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바움 마법 학원. 이곳은 마법사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 코스였다. 고풍스러운 대리석 복도와 천장을 찌를 듯한 높은 돔, 마법으로 둥둥 떠다니는 촛불들, 그리고 밤이 되면 코를 골며 잠드는 갑옷 기사상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마법 학원의 정수였다. 하지만 딱 하나, 완벽하지 않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식사였다.
“하아… 오늘도 단백질 마법 죽이네.”
서하은은 푸르스름한 빛을 띠는 끈적한 죽을 젓가락으로 휘저었다. 맛은커녕 향도 없는 이 죽은 오직 영양소를 채우기 위해 존재했다. 그나마 감사해야 할 것은, 마법으로 죽지 않을 만큼의 생존 에너지는 매번 보장해준다는 점이었다. 하은은 깊은 한숨과 함께 숟가락을 들었다. 창밖으로는 저녁 노을이 아름답게 물들고 있었지만, 그녀의 식탁 위는 마치 세상의 모든 색과 맛을 잃은 듯했다.
“하은아, 그래도 이건 ‘고급 마력 충전용’이잖아. 일반 학생용은 이것보다 더 맛없어.” 옆자리 친구 유진이 진심으로 위로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고급 마력 충전용이 이 모양인데, 그럼 일반 학생들은 뭘 먹는 거야? 흙이라도 퍼먹어?”
“그… 비슷한 거야.” 유진이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하은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사실 미르바움에 입학하기 전에는 꽤나 미식가였다. 어머니의 손맛을 물려받아, 짭짤한 멸치볶음부터 달콤한 호박전까지, 맛있는 음식이라면 사족을 못 썼다. 그런데 이곳에 온 이후로, 그녀의 미식가적 본능은 봉인된 채 잠들어 있었다.
“아, 정말. 뭔가… 뭔가 좀 달콤하고, 바삭하고, 고소한 게 먹고 싶다!”
“헛소리 마. 여긴 미르바움이야, 하은아. 고급 마법을 연마하는 곳이지, 식당이 아니라고.”
“알아, 알아… 그래도 가끔은 너무하잖아. 차라리 지하 3층에 있는 ‘끔찍한 금기’를 맛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유진은 화들짝 놀라며 하은의 입을 틀어막았다. “쉬잇! 그 말을 함부로 꺼내지 마! 정말로 끔찍한 일이 생긴다고!”
미르바움 학원에는 오래된 소문이 하나 있었다. 학원 지하 깊숙한 곳,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가장 외진 공간에는 ‘금기’가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었다. 어떤 이는 강력한 어둠의 마법 유물이라고 했고, 어떤 이는 학원의 설립자가 봉인한 위험한 괴물이라고 했다. 심지어 어떤 멍청한 선배는 ‘지하에 사는 식인 마법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무튼, 그곳은 어떤 이유로든 발을 들여서는 안 되는, 미르바움의 가장 깊은 어둠이자 공포의 공간이었다.
하은은 유진의 손을 밀어내며 툴툴거렸다. “뭘 그렇게 유난을 떨어. 어차피 가본 사람도 없잖아? 그냥 교수님들이 학생들 못 내려오게 겁주려고 지어낸 얘기일 수도 있지.”
“그래도… 너무 위험해. 교수님들도 절대 언급하지 않는 곳이잖아. 제발 그냥 잊어버려.”
유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하은의 호기심은 식사 후 빈 접시처럼 텅 비어버린 뱃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미식가적 본능이 봉인 해제를 위한 새로운 목표를 찾은 것처럼.
며칠 뒤. 하은은 마법 약학 실습 과제를 위해 ‘밤의 눈물’이라는 희귀 약초를 찾고 있었다. 일반 도서관에는 없고, 낡은 기록에 따르면 고문서 보관실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정보만 얻었을 뿐이었다. 고문서 보관실은 학원 지하 1층에 있었고, 그곳은 종종 ‘제한 구역’과 맞닿아 있었다.
“설마, 진짜 내려가는 건 아니겠지…?” 하은은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끼며 낡은 계단을 내려갔다. 축축한 공기와 곰팡이 냄새, 그리고 오래된 종이 냄새가 뒤섞여 코끝을 자극했다. 고문서 보관실은 어둡고 적막했다. 먼지 쌓인 책장 사이를 헤매던 하은은 마침내 한 구석에서 ‘밤의 눈물’이 들어있을 법한 고서를 찾아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믿을 수 없는 향기.
달콤하고, 고소하고, 따뜻한… 마치 꿈속에서나 맡을 법한, 현실이 아닌 것 같은 향기였다.
하은의 코가 자동적으로 킁킁거렸다. 그녀의 미식가 본능이 맹렬하게 봉인을 해제하려 들었다.
