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 서고의 수상한 만남
“서하은! 대체 이번에는 또 무슨 마법을 부린 거니?”
아르카나 마법 학원 역사상 가장 강력한 ‘환영 마법’ 교수님이자, 학내 규율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지키는 것으로 유명한 에르넬라 교수님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서늘하고 날카로웠다. 하지만 오늘은 그 서늘함 속에 분노의 불꽃이 이글거리는 것이 분명했다.
하은은 축 처진 어깨를 주무르며 진땀을 흘렸다. 교수님 앞에는 파스텔 톤의 분홍색으로 염색된 비둘기 수십 마리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서로를 쪼아대고 있었다. 원래는 하얀색이어야 할 비둘기들이었다.
“교수님, 그게 말이죠… ‘깃털 강화 주문’을 외우다가, 잠시 주문이 꼬여서… ‘깃털 색상 변경’ 주문이랑… 합쳐지는 바람에…” 하은은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제 의도는 아니었어요. 정말이에요!”
“의도? 네 의도가 아니었으면 이런 재앙이 벌어졌을 리가 없지!” 에르넬라 교수님은 미간을 찌푸렸다. “네가 만든 저 분홍 비둘기들이 졸업식 연회장의 장식용이었다는 걸 잊은 건 아니겠지? 일주일 후면 연회인데, 저 꼴을 하고는!”
하은은 입술을 삐죽거렸다. 분명 비둘기들을 실수로 염색한 건 잘못했지만, 재앙이라니. 저 비둘기들은 제법 예쁜 분홍색인 데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힘차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건 마법적인 성공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물론, 졸업식 연회에 어울리지는 않겠지만.
“반성문 300줄, 그리고… 앞으로 한 달간, 학원 지하 서고 정리를 맡아라.”
하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학원 지하 서고? 그곳은 학생들 사이에선 일종의 전설이었다. 금지된 마법서들이 가득하다거나, 어둠의 마법사들이 수련을 하는 곳이라거나, 심지어는 학원을 세운 초대 교장 선생님의 유령이 떠돈다는 소문까지 있었다. 한마디로, 학생들에게는 ‘절대 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통했다.
“교수님! 차라리 비둘기들을 다시 하얗게 만드는 게…!”
“잔말 말고 가거라. 어둠의 기운에 홀리지 않게 조심하고.” 에르넬라 교수님은 차가운 눈으로 하은을 노려봤다. “그리고 이번 주까지 저 비둘기들을 원래대로 돌려놓지 못하면, 다음 학기 수강 신청을 백지로 제출하게 될 줄 알아.”
결국 하은은 비둘기들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방법을 찾으면서, 동시에 지하 서고라는 으스스한 곳으로 향해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
지하 서고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더 깊고 어두웠다. 낡은 나선형 계단을 끝없이 내려가자, 습하고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벽에는 희미하게 빛나는 ‘루모스’ 마법이 간신히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철컹, 하고 거대한 철문이 닫히자, 등 뒤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하은은 저절로 팔을 문질렀다.
“으으… 진짜 유령이라도 나오는 거 아냐?”
마법 램프를 높이 들고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선 하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끝없이 이어진 책장들과 그 위를 덮은 수십 년 묵은 먼지였다. 거미줄이 여기저기 얽혀 있었고, 낡은 마법서들이 위태롭게 꽂혀 있었다. 책장 뒤편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저, 저기요? 누구 계세요?” 하은은 잔뜩 겁먹은 목소리로 물었다.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소리는 점점 더 또렷해졌다. 마치 무언가를 긁는 듯한, 혹은 쿵, 쿵, 하고 주기적으로 울리는 듯한 소리였다. 하은은 심장이 발끝까지 떨어지는 것 같았다. 어쩌면 진짜 유령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용기를 쥐어짜 내어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낡은 책장을 지나 좁은 통로를 따라가자, 거대한 문 하나가 나타났다. 녹슨 철문에는 복잡한 마법 봉인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문틈 사이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여기까지 마법으로 봉인되어 있을 정도면… 진짜 위험한 거 아냐?”
