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이익.”
산소 순환 시스템이 내뿜는 건조한 바람 소리가 제7구역 생체 연구동의 정적을 갈랐다. 벽면 가득한 홀로그램 디스플레이에는 복잡한 생체 신호 그래프와 알 수 없는 언어로 쓰인 경고문이 어지럽게 펼쳐져 있었다. 시아는 차가운 금속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눈앞의 투명한 격리막 너머를 응시했다.
그 안에는, 그의 종족이 ‘젤트족’이라 불리는 생명체가 있었다.
외견은 인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두 개의 팔다리, 곧게 뻗은 몸통, 그리고 얼굴에 자리 잡은 두 쌍의 눈. 하지만 그의 피부는 밤하늘의 은하수를 응축해 놓은 듯 푸른빛으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고, 척추를 따라 흐르는 미세한 발광 패턴은 마치 살아있는 별자리 같았다. 그는 움직임 없이, 그러나 미세하게 진동하는 빛을 뿜으며 고요히 서 있었다.
“카이…” 시아의 목소리가 삭막한 공간에 조용히 울렸다. 그녀의 손이 투명한 격리막에 닿았다. 차가운 유리 너머로, 그녀는 그의 존재를 느꼈다. 피부에 직접 와닿는 온기는 없었지만, 마음 깊이 울리는 공명이 있었다.
그와 시아는 ‘종족’의 벽을 넘어선 금지된 존재들이었다. 인류는 젤트족을 미지의 위협으로 분류했고, 젤트족은 인류를 침략자로 규정했다. 그들의 첫 조우는 항상 격렬한 충돌로 이어졌고, 그 결과 수많은 목숨이 스러졌다. 시아는 원래 젤트족의 생체 반응을 연구하여 그들의 약점을 찾아내고, 인류에게 더 유리한 평화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연구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카이를 만났다. 그 고요하고 빛나는 존재가 발산하는 미지의 파동에 이끌려, 그녀는 인간으로서의 냉철한 이성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때였다. 연구동 전체를 뒤흔드는 비상 알림음이 울렸다. 붉은 경고등이 번쩍이며 시아의 얼굴을 섬뜩하게 물들였다.
“코드 알파-7. 외부 침입 감지. 격리동 보안 시스템 최상위 등급으로 상향 조정.”
기계음이 무미건조하게 상황을 보고했다. 외부 침입? 이 심장부 같은 연구동에? 시아의 심장이 발작적으로 뛰었다. 그녀의 눈은 자동적으로 카이를 향했다. 그의 푸른 발광 패턴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마치 그녀의 불안을 읽기라도 한 듯이.
“누가… 왜 하필 지금…” 시아는 이를 악물었다. 설마, 자신들의 관계를 눈치챈 건 아닐까? 아니면, 젤트족 내부의 반란군이 카이를 구출하러 온 것일까? 어느 쪽이든, 카이는 물론이고 자신까지 위험해질 상황이었다.
보안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되면서, 격리막의 에너지가 최대치로 치솟는 것이 느껴졌다. 투명한 막에 푸른빛이 번개처럼 흘렀다. 그 충격에 카이가 미세하게 움찔했다.
그의 척추를 따라 흐르는 빛이 더 강렬해지더니, 불규칙적인 패턴으로 깜빡였다. 시아는 그것이 젤트족의 언어임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뇌리에 그의 메시지가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위험. 접근하지 마. 나에게서 멀어져.*
시아는 그의 메시지를 해석했다. 그러나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녀는 오히려 격리막에 더 바싹 다가섰다. 그녀의 손이 차가운 표면에 더욱 강하게 닿았다.
“카이, 괜찮아? 괜찮냐고!” 그녀는 거의 울부짖듯이 속삭였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두 쌍의 푸른 눈이 그녀를 응시했다. 그 시선은 강렬하면서도, 한없이 부드러웠다. 그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가락 끝이, 시아의 손이 닿은 격리막의 반대편에 닿았다. 얇은 유리막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들의 온기가 교차하는 듯했다.
“외부 침입자, 제7구역 진입 확인. 모든 연구원은 즉시 대피하고, 격리 대상물에 대한 접근을 금지한다.”
경고음이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더욱 선명하게, 침입자가 코앞까지 다가왔음을 알렸다.
시아는 망설일 틈이 없었다. 그녀의 손이 광속으로 키패드를 더듬었다. 그녀만이 알고 있는 비상 프로토콜 해제 코드. 젤트족의 생체 연구를 위해 만들어진 비상 탈출 경로. 이 경로를 열면, 카이가 나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를 노리는 침입자들로부터 잠시나마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격리막이 해제되면 인류와 젤트족의 생체 반응이 충돌하여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 어쩌면 그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었다. 인류와 젤트족의 ‘접촉 금지’ 조항은 단순한 사회적 금기가 아니었다. 수많은 생체 실험을 통해 검증된, 물리적인 치명성 때문이었다.
손가락이 떨렸지만, 그녀는 코드를 입력했다. “확인.”
“삐이이익—”
격리막을 감싸던 푸른 에너지 파동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거대한 격리막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위로 열리기 시작했다. 카이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카이, 나가! 어서!” 시아는 외쳤다.
격리막이 완전히 열리자, 내부의 공기와 외부의 공기가 섞이는 미세한 소용돌이가 일었다. 카이가 망설이는 듯 서 있었다. 그의 빛나는 피부에서 미세한 에너지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인류의 공기가 그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바로 그때, 연구동의 강화 문이 굉음을 내며 부서졌다. 무장한 병사들이 섬광탄을 터뜨리며 난입했다. 그들의 시선은 일제히 격리막이 열린 카이를 향했다.
“움직이지 마! 대상물을 확보하라!”
시아는 본능적으로 카이의 앞을 가로막았다. “안 돼! 손대지 마!”
병사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총구가 그녀의 심장을 겨냥했다.
“시아 연구원! 즉시 비켜서지 않으면 발포한다!”
카이는 뒤늦게 시아의 위험을 감지한 듯, 그의 몸에서 발산되던 빛이 더욱 격렬하게 진동했다. 마치 격노한 별처럼.
그는 한 발자국, 시아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의 빛나는 손이, 망설임 없이 시아의 뺨으로 향했다.
“안 돼, 카이! 만지면 안 돼!” 시아는 본능적으로 외쳤다. 인류와 젤트족의 접촉은 치명적이었다. 젤트족의 독특한 에너지장은 인류의 신경계를 마비시키고 심장을 멈추게 할 수 있었다. 수많은 연구 결과가 이를 증명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의 손가락 끝이, 그녀의 뺨에 스쳤다.
차가운 공기 속에, 찰나의 정적이 흘렀다.
병사들의 총구가 불을 뿜으려는 찰나, 시아의 몸에서 알 수 없는 에너지가 터져 나왔다. 푸른 빛줄기가 그녀의 피부를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카이의 빛과 똑같은, 아니, 더 강렬한 빛이었다.
시아의 눈이 크게 뜨였다.
이건… 뭐지?
그녀의 심장이, 아프도록, 그러나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고동치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에 비친 카이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들의 접촉은 금지된 치명성을 넘어, 예상치 못한, 전혀 다른 무언가를 깨우고 있었다.
그리고, 총성이 울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