이건… 빵 냄새였다! 그것도 방금 구워낸 듯한 신선한 빵 냄새!
“여… 여기에 빵집이 있다고?” 하은은 두 눈을 비볐다. 이곳은 마법 학원 지하, 그것도 제한 구역에 가까운 곳이었다. 빵집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향기는 너무나도 선명했다.
향기를 따라 한참을 헤매던 하은은, 마침내 지도에도 없는 낡은 철문을 발견했다.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과 함께, 향기가 더욱 진해졌다. 그녀는 홀린 듯 문고리를 잡았다. 문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열렸고, 그 순간, 하은은 눈앞의 광경에 경악하고 말았다.
그곳은… 빵집이었다. 정말로 빵집이었다!
벽돌 오븐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긴 테이블 위에는 윤기가 흐르는 크루아상과 노릇노릇한 스콘, 달콤한 잼이 발린 토스트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공기는 온통 버터와 설탕, 구운 밀가루 냄새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한가운데…
“크흠!”
하은은 숨을 들이켰다.
거기에는 우리 학원 최고의 엘리트 마법사, 냉철한 수재, 차가운 얼음 왕자, 강태율 선배가 앞치마를 두른 채 밀가루를 뒤집어쓴 채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막 오븐에서 꺼낸 듯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빵 한 덩이가 들려 있었다.
태율 선배는 하은을 보자마자 눈을 크게 떴다. 그의 눈빛은 마치 ‘끔찍한 금기’를 들킨 듯한 당혹감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너… 너는… 어떻게 여기에!” 태율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의 표정은 살기마저 느껴질 지경이었다.
“저… 저기… 선배…?” 하은은 얼어붙은 채 눈만 깜빡였다. 그녀의 머릿속은 ‘지하 금기=어둠의 마법 유물’과 ‘지하 금기=강태율 선배의 비밀 빵집’ 사이에서 충격적인 재해석을 거치고 있었다.
“여긴… 금지된 구역이다! 당장 나가! 그리고… 네가 본 건… 아무것도 아니야!” 태율은 들고 있던 빵을 허둥지둥 등 뒤로 숨겼다. 하지만 빵 냄새는 숨겨지지 않았다.
“아니, 선배… 지금 빵을 등 뒤로 숨기시면 더 의심스럽잖아요.”
“시끄러워! 너 같은 애들이 함부로 올 곳이 아니야!”
하은은 태율의 험악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빵 냄새에 완전히 홀려 있었다. 그녀의 눈은 이미 테이블 위 빵들로 향해 있었다. “와… 선배. 이거 진짜 선배가 다 만든 거예요? 냄새 대박…”
“…말했지! 아무것도 아니라고!” 태율은 당황한 듯 작게 마법을 발동했다. 그의 손에서 작은 빛이 번쩍이더니, 눈앞에 놓여있던 빵 접시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아악! 내 빵!” 하은은 비명을 질렀다. “선배! 그걸 그렇게 없애버리면 어떡해요! 방금 꺼내서 따끈따끈해 보였는데!”
“네가 본 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면… 네가 본 적도 없는 셈이 되는 거다.” 태율은 싸늘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하은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럼, 선배가 이 빵을 먹었다는 것도 비밀로 하면 되는 거죠?”
태율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무슨 소리야?”
“아니, 그게… 선배가 이걸 비밀로 해달라고 하는 거면… 전 아무것도 못 본 게 되는 거니까… 결국 아무 빵도 못 먹어본 셈이잖아요? 그럼 너무 억울하니까…” 하은은 점점 더 눈치를 보며 말을 흐렸다. “…한 입만… 먹어보면 안 될까요? 한 입만요!”
태율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하은을 노려봤다. “너 지금 협박하는 거냐?”
“아니요! 그럴 리가요! 제가 감히 엘리트 강태율 선배님을 어떻게 협박하겠어요! 그냥… 너무 맛있어 보여서… 제발요! 평생 비밀로 할게요! 유진이한테도 안 말할게요! 죽어도 안 말할게요!”
하은의 간절한 눈빛과 빵을 향한 열망은 태율의 예상 범주를 훨씬 넘어섰다.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딱 한 조각이다.”
그리고 그는 등 뒤에 숨겼던 빵을 다시 내밀었다. 여전히 따끈한 빵이었다. 하은은 눈을 반짝이며 빵을 받아들었다. 한입 베어 무는 순간,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천국의 맛…!”
촉촉하고 부드러운 속살, 바삭한 겉껍질, 그리고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버터의 향과 미묘한 단맛까지. 미르바움 마법 학원에 와서 처음 느껴보는 미각의 향연이었다. 하은은 눈물을 글썽이며 빵을 음미했다. 태율은 그런 하은의 모습에 묘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맛있어요, 선배. 진짜 최고예요!”