하은은 봉인 문양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봉인은 엉망진창이었다. 마치 누군가 급하게 해제하려다 포기한 것처럼, 혹은 부주의하게 건드린 것처럼 일부 문양이 지워져 있었다.
“누, 누구세요…?” 하은은 떨리는 목소리로 문을 두드렸다.
그때, 철문이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안쪽에서 천천히 열렸다. 하은은 눈을 질끈 감았다. 유령이 나올까? 아니면 괴물?
하지만 문 안에서 나타난 것은 유령도 괴물도 아니었다. 뜻밖에도, 학원에서 가장 차갑고 완벽하기로 소문난 남자, 류진혁 선배였다.
진혁은 언제나 단정했던 교복 셔츠가 흐트러진 채, 얼굴에는 검은 그을음이 묻어 있었다. 그의 손에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알 수 없는 기계 부품 같은 것이 들려 있었고, 눈은 놀라움과 동시에 경계심으로 빛나고 있었다.
“서… 서하은?” 진혁의 목소리는 평소의 냉정함과는 달리 살짝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선배…?! 선배가 여기 왜…!” 하은은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
“그건 내가 할 질문이다.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함부로 들어온 거야?” 진혁은 들고 있던 부품을 황급히 등 뒤로 숨기며 물었다.
하은은 진혁의 뒤편을 힐끗 보았다. 문 안쪽은 마치 거대한 실험실 같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법 장치들이 늘어서 있었고, 중앙에는 고대 유적에서나 볼 법한 거대한 베틀 같은 것이 놓여 있었다. 베틀의 실타래는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으며 불규칙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전… 교수님 명령으로 지하 서고 정리하러 왔는데요…” 하은은 어색하게 변명했다. “근데 선배는 여기서 뭘… 그건 뭐예요?”
하은의 시선이 진혁의 등 뒤에 숨겨진 부품에 닿았다. 진혁은 움찔하며 숨기려 했지만, 하은의 호기심은 이미 발동한 뒤였다.
“아무것도 아니야. 넌 못 본 거야.” 진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긴 학생이 들어오면 안 되는 곳이다. 당장 나가.”
“못 본 거라뇨? 선배 옷에 그을음도 잔뜩 묻었고, 아까 문틈으로 이상한 빛도 새어 나왔단 말이에요!” 하은은 기어코 진혁의 뒤로 몸을 밀고 들어갔다.
그 순간, 진혁의 등 뒤에 숨겨져 있던 부품이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부품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고, 빛은 실험실 중앙에 놓인 베틀을 향해 뻗어갔다.
콰아앙!
베틀이 굉음과 함께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오색찬란한 실타래는 미친 듯이 엉키고 풀리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베틀 중앙에서, 마치 연기처럼 무언가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서하은, 대체 뭘 건드린 거야!” 진혁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제가 뭘요! 선배가 이상한 걸 숨기고 있었잖아요!”
연기는 빠르게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울퉁불퉁한 구름 모양의 생명체가 푸른색으로 빛나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리고는, 쨍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룰루랄라! 세상은 신기해! 마법이란 재밌어! 내가 만들어줄게!”
구름 생명체가 빙글빙글 돌자, 실험실 안의 온갖 마법 도구들이 둥둥 떠오르더니, 제멋대로 색깔이 변하기 시작했다. 어떤 비커는 갑자기 분홍색 액체를 뿜어냈고, 어떤 마법 지팡이는 스스로 빛을 내며 춤을 추듯 흔들렸다.
“젠장! ‘카오스 베틀’이 폭주하고 있잖아!” 진혁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서하은! 저건 단순한 마법 베틀이 아니야! 온갖 금지된 마법을 조합해서 현실을 왜곡하는 금단의 유물이라고!”
“금… 금단의 유물요? 저 귀여운 구름이요?” 하은은 눈을 깜빡였다. 구름 생명체는 방금 전까지 진혁이 들고 있던 알 수 없는 부품을 낼름 집어삼키더니, 키득거리는 소리를 냈다.
