내부]**

[음악] –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낮은 베이스와 불협화음. 빗소리는 계속된다.

[카메라] – [패닝 숏] / 경찰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서재 내부를 천천히 비춘다. 온갖 고서적과 기묘한 골동품, 기계 장치들이 벽면 가득 채워져 있다. 고풍스러운 가구들, 무거운 분위기.

[카메라] – [미디엄 숏] / 김형사가 서재 중앙, 거대한 앤티크 책상에 엎어져 있는 한태성의 시신을 내려다본다. 등에는 칼이 깊숙이 박혀 있고, 주변은 핏물로 흥건하다. 책상 위 서류들이 엉망이 되어 있다.

김형사
(낮은 목소리로)
– 완벽한 밀실… 문은 안에서 잠겼고, 창문은 쇠창살에 이중 잠금. 지문 감식 결과, 외부 침입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김형사, 머리를 감싸 쥐며 한숨을 쉰다.)

[카메라] – [클로즈업] / 한태성의 얼굴. 고통과 원망이 뒤섞인 듯 일그러져 있다. 그의 손은 무언가를 강하게 움켜쥐고 있다.

[카메라] – [미디엄 숏] / 김형사가 수사관에게 무전한다.

김형사
(무전기에 대고)
– 박 형사, 저택 출입 기록 다시 확인해. 밤새 누가 들락거렸을 리는 없지만, 혹시 모르니. 그리고… 강 탐정님께 연락 넣어. 이런 사건은… 역시 그분 아니면 안 되겠군.

(서재 문이 조용히 열리고, 강서진이 들어선다. 그녀는 검은 트렌치코트를 입고, 가느다란 손에는 검은 가죽 장갑이 끼워져 있다. 그녀의 시선은 망설임 없이 곧장 시신을 향한다.)

[카메라] – [풀 숏] / 서재 문 앞에 선 강서진. 그 뒤로 경찰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대비된다. 서진의 얼굴은 차분하고 분석적이다.

강서진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 밀실. 그리고 피해자는 부호. 전형적이지만 가장 어려운 유형이죠. 김형사님,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김형사
(서진을 돌아보며 안도하는 표정을 지으려 노력하지만, 여전히 혼란스러워 보인다)
– 오셨군요, 강 탐정님.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상황은…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김형사, 한태성의 서재 상황을 상세히 설명한다. 서진은 묵묵히 들으며, 눈은 끊임없이 주변을 훑는다. 그녀의 시선은 책상, 벽의 서적, 천장, 바닥, 심지어 공기 중의 미세한 먼지까지 놓치지 않는다.)

[카메라] – [클로즈업] / 서진의 눈. 날카롭게 빛나며 마치 엑스레이처럼 모든 것을 투시하는 듯하다.

(서진이 시신에 다가선다. 김형사가 만류하려 하지만, 그녀의 단호한 시선에 이내 포기한다.)

강서진
(나직하게)
– 사인은 등 부위 자상에 의한 과다 출혈. 흉기는… 저 편지칼이군요.

(그녀는 시신에 박힌, 손잡이에 정교한 용 문양이 새겨진 은빛 편지칼을 응시한다.)

[카메라] – [클로즈업] / 편지칼 손잡이의 용 문양. 섬뜩하게 빛난다.

강서진
(시선을 돌려, 문 쪽을 향하며)
–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다고요. 잠금장치는요?

김형사
– 특이하게 앤티크 스타일의 잠금장치인데, 전자식 보조 장치가 되어 있었습니다. 외부에서 강제로 열려는 흔적은 전혀 없고, 안에서 걸쇠가 내려져 있었습니다. 열쇠는 피해자의 주머니에 있었고요.

강서진
(천천히 문고리를 만져본다. 흰 장갑 위로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느껴지는 듯하다)
– 그렇다면 범인은 대체 어떻게? 아니, 어쩌면 범인은 존재하지 않는 걸지도요.

김형사
(놀라며)
– 자살이라고요? 하지만 이건 명백한 타살입니다. 등 부위 자상이라니… 스스로는 불가능합니다.