하은의 진심 어린 찬사에 태율의 굳었던 얼굴에 아주 미미한 변화가 일었다. 뿌듯함… 같은 것이었을까? 하지만 이내 그는 다시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다 먹었으면 나가. 그리고 오늘 일은 절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알았나?”
“네! 맹세코!” 하은은 거의 경례를 붙일 기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꿈같은 빵을 먹고 나서야 비로소 지하 3층에 숨겨진 ‘끔찍한 금기’의 정체를 완벽하게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강태율 선배가 밀가루를 만지는 모습’ 그 자체였다! 학원 전체에 알려진다면 그의 엘리트 이미지는 물론, 그의 가문의 명예까지 실추될 것이 분명했다.
그날 이후, 하은은 태율의 ‘지하 빵집’에 종종 출몰했다. 처음에는 과제를 핑계 삼거나, 희귀한 약초를 찾으러 왔다는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녀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빵 냄새를 따라 지하로 향했다.
“또 왔군.” 태율은 더 이상 놀라지도 않았다. 그저 앞치마를 정리하며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선배! 오늘은 뭐 만들었어요? 저 혹시… 반죽 좀 도와줘도 돼요?” 하은은 눈을 빛내며 주방으로 돌진했다.
“안 돼. 넌 방해만 될 뿐이야.”
하지만 하은은 이미 밀가루 봉투 옆에 앉아 반죽하는 태율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손이 굳은 마법의 지팡이가 아니라, 부드러운 반죽을 매만질 때 얼마나 섬세하고 능숙한지 매번 감탄했다.
“선배, 이 빵은 무슨 빵이에요?”
“이건… 소금빵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하며, 은은한 짠맛이 단맛을 극대화하는… 그런 빵이지.”
태율은 빵 이야기를 할 때면 평소의 냉철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눈빛이 부드럽게 변했다. 하은은 그런 그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어딘가 귀엽기도 했다.
“선배는 마법보다 빵 만드는 게 더 재밌어요?” 하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태율은 잠시 망설였다. “…마법은 의무이고, 빵은… 나의 유일한 일탈이다.” 그의 목소리에 희미한 쓸쓸함이 묻어났다. “우리 가문은 대대로 강력한 마법사들을 배출해왔다. 내가 이딴 걸 만들고 있다는 걸 알면… 아마 가문이 뒤집어질 거다.”
“무슨 소리예요! 이렇게 맛있는 빵을 만드는 게 왜 ‘이딴 것’이에요! 선배는 빵 만드는 데도 마법사예요! 진짜 최고란 말이에요!”
하은의 진심 어린 위로에 태율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그의 비밀을, 하은은 아무렇지도 않게, 오히려 찬양하듯 받아들여 주었다.
두 사람의 은밀한 만남은 계속되었다. 하은은 태율의 유일한 손님이자, 유일한 비밀 공유자였다. 그녀는 빵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지하로 내려갔고, 태율은 그녀를 위해 몰래 새로운 레시피를 시도하기도 했다.
어느 날, 하은은 태율에게 물었다. “선배, 근데 왜 하필 지하 3층이에요? 여긴 너무 깊고… 너무 금기 같잖아요.”
태율은 잠시 뜸을 들였다. “…어릴 때, 스트레스를 받으면 몰래 주방에 내려가서 무언가를 만들곤 했다. 그때마다 부모님께 들켜서 혼났지. 마법사가 칼을 잡고, 불을 피우는 건… 천박한 짓이라고. 그래서 이곳 미르바움에 왔을 때, 누구도 찾지 못할 곳을 찾았다. 이곳만큼 완벽한 은신처는 없었거든.”
하은은 그 말을 듣고 가슴 한구석이 찡해지는 것을 느꼈다. 강태율이라는 완벽한 엘리트 마법사 뒤에 숨겨진, 외롭고 고독한 취미였다니.
“선배… 언제 한 번 우리 같이 빵 만들어봐요! 제가 반죽 도와줄게요!”
“네가? 이 손으로?” 태율은 그녀의 가느다란 손을 힐끗 보며 말했다. “괜찮겠냐?”
“그럼요! 제가 비록 마법은 어설프지만, 힘 쓰는 건 자신 있어요!”
다음날, 하은은 태율의 지하 빵집에서 생애 처음으로 빵 반죽을 해보았다. 처음에는 밀가루가 사방에 튀고, 반죽은 엉망진창이었다. 태율은 한숨을 쉬면서도, 그녀의 엉성한 손을 잡아주며 반죽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그의 손길은 예상 외로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이렇게… 이렇게 하는 거다.”