“귀엽다고? 저 녀석이 뭘 만들어낼지 모른단 말이야!” 진혁은 허둥지둥 마법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진정 주문이라도 걸어야 하는데… 저 녀석이 부품을 먹어버렸어!”
그때, 구름 생명체가 다시 한 번 크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실험실 안에 있던 모든 의자가 갑자기 생명을 얻은 것처럼 흔들리더니, 서로에게 다가가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안녕? 오늘 날씨가 좋네요!” 한 의자가 말했다.
“그러게요! 당신은 어떤 나무로 만들어졌나요?” 다른 의자가 대답했다.
“맙소사! 이건… ‘사물에게 자아 부여’ 마법이잖아! 그것도 한 번에 수십 개에게!” 진혁은 경악했다.
하은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의자들의 대화가 너무나 진지했기 때문이다. “선배… 저 구름, 생각보다 재밌는 것 같은데요?”
“재밌다니! 만약 저 녀석이 밖으로 나가기라도 하면, 학원 전체가 뒤집힐 거라고! 교수님들이 알면 우린 끝장이야!” 진혁은 이마를 짚었다. “내가 몇 년간 몰래 연구하고 봉인해왔던 건데… 너 때문에 망했어!”
“선배가 그걸 몰래 연구하고 있었다고요? 그거야말로 금기 아닌가요?!” 하은은 눈을 가늘게 떴다. “어둠의 마법사라는 소문이 사실이었네요?”
“어둠의 마법사라니! 난 그저 이 마법의 원리를 이해하고 싶었을 뿐이야!” 진혁은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제대로 제어하면 인류의 삶을 바꿀 수도 있을 엄청난 힘이란 말이야!”
그때, 구름 생명체가 쨍한 목소리로 외쳤다. “싸움은 싫어! 모두 사이좋게! 사랑의 마법을 걸어줄게!”
그러자, 진혁과 하은의 몸이 붕 뜨더니, 서로를 향해 부드럽게 끌어당겨졌다. 순식간에 두 사람의 얼굴이 코앞에서 마주 보게 되었다. 서로의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진혁의 눈동자에 하은의 당황한 얼굴이 고스란히 비쳤다.
“이, 이건 무슨…” 하은은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진혁의 눈은 언제나처럼 차가웠지만, 가까이서 보니 살짝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저 녀석이… ‘매력 증폭’ 마법을 건 것 같아…!” 진혁은 억지로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도 살짝 떨렸다.
구름 생명체는 키득거리며 두 사람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리고는 노래를 불렀다. “두근두근! 사랑은 시작됐어! 짝짝짝!”
“내가 저 녀석을 왜 귀엽다고 생각했을까?” 하은은 속으로 외쳤다. 이렇게 가까이서 진혁의 얼굴을 본 적은 없었다. 완벽한 이목구비, 날카로운 콧날, 살짝 벌어진 입술… 그의 시선이 너무나 강렬해서 하은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어쨌든, 지금은 저 녀석을 멈춰야 해!” 진혁은 간신히 몸을 비틀어 하은에게서 살짝 멀어지려 했다. 하지만 ‘매력 증폭’ 마법 때문인지, 서로에게서 떨어지려는 몸은 자석처럼 다시 붙으려 했다.
“어… 어떻게 멈춰요?” 하은은 진혁의 눈을 애써 피하며 물었다.
“카오스 베틀은 ‘질서의 마법’에 약해! 난 지금 이걸 제어할 부품이 없으니… 네가 평소에 쓰는 ‘균형의 주문’ 같은 걸 써봐!”
하은의 ‘균형의 주문’은 사실 사물들을 제자리에 정확히 놓는 마법으로, 학자들 사이에서는 ‘너무나 쓸모없는 마법’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떤 고위 마법보다도 절실했다.
“알겠어요! ‘모든 것은 제자리에! 혼돈은 잠잠하게! 균형은 온전히!’”