강서진
(엷은 미소를 지으며)
–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김형사님. 때로는 진실이 가장 기이한 모습으로 숨어있을 때가 있죠.

(그녀는 시선을 돌려, 서재의 높은 천장을 응시한다. 천장 모서리에 달린 샹들리에가 희미하게 흔들리는 것을 본다.)

[전환] – [컷]

**[장면 3] – 그림자 속 증언**

**[밤] – [저택의 응접실]**

[음악] –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인물의 감정에 초점.

[카메라] – [미디엄 숏] / 응접실 소파에 앉아있는 이지은 비서. 두 손을 꼭 쥐고 눈물을 글썽인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다. 옆에는 박집사가 미동도 없이 서 있다.

강서진
(이지은을 응시하며)
– 이지은 씨, 한태성 씨를 마지막으로 본 건 언제였죠?

이지은
(흐느끼며)
– 오늘 오후 3시쯤이요… 서재에 들어가셨어요. 서류 정리를 도와드렸는데… 그분, 평소보다 훨씬 예민해 보이셨어요. 계속해서 최민혁 씨 이야기를 꺼내셨어요. “그 자식이 내 것을 탐낸다”, “가만두지 않겠다” 하시면서…

[카메라] – [클로즈업] / 이지은의 손. 떨리는 손으로 손수건을 꽉 쥐고 있다.

강서진
– 최민혁 씨라면, 피해자와 사업상 분쟁이 있었던 분인가요?

이지은
– 네… 오래된 악연이라고들 하죠. 최근에는 더 심해지셔서… 제가 보기엔 거의 강박에 가까웠어요. 최민혁 씨가 저택에 왔을 때도 매번 싸움이 벌어졌고…

강서진
(박집사를 돌아본다)
– 박집사님, 이지은 씨의 말에 동의하시나요?

박집사
(절제된 목소리로)
– 네. 두 분의 감정의 골은 매우 깊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최민혁 씨를 거의 광적으로 증오하셨습니다. 최근 한 달간은 특히 심하셨습니다.

[카메라] – [풀 숏] / 서진이 응접실 중앙에 서서 두 사람을 번갈아 본다. 그녀의 시선은 박집사의 미세한 표정 변화와 이지은의 숨소리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다.

강서진
(고개를 끄덕이며)
– 알겠습니다. 그럼 최민혁 씨를 만나봐야겠군요.

(잠시 후, 최민혁이 경찰과 함께 응접실로 들어선다. 그는 다소 피곤해 보이지만, 눈빛은 날카롭다. 이지은은 그를 보자마자 몸을 움츠린다.)

[카메라] – [미디엄 숏] / 강서진과 최민혁이 마주 본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강서진
– 최민혁 씨. 한태성 씨의 사망 소식은 들으셨겠죠.

최민혁
(비웃듯이)
– 들었습니다. 유감스럽네요. 하지만 강탐정님이 절 용의자로 보는 눈치인데… 저에겐 알리바이가 있습니다. 어젯밤 내내 중요한 사업 파트너와 만찬을 가졌고, 증인도 확실합니다. 이 저택에는 발도 들여놓지 않았습니다.

강서진
– 피해자와 마지막으로 대화한 건 언제였습니까?

최민혁
– 며칠 전, 전화로요. 사업 건으로 불쾌한 언쟁이 있었습니다. 그 양반, 갈수록 편집증이 심해져서… 제 말은 들어먹지도 않았죠. 제가 그를 죽일 만큼 미워했냐고요? 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직접 죽이진 않았습니다. 그럴 이유도 없고요. 어차피 그 자리에 제가 없다는 걸 알지 않습니까?

(최민혁은 강서진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그의 눈에는 분노와 함께 억울함이 섞여 있다.)

강서진
(최민혁의 시선을 피하지 않으며)
– 당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려던 사람이 당신을 죽였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최민혁
(어리둥절해 하며)
– 무슨… 억측이십니까?