그들의 손이 닿는 순간, 하은은 묘한 전율을 느꼈다. 빵 냄새로 가득한 지하 공간에서, 두 사람의 마음은 빵 반죽처럼 말랑말랑하게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원에 비상이 걸렸다. 매년 열리는 ‘미르바움 마법 축제’의 만찬 준비에 차질이 생긴 것이었다. 축제 총 책임자인 올리버 교수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돌아다녔다.
“만찬용 마법 과자 유물이… 폭주해서 전부 타버렸다고?! 그럼 대체 만찬은 뭘로 채운단 말인가!”
학생들 사이에서 비명과 절망이 터져 나왔다. 마법 축제의 만찬은 학원의 자존심이자 전통이었다.
그때, 하은의 눈에 태율의 얼굴이 들어왔다. 그는 차분했지만,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하은은 용기를 내어 그에게 다가갔다.
“선배…”
“알아. 지금 학원이 난리라는 거.” 태율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선배 빵이라면… 이 난리통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태율의 눈이 커졌다. “무슨 소리야! 내 빵이 학원에 알려지면…!”
“학원이 망하는 것보단 낫잖아요! 그리고 선배 빵은… 모두를 행복하게 할 거예요!”
하은의 말에 태율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엘리트 마법사로서의 책임감과, 그의 비밀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사이에서 갈등하는 듯했다.
결국, 그는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좋아. 하지만 조건이 있다.”
조건은 단 하나였다. 하은도 함께 그의 조수가 되어 만찬 빵을 만드는 것. 하은은 기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지하 빵집은 마치 전쟁터 같았다. 태율은 모든 마법력을 동원해 반죽을 발효시키고, 오븐의 온도를 조절했다. 하은은 그의 옆에서 밀가루를 나르고, 재료를 계량하며 쉬지 않고 움직였다. 그들은 밤새도록 빵을 만들었다. 달콤하고 고소한 빵 냄새가 지하 3층을 넘어 지하 1층, 그리고 마침내 지상까지 스며들기 시작했다.
다음날 아침, 미르바움 마법 축제 만찬장.
만찬 테이블 위에는 마법 과자 대신,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수백 개의 빵과 쿠키, 케이크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학생들과 교수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빵을 바라봤다. 이런 평범한 ‘음식’은 미르바움에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이것은… 강태율 학생과 서하은 학생이 준비한 특별 만찬입니다.” 올리버 교수가 마지못해 발표했다. 그의 표정에는 여전히 당혹감이 가득했다.
학생들은 반신반의하며 빵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만찬장은 정적에 휩싸였다.
이내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 이 맛은…!”
“세상에!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달콤해! 이게 정말 우리가 먹던 그 밀가루라고?!”
학원 최고의 엘리트 마법사, 강태율이 만들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은 배가 되었다.
학생들은 너도나도 빵을 먹기 시작했다. 빵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만찬장은 행복한 웃음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가득 찼다.
태율은 한쪽 구석에서 하은과 함께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활짝 핀 미소가 걸려 있었다. “네 말대로군. 정말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구나.”
하은은 태율을 올려다봤다. “선배… 정말 멋있어요. 마법 지팡이를 들었을 때보다… 백 배 천 배 더요!”
태율은 하은의 말에 쑥스러운 듯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때, 올리버 교수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의 표정은 이전의 당혹감 대신, 깊은 만족감과 미묘한 미소로 바뀌어 있었다.
“강태율 학생. 그리고 서하은 학생. 자네들 덕분에 이번 축제는 역대급으로 성공적이었네.” 교수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태율을 바라봤다. “자네의 ‘금기’는… 생각보다 훨씬 더 놀라운 재능이었군. 앞으로도 종종 이런 ‘금기’를… 학원 만찬에 선보여 보는 건 어떻겠나?”
태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의 비밀이… 학원 공식 만찬의 한 부분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날 이후, 미르바움 마법 학원 지하 3층은 더 이상 ‘끔찍한 금기’의 장소가 아니었다. 물론 일반 학생들은 여전히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었지만, 특정 요일과 시간에만 열리는 ‘비밀 베이커리’가 되었다. 그곳은 학원 최고의 엘리트 마법사이자 이제는 ‘지하 빵집의 마법사’로 불리는 강태율 선배가 직접 빵을 굽고, 그의 조수 서하은이 손님을 맞는, 학원에서 가장 달콤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그 빵집의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사랑이 담긴 소금빵’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매번 빵을 가져다줄 때마다, 하은의 손에 태율이 직접 만든 특별한 소금빵이 쥐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은은 그 빵을 한입 베어 물 때마다, 태율의 따뜻한 시선과 함께 달콤하고 고소한 사랑의 맛을 느꼈다. 미르바움 마법 학원 지하에 숨겨진 끔찍한 금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달콤한 로맨스의 시작점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