하은은 있는 힘껏 주문을 외웠다. 그녀의 지팡이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와 구름 생명체를 향해 날아갔다. 구름 생명체는 잠시 움찔하더니, 쨍한 소리를 내며 작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뿅, 하고 사라져버렸다. 베틀의 오색찬란한 실타래도 잠잠해졌다.
둘을 끌어당기던 마법도 풀렸다. 진혁과 하은은 허둥지둥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휴… 다행이다.” 진혁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은요! 제 첫 지하 서고 정리가 이렇게 스펙터클할 줄은 몰랐네요!” 하은은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선배, 그래서 이게 뭔데요, 대체?”
진혁은 잠시 침묵하더니, 낡은 책상에 기대어 앉았다. “이건 ‘카오스 베틀’이라고 불리는 고대 유물이야. 모든 마법의 근원인 ‘에테르’를 왜곡하고 재구성해서, 상상도 못 할 현상을 만들어내지. 너무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해서, 학원에서는 영원히 봉인해야 할 금기로 지정했지.”
“근데 선배는 그걸 몰래 연구하고 있었다?” 하은은 눈을 가늘게 떴다.
진혁은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난 그저…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다면, 얼마나 대단한 힘이 될지 궁금했을 뿐이야. 이 학원의 딱딱한 이론 마법으로는 절대 해낼 수 없는 것들을….”
하은은 진혁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완벽한 줄로만 알았던 선배의 얼굴에 희미한 열정과 동시에 외로움이 엿보였다. 금기된 마법을 탐구하는 그에게, 이곳은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안식처였을 것이다.
“그래서… 저 귀여운 구름들은 이제 어디로 간 거예요?” 하은이 물었다.
“다시 카오스 베틀 속으로 돌아갔을 거야. 저 녀석들은 에테르의 파편이 형상화된 거니까.” 진혁은 한숨을 쉬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해. 이 사실이 알려지면… 나도 너도 퇴학이야.”
“저도요?” 하은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네가 이 공간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공범이야, 서하은.” 진혁은 차갑게 말했다. “그러니, 이 일은 우리 둘만의 비밀이다. 절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
하은은 왠지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렸다. ‘우리 둘만의 비밀’이라니. 묘하게 가슴이 간질거리는 표현이었다.
“알겠어요. 아무에게도 말 안 할게요.” 하은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제가 이 지하 서고를 정리하는 동안, 선배가 저한테 이 ‘카오스 베틀’에 대해 알려줘야 해요.”
진혁은 하은의 돌발적인 제안에 살짝 놀란 듯 보였다. “뭐? 왜?”
“궁금하잖아요! 그리고 제가 어쩌다 실수로라도 다시 건드리면 어쩌려고요? 그러니 선배가 제 옆에서 감시하고, 설명해줘야죠.” 하은은 능청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이 분홍 비둘기들 다시 하얗게 만드는 마법도 좀 알려줘요!”
진혁은 하은을 빤히 바라보았다. 늘 말썽만 피우는 사고뭉치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대담하고 엉뚱한 면이 있는 줄은 몰랐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함께 이 금기를 탐험하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혼자보다 둘이 더 재미있을지도.
“좋아. 대신, 내 허락 없이는 절대 카오스 베틀에 손대지 마.” 진혁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네 비둘기 문제는 내가 도와줄게.”
하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정말요? 역시 선배가 최고!”
그렇게, 엘리트 마법 학원의 가장 완벽한 모범생 류진혁과, 학원의 골칫덩이 서하은은 지하 서고의 금지된 공간에서, 카오스 베틀이라는 거대한 비밀을 공유하는 특별한 관계가 되었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질 미래는 혼돈의 베틀처럼 예측 불가능했지만, 왠지 모르게 두근거리는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지하 서고의 낡은 책상 위에는,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춤을 추는 의자들이 모여 앉아 서로에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어휴, 오늘 새로운 친구들이 왔는데… 둘이 아주 그냥 눈에서 불꽃이 튀더구만!” 한 의자가 투덜거렸다.
“흐음… 나도 느꼈어. 왠지 로맨틱 코미디의 시작 같은 예감이 드는데?” 다른 의자가 감상에 젖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하 서고의 비밀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