강서진
– 아니요. 어쩌면 그는 마지막까지 당신을 미워했고, 그 증오를 당신에게 덮어씌우려 했을지도 모릅니다.

(최민혁은 서진의 말에 침묵한다. 이지은은 불안한 표정으로 그들을 번갈아 보고, 박집사는 여전히 무표정하다.)

[전환] – [페이드 아웃]

**[장면 4] – 진실의 조각들**

**[밤] – [한태성의 서재 내부]**

[음악] – 탐색적이고 미스터리한 분위기. 빗소리는 점차 잦아든다.

[카메라] – [클로즈업] / 강서진의 손이 한태성 시신의 옆에 놓인 서류들을 조심스럽게 살핀다. 핏자국이 희미하게 번져있다.

(서진이 시신에 박힌 편지칼을 다시 한 번 응시한다. 칼날이 박힌 깊이, 각도, 그리고 손잡이의 위치.)

강서진
(혼잣말처럼)
– 등 부위 자상… 확실히 스스로는 어렵죠. 하지만 불가능은 아닙니다.

(그녀는 서서히 일어서서 주변을 다시 살핀다. 책상 위 정교한 금속 조각상, 오래된 시계, 그리고 먼지 한 톨 없는 듯한 깔끔한 서가.)

[카메라] – [클로즈업] / 서진의 시선이 책상 모서리 아래,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묻은 아주 미세한 긁힌 자국을 발견한다. 빛에 반사되어 겨우 보이는 정도다.

[카메라] – [클로즈업] / 서진의 시선이 서재의 높은 천장을 향한다. 샹들리에 옆에 달린, 거의 사용하지 않아 보이는 앤티크 천장 선풍기. 그 선풍기 날개 위에 미세한 먼지층이 쌓여 있는데, 그 위에 마치 무언가 스쳐 지나간 듯한 희미한 자국이 보인다. 다른 곳의 먼지층과는 다른 불규칙한 패턴이다.

(서진의 눈이 가늘어진다. 그녀는 손에 낀 장갑을 벗어 주머니에 넣고, 맨손으로 주머니에서 작은 휴대용 손전등을 꺼낸다. 빛을 이용해 천장 선풍기를 다시 비춰본다.)

강서진
(나직하게)
– …이것은…

(그녀는 시선을 아래로 내린다. 벽면을 가득 채운 서가 중, 가장 높은 칸에 꽂혀 있는 희귀한 고서 한 권이 다른 책들과 달리 아주 미세하게 앞으로 튀어나와 있다. 다른 책들은 칼같이 정렬되어 있다.)

[카메라] – [클로즈업] / 살짝 튀어나온 고서. 그 옆 책들과의 미세한 간격.

(서진은 김형사를 부른다.)

강서진
– 김형사님, 여기 있는 스텝 사다리 좀 빌려주시겠어요?

(김형사가 사다리를 가져다주고, 서진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미세하게 튀어나온 고서를 손으로 밀어본다. 고서는 저절로 스르륵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동시에, 책장 상단에서 아주 미세한 ‘딸깍’ 하는 소리가 울린다.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소리다.)

[카메라] – [클로즈업] / 서진의 귀. 작은 소리에도 반응한다.

강서진
(고개를 갸웃하며 책장 상단과 천장 사이의 공간을 자세히 살핀다)
– 역시… 그렇군요.

(그녀는 다시 아래로 내려온다. 그리고 한태성의 시신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의 굳게 쥔 손에 다시 집중한다.)

[카메라] – [익스트림 클로즈업] / 한태성의 굳게 쥔 손. 그녀가 조심스럽게 그의 손가락을 펴자, 손바닥 안에 작은 나무 조각이 들려있다. 정교하게 조각된 새의 날개 일부분으로 보인다. 금방 부서진 듯 단면이 거칠다.

강서진
(나무 조각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며)
– 이걸 마지막 순간까지 쥐고 있었군요…

(그녀의 눈빛이 더욱 깊어진다. 모든 조각이 맞춰지는 듯한 섬광이 스쳐 지나간다.)

[전환] – [컷]

**[장면 5] – 완벽한 자살**

**[밤] – [한태성의 서재 내부]**

[음악] – 웅장하고 결론적인 분위기.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는 듯한 느낌.

[카메라] – [풀 숏] / 서재 중앙. 강서진이 모든 용의자(박집사, 이지은, 최민혁)와 김형사를 앞에 두고 서 있다. 그녀의 뒤로는 시신이 옮겨진 텅 빈 책상이 놓여있다.

강서진
(차분하고 명확한 목소리로)
– 이 사건은 밀실 살인이 아닙니다. 아니, 정확히는 ‘살인으로 위장된 자살’입니다.

(김형사, 이지은, 최민혁 모두 경악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박집사만이 미세하게 눈썹을 움직일 뿐이다.)

김형사
(놀라움에 목소리가 커진다)
– 자살이라고요? 하지만 등 부위에 칼이 박힌 채 발견됐지 않습니까! 어떻게 스스로…

강서진
(김형사의 말을 자르며)
– 바로 그 점이 범인… 아니, 피해자 한태성 씨의 가장 교묘한 트릭이었습니다. 그는 죽음의 순간까지 최민혁 씨를 향한 복수심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 복수심이 이런 완벽한 자살을 연출하게 했습니다.

(모든 시선이 최민혁에게 쏠린다. 최민혁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다.)

최민혁
(더듬거리며)
– 말도 안 돼! 나를… 나를 죽이려 했다고? 그럴 리가!

강서진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간다)
– 이 서재는 한태성 씨의 집착의 결정체입니다. 그 중에서도 서재 문에 달린 잠금장치는 그가 직접 개조한 것이었죠. 앤티크 스타일의 잠금장치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아주 미세한 전자식 잠금장치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스스로 문을 잠갔으니까요.

[카메라] – [플래시백 시퀀스 시작] / 서진의 설명과 함께 과거 상황이 재연되는 듯한 연출.

**[플래시백: 서재 내부]**

[음악] –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낮은 현악기.

[카메라] – [미디엄 숏] / 한태성이 서재로 들어와 뒤돌아 문을 잠근다. 그의 얼굴에는 편집증적인 만족감이 서려 있다.

[카메라] – [클로즈업] / 그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잠그고, 열쇠를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플래시백 끝]**

강서진
– 그는 평생을 복수심에 시달리며 살아온 사람이었습니다. 특히 최민혁 씨에게요. 그래서 죽음의 순간마저 최민혁 씨를 파멸시키려 했습니다. 그를 범인으로 지목할 만한 모든 증거를 미리 심어두었죠.

(서진이 천장 선풍기 쪽을 손으로 가리킨다.)

강서진
– 선풍기 날개 위의 미세한 먼지 자국. 그리고 저 고서적. 한태성 씨는 오랜 기간 이 죽음을 계획했습니다. 그는 서재 천장에 정교한 장치를 설치했습니다. 고서를 이용한 일종의 도르래 장치였습니다.

**[플래시백: 서재 내부]**

[음악] – 정교한 기계가 움직이는 듯한 소리.

[카메라] – [풀 숏] / 한태성이 책장 상단에 있는 고서를 살짝 당기자, 천장 위쪽에서 미세한 끈이 내려온다. 끈은 서재 중앙 샹들리에 옆에 매달린 은빛 편지칼과 연결되어 있다.

[카메라] – [클로즈업] / 편지칼이 살짝 흔들린다.

[카메라] – [미디엄 숏] / 한태성이 의자에 앉아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그의 등은 정확히 편지칼이 떨어질 위치에 놓여 있다. 그는 작은 나무 조각상, 즉 새의 형상을 한 조각을 손에 쥐고 끈과 연결한다.

**[플래시백 끝]**

강서진
– 한태성 씨는 이 편지칼을 끈으로 연결하여 천장에 매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끈은 책장 상단에 있는 고서와 연결된 도르래 시스템을 통해 작동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그가 의자에 앉아 특정한 자세를 취하면, 책상 위의 무언가가 고서적과 연결된 끈을 건드리게 되는 구조였죠. 혹은 그가 직접 손에 쥔 이 작은 나무 조각을 당겨서 끈을 움직였을 수도 있습니다.

(서진은 손에 든 작은 나무 새 조각을 들어 올린다.)

강서진
– 이 작은 나무 조각은 최민혁 씨가 어린 시절 한태성 씨에게 선물했던 ‘새’ 조각상의 일부입니다. 한태성 씨는 이 조각상을 마지막까지 쥐고 있었습니다. 마치 최민혁 씨가 자신을 죽였다는 증거처럼 말이죠. 하지만 그는 이 조각상을 스스로 부숴 떨어뜨리며, 끈을 당겨 편지칼을 자신의 등에 떨어뜨린 겁니다.

이지은
(흐느끼며)
– 그럴 리가… 회장님은… 그런 분이 아니에요…

박집사
(나직하게, 감정 없이)
– 회장님께서는 종종 기묘한 장치를 만들곤 하셨습니다. 스스로를 보호한다면서요.

강서진
– 그의 편집증은 단순한 망상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을 파멸시키려는 최민혁 씨를 향한 광기 어린 복수심이었죠. 그는 완벽하게 살인으로 위장된 자살을 계획했습니다. 자신이 죽으면, 곧바로 최민혁 씨가 용의자로 지목될 것을 알았고, 등 부위 자상이라는 물리적인 불가능성 때문에 수사가 미궁에 빠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김형사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 그럼 그가 왜 그렇게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어가면서까지…

강서진
(김형사의 눈을 응시하며)
– 증오심은 인간을 파멸시킵니다. 어떤 이들은 그 증오 때문에 자신을 파괴할 때 비로소 완성감을 느끼죠. 한태성 씨는 최민혁 씨를 지옥으로 끌고 가기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도구로 사용한 겁니다. 이 모든 것은 그의 마지막, 가장 잔혹한 복수극이었습니다.

(최민혁은 충격에 휩싸인 채 주저앉는다. 이지은은 이제 슬픔보다는 공포에 질린 표정이다. 박집사는 여전히 미동도 없지만, 그의 눈빛은 깊어진다.)

[전환] – [컷]

**[장면 6] – 그림자 속으로**

**[밤에서 새벽으로] – [흑염의 저택 외경]**

[음악] – 사건 해결 후의 쓸쓸함과 여운이 남는 피아노 선율.

[카메라] – [롱 숏] / 비바람이 잦아들고, 먹구름 사이로 희미하게 새벽빛이 새어 들어온다. 저택은 여전히 어둡고 음산하지만, 번개는 더 이상 치지 않는다.

[카메라] – [미디엄 숏] / 강서진이 저택의 현관을 나선다. 그녀의 뒤로 김형사가 따라 나온다. 김형사의 표정은 여전히 복잡하지만, 존경심이 역력하다.

김형사
(나직하게)
– 강 탐정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건을… 결국 인간의 마음이 가장 어려운 문제로군요.

강서진
(하늘을 올려다보며)
– 인간의 욕망은 항상 가장 기이한 형태로 진실을 감춥니다. 그걸 파헤치는 것이 제 일이죠.

(그녀의 시선은 저택의 창문을 스친다. 아직 불이 켜진 서재 창문. 한태성의 집착과 광기가 여전히 그곳에 맴도는 듯하다.)

[카메라] – [클로즈업] / 서진의 눈. 사건은 해결되었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여전히 인간 본연의 어둠에 대한 깊은 사색이 담겨있다.

강서진
(작은 한숨과 함께)
– 완벽한 밀실은, 사실 가장 완벽한 감옥이었을 뿐입니다. 자신을 가두고, 상대를 가두고…

(그녀는 자신의 차로 향한다. 김형사는 그녀가 떠나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본다.)

[카메라] – [풀 숏] / 강서진의 차가 어둠이 걷히는 새벽길을 따라 저택을 벗어난다. 저택은 다시 고독 속에 잠긴다. 창문 너머 희미한 서재의 불빛은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전환] – [페이드 아웃]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